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동의 가능성 높아져..'총선부담 정치적 판단'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감발 자사고 재지정취소 논란에 청와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반발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다수 언론에 따르면 청와대와 정부가 교육부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리도록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황급히 나선데는 재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학교와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까지 한목소리로 비판의 날을 세우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기에서 악화된 여론을 무시하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밀어붙이기에는 당국과 여당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최종결정권자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입장에서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개각 때 사퇴한 후 지역구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자사고 폐지가 단순히 몇몇 학교의 반발을 뭉개고 학교 유형을 전환하는 간단한 문제로 봤다면 이는 큰 오판이다. 교육당국에 대한 신뢰의 문제에다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 등 다양한 사안이 결합된 복합적인 사안이다. 교육부가 전방위적인 반발을 무시하고 재지정 취소에 동의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둔 당국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봤다. 

자사고 재지정취소 논란이 시간을 더할수록 심화되고 있다. 결정의 공을 넘겨받은 교육부 입장에서는 여론을 무시하고 동의 결정을 내리기도 부담이 큰 상황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청와대 제동.. '총선 부담 작용했나'>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교육감발 자사고 재지정취소 결과를 두고 청와대가 제동에 나섰다. 다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전북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기준과 절차가 과도하게 자의적이었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리도록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지정 기준점수를 10점이나 더 높인 것이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점, 사회통합전형이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평가에 반영한 점 등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수차례 지적되고 있는 사안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의사결정한 바 없다고 해명하긴 했지만, 교육부가 안팎에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청와대가 일찌감치 끼어든 데에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여론 때문이다. 이대로 뒀다가는 지역 민심을 잃고 내년 총선에서 패할 것이라는 우려도 반영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해당사자뿐 아니라 정치권의 반발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경우 당국으로서는 총선에서의 후폭풍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도 자사고 지정취소 논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26일 전체회의를 열기로 결정한 상태다. 전체회의를 통해 김승환 전북교육감 등을 불러 현안 질의를 할 계획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커져가는 반발에 안팎으로 사태가 더욱 확산되는 형국이다보니 청와대로서는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사태 진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권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린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상산고를 비롯한 전국자사고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자사고 폐지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곳만 정리하겠다는 것으로 전국자사고의 경우 우수 인재 영입의 측면에서 예외라는 것이다. 

전국자사고는 전국단위 모집이 가능한 자사고로, 전기 선발권을 가지고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전국자사고는 상산고를 비롯, 민사고 하나고 외대부고 북일고 현대청운고 상산고 광양제철고 인천하늘고 포항제철고 김천고 등 10개교다. 

반면 광역자사고는 최근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밝힌 경일여고, 군산중앙고 등을 제외하면 전국 30개 체제다. 전국자사고와는 달리 고교별 격차가 비교적 크고, 경쟁률 미달을 기록하는 고교도 있는 만큼 전국자사고와는 또 다른 입장에 서 있다. 현정부가 자사고 폐지 방침을 내건 이후, 전국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던 반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광역자사고 중심으로 일반고 전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정취소 후폭풍’ 집단반발.. 교원단체도 비판 목소리>
전북교육청과 경기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취소 결정 이후 후폭풍이 거센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산고는 자사고 지정취소가 결정된 직후인 20일 입장문을 내놓고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평가결과 발표내용이 형평성, 공정성, 적법성에 크게 어긋남에 따라 이를 전면 거부함과 동시에 그 부당성을 바로 잡기 위한 투쟁을 강력해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향후 이어질 청문과 교육부 장관의 동의/부동의 결정 과정에서 전북교육청이 실시했던 평가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지정취소 처분이 이뤄질 경우 행정송송이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모든 법적구제 수단을 취한다는 입장이다. 상산고 관계자는 “자사고 평가라는 원래 목적은 무시한 채, 정해진 결론인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기 위한 수순과 편법”이라며 “상산고는 지정목적과 관련된 모든 지표에서 ‘매우 우수’ 또는 ‘우수’ 이상의 평가를 받았는데도 전북교육청은 어떤 근거로 상산고가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학부모 250여 명은 전북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학부모들은 교육청 앞에 4개의 근조화환을 세우고 검은 상복을 입은 채 항의의 뜻을 전했다.  

안산동산고 역시 자사고 지정취소가 발표되자마자 학교차원에서 행정소송과 가처분신청 등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안산동산고 조규철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은 경기교육청의 평가결과가 형평성과 공정성은 물론 적법성에도 크게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특히 감사지적 사례에 따라 감점되는 교육청 재량지표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준점인 70점에 비해 약 8점 정도 미달된 상황에서 재량지표에서만 7점이 감점됐기 때문이다. 주의와 경고처분에 각각 1,2점씩 감점이 이뤄지는 평가기준이 불공평하다는 설명이다. 다른 교육청들의 경우 주의는 0.3~0.5점, 경구는 0.5~0.7점씩 감점한다. 결국 다른 시/도와 기준이 같았다면 안산동산고는 지정취소를 피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학부모들도 즉각 반발했다. 안산동산고 학부모회 관계자는 평가의 과정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경기교육청의 평기지표 가운데 ‘교원 1인당 학생수’ 항목의 요건에 따라 안산동산고는 2015학년 1학기 신입생부터 학생의 수를 순차적으로 줄여왔다. 따라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과도기 기간을 거치면서 재지정평가의 기준을 맞춰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기간이 평가대상으로 포함되면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됐다는 것이 학부모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점진적으로 개선된 점은 무시하고 평가를 진행한 부분도 자사고 지정취소를 목적으로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학부모회는 자사고 평가지표의 부당함과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이재정 경기교육감에게 전달했다.  

