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확대는 예산낭비에 공교육기반약화’.. ‘일반고강화방안부터 만들어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서울교육청이 새로운 학교모델로 ‘혁신미래학교’를 제시해 공모를 진행한다. 올해는 서울 전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8월1일부터 26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최종적으로 초등학교 1곳과 중학교 3곳을 지정할 예정이다. 내년엔 초중고 각1개교 추가로 지정한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서울교육청이 유사한 명칭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요자들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서울교육청은 그동안 혁신학교 혁신미래자치학교 미래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혁신미래학교에 대해서도 사실상 이전 교육감이 진행해온 미래학교 사업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칭만 바꾼 격인 혁신미래학교 7개교에 72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서울교육청의 방침도 과도한 지출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것 이외에는 혁신미래학교가 내용적으로 혁신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혁신미래학교 공모가 혁신학교 확대의 ‘우회로’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혁신미래학교가 미래지향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밝혔지만 큰 틀에선 혁신학교와 차이가 없다고 여겨진다. 사실상 혁신학교 7곳을 신규지정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서울교육청은 혁신미래학교 지정계획을 발표하기 이전에 ‘학력저하’의 우려가 높은 혁신학교의 개선방안을 먼저 제시했어야 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혁신학교 교육성과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온 직후 조 교육감은 혁신미래학교 추진계획을 밝힌 것”이라며 “조 교육감은 자사고가 담당했던 수월성교육은 ‘엘리트 교육’에 불과하다며 일반고를 중심으로 ‘모두를 위한 수월성’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조 교육감의 의욕적인 학교모델인 혁신학교는 수월성교육의 수요를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혁신학교 10년의 공과를 따져보고 내실을 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텐데 무턱대고 늘리기만 한다면 예산낭비는 물론 공교육기반 자체가 약화할 것이다. 일반고강화방안부터 만드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이 새로운 학교모델로 ‘혁신미래학교’를 제시해 공모를 진행한다. 올해는 서울 전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8월1일부터 26일까지 신청을 받는 데 대해 현장에선 사실상 혁신학교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공모 과정에 난관이 예상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혁신미래학교 공모.. ‘명칭 비슷한 사업’ 남발하는 교육청>
서울교육청은 8월 혁신미래학교 공모를 거쳐 9월 중으로 초등학교 1개교, 중학교 3개교를 지정한다. 지난 2014년 서울미래학교로 지정된 창덕여중도 포함된다. 내년엔 초중고 각1개교 지정한다. 혁신미래학교는 서울미래학교와 서울형혁신학교를 결합한 학교모델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전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던 ICT기반 미래학교의 수업혁신 모델을 혁신학교의 미래지향적 교육내용과 결합해 ‘혁신미래학교’를 통해 발전시키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혁신학교의 2단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서울교육청이 명칭이 유사한 사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혁신학교 혁신미래자치학교 미래학교 혁신미래학교 등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거부가 확산되면서 이름만 바꿔 비슷한 각종 학교들을 졸속으로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2009년 경기도교육감 재임 시절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 대신 창의적/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높이는 교육을 추구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실제로 무학년제 집중이수제 교과통합 창의적재량활동 등 다양한 교육과정의 편성이 가능하다. 현재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혁신학교’는 221곳이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부진한 대입실적과 ‘학력저하’ 논란으로 신규 지정을 놓고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미래자치학교는 서울교육청이 지난해 12월 공모를 진행해 8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혁신학교 가운데 성과가 좋은 학교들을 선정해 보다 높은 지원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예산이 3500만원에서 5500만원까지 추가 지원되며 교육과정 운영에서도 최고 수준 자율성이 보장된다. 그렇지만 도입 당시부터 일반학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특히 혁신학교 운영 9년차에 접어든 송정중이 올해 1월 혁신미래자치학교로 선정됐다가 1년만에 폐교되면서 졸속운영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강서구의 공진중 송정중 염강초 등 3개학교를 통폐합한 마곡2중(가칭)이 내년에 개교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교육청은 송정중이 혁신미래자치학교로 지정되기 3년 전인 2015년에 통폐합 계획을 이미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미래자치학교에 대한 관리 부실로 ‘정책 엇박자’까지 빚어진 셈이다.

