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이사 자격 강화, 임원 친족관계 공시'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사학혁신위원회가 지난 1년7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교육부에 사학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권고했다. 3일 발간된 ‘사학혁신위원회 활동 백서’에는 개방이사 자격강화와 임원 친족관계 공시 등을 포함해 10개의 사학혁신 제도개선 권고안이 담겼다. 교육부는 내용을 모두 검토해 이달 말 발표되는 ‘사학혁신 추진방안’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일각에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학 관계자들의 의견수렴 없이 권고안이 마련되면서 현장갈등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권고안 발표 직후부터 사학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권고안의 내용이 시행되기 위해선 야당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이는 사학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쉽게 해결이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교육계에선 사학혁신위의 권고안이 지난달 24일 교육부가 밝힌 종합감사 계획과 이어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사학에 대한 압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학혁신위의 권고안과 함께 비리 적발사례도 공개됐다. 실제로 일부 언론들은 개별 사례를 크게 다룬 모습이었다. 결국 이번 발표 역시 향후 진행될 종합감사를 위한 과정처럼 여겨진다. 총선을 바라본 포석이라는 의심까지도 나오고 있는 이유다. 사립대들의 비리가 만연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킨 셈이기 때문이다. 향후 예정된 종합감사를 통해 실제 비리에 대한 처벌을 내린다면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는 포퓰리즘적 행보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특히 사학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우려된다. 사학도 결국은 공적인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다수의 사립대가 공립대보다 운영성과가 우수했던 것도 사실이다.  사학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이 사립대 전체의 위축으로 연결된다면 가뜩이나 등록금동결로 압박받고 있는 대학교육의 질 전체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학혁신위원회가 지난 1년7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교육부에 사학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권고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학 관계자들의 의견수렴 없이 권고안이 마련되면서 현장갈등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사학혁신위 ‘10개 제도개선 권고’.. ‘사립대 공공성 강화 목적’>
사학혁신위는 3일 ‘사학혁신위원회 활동 백서’를 발간하고 교육부에 권고한 10가지 제도개선안을 공개했다. 사학혁신위는 그동안 국민제안신고센터의 제보 사안을 검토해 비위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대학에 대해 교육부의 조사/감사를 권고해왔다. 이후 진행된 65개대학의 감사결과를 토대로 사학 임원의 책무성 강화, 사학 교원의 교권향상, 사학의 공공성 강화, 비리제보 활성화와 제보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한 제도개선안을 발표한 것이다. 사학혁신위는 교수, 법조인, 회계사, 교육부 고등교육청책관 등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교육부 자문기구다.

사립대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강력한 조치들이 눈에 띈다. 특히 설립자 기존임원 학교장 등이 개방이사로 선임될 수 없도록 자격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임원간 친족관계는 물론 설립자/임원과 친족관계에 있는 교직원수를 공시하도록 하는 권고도 있었다. 이사회 회의록의 공개기간은 3개월에서 1년, 회계자료 보관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각각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용도를 표기하지 않고 제공된 기부금에 대해서도 교비회계로 세입처리해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비리제보자 보호조치를 강화해 비리제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사학 임원의 책무성과 교원의 교권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1000만원 이상 배임/횡령한 임원에 대해선 시정요구 없이도 취임을 취소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고, 결격사유가 발생할 경우 당연퇴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사장과 상임이사의 업무추진비도 공개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교위의 재임용 심사기준에 대한 가인드라인 등을 마련해 사학의 재임용권의 일탈/남용 등을 막을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활동결과 발표와 백서발간을 끝으로 사학혁신위는 활동을 종료한다. 사학혁신위 운영규정에 따라 교육부는 위원회 심의 결과를 최대한 존중해 10개권고안의 수용여부를 검토한다. 위원 중 일부는 이후에도 교육신뢰회복자문단에 참여할 예정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사학혁신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회계의 투명성과 교육의 책무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사학혁신위의 제도개선 권고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이행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총 755건’ 감사 지적사항.. ‘일부 적발사례도 공개’>
교육부는 사학혁신위가 10가지 제도개선안을 권고한 배경으로 2017년 9월 이후 진행했던 조사/감사 결과를 제시했다. 사학혁신위의 권고, 국민제안센터로 신고 접수된 사항 등에 따라 진행한 총 65개대학의 실태조사와 감사 결과사례를 분석해 개선안을 마련했다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태조사 종합감사 회계감사 등을 통해 교육부는 총 755건의 위법/부당사안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지적사항에 따라 임원 84명에 대한 취임승인취소와 함께 99건에 연루된 136명의 고발/수사의뢰를 실시했다.

