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처 관계자의 자소서 합불사례와 면접 유의사항

[베리타스알파=유수지 기자] 2020학년 한국외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이라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반드시 고려해봐야 하는 전형이다. 올해 외대는 학종을 통해 수시 선발인원의 47%에 달하는 1011명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4.7%(994명)보다도 증가한 학종은 올해 한국외대 수시입학의 최대문호다.

학종의 주요 평가자료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와 자기소개서(자소서)다. 서류평가의 경우 학생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학생부를 보완하기 위한 자료로 자소서의 의미도 상당하다. 면접도 2단계 평가에서 서류평가가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영향력이 적지 않다. 한국외대 김민경 대표입학사정관의 조언으로 학종 자소서 작성과 면접준비의 키 포인트를 짚어본다.

김 입학사정관은 “많은 수험생들이 자소서와 면접의 의미, 나아가 대비법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실제 자소서 평가에서의 합불사례와 면접 유의사항을 공개해 이해를 돕고자 한다”며 “올해 외대가 학생들의 부담완화를 위해 자소서 4번 문항을 폐지한 점도 수험생들이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외대가 선보인 ‘올인원 수시 설명회’는 수험생들이 모의논술과 논술특강을 듣는 동안 학부모들에게 일대일 상담을 실시하는 말 그대로 입시준비와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설명회다. 설명회는 전국에 걸쳐 총 5회로 기획됐으며, 6월 대구와 광주, 7월 서울 설명회가 남아 있다. 사진은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사진=한국외대 제공

<한국외대 자소서 긍부정 사례>

김 입학사정관은 자소서에 대해 “학생부에서 보여주지 못한 활동과정과 의미, 느낀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라고 강조한다. “실제 경영학부에 합격했던 A학생의 경우, 학생부 동아리활동에는 ‘VANK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떡볶이의 국제화를 주제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음’이라고 기록됐으나,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A학생은 자소서 2번 항목을 통해 떡볶이의 매운맛에 대한 호불호와 세계화를 위한 전략, 유사사례 검토, 현지화 전략 도출,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 극복 등 평가자가 궁금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자소서를 통해 학생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경험과 가치관, 느낌 등을 전달해주는 것은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자소서는 학생부를 읽는 가이드북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에 합격했던 B학생은 학생부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비롯해 대부분 경영학에 관련한 활동이 많았던 사례다. 학생부의 기록된 활동으로만 판단한다면 경영학과에 지원하는 것이 전공적합성 측면에서 부합한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B학생은 자소서를 통해 본인은 하고 싶은 것은 터키에서의 경영 관련 활동이며, 그에 대한 관심사, 노력 과정을 명확히 정리했다. 만약 자소서를 통해 이러한 부분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에 지원한 이유, 전공적합성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자소서를 최대한 활용해 평가자들이 학생부를 수험생의 목적/의도대로 읽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학생부를 그대로 옮기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 경험 등이 학생부에 잘 작성돼 있냐는 질문을 하면 많은 수험생들이 ‘그렇지 않다’라고 답변한다. 학생부는 학생의 성장과 학습과정을 교사 입장에서 관찰하고 평가한 누가기록서다. 장소, 시간, 글자수 등 여러 제한사항으로 인해 수험생의 노력과정이 정확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수험생들이 학생부를 보완하기 위한 자료로 자소서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학생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재정리하기보다는, 학생부에 담길 수 없는 활동과정에서 얻은 개인적인 경험과 느낌, 극복과정 등을 정리해주는 것이 자소서의 효용성을 높이는 방법인 것이다.”

김 입학사정관은 전체적으로 자소서를 통해 ‘과정’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학생부로 드러내지 못한 지원자의 태도나 잠재력을 자소서를 통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소서 문항을 살펴보면 외대가 강조하고 있는 ‘과정의 의미’는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현재 모든 대학들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공통양식을 활용하고 있어, 자소서 1~3번 문항이 동일하다. 1~3번 문항은 공통적으로 ‘활동경험/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에 대해 서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1번 문항은 ‘고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1000자 이내)’하라는 것이며 2번 문항은 ‘고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 단 교외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1500자 이내)’하라는 것이다. 3번 문항은 ‘학교생활 중 배려/나눔/협력/갈등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1000자)’하라는 내용이다.

외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4번 문항을 올해부터 폐지했다. 수험생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다. 외대가 자소서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요소/가치가 이미 1~3번 문항을 통해 확인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항 수가 하나 줄어든 만큼, 1~3문항만으로 지원 모집단위에 대한 관심, 관심분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원에 임박해 자소서를 작성하기보다는 충분한 작성시간과 퇴고의 과정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외대가 운영하는 자소서 모의작성 페이지를 활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입학처 홈페이지 ‘수시-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 모의작성’ 메뉴를 통해 2020학년 양식에 맞춰 자소서를 미리 작성해 볼 수 있다. 작성 전 제공되는 유의사항 등도 꼼꼼히 확인해, 본인만의 특성을 담은 자소서를 완성해보기를 바란다.”