혁신미래학교의 경우 문용린 전 서울교육감이 도입해 창덕여중이 수행해왔던 미래학교 사업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미래학교의 경우 ICT 기반 교육활동,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 미래학습 체제에 부합하는 학교환경 구축 등이 특징이다. 조 교육감이 발표한 ‘혁신미래학교’도 사업의 내용엔 큰 차이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2022년까지 혁신미래학교 7곳을 지정해 72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와 내년 공모를 통해 초등학교 2개교, 중학교 4개교, 고등학교 1개교를 선정한다. 혁신미래학교로 지정된 학교들은 1,2차년도에 환경구축과 기자재 구입에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각5억원 투입된다. 이후 3차년도부터는 운영예산으로 매년 1억원씩 지원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혁신미래학교의 안정적 구축과 운영을 위해 행/재정적 지원 외에 별도로 ‘혁신미래학교 지원단’을 구성해 컨설팅 교원연수 시스템구축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내용상 미래학교는 물론 혁신학교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혁신미래학교에 상당한 추가 예산이 지원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미 서울지역은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8개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매년 약 400억원의 예산을 들여야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내년 재지정평가 결과 일부 특목고와 자사고들이 추가로 지정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폐지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미 혁신학교 확대에 들인 예산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7개교의 혁신미래학교에도 72억원이 지원된다. 물론 투자한 만큼의 성과가 기대된다면 얼마든지 예산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혁신미래학교는 내용적으로 혁신학교와 유사하지만 ICT교육을 위한 기반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로 상당한 예산이 지원된다. 그렇지만 혁신학교에서 돈이 당초 사업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미 혁신미래자치학교는 졸속행정이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혁신미래학교에 구체적인 계획 없이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지원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학부모 반발’ 확대 우려.. ‘또다른 혁신학교 불과’>
혁신학교 지정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혁신미래학교를 지정하려는 서울교육청의 계획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최근에도 강서구에서 개교할 예정인 마곡2중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예비혁신학교 지정에 대한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올해 4월부터 진행했던 서울형혁신학교 공모 과정에서도 초등학교인 대곡초와 개일초 등의 신청이 최종 무산된 바도 있다. 지난해 말 송파구 재건축단지 헬리오시티에 있는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의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했을 때도 학부모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했었다. 결국 서울교육청은 세 학교를 1년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혁신미래학교 공모과정에서도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서울교육청은 현재 서울의 전체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16.9%인 혁신학교 비율을 2022년까지 2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신규지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월4일 새로 지정된 혁신학교 8개교 가운데 고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초등학교 6곳, 중학교 2곳뿐이었다. 학부모들의 반대여론이 매우 높아 특히 고교에서 혁신학교 확대가 주춤한 모습이다. 서울교육청은 ‘예비혁신학교 의무화 제도’를 도입해 신설되거나 다시 문을 연 학교를 1년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도록 하는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혁신학교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교육청이 혁신미래학교의 지정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자들이 혁신학교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조 교육감은 혁신미래학교가 서울미래학교와 혁신학교의 장점만 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혁신미래학교도 결국 수요자들에겐 디지털 기자재가 마련된 또다른 혁신학교에 불과할 것”이라며 “혁신학교에 대한 현장의 반발은 저조한 대입실적과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렇지만 교육당국은 대입실적에 대해선 침묵하고, 학력저하에 대해선 ‘일반고와 학업성취도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애매한 종단연구의 결과로만 반박하고 있어 수요자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불신이 증폭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대책 없이 혁신학교나 다름없는 모델을 늘리려고 시도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효과 없는’ 서울 혁신학교.. ‘개선방안 없는 지정계획’>
