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메인박스-좌(고입) 혁신학교 확대 갈등
'성과 없는' 혁신학교.."10년 예산지원에도 차이 없어"종단연구결과..'반발 불신 확대 불가피'
  • 손수람 기자
  • 승인 2019.07.23 17:32
  • 호수 312
  • 댓글 0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혁신학교’의 교육적 성과가 일반학교와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이 진행한 ‘제5회 서울교육종단연구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서울형혁신학교 시행이 학교효과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학업성취도 창의성 자아개념 학교만족도 등에 있어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유의미한 차이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일반학교의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결과도 나왔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크지 않았다. 창의성이나 자아개념 등 혁신학교의 핵심적인 교육목표로 여겨지는 부분들에서도 일반학교와 차이가 거의 없었다. 연구자들은 혁신학교 정책의 효과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렇지만 혁신학교 정책의 성공이나 실패를 명확하게 진단할 수 없는 애매한 연구결과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서울교육청이 연구를 직접 지원하는 만큼 애초부터 충분한 객관성을 갖추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혁신학교와 일반학교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결과는 명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정책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설정한 변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연구자들이 다소 애매하게 결과를 해석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서울교육종단연구 사업’ 자체부터 서울교육청 소속인 교육연구정보원의 지원을 받는다. 연구자들이 ‘제3자’의 입장에서 온전하게 객관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웠던 환경으로 여겨진다. 연구자들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보진 않지만,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 정책에 반박하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논문의 내용을 살펴볼 때 보다 비판적으로 연구결과를 해석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며 “교육당국은 지난해 말 비슷한 결론이 나왔던 연구를 ‘실증적 자료에 기반한 혁신학교의 성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연구 역시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는 결과는 혁신학교의 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특히 종단연구가 활용하는 통계적 분석과 모형들은 자녀들을 당장 학교로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지금처럼 애매하고 해석의 여지가 많은 연구결과로는 혁신학교의 ‘학력저하’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혁신학교’가 학업성취도나 학생의 창의성 등에서 일반학교와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형혁신학교 시행이 학교효과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학업성취도 창의성 자아개념 학교만족도 등에 있어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유의미한 차이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성과 미미’ 서울형혁신학교.. ‘유의미한 정책효과 없어’>
서울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서울형혁신학교’의 교육적 성과가 미미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항공대 양희원 연구원과 연세대 강유림 연구원은 23일 ‘서울형혁신학교 시행이 학교효과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학업성취도 창의성 자아개념 학교만족도 등에 있어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에 비해 낮다고 나타난 결과도 있었다. 연구는 서울교육종단연구 사업을 통해 수집된 2012~2018년 조사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다. 연구자들은 학교들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유사하도록 통제한 후 일반학교와 비교해 서울형혁신학교 정책의 효과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연구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내용이 많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에 비해 뒤처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도입 초기엔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높았으나, 운영기간이 길수록 격차가 좁혀졌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일반학교가 오히려 추월한 결과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고 3학생을 대상으로 2012년 2015년 2018년의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를 비교한 결과 학교유형별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다. 2012년 혁신학교의 수학/영어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보다 높았다. 2015년의 경우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감소했다. 2018년에는 일반학교의 학업성취도가 혁신학교에 비해 높아지는 경향성이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 낮은 학업성취도를 보이며 그 차이가 유의미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의 창의성이나 자아개념 형성에 있어서도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혁신학교의 자아개념이 일반학교보다 높았던 일부 시기가 있었지만, 창의성과 자아개념에 대한 장기적인 경향성은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진들은 “창의성이나 자아개념 등은 혁신학교 정책이 추구하는 핵심발달 목표다. 그럼에도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에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2011년 이후 8년 동안 지속된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교만족도의 경우 전반적으로 혁신학교들이 높다고 조사됐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결국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 차별화된 교육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현 정부가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던 ‘혁신학교의 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자율성 자기주도학습 리더십 등의 가치가 학종 중심의 현재 수시체제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점이 재차 확인됐다”며 “이미 대입실적을 통해서도 충분히 파악되고 있던 부분이다. 2018학년 개교한 금호고와 도선고를 제외한 서울형 혁신고 12개교의 서울대 수시등록실적은 2016학년 5명, 2017학년 10명, 2018학년 9명이었다. 최근 3년 동안 학교당 1명도 기록하지 못한 결과다. 취약지구 위주로 설립된 자공고들은 물론 강북 일반고까지 서울대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2009년 첫 등장한 이래, 도입 10년이 됐음에도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은 곳을 우선 지정했다는 반론밖에 제기하지 못하는 것이 혁신학교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아전인수’ 교육당국.. ‘혁신학교 성과도 드러나지 않아’>
지난해 말 교육당국이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홍보했던 혁신학교에 대한 연구결과 역시 과장됐던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실증자료에 기반한 혁신학교의 성과”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장에서 제기됐던 학력저하 논란을 적극 반박했다. 이후에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같은 내용을 인용하며 혁신학교 확대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서울형신학교에 대한 분석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로 크게 유의미한 부분이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연구진들은 국어 수학 영어의 성취도 점수와 함께 수업참여도 교우관계 학교만족도 등의 정의적 특성도 종합해 분석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학력저하를 따질 때보다 평가항목을 늘린 셈이다. 학생의 종단연구를 수행해 비슷한 조건의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학생들의 입학시점과 졸업시점의 성적을 비교한 특징도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료를 기준으로 중3, 고2 시기의 자료를 연계한 종단자료를 다양한 모형을 동원해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혁신학교와 비슷한 수준의 일반학교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국어 수학 영어의 성취도 차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혁신학교가 정의적 영역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고도 덧붙었다. 

