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혼란에 교육특구쏠림 우려'.. 인천포스코고 '재지정 확정'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올해 마지막으로 재지정평가 결과가 공개된 서울에서 절반이 넘는 8개교가 탈락했다.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이다. 한대부고 이외의 고교들은 지난 2014년 재지정평가에서도 지정취소와 취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다. 관심이 집중됐던 전국단위 자사고 하나고는 재지정이 결정됐다. 당초 상당한 감점이 예상됐던 감사 지적사항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신 학교운영이나 교육과정운영 등 다른 평가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동성고 이화여고 중동고 한가람고 등 광역자사고 4곳도 자사고로 재지정됐다. 같은 날 결과가 발표된 인천포스코고 역시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한다. 서울교육청과 인천교육청 모두 각 자사고들이 받은 총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남은 일정은 청문, 교육부 동의 등의 절차다. 교육감은 지정취소시 청문을 해야 하며 청문을 거친 날로부터 20일 이내 교육감이 교육부장관에게 동의 신청을 해야 한다. 교육부장관은 동의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50일 이내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되, 필요시 2개월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 8개교를 대상으로 청문을 거쳐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학교들은 2020학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되지만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신속하게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고입 시행계획이 확정되는 9월6일 이전까지 일반고로 전환될 자사고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들이 법적조치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는 입장인 만큼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향후 입시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올해 마지막으로 재지정평가 결과가 공개된 서울에서 절반이 넘는 8개교가 탈락했다.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이다. 관심이 집중됐던 전국단위 자사고 하나고는 재지정이 결정됐다. 당초 상당한 감점이 예상됐던 감사 지적사항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하나고 제공

<‘광역자사고 8곳’ 지정취소 결정.. 22일부터 24일까지 청문>
서울교육청이 9일 발표한 자사고 재지정평가 결과에 따르면 13개교 가운데 8곳이 기준점수 70점을 미달해 지정취소 대상이었다.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 8개교다. 재지정이 불발된 자사고 가운데 한대부고를 제외한 7개교는 지난 1기 자사고평가에서도 지정취소나 취소유예 처분을 받았었다. 대부분 학교운영과 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감점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를 포함해 동성고 이화여고 중동고 한가람고 등 5곳은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학교 대상 청문은 22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다. 서울교육청은 이후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 지원 방향과 고교체제 정상화 방안 등을 포함한 입장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포스코고 역시 기준점수 70점을 넘겨 재지정이 확정됐다.

