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경쟁률 '상승' 전망.. 사시폐지 취업난 반수생 등 3중 영향

[베리타스알파=유수지 기자] 최근 실시된 법학적성시험(LEET)에 역대 최다 인원이 응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법학전문대학협의회는 “14일 실시한 법학적성시험에 전체 지원자 1만1161명 중 92.2%인 1만291명이 응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했던 9740명의 응시인원을 훌쩍 넘는 결과로, 2009년부터 올해까지 총 열두차례 시행된 LEET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응시했다. 올해 LEET는 이미 접수인원부터 역대최대를 기록하며, 응시인원 증가가 예상됐던 상황. 응시인원도 역대최대로 확인되면서 지난해 주춤했던 로스쿨 경쟁률도 함께 상승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LEET 응시생이 증가추세인 것은 사법시험 폐지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로스쿨 체제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법조인력 양성의 역할을 담당했던 사법시험은 2017년 2차/3차 시험을 끝으로 완전히 폐지, 로스쿨만이 유일한 법조인력 양성의 통로로 남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 사법시험 인재풀들을 끌어들이면서 응시생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여기에 꺾일 줄 모르는 청년 취업난, 로스쿨 '반수생'들의 존재도 응시인원을 늘리는 요인으로 보인다.

응시인원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올해 로스쿨 경쟁률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해 이례적으로 경쟁률이 하락했던 상황인 만큼, 소폭이라도 반등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난해 실시한 2019학년 전국25개법전원 경쟁률은 4.7대1(모집2004명/지원9424명)로 2018학년 5.19대1(2000명/1만378명)보다 하락했다. 2016학년 4.71대1, 2017학년 4.84대1, 2018학년 5.19대1로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주춤한 양상이다. 법학계에서 정성평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지만 공정성 논란 등으로 여전히 정량평가의 비중이 높아 학부성적 어학성적 등이 낮은 학생들이 로스쿨 지원을 주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LEET는 로스쿨 교육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수학 능력과 법조인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소양, 잠재적 적성을 가지고 있는지 측정하는 시험으로 전국 25개로스쿨에서 모두 필수전형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법학적성시험(LEET)에 역대 최다 인원이 응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0 LEET 응시자 1만명 돌파 ‘역대 최대’.. 1만291명>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14일 실시된 LEET에는 총1만291명이 응시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응시자 9740명 보다 551명이 상승하며 최고치를 또 한 번 경신했다. 전체 지원자 1만1161명 가운데 92.2%이 실제 시험을 치렀다. 원서마감 이후 응시를 포기(환불)한 인원들을 포함, 결시인원은 870명에 그쳤다. 

올해 LEET는 서울부터 제주까지 총9개지구 17개교에서 실시됐다. 지구별 응시인원은 서울이 776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원628명 부산562명 대구386명 광주272명 전주163명 대전384명 춘천92명 제주44명 순이다.

올해 응시인원은 LEET 시행 이래 최대 규모다. 최근 LEET 응시인원은 지속적인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첫 시험 이후 7000명대 응시규모를 보이다 2013학년에는 역대 가장 적은 6980명이 응시하기도 했다. 2016학년부터는 꾸준히 응시인원이 늘고 있다. 2016학년 7579명이던 응시인원은 2017학년 8110명, 2018학년 9408명, 2019학년 9740명으로 확대됐고 올해는 1만291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처럼 LEET 응시인원이 지속적인 늘어나는 것은 사법시험 폐지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국내 법조인력 양성의 ‘중추’ 역할을 해 오던 사법시험은 로스쿨 도입으로 인해 2017년 2차시험과 3차시험을 끝으로 완전히 폐지됐다. 사법시험이 법조계의 배타적 독점 체제를 만든 원인이며, 고시 장수생을 양산해 국가인력 낭비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참여정부가 법조인 양성체계를 로스쿨로 바꾼 데 따른 것이다. 2015년 말 법무부가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로스쿨 측에서 집단자퇴/학사거부 운동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한 끝에 헌법재판소가 사법시험 폐지 내용이 담긴 변호사시험법을 합헌으로 결론 내리면서 원래 계획대로 사법시험은 폐지 수순을 밟았다. 2016년에는 마지막 1차시험(제58회)이 실시됐고, 2017년에는 2차시험(제59회)과 3차시험(제59회)만 진행됐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법조인력이 되기 위해서는 로스쿨로 진학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로스쿨 진학의 전제조건인 LEET 응시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사시가 완전 폐지된 해인 2018학년 LEET 응시자가 1회 시험 이후 처음으로 9000명대를 돌파하면서 이미 응시인원 증가 추세가 나타났던 상황이다. 그간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이 2016년 실시된 마지막 1차시험 탈락 후 로스쿨 진학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다수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난’과 ‘반수생’도 LEET 응시인원이 늘어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대학 졸업자나 졸업예정자들이 전문직인 법조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반수생’들의 존재도 응시인원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대입 전문가는 “이미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 중에서도 다시금 LEET를 보는 인원들이 상당하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적은 없지만, 인기가 낮은 지방 로스쿨에서는 30% 이상이 반수/재수를 선택하기도 한다. 선호도 높은 로스쿨을 나와야 졸업 이후 취업에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지난해부터 변시 합격률이 투명히 공개되고 있다보니 조금이라도 더 변시 합격 가능성을 높이고 향후 취업에도 유리한 로스쿨로 옮기기 위해 LEET에 재도전하는 인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취약계층의 LEET 응시 증가도 소폭 영향을 줬다. 지난해 로스쿨 취약계층 선발비율을 기존 5%에서 7%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올해 취약계층 응시자는 실제로 증가했다. 올해 LEET 응시료 면제대상인 경제적 취약계층 응시자는 지난해 395명보다 48명이 증가한 443명을 기록했다. 

