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총학생회 대학원학생회까지 가세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최근 국방부에서 논의 중인 전문연구요원(이하 전문연) 축소 방안에 대해 과기원이 반발하고 나섰다. KAIST 지스트대학 DGIST UNIST로 구성된 과학기술원 교수협의회(이하 과기원교수협)는 전문연 정원 축소 계획의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22일 발표했다. 과기원교수협은 “과학기술 및 산업 발전과 후학 양성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과기원 교수로서 전문연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전문연 정원 축소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2016년에 이어 또다시 소통 없이 전문연 감축안을 내놓은 국방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소통과 대안 없는 전문연 감축안은 지금도 부족한 고급 과학기술인재를 해외로 유출시키고, 대학-연구소-기업으로 이어지는 과학기술 생태계를 붕괴시켜, 종국에는 국가기술 주권과 산업경쟁력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15일 과총 과학한림원 공학한림원 의학한림원의 4대 과학기술단체도 전문연 축소 반대 성명을 내놓은 데 이어 16일에는 4대 과기원과 서울대 포스텍 고려대 연세대 등 총학생회와 대학원 학생회로 구성된 ‘전문연구요원 감축 대응 특별위원회’가 전문연 감축 방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연 제도는 병역 자원 일부를 병무청장이 선정한 지정업체에서 3년간 연구인력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병역대체복무제도다. 석/박사 등 고급인력에 학문, 과학기술의 지속적 연구기회를 부여해 국가산업의 육성/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실시 중이다.

최근 국방부가 전문연 축소 방침을 다시 내놓으면서 4대 과기원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문연 제도는 우수인재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근거를 들어 전문연 축소의 악영향을 우려했다. /사진=KAIST 제공

<4개 과기원 교수협 성명서.. ‘우수인재 해외유출 방지 역할’>
4대 과기원 교수협은 전문연 제도에 대해 우수 인재의 해외유출을 막아온 제도라고 평가했다. 과기원교수협은 “우수 과학기술인재의 국내 대학원 진학 및 해외유출 방지를 통해 대한민국의 자립적 과학기술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대체불가능한 제도”라며 “감축은 이공계 대학원의 인적 자원 붕괴와 연구역량 저하만이 아니라, 최근 일본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처럼 중소기업 및 연구기관의 첨단기술인력 부족을 초래해 기술주권 상실까지 이어질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시도”라고 말했다. 

복무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봤다. 첨단 국방과 국가안보를 실질적으로 담보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군사적 기능에 경제/사회적 영역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안보’ 시대에 군 현대화와 선진화를 이끄는 데 과학기술이 절실하다는 논리다. “21세기 국방과 국가안보는 냉전 시대 생존 차원의 국토방위를 넘어 기술/정보/자원/무역/금융/환경/복지/문화 등 제반영역의 번영과 안전을 보장하는 포괄적 안보로 바뀌고 있다. 지난 사십년간 전문연 제도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국가사회적 문제해결과 함께 국방과학기술 고도화를 통한 군의 현대화/선진화/고급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해왔다”고 설명했다.

전체 현역병 대비 극소수에 불과한 전문연을 폐지하는 것은 복무자원 감소의 해결책이 될수 없다고도 꼬집었다. “현역병 입영 인원의 1퍼센트 남짓 밖에 안되는 2500명의 전문연구요원의 현역병 전환은 복무자원 감소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며 “1개 중대당 1명에 불과한 인원을 첨단연구실 밖으로 내모는 것은 군 복무자원의 심각한 낭비”라고 덧붙였다.

<연구인력 병역대체복무제도.. 2016년 국방부 ‘전문연 폐지’ 방침 논란 대두>
전문연 폐지/축소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국방부가 전문연 제도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전문연 제도는 병역 자원 일부를 병무청장이 선정한 지정업체에서 3년간 연구인력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병역대체복무제도다. 석/박사 등 고급인력에 학문, 과학기술의 지속적 연구기회를 부여해 국가산업의 육성/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실시됐다. 

국방부는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을 포함한 병역특례요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2023년까지 완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 중에서도 박사과정 3년간 연구개발을 실시하는 박사 전문연은 2019년부터 폐지한다는 방침이었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현역자원 부족이 예상되는 이상 병역 특례제도인 대체복무제도를 폐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사 전문연은 지정업체로 선정된 자연계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수학 중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대 대학원의 경우 대학원 학점 50%와 TEPS(텝스)점수 50%를 합산해 전문연 편입(선발) 여부가 결정되지만 KAIST GIST DGIST UNIST의 4개 과기원은 신입생 수만큼 전문연 인원이 배정되기 때문에 전문연으로 자동 편입되는 구조다.