당시 교육당국은 일반학교와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혁신학교에 대한 ‘학력저하’ 논란을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혁신학교의 교육적 성과 역시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교육전문가는 “연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서울형혁신학교에 대한 연구결과와 마찬가지인 셈”이라며 “문제는 해석이다. 당시 교육당국은 혁신학교가 일반학교보다 학업성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위해 연구결과를 활용했다. 현장에서 우려하는 ‘학력저하’ 문제에 대해서는 일종의 논리적인 반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혁신학교가 학생들의 교육적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종단자료를 기반으로 한 두 연구에서 혁신학교와 일반학교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만큼 오히려 혁신학교가 굳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불신 확산’ 혁신학교 확대.. ‘예비혁신학교 지정도 반발’>
실제로 혁신학교에 대한 현장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서울교육청은 ‘예비혁신학교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며 신설되거나 다시 문을 연 학교에 대해 1년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도록 방침을 정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내년에 강서구에서 개교할 예정인 마곡2중(가칭) 학부모와 지역주민들도 예비혁신학교 지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마곡2중 예비혁신반대 반대추진위원회와 공정사회를위한시민모임은 23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곡2중은 강서구의 공진중 송정중 염강초 등 3개학교를 통폐합해 내년부터 개교한다. 서울교육청은 신설 예정인 마곡2중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할 계획이다. 예비혁신학교는 우선적으로 약 1000만원 정도의 예산과 교육연수 등을 교육청이 지원한 후 1년간의 운영성과를 토대로 학교 구성원들에게 혁신학교 전환여부를 다시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혁신학교 전환 기준이 일반학교의 경우와 다르지 않아 교사 또는 학부모 가운데 50%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1년 후 다시 교사를 중심으로 혁신학교 추진을 시도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학부모와 지역주민들 역시 예비혁신학교가 혁신학교 지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추진위원회 한 관계자는 “혁신학교 개교와 관련된 설문조사에 참여한 57.9%의 학부모 가운데 86.6%가 반대했다”며 “예비혁신학교로 지정된다면 이후 혁신학교 전환 시 학생, 학부모에게 결정 권한이 없고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 이미 혁신학교에서 실험 시작을 위해 전입된 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그대로 배정 되어있는 상태인 만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마곡지구의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주민들은 아이들의 기초학력이 보장되는 일반중학교 개교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당국이 혁신학교에 대한 현장의 격렬한 반발을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당국이 스스로 불신을 키운 탓이다. 교육공무원들도 자녀를 혁신학교로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 드러난 데다 최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학생들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늘어난 결과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의 지원방안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혁신학교 확대 등 기존의 정책에 의한 영향력을 부정하면서 오히려 학업성취도 평가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다. 혁신학교 확대에 따른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에겐 그런 정부당국자의 태도가 더욱 불안감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8곳 신규지정’ 서울형혁신학교.. 221개교로 확대>
현재 서울형혁신학교는 221곳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서울 전체 학교 가운데 약 16~17%의 비중이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4일 신규지정된 혁신학교 8개교를 발표했다. 새롭게 지정된 학교는 서울미동초(서대문구) 서울봉래초(중구) 서울신암초(강동구) 서울아현초(마포구) 서울양남초(광진구) 서울영희초(강남구) 동구여자중(성북구) 연서중(은평구) 등이다. 

초등학교 6곳, 중학교 2곳으로 고교의 신규지정은 없었다. 학력저하 우려에 따른 학부모들의 반발로 고교의 경우 신청 자체가 어려운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진행했던 서울형혁신학교 공모 과정에서도 초등학교인 대곡초와 개일초 등의 신청이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말 서울교육청이 송파구 재건축단지 헬리오시티에 있는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의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했을 때도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다. 가락초는 2014년부터 휴교상태였지만 주민들이 입주를 시작한 올해 3월부터 다시 개교했고, 해누리초중은 서울의 첫 초중등 통합운영학교 문을 연 상태다. 당초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신설학교에 대해 혁신학교 임의지정 해왔던 관행을 들면서 강행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단체민원을 제기했을 뿐 아니라 교육청 앞에서 반대시위도 이어가면서 결국 세 학교를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2022년까지 혁신학교 비율을 2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서울교육청의 계획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여백

손수람 기자  sooram@veritas-a.com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수람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