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진 없고 치열한 반발에 과도한 비용까지’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지정취소 위기에 놓인 서울의 자사고 8곳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매년 약 40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의하면 자사고가 완전히 일반고로 운영되는 3년차부터 학교당 평균 50억원 수준으로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분석됐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도 재지정평가를 통한 특목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예견되는 만큼 앞으로 정부 예산이 더 많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무리한 특목자사고 폐지정책을 추진하면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고 강화와 고교체제 개편을 위한 교육당국의 실질적인 정책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자사고폐지만 강조하며 현장혼란을 키웠지만 정작 공교육 강화를 위한 방안은 미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특권학교를 없애 일반고로 평준화하자는 주장이 얼핏 공교육에 도움이 되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는 정치적 접근에 불과하다. 교육현실에선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공교육의 수월성을 담당하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한다면 수월성 수요는 사교육이나 해외유학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문재인정부는 일반고의 경쟁력 강화에도 사실상 소홀하다고 본다. 구체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사고를 폐지하면 저절로 ‘일반고 황폐화’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수요자들이 바라고 있는 것은 자사고폐지의 근거가 아닌 일반고 교육역량을 강화할 방안”이라고 말했다.

지정취소 위기에 놓인 서울의 자사고 8곳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매년 약 400억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의하면 자사고가 완전히 일반고로 운영되는 3년차부터 학교당 평균 50억원 수준으로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분석됐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8개교 일반고 전환 시 ‘매년 400억 필요’.. ‘특목자사 폐지로 예산추가 불가피’>
현재 자사고 지정취소가 유력한 서울 8개자사고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매년 약 4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자유한국) 의원실이 7월29일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의 8개교를 한꺼번에 일반고로 전환시킬 경우 첫해부터 135억3600만6000원을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후 2년차엔 264억4102만3000원, 3년차 이후부턴 매년 396억6153만6000원이 정부지원금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액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재정결함보조금이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정결함보조금이란 사립학교가 입학금 수업료 법인전입금 등으로 교직원 인건비, 법정부담금, 교육과정 운영비 등을 충당하지 못할 경우 교육청이 지원하는 예산이다. 1년차의 경우 고1만 일반고 체제이지만 2년차에선 고1,2까지 확대된다. 3년차부턴 전 학년이 일반고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정결함보조금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등록금 수입은 감소한다.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선 재정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충당해야 하는 몫이 늘어난다고 예측되면서 교육부도 매년 4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3년차부터는 매년 학교당 40억에서 50억원 내외의 재정결함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에선 일반고 전환에 따라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받는 고교들은 동양고 용문고 미림여고 우신고 대성고의 5곳이다. 올해 이들 학교에 대해 158억9719만9000원의 재정결함보조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전문가들도 향후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액수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교육청은 자사고가 유발한 고교서열화 등의 폐해가 더 크기 때문에 재정결함보조금 등 예산의 추가투입을 기꺼이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5개교에 올해 8개교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도 일부 고교들이 더해질 수 있는 만큼 비용을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명확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도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한 자사고폐지가 역효과가 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재탕’ 서울 일반고 지원방안.. ‘구체적인 계획도 부재’>
그렇지만 서울교육청이 내놓은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은 수요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항이다. 오히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기존 정책에 추가예산을 배정하면서 불신만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담화문을 통해 자사고 폐지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보다 무게를 실은 모습이었다. 교육부가 일괄적으로 자사고폐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물론 특목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국민적 공론화를 국가교육회의에서 진행하는 방안까지 제안했다. 정작 수요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일반고의 교육역량 강화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오히려 이미 시행했던 정책을 다시 발표한 ‘재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조 교육감은 7월17일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의 지원방안을 포함한 일반고 종합지원계획인 ‘일반고 전성시대 2.0’을 발표했다.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높이기 위해 추진된 지난 ‘일반고 전성시대’ 계획의 연장선이다. 일반고로 전환한 자사고에 서울교육청이 5년간 10억원, 교육부가 3년간 10억원을 각각 지원할 계획이다.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학교당 최대 2000만원까지 강사비를 제공해 학생 수요가 적은 과목도 개설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과목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일반고 교사를 교육과정/진로/진학전문가로 양성한다는 방안도 있었다.

그럼에도 예산지원을 통해 어떻게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지에 대한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조희연 교육감은 담화문에서 예산지원을 통해 일반고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안들을 발표했다. 다만 그 예산을 활용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교원학습공동체’나 ‘일반고 권역별 공유 캠퍼스’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방식을 제안했지만 예산을 기반으로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수요자들도 실질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낮은 상황”이라며 “조 교육감 말대로 실제로 일반고가 개선됐다면, 상대적으로 학비가 비싼 자사고를 굳이 찾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온다. 일반고 지원방안만으로도 충분히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면 담화문을 통해 자사고를 ‘부자학교’ ‘특권학교’라고 몰아붙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큰 그림 없는’ 고교체제 개편.. ‘자사고폐지로 공교육 약화 우려’>
교육당국이 무리하게 자사고폐지부터 밀어붙이면서 공교육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채 수월성교육 수요를 충족해왔던 자사고폐지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고교의 ‘하향평준화’가 유발되면서 사교육과 해외유학으로의 ‘풍선효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자사고폐지 이외엔 고교체제 개편의 방향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국가교육회의의 논의를 진행해 결정한다는 방침만 정했다. 대안 없이 특목자사고의 폐지만 내세운 교육당국의 정책실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2017년 7월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단계적 고교체제 개편을 발표한 이후 교육부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1단계는 ‘고입 동시실시’와 ‘일반고 중복지원 금지’였다. 자사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렇지만 자사고 관계자들이 헌법소원까지 재기하면서 일반고 중복지원 금지는 위헌으로 결정났다. 고입동시실시 역시 위헌으로 판단한 헌법재판관들이 더 많았지만 정족수가 부족해 합헌이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첫 순서인 입시제도 개선부터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후 2단계로 재지정평가를 통한 일반고 전환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일반고로 전환된 학교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도 제공한다. 교육부는 2020년 하반기부터 3단계에 돌입한다. 대국민 의견을 수렴해 본격적인 교육체제 개편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교육부는 구체적으로 고교체제를 어떻게 개편할지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현 정부가 편향적 인식으로 대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자사고폐지부터 추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문재인정부는 애초부터 고교체제 개편과 일반고 강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우수학생들을 ‘싹쓸이’하기 때문에 일반고 학생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특목자사고 탓만 하면서 아무런 대책도 없었던 셈”이라며 “정부가 공교육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수요자들은 사교육과 같은 대안을 택할 것이다. 사교육의 영향력이 막강한 교육특구 쏠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 교육여건에 대한 불신으로 이른 시기부터 해외유학을 선택하는 우수학생들도 늘면서 ‘풍선효과’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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