박사 전문연이 단절 없이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전문연 제도의 직접적 수혜대상인 4개 과기원은 즉각 반발했다. 폐지에 반발하는 대학과 총학생회에서는  “전문연구요원 박사과정은 경력 단절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였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 제도를 통해 과학기술 연구개발 발전을 선도할 수 있었다”면서 “여전히 우수 인재가 필요한 상황에서 군 입대가 20~30대 우수 연구인력의 경력 단절을 초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과학계/산업계 전문가들과 의견청취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국방의 관점에서만 정책을 추진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4대 과기원을 포함해, 포스텍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등 국내 9개대학은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반대 의견서를 공동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40여 년 동안 박사급 고급 연구 인력 양성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해 온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면서 “전문연구요원제도는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공계 인재의 연구 경력 단절을 해소하고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유인책으로 작용해왔다”고 말했다. 폐지 계획에 대해서 “병역자원 감소를 이유로 국가 미래를 책임져야 할 핵심 이공계 인력의 연구 경력을 단절시켜 국가 경쟁력 약화를 유발하게 하는 결정이며 국반 인력자원을 양적 측면에서만 본 근시안적인 접근”이라면서 “현대의 국방력은 과거와 달리 병역자원의 수보다는 탄탄한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한 첨단 국방기술과 무기체계로서 확보될 수 있으므로 과학기술 역량을 갖춘 우수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국방력 확보에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문연 제도가 박사 진학 영향 미쳤다’는 응답 80% 달해>
과기원 교수협 주장대로 전문연이 인재 해외 유출 방지 효과가 있다는 설문결과가 지난해 나오기도 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곽승엽 교수의 ‘전문연구요원 제도 운영 및 선발의 현황과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KAIST 포스텍 대학원생 15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문연 제도가 박사과정 진학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80%에 달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 묻는 항목에서는 62%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전문연 제도가 폐지되면 해외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겠다는 비율 역시 49%로 높았다. 

비슷한 조사결과는 2012년에도 있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고급과학기술인력양성을 위한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효율적 운영방안 연구’(엄미정)에 따르면 대학/기업체에서 복무하고 있는 전문연구요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공계 유인 효과’ ‘연구직 요인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60% 이상이 높은 효과가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대학에 복무하는 전문연구요원의 경우 그 효과가 더 크다고 봤다.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없었다면 30% 이상이 석사 자체를 진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대부분 석박사 진학 시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고려한 것이다. 

전문연 배정 제외를 가정한 질문에서 전문연구요원들은 병역 문제 해결 이후 유학을 가거나 취업을 했을 것으로 응답했다. 기업 전문연구요원을 선택하겠다는 의견이 44%, 병역복무 후 해외유학을 가겠다는 의견이 41%였던 반면 국내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의견은 16%에 그쳤다. 전문연 제도가 국내 대학에 체류해 학습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왔다는 분석이다. 

<이공계 기피현상, 해외인재 유출 심화 우려>
이공계 기피현상은 의대 선호현상과 맞물려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초 이상민(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4개 과기원에서 2016년 133명, 2017년 143명, 2018년 171명의 중도탈락생이 발생해 매년 증가하는 모양새다. 국내 최고 연구기관에서 약150명 가량의 학생이 자퇴를 결심한다는 것은 의대 진학 외 다른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보장되는 의학계열 전문직 인기가 계속되면서 의대 입시가 최상위권 이공계 인재를 휩쓸어가는 모습이다.

설립근거 자체에서부터 이공계 인재 양성을 내걸고 운영 중인 과고/영재학교에서조차 의대로 진학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2017년 이동섭(국민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과고/영재학교 계열별 진학현황’에 따르면 영재학교는 2017학년 졸업생 675명 중 8.4%인 57명, 과고는 졸업생 1676명 중 2.7%인 45명이 의학계열로 진학했다. 의대진학 시 추천서 작성거부, 장학금/지원금 회수 등 학교 차원에서 의대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의 입학을 막고 있지만 매년 의대 진학인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일반고 대비 막대한 재정지원이 이뤄지는 고교에서 설립취지에 반하는 진학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전문연 폐지는 기피 현상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최상위 이공계 인재들은 과고/영재학교를 거쳐 이공계특성화대학이나 서울대 등으로 진학하는 것이 통상의 예다. 특히 박사과정을 염두에 두는 경우 전문연 제도의 존재가 진학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현재 과고/영재학교에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내심 이공계와 의대 사이에서 저울질 하던 학생들은 대다수 의대로 마음을 돌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전문연 제도는 해외로 조기 유학을 갔던 유학생이 우리나라로 귀환하는 동기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해외에서 학부를 졸업한 학생이 다시 한국으로 복귀하는 통로라는 것이다.  ‘고급과학기술인력양성을 위한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효율적 운영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인용된  서울대 조사에 따르면 2012년 8월 당시 서울대에 소속된 전문연구요원 중 해외대학 출신은 9명 정도로 2009년 편입 1명, 2010년 3명, 2011년 5명에 이어 증가세였다. 

한 대학 관계자는 “우수 인력들이 해외에 눈을 돌리지 않고 국내 진학을 결심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전문연 제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대학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병역대체복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연 제도가 사라지면 대학원 진학을 앞둔 인재 중 상당수가 해외대학으로 진학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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