<한국외대 면접 유의사항>

김 입학사정관은 면접에서의 유의사항도 짚었다. “한국외대 면접은 제출서류기반 인적성 면접이다. 제시문을 주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듣는 과정이 아닌, 학생부/자소서를 기반한 질문을 통해 지원자가 가진 역량이나 학생의 다양한 모습을 종합평가하는 시간인 것이다. 지원한 학생의 입장에서도 본인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면접고사일이 가까워질수록 시사면접을 실시하느냐 등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외대는 인적성 면접을 실시하기 때문에 별도의 시사 관련한 질문/제시문은 활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학생이 제출한 학생부/자소서에 시사 관련한 내용이 작성돼 있다면 그것에 대한 생각, 확인 등은 진행할 수 있다.”

블라인드 면접에 대한 대비도 요구된다. “외대는 2019학년 학종 면접부터 공정성 강화를 위한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했다. 블라인드 면접은 면접과정에서 수험생의 이름, 수험번호, 출신고교, 부모의 실명 및 직업명, 직위명 등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배제하고 진행하는 면접을 말한다. 수험생들은 면접 당일 교복 착용이 금지되며, 면접고사실 입장 시 수험표도 소지할 수 없다. 면접준비를 할 때도 블라인드 면접을 대비, 본인의 개인정보 등을 노출하지 않도록 사전에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결하게 말하는 연습”도 중요하다. “면접 시간이 생각보다 짧기 때문에 질문에 대해 핵심을 파악하고 간결하게 말하는 연습을 진행해보는 것을 권한다. 간혹 서론을 지나치게 길게 말하는 경우, 면접 시간 내 주요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두서없이 말하는 것과 동문서답을 하는 등의 모습은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한국외대 학종 톺아보기.. ‘학생부종합전형 101가지 이야기’ 참고 필수>

한국외대는 5개 대학(건국대 경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과 ‘학생부종합전형 101가지 이야기’ 책자를 공동 출간, 학종 대비를 위한 101가지 단골문답과 합격사례 등을 공개했다. 김 입학사정관은 “최근 학종에 대한 오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자료다. 학종은 내신 또는 고교별 프로그램에 따라 유불리가 결정되는 전형이 아닌 만큼, 수험생과 교사가 집중해야 하는 진짜 사안을 안내하고자 노력했다”며 “일부 내용을 공개하니 학종을 겨냥하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전형준비에 활용하길 권한다. 전체 책자는 한국외대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외대 학종 합격내신은 어느 정도일까

학종은 교과/수능과 달리 정량적인 수치로 합격수준을 가늠할 수 없다. 수험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지만, 학종의 합격내신 수준은 1~7등급까지 분포도가 다양해 성적권을 특정 지을 수 없는 특징이다. 교과는 상위 내신등급, 수능은 상위 점수를 확보할 수록 합격이 유리한 것과 달리, 학종은 성적수준만을 평가지표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학종은 세부능력과 특기사항 등 교과목 성적 외 다른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이다. 심지어 특정학기의 교과성적이 하락한 경우에도 학생의 학업역량이 떨어진 것으로 단순 결론 짓지 않는다. 해당 시기 학생이 집중한 활동이 있는 지 확인, 다른 활동에서 학업과 관련된 우수성을 드러냈다면 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되는 식이다. 내신 1등급의 학생도 발전가능성 부재와 세특에 대한 공백 등이 발견될 경우 불합격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학교별 여건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자기주도적 성장이 중요

학종 평가는 학교가 무엇을 제공했느냐보다 학생이 무엇을 성취했는가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입학사정관들 역시 고교별 여건차이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학생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주요 평가지표로 삼는다. 학종의 인재상은 자신이 처한 교육적 환경과 여건을 잘 이해하고 이를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활용하거나 또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함양한 학생이기 때문이다. 즉 이미 정해진 고교의 프로그램의 참여 횟수가 학생의 우수성을 가늠하는 기준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 자소서는 얼마나 중요할까.. 학생부의 ‘해설서’ 개념

학생부가 성장과정에 대한 사실/결과 중심의 서류라면, 자소서는 학생부 내용에 대한 동기와 과정을 설명해주는 지원자의 해설서로 볼 수 있다. 즉 수험생들은 자소서가 학생부를 보완하는 성격을 가진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소서는 학생부에 근거해 서술되는 것이 필요하며, 교사가 미처 파악할 수 없는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 성장을 위해 노력한 자신만의 이야기 등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수려하게 작성할 필요는 없으나, 글로 하는 면접이라는 생각으로 진솔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할 것을 권한다.

- 전년도 면접 기출문제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

제출서류 기반의 경우 대부분 기출문항이 따로 공개되지 않는다. 면접질문을 따로 규정짓지 않고 지원자의 특성에 맞춘 개별 질문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학종이 ‘깜깜이 전형’이란 오해를 가지게 된 이유다. 하지만 오히려 제시문 활용면접이 아닌 경우, 지원자는 면접에 어렵게 다가갈 필요가 없다. 자신의 이야기와 학업능력을 서류 기재내용의 연장선상에서 풀어 설명하면 된다. 면접 전 제출 서류를 꼼꼼히 확인해 스스로 강조한 내용들을 되짚어 문답을 만들어볼 필요도 있다. 전공선택이유, 장래희망 등 자소서 관련 질문은 충분히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다. 과장된 표현보다는 지원 학과와 서류 내용의 연관성을 생각해보고 자신의 경험과 목표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는 연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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