35개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종합감사 결과 441건의 지적사항이 있었다. 회계 등 금전비리가 233건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2.83%를 차지했다. 이어 인사 50건(11.33%), 학사/입시 46건(10.43%), 법인/이사회 운영 37건(8.39%) 순이었다. 회계감사를 실시한 대학 30개교에 대한 지적사항은 314건이었다. 인건비/수당 등 지급의 부적정이 66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지적사항 가운데선 21.01%였다. 다음으로 재산관리 46건(14.64%), 배임/횡령/공용물 사적사용 44건(14.01%), 세입/세출35건(11.14%), 계약체결 30건(9.55%) 순으로 부적정 사례가 지적됐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적발사례도 일부 공개했다. 회계 등 금전 비리에선 교비로 골드바를 30개 구입한 사례나 총장 자녀가 운영하는 호텔 숙박권을 200매를 구매한 것이 있었다. 인사와 관련해서도 총장이자 법인이사의 조카 및 손녀를 공개채용 시험과 면접 없이 직원으로 특별채용한 경우가 있었다. 학사 혹은 입시와 관련된 부정도 있었다. 30명 정원 학과의 지원자 전원을 합격처리해 61명을 초과모집한 사례, 신입생 충원율 확보 위해 실제 학업의사 없는 307명을 ‘만학도’로 충원 후 등록포기원을 소급 제출한 경우 등이다.

<교육계 ‘실효성 의문’.. 사학단체 ‘반발 확산’>
권고안의 내용을 모두 검토한 후 교육부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문재인 정부의 사학혁신추진방안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정부의 사학에 대한 정책기조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렇지만 사립대 관계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권고안이 ‘사학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정부가 강하게 추진해도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에 발목 잡힐 경우 법안 개정이 미뤄지면서 실제로 현장에 적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사학법인 혹은 사립대 교원단체가 배제됐다는 지적이 많다. 14명의 사학혁신위 위원 가운데 덕성학원 이사장인 박상임 위원장만 사학법인 관계자였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권고안이 발표되자 성명을 통해 “사학혁신위 위원은 모두 민변 소속 변호사, 회계사, 언론인 등으로 구성됐다. 뿐만 아니라 사학정책과 사학 관련 법률 제정 권유에 따른 사학경영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운영이나 토론회를 한 번도 하지 않고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로 볼 수 없다”며 “현행 법률로도 일벌백계 처분이 가능한데도 보다 강화되는 규제입법 권고는 사학 운영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과잉입법이다. 사학 지원에 대한 내용은 없이 공공성과 책무성만 강조하는 권고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사학법 개정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도 권고안의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현재의 국회 상황에선 법안통과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으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총선을 앞둔 여당이 정부와 달리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사립학교 이사에 개방이사를 포함하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했었다. 그렇지만 당시 야당은 물론 학교를 운영하는 종교계의 반발까지 거세지면서 2007년 사립학교법은 다시 개정됐다. 이후에도 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이어졌던 만큼 현 정부의 사학혁신에 대해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계속되는 ‘사학 때리기’.. ‘정치적 프레임 의심’>
교육부와 사학혁신위의 권고안이 공개된 직후 정치적인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교육의 정치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권고내용을 놓고 여러 단체들의 지지 혹은 반대 성명이 이어지면서 현장의 대립도 첨예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24일 교육부가 주요사립대 16곳에 대한 고강도 종합감사 계획을 발표한 후 9일 만에 사학관련 규제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서울 대형사립대들이 대부분 감사대상으로 포함된 만큼 사학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나온다.

서울권 대형사립대를 겨냥한 사상 첫 종합감사인 만큼 현장에선 ‘사학 길들이기’를 우려하고 있다. 종합감사는 법인 재산 예산 회계 입시 인사 등 학교운영의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각 대학들의 부담이 상당하다. 기존 종합감사 대상 대학은 비리 의혹이 제기된 대학이나 총 정원 4000명 이상 대학 중 무작위 추첨으로 정해졌다. 그렇지만 올해부터 총 정원 6000명 이상 대학 전체가 감사대상이다. 매년 평균 3개교씩 종합감사가 이뤄졌었지만 3년간 16개대학의 감사를 완료하기 위해선 평균 5개교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이달말 '고등교육 혁신안'을 통해 발표한다.

대규모의 고강도 감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대학운영의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교육전문가는 “단순히 종합감사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종합감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학교 운영이 마비되면서 교육적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명확한 비위에 대한 혐의점이 없음에도 지나치게 높은 강도로 감사가 진행될 경우 사회 전체의 손실도 우려된다. 그 피해는 대학뿐 아니라 고스란히 수요자들에게도 전가될 것이다. 특히 서울의 대형사립대들은 상대적으로 운영성과가 우수한 편이었다. 지속된 감사로 타격을 입게 될 경우엔 다른 대학들까지 파급될 가능성도 있다. 사소한 비위적발로 정부재정지원금이 끊길 수 있다는 불안감도 대학 사이에서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계 전문가는 사학혁신위가 내놓은 권고안이 일종의 ‘정치적 프레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 전문가는 “교육당국이 정치적 논쟁을 키우고 있는 듯하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0년간 감사실적과 사학혁신위 이후의 결과를 비교하고 있다. 구체적인 적발사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학생수 6000명 이상인 대형 사립대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후 반발여론이 형성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사학의 비리가 부각시키는 내용과 함께 공공성 강화 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라며 “일종의 정치적인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을 폭로했던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 의원은 교육부의 종합감사 계획이 알려지기 하루 전 토론회를 열어 사립대의 사학비리 건수가 1367건, 비리 금액은 총 2624억원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립유치원 비리사태처럼 큰 이슈를 만들어 ‘사학 때리기’를 지속해 사학전반을 길들이기 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처럼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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