최근엔 서울형혁신학교의 성과가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온 만큼 혁신미래학교에 대한 현장의 기대치도 높지 않다. 부족한 혁신학교의 정책효과를 개선하는 방안보다도 혁신미래학교 지정계획이 먼저 발표됐기 때문이다. 한국항공대 양희원 연구원과 연세대 강유림 연구원은 7월23일 발표한 ‘서울형혁신학교 시행이 학교효과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의하면 학업성취도 창의성 자아개념 학교만족도 등에 있어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에 비해 낮다고 나타난 결과도 있었다. 연구진은 서울교육종단연구 사업을 통해 수집된 2012~2018년 조사자료를 토대로 분석을 진행됐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내용이 많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에 비해 뒤처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도입 초기엔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높았으나, 운영기간이 길수록 격차가 좁혀졌다. 학생의 창의성이나 자아개념 형성에 있어서도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연구진들은 “창의성이나 자아개념 등은 혁신학교 정책이 추구하는 핵심발달 목표다. 그럼에도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에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2011년 이후 8년 동안 지속된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울교육청이 혁신미래학교 공모계획을 발표하기 이전에 혁신학교의 교육성과에 대한 개선방안을 먼저 내놨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음에도 혁신학교나 다름없는 혁신미래학교를 새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셈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조 교육감은 혁신학교와 미래학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선도적으로 보여주고 실천하는 모델학교로 혁신미래학교를 소개했다. 그렇지만 ‘혁신학교의 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교육청 소속인 교육연구정보원의 지원을 받았던 연구진조차 중장기적 관점에서 혁신학교 정책이 큰 효과가 없었다고 결론 냈다. 서울교육청이 혁신미래학교 공모계획을 발표하려고 했다면 먼저 혁신학교 개선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해결되지 않은 ‘학력저하’.. ‘수월성교육 수요 충족 불가’>
다양한 ICT기반 교육활동을 소개했지만 정작 학업능력 향상을 위한 방안이 빠진 점도 현장에서 혁신미래학교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이유다. 실제로 다수의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자체를 거부하는 배경엔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다. 올해 3월 발표된 2018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에서도 중고교 모두 수학과 영어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수조사가 진행됐던 이전의 시기에도 혁신학교들의 학력저하가 명백하게 확인됐던 만큼 지난해 전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하락이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불안감까지 고조시킨 셈이다. 결과적으로 혁신학교가 자사고폐지 이후에도 수월성교육을 찾는 수요자들에게 선택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전수평가를 통해 공개됐던 혁신고교의 학업성취도는 일반고에 비해 확실히 뒤처졌다. 가장 최근 전수조사로 실시됐던 2016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인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였다. 전국 고교평균이 4.5%인 것에 비해 학력저하 현상이 두 배 이상 높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혁신학교의 보통학력이상 비율도 59.6%로 전국 평균인 82.8%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기초학력 비율은 28.5%로 전국 평균 12.7%의 2배 이상이었다. 기초학력미달을 포함한 기초학력 이하 학생이 40.4%이었던 셈이다.

일부의 주장처럼 혁신학교의 학력저하는 특정 지역과 시점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보통학력이상 비율이 2014학년 69%에서 2015학년 67.9%, 2016학년 59.6%로 꾸준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이 2014학년 85.2%에서 2015학년 81.8%로 줄어들었다가 2016학년 82.8%로 다시 반등한 것과 대비된다. 혁신학교와 전국 평균간 격차도 2015학년 13.9%p에서 2016학년 23.2%p로 대폭 늘어났다. 한 과목을 기준으로 봐도 지역별 자료에서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수학의 경우 서울은 2014학년 64.6%, 2015학년 61.1%, 2016학년 57.7%으로 꾸준히 낮아졌다. 경기도 역시 2014년 72.8%, 2015년 69.2%, 2016년 60.5%로 하락했다.

결국 혁신학교의 연장선인 혁신미래학교에서도 수월성교육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폐지될 경우 수월성교육의 수요가 사교육이나 해외유학으로 흐를 수 있는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의 지원방안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혁신학교 확대 등 기존의 정책에 의한 영향력을 부정하면서 오히려 학업성취도 평가 자체를 문제삼았다. 기초학력미달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내놓지 못했으면서도 혁신학교만은 아니라고 강조한 박 차관의 태도가 오히려 불신을 키웠을 것”이라며 “혁신미래학교의 지정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수요자를 고려했다면 서울교육청은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어떻게 이뤄낼지를 먼저 밝혔어야 했다. 지금처럼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가 큰 혁신학교를 늘리고 자사고폐지를 밀어붙인다면 수요자들은 공교육에서 수월성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다. 결국 사교육이나 해외유학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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