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의 <이은상 사집>은 조선 중기 문신 이은상(李殷相, 1617∼1678)의 사 전편(全篇) 38수를 담았다. 이는 사를 창작했던 역대 조선 문인 중 다섯 번째로 많은 편수다. 

이은상 사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그 구체성이다. 기행사이건 증별사이건, 각 작품에는 인물, 지역, 여정, 교유 상황, 에피소드 등 당시 작자의 실제 생활이 생생하게 반영되어 있다. 이는 이은상이 사라는 시가 갈래에 대해 별다른 편견이나 어려움 없이 능동적으로 수용해 친숙하게 향유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는 시에 비해 형성 및 발전 시기가 늦었고, 한반도로 전파된 것도 우리 문인들이 정형구의 시에 익숙해진 한참 후다. 게다가 작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사패마다 구별 글자 수와 운자 배치 등을 따로 신경 써야 하는 장단구 특유의 난점도 있다. 

하지만 이은상은 사라는 후발 시가 장르를 비교적 쉽게 받아들였고 이내 여러 사패를 익숙히 운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금강산 기행이나 지인 송별 등의 실제 생활을 사에 담은 덕분에, 각각의 구체적 순간은 뚜렷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이은상의 사를 통해 우리는 그가 보고 듣고 행하고 교유하고 느꼈던 것들을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한자라는 기록 수단과 사라는 형식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이은상이 사에 담은 것은 바로 조선 문인의 실제 생활의 면면이다. (지은이 이은상(李殷相), 옮긴이 김지현, 16800원)

<책 속으로>

다시 50리를 가 온정에 이르렀다. 고성 태수인 이종사촌 형님 이차산 사군이 목욕하는 곳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4년간 떨어져 있다가 먼 외지에서 만났으니 그 즐거움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에 온정에서 목욕을 했는데, 사촌 형이 본 도의 관찰사가 곧 경내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돌아갔다. 이에 목욕한 곳에서 숙박했다. 12일에 식후에 온정을 출발해서 15리를 가 발연에 도착했다. 폭포가 암석 사이로 몇 리를 날듯이 흐르는데, 소리가 숲과 계곡을 뒤흔든다. 이곳이 바로 스님들이 빠르게 흐르는 물살을 타고 부딪치며 내려왔던 곳으로, 역시 한 폭의 뛰어난 장관이었다. <보살만>을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읊조렸다.

又行十五里抵溫井. 高城太守表兄李使君次山氏出待于浴所. 離四年, 會合於天涯, 喜可知也. 仍浴溫井, 表兄聞本道方伯將到境先還, 仍宿浴所. 十二日食後發溫井, 行十五里抵鉢淵, 瀑布飛流巖石間數里, 聲震林壑, 使僧徒坐馳水激處衝突而下, 亦一奇觀. 口占菩薩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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