교원단체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일방적인 재지정 기준, 평가 지표 변경에 따른 불공정한 결정을 측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에는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취소 결정에 동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상산고가 조목조목 반박한 내용에 대해서도 손을 들어줬다. “재지정 커트라인을 5년 전보다 10점 올린 여타 시도와 달리 20점이나 올려 80점으로 설정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79.61점을 받은 상산고는 취소되고 71점을 받은 다른 지역 자사고는 재지정 되는 심각한 차별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불합리한 평가기준과 평가지표를 적용해 취소하는 것은 정부, 교육감의 이념과 가치가 학생/학부모의 교육권보다 우선시되는 처사이고, 교육법정주의마저 훼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불문 ‘정치권까지 압박 가세’>
정치권까지 거들고 나섰다. 전북 전주시을 지역구의 정운천(바른미래)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상산고의 지정취소에 대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부동의할 수 있도록 담판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미 다수의 의원이 같은 의견이라고도 전했다. 정 의원은 “상산고를 무조건 자사고로 재지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상산고가 법적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그리고 공평하게 평가받도록 자사고 평가계획을 올바르게 수정해달라는 것”이라며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자사고 폐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임을 내세워 사실상 재지정을 취소하기 위한 평가기준을 전북교육청 독단으로 정해놓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전국 11개 시/도 교육청이 모두 평가기준 70점을 커트라인으로 한 것에 반해 전북만 유일하게 10점 더 높은 80점이다. 누가 봐도 결과를 정해놓고 룰을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북 출신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더민주) 역시 20일 SNS를 통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정 전 의장은 “개인적으로는 고교 평준화 정책 찬성론자”라면서도 “그러나 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기본 소양과 인성 함양과 더불어 다양한 교육적 수요를 충족하고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할 책무가 있다. 기존 교육제도의 틀로는 이런 사회적 요구를 충분히 소화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기에 그간 특수목적고와 자사고 등의 제도를 통해 이를 보완해왔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교육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교육부에 대해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지표와 기준에 특정 학교를 탈락시키기 위한 임의적인 요소가 반영된 것은 아닌지, 원칙에서 벗어난 심의과정이 없었는지 충분히 검토하고, 국가교육 차원에서 상산고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정위원회' 심의 결과 관건>
교육부는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자문위원회인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를 통해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 10명 위원, 2년 임기로 구성되는 지정위원회는 2015년 1기 위원에 이어 2017년 2기 위원회가 구성돼있다. 구성원 신상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함구하고 있어 위원 구성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는 상태다. 교육부는 2기 심의가 끝난 후 신상 대신 전문분야별 구성사안만 공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위원회는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라 교육부 소속 장학관 또는 과장급 이상 공무원 중 교육부장관이 지명한 사람, 일반 중고교 교원, 특목고/자사고 관련 전문성을 지닌 교육계 지역사회 인사 등으로 구성하도록 규정돼있다. 이들의 손에 사실상 재지정 여부가 달려 있는 셈이다. 

지정위원회가 교육청의 재지정평가에 대한 적합성을 따져 심의 결과를 내놓으면 이를 토대로 교육부 장관이 최종 결정하는 수순이다. 교육부장관은 동의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50일 이내에 동의여부를 결정하되, 필요시 2개월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지만 교육부는 7월 안으로 동의 여부를 밝히겠다고 못박은 상태다. 

<총선 출마 유력한 유은혜 부총리>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공을 넘겨받은 교육부의 고심은 깊어지게 됐다. 청와대까지 제동을 걸고 나선 상황에서 동의 결정을 내릴 확률은 더욱 낮아졌다. 

게다가 유은혜 부총리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하반기 사퇴설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심각한 여론 반발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유은혜 부총리는 그간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한발 물러서거나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아왔다.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에서 허용으로 돌아선 것이나, 당초 2020학년 도입이 예정된 고교 무상교육을 1년 앞당긴 사례 등 여론을 의식한 행보를 이어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 정권의 첫 교육부 수장이었던 김상곤 전 부총리가 적극적으로 일반고 전환의 의사를 드러낸 반면 유은혜 부총리는 논란의 중심에 선 사안에 대해 다소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해왔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평가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지만, 김상곤 전 부총리가 자사고를 일반고 황폐화의 원흉으로 몰았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톤 차이다. 

전현 교육부 수장 간 온도차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기인한다. 유은혜 부총리의 경우 2선 국회의원으로 지내다 교육부 장관에 임명된 케이스로, 임명 당시부터 ‘1년짜리 장관’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됐었다.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 공세가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 부총리는 즉답을 회피해왔다. 한 교육 전문가는 “유 부총리 본인이 총선 출마 의지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정부당국과 여당의 입장에서도 총선을 고려하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당장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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