평가대상인 자사고들의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 60점에서 70점대의 점수를 받았지만 80점을 넘은 학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각 학교별로는 총점, 영역별 점수, 미흡한 부분에 대한 평가위원의 의견을 전달됐다. 다만 지표별 세부점수는 아직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논란이 컸던 평가지표의 수정은 없었지만 일부 내용을 합리적으로 반영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평가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육부와 교육청 관계자들과 협의해 자사고 요청사항을 평가매뉴얼에 반영했다. 예를 들어 ‘학생 전출/중도이탈비율’에선 타당한 이유로 전학을 가거나 중도에 이탈한 학생은 통계에서 제외했다. ‘교원 1인당 학생 수 비율’에서도 교윈의 범위에 기간제 교사, 시간강사, 영어회화전문 강사 등을 포함했다”며 “감사 지적사항에 있어서도 단순 지침 미숙지 등 경미한 사안에 대해 여러 교직원이 지적을 받았을 경우 평가 위원 간 협의를 거쳐 한 건으로 처리했다. 실제 감점된 점수는 학교별 편차가 컸다. 12점이 감점됐지만 지정취소 되지 않은 학교도 있고, 1점 감점됐는데도 평가에서 떨어진 학교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는 학교에 대한 별도의 재정 지원을 통해 재학생의 학습권 보장과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교육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재학생과 신입생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자사고 재지정평가가 경쟁 위주의 고교교육과 서열화된 고교체제의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관심집중’ 하나고 재지정.. ‘교육수요 지역 분산 역할’>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렸던 하나고는 재지정평가를 통과해 2025학년까지 자사고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입시명문’을 넘어 자사고의 가장 바람직한 ‘롤모델’로 지목되는 만큼 평가결과 발표 이전부터 재지정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다만 일각에서 2015년 감사 지적건수가 많았다는 이유로 상당한 감점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올해 평가결과가 1기 자사고평가와 거의 유사했던 만큼 지난 평가에서 압도적 1위였던 하나고가 지정취소되는 이변은 없었다. 교육계에선 하나고가 자사고로 재지정되면서 교육특구로 집중됐던 서울의 교육수요를 분산시켜왔던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고는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으로 ‘고교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나고의 교과교실제와 무학년무계열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과목을 선택해 특화된 교실을 찾아가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수업은 50분 수업이 아닌 100분 수업 단위의 블록타임으로 진행된다. 학생의 성취 수준에 맞는 각종 AP과목과 전문교과목, 수능과목 등으로 사교육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방과후수업도 특징이다. 대입실적 역시 뒷받침된다. 가장 최근인 2019대입에서도 서울대 수시합격자 49명을 내며 전국 고교 가운데 최다실적으로 ‘수시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매년 벤치마킹하기 위한 고교들의 행렬도 이어지면서 독보적인 교육성과를 일반고들로 전파하는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실제로 하나고가 자사고로 유지되면서 전문가들은 최근 다시 살아날 조짐이 보이는 교육특구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하나고가 자사고로 재지정 되면서 이전처럼 높은 수준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교육특구나 사교육 등을 다른 대안에 비해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이 카드가 될 것이다.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도 내면서 하나고는 서울 교육수요의 지역적 분산에 선봉이었다. 강남3구 쿼터도 유지하며 강북위주의 학생선발로 서울 내 지역격차의 해소에도 기여했다”며 “특히 학종 성과가 압도적인 고교인 점도 주목된다. 학종을 토대로 인성교육과 교과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확산되도록 하고 자사고 가운데 하나고와 같은 롤모델이 계속 나온다면 일반고의 경쟁력 강화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교육특구 자사고’ 대거 탈락.. ‘교육특구 쏠림현상 가속화 우려’>
그렇지만 현재 재지정평가의 결과대로 일반고 전환이 이뤄진다면 교육특구의 영향력이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평가결과 대부분 교육특구가 아닌 곳에 소재한 자사고들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입실적이 우수한 자사고와 일반고를 모두 선택할 수 있는 교육특구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교육특구가 아닌 지역에서 자사고가 폐지된다면 인근 교육특구로 ‘쏠림현상’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자사고 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일관성 없는 평가결과로 인해 내년 입시를 준비하는 수요자들에게까지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지정취소 위기에 몰린 8개교 가운데 강남서초학군에 위치한 고교는 세화고 한 곳뿐이다. 경희고 배재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는 모두 서울의 여러 지역에 분포하고 있었다. 결국 자사고의 ‘교육특구 집중화’가 심화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재지정평가 결과 전반적으로 강남구 서초구 양천구 등 교육특구 소재 자사고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대부분 교육특구 이외의 지역 고교들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일부 학군은 자사고가 모두 없어지면서 학생들이 교육특구 진입을 적극적으로 타진할 것이다. 특히 대입의 정시확대의 흐름과 함께 수요자들이 다시 교육특구와 사교육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학교 운영상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 지정이 취소되는 것이 맞지만 그동안 자사고 체제가 교육수요의 지역적 분산을 유도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수요자들의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있던 자사고 체제에 교육당국이 인위적으로 개입하면서 ‘강남8학군’과 사교육이 강화되는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입시혼란에 따른 수요자 피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재지정평가로 자사고의 교육특구 집중화가 강화되면서 일반고 사이에서도 지역간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요자들이 판단 가능한 경쟁률로 봐도 재지정평가의 결과가 혼란스럽다. 지정취소가 결정된 학교 가운데 숭문고는 자사고 전환후 10년간 미달이었던 반면 중앙고는 10년간 단 한차례도 미달이 없던 학교였다. 동성고는 10년간 7차례 미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지정된 것이 눈에 띈다. 전반적인 기준을 알 수 없는 만큼 수요자들은 불확실성이 적은 우수 일반고와 자사고가 몰린 강남구 서초구 양천구 등을 선호할 것”이라며 “학교 선택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학교가 재지정평가로 자사고에서 제외된 경우 수험생, 학부모들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비교육특구 지역의 내년 평가를 기다리는 지역의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지역 내 자사고를 목표로 했던 수험생의 경우 지정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입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수험생들에게 재지정평가가 확정된 학교 이외에는 어떠한 조언을 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자사고들이 오히려 교육특구지역 집중배치된 형국에 비교육특구 일반고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면 현재 구도에선 지역간 격차, 일반고간 격차마저 더욱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적대응 예고’ 자사고 반발.. ‘불신 키운 교육청’>
서울교육청은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8개교에 대한 청문을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교육청 이종탁 교육혁신과장은 “서울은 학교가 많아 나눠서 실시한다. 2014년 평가에선 취소유예된 학교도 있었다. 그렇지만 올해 교육부 지침에 다르면 취소유예는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가지 부분 모두 검토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청문대상인 자사고들 모두 즉각 반발하고 있다. 청문절차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자사고의 지정취소에 대해 최종적으로 동의한다면 곧바로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변경된 평가기준부터 문제가 많다고 주장한다. 충분한 협의 없이 교육당국이 기준점수를 높인 데 더해 평가지표들까지 불리하게 수정됐다는 설명이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자사고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학부모/학생 학교 만족도의 평가비중을 낮추고 사실상 학생 모집이 불가능한 사회통합전형 충원율 등의 배점을 늘렸다”며 “나아가 자사고들의 특장점인 인성/진로 등 다양한 프로그램 편성과 운영에 대한 배점을 낮추고 우수사례에 대해 부여하던 가산점 항목은 아예 없앴다. 행정상의 사소한 실수에도 크게 점수를 깎는 감사 지적사항 감점은 5점에서 12점으로 대폭 확대했으며, 교육청의 주관이 크게 개입될 수 있는 정성평가의 비중도 늘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의 ‘불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전에 충분히 예고하지 않고 평가를 실시하기 직전 기준이 변경된 사실을 발표해 자사고들이 충분히 대비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자사고 교장들은 조 교육감이 면담 요구를 모조리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평가지표를 학교들에 하달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교장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교장단과 단 한 차례의 면담도, 단 일분의 대화도 갖지 않은 채 자사고들에게 일방적으로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운영성과평가가 파탄에 이른 책임은 모든 소통과 대화를 거부한 교육감에게 있다”고 전했다. 서울교육청이 업무가 집중되는 3월에 평가대상인 학교들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며 사실상 평가보고서까지 제출하도록 압박했다는 점도 비판했다. 

일관성 없는 조 교육감의 발언이 누적된 점도 자사고들이 평가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조희연 교육감이 2022년까지 외고 자사고 최소 5곳을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입장을 번복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청이 ‘탈락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평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조 교육감은 해명에 급급했다. 그렇지만 올해초부터 여러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재지정평가 결과에 따라 일반고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발언을 해왔다. 최근엔 재지정평가 대신 교육부가 법을 개정해 자사고를 일괄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논란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결국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조 교육감의 발언이 재지정평가에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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