다만 한 교육전문가는 “현재 LEET는 대부분 사교육을 통해 대비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험 난이도는 물론,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 별도의 강의를 듣는 인원들이 많다”라며 “LEET 응시료 면제, 선발비율확대, 등록금 지원 등이 있다 하더라도, 취약계층이 로스쿨을 입학하기 위한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등 취약계층 입장에서도 어려움 없이 준비 가능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로스쿨 경쟁률 ‘상승’ 전망.. 지난해 4.7대1 기록>
올해 LEET 응시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로스쿨 경쟁률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는 이례적으로 응시자가 역대최고를 기록했는데도 경쟁률이 소폭 하락했던 터라, 올해 반등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국 25개 로스쿨이 기록한 경쟁률은 4.7대1이었다. 2004명 모집에 9424명이 지원한 결과다. 최고경쟁률은 2018학년에 이어 원광대가 기록했다. 원광대는 60명 모집에 532명이 지원, 8.8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년 60명 모집에 608명이 지원해 10.13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에 비교하면 하락했다. 원광대 뒤를 이어 아주대8.86대1(50명/443명) 동아대8.73대1(80명/698명) 경희대7.83대1(60명/470명) 서강대7.33대1(40명/293명) 순으로 톱5가 형성됐다. 아주대와 경희대는 전년보다 경쟁률이 상승한 반면 동아대 서강대는 하락한 경우다.  

반면 연세대의 경쟁률이 2.62대1로 가장 낮았다. 부산대3.03대1(120명/364명) 성균관대3.04대1(120명/365명) 고려대3.23대1(120명/388명) 충남대3.26대1(100명/326명) 건국대3.28대1(40명/131명) 제주대3.3대1(44명/145명) 서울대3.3대1(150명/495명) 한양대3.47대1(100명/347명) 경북대3.88대1(120명/466명) 이화여대4.15대1(100명/415명) 전남대4.3대1(120명/516명) 한국외대4.92대1(50명/246명) 순으로 5대1의 경쟁률을 넘기지 못했다. 

대부분 대학에서 경쟁률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상승을 나타낸 로스쿨은 아주대 경희대 전북대 강원대 전남대 서울대 고려대의 7곳이었다. 서울대의 경우 최고 선호대학이라는 점에 더해 전년 가군이었던 한양대가 나군으로 이동하면서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는 2018학년 2.86대1(150명/429명)에서 2019학년 3.3대1(150명/495명)로 상승했다. 고대도 2018학년 3.05대1(120명/366명)에서 2019학년 3.23대1(120명/388명)로 상승했다.

<2020 로스쿨 원서접수 9월30일부터>
올해 로스쿨 원서접수는 9월30일부터 10월4일까지다. 한 해 로스쿨 원서접수 기회는 총2회로 가/나군 1회씩이다. 올해 군별 모집대학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군 단일모집 5개교, 나군 단일모집 6개교, 가/나군 분할모집 14개교로 구성됐다. 가군에서만 모집하는 대학은 건국대(40명) 경희대(60명) 서울대(150명) 서울시립대(50명) 중앙대(50명)의 5개교다. 서울대를 제외한 서울/수도권 대형 로스쿨은 나군에서만 모집한다. 나군 단일모집 대학은 강원대(40명) 고려대(120명) 성균관대(120명) 연세대(120명) 이화여대(100명) 한양대(100명)의 6개교다. 

대부분 거점국립대 로스쿨은 가/나군 분할 모집을 실시한다. 가/나군 분할모집 대학은 경북대(가군60명/나군60명) 동아대(40명/40명) 부산대(70명/50명) 서강대(20명/20명) 아주대(25명/25명) 영남대(35명/35명) 원광대(30명/30명) 인하대(25명/25명) 전남대(60명/60명) 전북대(37명/43명) 제주대(20명/20명) 충남대(50명/50명) 충북대(40명/30명) 한국외대(30명/20명)의 14개교다.

각 로스쿨별 전형을 거쳐 1단계 합격자가 선발되면, 2단계 면접이 실시된다. 면접은 가군의 경우 10월28일부터 11월10일까지, 나군의 경우 11월11일부터 24일까지의 기간 중 치러진다. 2단계 전형이 완료되면 각 로스쿨은 총점을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선정한다. 최초합격자 발표일은 11월25일부터 12월6일까지 이뤄진다. 최초합격자 등록은 내년 1월2일부터 3일까지 진행한다. 1차 충원은 내년 1월6일부터 8일까지 이뤄지며, 1차 추가합격자는 1월9일부터 10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 내년 2월28일 기준으로 결원인원이 발생할 경우 각 로스쿨은 자체적으로 추가모집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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