'예견된 고입파행 이끈 교육당국'.. '하나고 쏠림' 양극화 가능성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서울과 부산 광역단위 자사고 10곳의 지정취소에 대한 결론이 곧 내려진다. 교육부는 1일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이하 지정위)’ 심의를 진행해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해운대고의 일반고 전환여부를 결정한다. 교육부 장관의 최종동의 여부는 2일 발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교육계에선 10개교 모두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도 적은 편인 데다 서울에선 대부분 지난 1기 재지정평가에서도 지정취소 위기에 몰렸던 자사고들이 다시 탈락한 정황 때문이다. 특히 전북교육청과 달리 서울교육청이 교육부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마련했던 재지정평가 표준안을 그대로 따르면서 교육부가 절차적으로도 적법했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심의대상인 자사고들도 교육부가 부동의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대신 청문을 진행하면서부터 행정소송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고 전환이 확정될 경우 자사고들은 행정소송과 함께 지정취소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북교육청까지 교육부 부동의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고입파행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무리한 정책으로 수요자들의 학교선택이 왜곡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자사고폐지와 정시확대가 맞물리면서 교육특구의 부활도 우려된다. 일방적인 자사고폐지로 인해 정부 예산으로 투입해야 하는 재정결함보조금의 규모가 과도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서울 자사고 8개교를 기준으로만 해도 매년 400억 가까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올해 재지정평가에서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단 한 곳도 일반고로 전환되지 않았다. 광양제철고 김천고 민사고 북일고 포항제철고 하나고 현대청운고 등 7개교는 지정취소 기준점인 70점을 넘겼다. 지정취소 커트라인이 다른지역에 비해 10점 높은 80점이었던 상산고는 재지정평가 결과 79.61점을 받아 탈락했지만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재량권 남용을 인정해 부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반면 광역단위 자사고들은 상황이 정반대다. 이번 심의결과 교육부가 모두 동의할 경우 안산동산고를 포함한 10곳이 자사고의 지위를 잃는다. 학생충원의 어려움으로 경문고 경일여고 군산중앙고 남성고 등 4개교도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광역단위 자사고 10곳의 지정취소에 대한 결론이 곧 내려진다. 교육부는 1일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 심의를 진행해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해운대고의 일반고 전환여부를 결정한다. 교육계에선 10개교 모두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부산 10개자사고 최종심의.. ‘전체 동의 유력’>
교육부는 서울 9개자사고와 부산 해운대고의 지정취소 최종 동의여부에 대해 1일 지정위 심의를 거친다. 서울의 경우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 재지정평가에서 70점미만을 받은 학교들에 더해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경문고까지 심의대상이다. 부산 해운대고는 재지정평가 결과 54.5점을 받아 심의를 받는다. 지정위는 각 학교의 평가와 청문결과 보고서 자료를 통해 적법한 절차였는지를 집중적으로 판단한다. 오는 2일 교육부가 최종 동의여부를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심의대상인 학교의 수가 많아 5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교육계에선 10개광역자사고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가 상산고에 대한 지정취소 요청을 부동의하는 과정에서 위법한 부분을 사회통합대상자 선발비율지표만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자립형사립고로 시작된 일부 전국단위 자사고들을 대상에게 적용되는 법적 근거를 통해 전북교육청의 재지정평가가 위법했다고 결정한 것이다. 반면 지정취소로 결정난 안산동산고의 경우 경기교육청이 교육부의 표준안을 토대로 재지정평가를 진행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봤다. 서울교육청도 교육부가 제시한 표준안을 사실상 그대로 따랐던 만큼 최종적인 결론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서울의 경우 대부분 지난 평가에서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던 자사고들을 올해 재지정평가에서 다시 탈락한 상황이다. 기준점수 70점에 미달한 8개자사고 가운데 한대부고를 제외한 7개교는 2014년 시행했던 지난 1기 평가에서도 지정취소와 취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었다.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5곳은 지정취소, 숭문고와 신일고 등 2곳은 취소유예로 결정됐었다. 자진해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경문고 역시 지난 2015년 취소유예 처분을 받았었다. 해운대고는 재지정평가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법인문제와 감사지적 사례 등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견됐다. 결과적으로 상산고처럼 후폭풍의 부담이 적다고 교육부가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지난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해온 자사고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점도 지정취소 결정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 자사고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고교서열화’가 심화됐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달 15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의 자사고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제 서울에는 전체 자사고 중 약 52.4%가 편중됐다. 일반고 대비 자사고 비율도 11.6%로 전국평균인 2.8%를 크게 넘긴 전국 최상위”라며 “서울 등 일부지역은 자사고 지나치가 많아 과잉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반고 교육에 지장을 주면서 타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교육기회를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사고폐지 소송전’ 불가피.. ‘교육부 교육청 갈등까지 초래’>
