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단위 6개 모두 통과'..'교육감 직선제 폐해 드러내'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원조 자사고’ 민사고가 5년간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강원교육청은 민사고가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79.77점을 받아 ‘강원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20일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80점이 지정취소 커트라인이었던 상산고가 79.61점을 받아 탈락한 이후 평가결과가 공개된 전국단위 자사고 6곳이 모두 재지정된 상황이다. 특히 민사고를 포함해 김천고와 북일고도 70점대의 점수로 통과한 만큼 상산고만 지정취소된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세 학교도 전북교육청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면 재지정되기 어려웠던 셈이기 때문이다. 지정취소를 면한 민사고도 입장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일방적인 평가기준 변경이 불합리하다는 비판을 제기하면서 재지정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교육청들이 주도한 자사고 재지정평가가 교육감직선제라는 현재 교육거버넌스의 심각한 문제도 드러냈다고 입을 모은다. 수요자 중심이 아닌 행정편의적 발상과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립형 사립고로 출발한 전국단위 자사고들 사이의 형평성 논란은 재지정평가가 기준이 발표됐을 때부터 시작됐다. 전북교육청이 명확한 이유도 없이 재지정 기준점수를 다른 지역보다 높였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교육정책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수요자 중심이 아닌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이뤄졌다는 부분이 우려스럽다. 실제로 각 학교들의 평가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교육감들의 정치적 성향을 놓고 재지정여부에 대한 예측이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막상 결과는 진보교육감 사이에서도 엇갈렸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나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 교육감들이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지역의 자사고들은 지정이 취소됐다. 반면 민사고의 경우 진보성향인 민병희 교육감 아래에서 평가가 진행됐지만 재지정될 수 있었다. 동등한 학교유형에 대해 일관성 없는 평가결과가 나오면서 수요자들의 예측가능성과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교육감들이 ‘교육의 정치화’와 포퓰리즘을 초래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증폭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고스란히 입시를 준비하고 있던 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거버넌스의 개편과 함께 정권을 초월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고교체제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을 화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원조 자사고’ 민사고가 5년간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강원교육청은 민사고가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79.77점을 받아 ‘강원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79.61점을 받은 상산고는 탈락한 만큼 형평선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자사고 연장’ 민사고.. ‘종합점수 79.77점’>
민사고는 앞으로 5년 더 자사고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강원교육청이 실시한 재지정평가에서 79.77점을 받아 지정취소 커트라인인 70점을 넘겼기 때문이다. 평가는 ▲학교운영(30점) ▲교육과정운영(30점) ▲교원의 전문성(5점) ▲제정/시설여건(15점) ▲학교만족도(8점) ▲교육청 재량평가(12점) 등 6개영역 30개지표를 통해 이뤄졌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평가는 정치, 이념적 입장과 관계없이 객관적인 평가지표에 의해 엄정하게 진행했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5년마다 실시하는 자사고 평가를 통해 민사고가 지정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초부터 민사고의 자사고 재지정이 유력하다는 예측이 많았다. 2014년 1기 평가에서 이미 90.23점을 받아 무리 없이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원교육청이 학교의 여건을 고려해 1기 평가 당시 14점에 달했던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관련 지표의 배점을 올해 4점으로 축소한 변화도 있었다. 따라서 재지정 기준점수가 70점으로 오른 상황에서도 민사고가 충분히 넘길 것으로 전망됐었다. 

1996년 개교이래 민사고는 우리나라 고교교육의 지평을 넓히는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고입 동시실시’에 대해 헌재가 비록 합헌결정을 내렸지만 과반 이상인 5명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밝힌 배경에도 민사고 교육의 우수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아이비리그 진출의 길을 열었던 민사고는 해외대학 대비 시스템을 그대로 학종 수시체제로 녹여 최근 대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입시에선 수시합격자와 정시최초합격자를 합산한 기준으로 31명의 서울대 합격실적을 보였다. 2018대입에선 수시22명 정시11명 등 33명, 2017대입의 경우 수시34명 정시6명 등 40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각각 배출하기도 했다. 수능 위주의 고교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가능성에 맞춤 교육을 실시하는 대표적 수시체제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불공정한 평가’ 지적.. ‘교육청의 평가지표 변경은 부당’>
그렇지만 올해 평가에서 민사고가 커트라인을 넘겼음에도 1기 평가보다 종합점수가 10.46점이 낮아진 이유는 세부적인 평가지표의 변경과 회계감사의 지적사례로 인한 감점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사고는 배점이 가장 높은 영역인 교육과정운영에선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교육청 회계감사 결과가 반영되는 재량평가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감점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사고 관계자는 교육청이 임의대로 평가지표를 변경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으면서 재지정평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평가의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만큼 재지정평가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대목이 눈에 띈다. 민사고 관계자는 “자사고 평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설립과 운영요건을 충실히 이행했는지 평가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청들은 항목과 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평가를 강행했다”며 “이전 평가에서 통과한 결과를 통해 지금까지의 방향이 크게 어긋나지 않다고 판단해 학교운영의 방침을 정해왔는데 뒤늦게 기준점수와 평가지표를 변경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막판에 몰아서 재지정평가의 평가기준을 일방적으로 강화한 점은 자사고 폐지를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사회통합 대상자 선발여부나 장학금 지원 등이 평가지표에 반영된 점도 불합리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민사고 관계자는 “민사고에게 사회통합전형 시행 여부는 가점대상일 수는 있으나 감점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등록금과 일부 학교법인의 전입금으로 운영하는 민사고에게 사회통합전형으로 저소득층 학생을 선발하고 비를 지원하라고 하는 것은 사립학교의 재원 부담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은 처사”라며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장학금을 지급할 여력을 확충하기도 어렵다. 장학금 지급 정도 역시 감점 평가할 사안은 아니다”고 전했다.