교육부가 동의여부를 발표하는 직후 입시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진해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 경문고를 제외한 9개고교가 모두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자사고 관계자들에 의하면 교육부가 교육청의 지정취소 요청에 동의하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학교들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 기간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해운대고와 지난달 26일 일반고 전환이 확정된 안산동산고 역시 법적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게다가 전북교육청까지 상산고에 대해 교육부가 부동의한 것을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을 밝혔다. 자사고들뿐 아니라 교육당국 사이에서도 법정다툼이 벌어지는 양상으로 번지면서 고입파행이 우려된다.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서울 8개자사고는 이미 청문 과정에서부터 법적 대응을 준비해왔다. 이대부고 관계자는 “청문이 형식적 절차라는 걸 알고 있다. 청문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어서 일부러 학부모들도 오지 않게 했다”며 “이미 학교들이 소송 절차를 준비 중이고 법적 대응 쪽으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고의 김종필 교장도 “청문은 요식행위라고 생각한다. 자사고 지정이 취소 되면 법적 절차 밟을거다”라고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자사고들이 향후 있을 소송에 대비해 행정절차를 모두 이행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청문을 거부하지는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해운대고 역시 지정취소로 결정날 경우 다른 자사고들과 연대해 법적대응을 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전북교육청까지 ‘소송전’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가 상산고의 지정취소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렸던 당일에도 즉각 유감의 뜻을 표했었다. 사실상 법적대응을 예고하며 반발했던 셈이다. 당시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와 교육부는 더 이상 교육개혁이란 말을 담지 않길 바란다. 부동의 결정으로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파트너를 잃은 것이다. 향후 법적대응에 대해선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지정취소가 결정된 자사고들뿐만 아니라 전북교육청까지 소송을 제기한다면 전국 각지에서 고입파행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사고들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고입의 변수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미 지정취소로 결정이 나도 그동안 입시를 준비해왔던 수요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고입혼란이 장기화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이다. 다수의 자사고들이 법정공방을 예고한 상황이다. 특히 자사고들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변수다. 평가의 공정성을 놓고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일반고 전환에 따른 자사고와 재학생들의 피해가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본안소송이 진행되는 3년에서 4년 가량 자사고들이 지위를 유지할 수도 있는 셈”이라며 “심지어 같은 교육당국인 전북교육청마저 교육부의 결정에 반발하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자사고들의 행정소송은 애당초 예견됐었다. 그럼에도 자사고폐지를 강행했고, 교육청까지 교육부의 결정에 불복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입파행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교육당국에게 수요자 피해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비용’ 서울 자사고폐지.. ‘8개교 매년 400억’>
현재 자사고 지정취소가 유력한 서울 8개자사고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매년 약 4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자유한국) 의원실이 지난달 29일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의 8개교를 한꺼번에 일반고로 전환시킬 경우 첫해부터 135억3600만6000원을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후 2년차엔 264억4102만3000원, 3년차 이후부턴 매년 396억6153만6000원이 정부지원금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재정결함보조금은 사립학교가 입학금 수업료 법인전입금 등으로 교직원 인건비, 법정부담금, 교육과정 운영비 등을 충당하지 못할 경우 교육청이 지원하는 예산이다. 

재정결함보조금은 매년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일반고 전환 시 1년차의 경우 고1만 일반고 체제로 운영되지만 2년차에선 고1,2까지 확대된다. 3년차부턴 전 학년이 일반고 체제가 되는 만큼 재정결함보조금의 규모도 커지는 것이다. 이미 양고 용문고 미림여고 우신고 대성고의 5개교는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올해는 이들 학교에게 158억9719만9000원이 지원된다.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8개교에 더해 경문고까지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재정결함보조금을 받는 고교들은 14곳까지 늘어난다. 실제로 내년 재지정평가에서도 상당수 특목고와 자사고들이 일반고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각 학교들에게 투입해야 하는 재정결함보조금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과도한 예산지출을 우려하는 이유다.

<정부가 자초한 ‘입시양극화’.. ‘하나고 쏠림’ 서울 전입 유도>
고입혼란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수요자들의 학교선택을 왜곡해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수요자들은 대입실적을 통해 특목고와 자사고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옥석을 가려오던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정부가 대안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자사고폐지를 밀어붙이면서 특정한 학교로 쏠림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올해 재지정평가를 통과한 하나고의 인기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결과적으로 경기, 인천 등의 지역에서 서울 전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다수의 강북 자사고들의 일반고 전환이 현실화된다면 교육특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수도권의 ‘하나고 쏠림’이 서울 전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전국단위 자사고 가운데서도 상산고 민사고 하나고 등 자사고폐지의 불안심리가 해소된 고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수의 서울권 자사고들의 일반고 전환이 예측되는 만큼 하나고의 인기 상승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나고는 사회통합전형중 다문화가정자녀, 군인자녀에 국한해서만 전국단위로 선발해 사실상 서울소재 학교 학생들만 지원이 가능한 학교로 간주된다. 따라서 일부 경기권 소재 지역 학생들 사이에서 서울 전학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서울권 지역 자사고 대거 지정취소될 경우 ‘하나고 쏠림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내년에 외대부고마저 재지정평가를 통해 탈락한다면 경기권의 자사고는 전무하다. 경기권에 소재하고 있는 8개외고와 3개국제고까지 대거 특목고 지정이 취소될 경우 서울로 전학을 선택하는 경기권 학생들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재지정평가의 결과대로 일반고 전환이 이뤄진다면 ‘강남8학군’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높다. 사교육을 적극 활용할 경제력이 충분하다면 정시확대가 예고된 대입환경에서 수능대비만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부터 수능에 강점을 가진 학생 역시 교육특구 진입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일각에서 학종비중이 매우 높은 현 대입체제의 특성으로 인해 교육특구 쏠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교육특구 자사고들이 정시를 중심으로 대입실적을 내왔다는 점을 간과한 설명이다. 교육당국이 정시확대를 밀어붙이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이미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심의결과 10개자사고가 모두 탈락한다면 더더욱 정시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교육특구를 대안으로 여길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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