올해 재지정평가에서 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감점처리가 과다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민사고가 공개한 입장문에선 “교육청 감사에서 지적당한 사항에 대해 감점하는 것은 일견 타당하지만 지적 사안의 내용이나 경중에 비해 배점이 상당히 크다”며 “자사고가 법령에 따라 설립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가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낫다고 본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임의의 잣대를 들이대 평가하려는 것은 부당하기에 그 의도를 의심하는 것"이라고 강조됐다. 

<‘상산고만 탈락’ 형평성 논란.. ‘교육 거버넌스 개편해야’>
현재까지 재지정평가 결과가 공개된 전국단위 자사고 7곳 가운데 유일하게 상산고만 지정취소로 결정되면서 형평성 논란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전북교육청이 단독으로 재지정 기준점수를 80점까지 높여 79.61점을 받았음에도 상산고가 탈락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커트라인인 70점과 기준이 같았다면 상산고는 재지정평가를 통과했던 것이다. 0.39점 차이로 기준점수를 넘기지 못한 상산고가 불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에서 2.4점이 감점된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교육청이 정량평가를 고집하면서 상산고가 감점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이 재지정 기준점수를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정한 것에 대한 비판이 각계각층에서 쏟아지고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상산고가 동등한 지위의 다른 전국자사고들에 비해 불리한 평가를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재지정평가에서 상산고보다 낮은 점수를 받고도 통과한 학교들도 나왔다. 실제로 재지정이 결정된 김천고는 78.2점, 북일고는 78.4점을 받았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부인하고 있지만 일각에서 상산고의 지정취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전북교육청의 재지정평가는 자사고 ‘취소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재지정 커트라인은 5년 전보다 10점 올린 여타 시/도와 달리 20점이나 올려 80점으로 설정한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며 “일방적인 재지정 기준과 평가지표 변경에 따른 불공정한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통합 관련 지표의 평가가 교육청마다 다르게 이뤄진 점도 형평성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상산고는 4점 만점인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에서 1.6점을 받았다. 반면 현대청운고는 같은 항목에서 3.2점이었다. 상대적으로 상산고의 감점폭이 컸던 이유는 정량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북교육청은 상산고각 정원의 10%를 사회통합 대상자로 선발했는지를 충원율로만 정량평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재지정이 확정된 다른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교육청들이 평가기준을 일부 변경했다. 학교의 상황에 따라 배점을 줄이고 정성평가로 진행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한 교육전문가는 “0.39점 차이로 기준점수에 미달된 상산고 입장에선 사회통합대상자 선발 지표에서 2.4점 감점된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다른 전국단위 자사고들과 재지정여부까지 갈리면서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청의 판단에 따라 같은 학교유형 사이에서 사실상 다른 평가가 이뤄진 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육감직선제라는 교육 거버넌스 자체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거론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헌법재판소까지 고입 동시실시 위헌결정에서 간접적으로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자사고 폐지정책에 대해 우회적으로 자제할 필요성을 전했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도 진보교육감들이 사회적 여론을 전혀 수렴하지 못하는 듯하다. 상산고의 재지정평가 결과가 발표된 지 나흘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승환 교육감의 발언을 시작으로 진보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정책을 적극 옹호하며 오히려 정치적 갈등을 키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며 “교육감직선제가 문제다.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당선되면서 교육감들이 입장에 따라 교육정책의 방향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색깔'로 당선된 민선교육감은 교육부와 정책의 엇박자는 물론 포퓰리즘적 행태 등으로 현장혼란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결국 매번 급변하는 정책으로 인한 수요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됐다.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포함해 정치의 영향력을 배재하고 일관성을 지킬 수 있는 교육 거버넌스의 재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 전국자사고' 하나고 10일 발표.. '감사결과 반영' 교육청 재량지표 변수>
오늘 10일로 예정된 서울교육청의 재지정평가 결과 발표로 교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국단위 자사고 가운데 마지막으로 하나고의 재지정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나고의 경우 ‘고교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릴 만큼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갖춘 만큼 재지정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다. 다만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여러 차례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점이 변수다. 지난달 27일 있었던 2기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라는 큰 시대정신의 흐름은 있는 것 같다. 그 틀 안에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하나고를 포함한 13개자사고의 재지정여부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교육청 재량지표인 ‘감사 지적사항’에 의한 감점이 학교들의 희비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교육청의 종합감사결과 올해 경희고 동성고 세화고 이화여고 중동고 중앙고 한가람고 한대부고 등 8개자사고가 기관주의 처분과 교직원 경고/주의요구가 내려졌다. 하나고의 경우에도 2015년 당시의 종합감사결과가 재지정평가에 반영될 경우 감점폭이 상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교육청이 공개한 ‘2019학년 자사고 운영성과평가 계획’에 따르면 감사결과 학교가 받는 주의와 경고조치는 재지정평가에서 건당 각1점과 2점씩 감점된다. 교직원에 대한 주의/경고조치도 건당 0.5점 감점이 이뤄진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고 평가당사자인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들이 투명한 정보공개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서울교육청이 결과 공개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조 교육감은 “교육청에서 평가점수를 비공개하더라도 개별 학교에는 통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점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차원에서 구체적인 점수를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평가위원의 명단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은 “개인 ‘신상털이’ 등 불필요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 비공개 한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깜깜이 평가’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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