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박지혜 한국외대 입학처장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2021 특기자전형 전면 폐지, 2022 자연계 선택과목 지정 대신 가산점 부여 검토”

박지혜 한국외대 입학처장(경영대학 교수)은 그간 외국어교육과 지역학교육으로 각인되어온 한국외대의 이미지를 ‘글로벌 경제 전문가 양성의 일번지’로 단번에 뒤집은 장본인이다.

박 처장은 경영대학 마케팅 전공 교수로서 시대흐름을 앞서가는 시야가 남다르다. ‘한국마케팅학회 마케팅연구 최우수논문상(2017)’, ‘한국외국어대학교 우수강의상(2015)’ 등을 수상한 명실상부 마케팅 이론 전문가인 박 처장은 지난해엔 저서 ‘어서 와, 마케팅은 처음이지?’를 발간하며 수험생들의 관심을 얻기도 했다. 박 처장은 “고등학생들에게 직접 진로 지도를 하거나 입학 면접 심사를 하면서, 마케팅을 전공하겠다는 학생들조차도 마케팅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거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희망 전공에 대해 제대로 알 기회조차 없이 전공과 취업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그래서 경영학 및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과 교사, 대학생에게 도움이 될 ‘실전 마케팅’ 책을 집필했다. 책은 경영학 안의 작은 학문 영역인 마케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이것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지 따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전했다.

지난해 3월 입학처 수장으로 자리한 박 처장의 마케팅 전문가적 시각은 한국외대 입학처를 확 바꿔놓기도 했다. 그간 진행해온 전형결과분석과 예측을 위해 입학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입학연구팀을 신설, 입학총괄팀과 입학연구팀으로 이원화한 것이다. 신설 입학연구팀은 종단연구 데이터분석 등을 통계학과와 함께 진행해 한층 미래지향적 전형설계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선보인 외대 입학처의 책자들이 세련된 디자인은 물론 학과별 취업률, 심지어 취업률이 낮은 전공의 정보까지 여과 없이 넣었다는 사실 역시 박 처장의 마인드를 반영한다. 학교 상징물인 부엉이를 광고 전면에 내세운 전략도 전례 없던 일이다. 그간의 조용했던 외대의 이미지를 단번에 뒤집는, 현장을 포착해 궁금증을 해소하겠다는 공격적 마케팅이 인상 깊다. 전형도 수험생 입장을 고려한 일정배치가 돋보인다. 학종의 1단계 합격자 발표와 면접일정을 기존 수능이전에서 올해 수능이후로 옮겼다. 박 처장은 “수능 때까지는 수시전형 합불 여부에 흔들리지 않고 수능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취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논술고사 역시 수능이후에 실시한다. 수험생 부담을 덜기 위해 교과전형의 수능최저를 폐지했고, 학종에선 자소서 4번 문항을 폐지했다.

무엇보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자칫 흔들릴 수 있는 글로벌캠퍼스에도 입학처의 쇄신행보가 돋보인다. 박 처장은 “글로벌캠퍼스의 2020학년 장학금 신설로 입학장학금 규모가 서울캠퍼스보다 커진다”고 설명한다. 신설 글로벌캠 입학장학금은 진리(약 10명, 4년 등록금 전액) 평화(약 20명, 4년 등록금 반액) HUFS Global(약 42명, 1년 전액 등록금, 기숙사비 포함)이다. 무엇보다 글로벌캠에선 영어실무교육이 무료다. 외대는 글로벌캠 레지덴셜 프로그램으로 단순 영어회화가 아닌 영어실무교육을 실시한다. 대입에서 수험생 인원이 올해 55만명으로 모집인원과 동일해지고 내년부터 수험생 인원이 급감하는 현실에서, 외대는 글로벌캠의 상공계열과 이공계열에 가열찬 지원을 시작한 것이다. 역시 박 처장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단면이다. 박 처장은 입학처 수장으로서 한국외대를 이끌어감과 동시에 전공분야의 폭 넓은 교육기회까지 아우르고 있는 ‘한국외대의 젊은 피’인 셈이다.

그간 여러 방송과 출간으로 대중에게도 익숙한 박 처장은 2020학년 입시를 앞둔 수험생에게 “한국외대는 더 이상 외국어 중심의 특수 대학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학문의 벽 안에 머무르지 않고 학교 밖 사회로 박차고 나와 소통에 활발한 박 처장의 행보. 우리가 왜 향후 대입에서 더 이상 무난하지 않은, 강한 대학으로 거듭날 한국외대를 주목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한국외대가 ‘글로벌 경제 전문가’ 양성에 집중한다. 왜 경제인가

“우리가 말하는 ‘경제’는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금융 등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경제’라는 데는 그 나라의 법 사회 문화 예술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국제화 마인드를 갖추고 각 나라의 경제, 즉 법 사회 문화 예술 분야의 전문가로의 성장 가능성이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말하는 전공적합성에서, 해당 언어와 문화 정치 경제를 다 알고 있어야 한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우리가 말하는 전공적합성은 ‘국제적 시각과 관심’이다. 덧붙여 인재상 역시 주목해야 한다. 최근 학종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대학마다 다른 인재상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한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단순 성적 중심이 아니라 각 대학 인재상에 맞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한국외대에 지원하고자 한다면, 우선 한국외대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자신이 맞는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외대는 최근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한국외대’라는 비전과 ‘글로벌 국가 경제 전문가’ 양성을 교육목적으로 글로벌 프런티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대학민국의 경제성장과 세계화를 이끌어갈 인재를 선발하고자 한다. 그동안 어학과 지역학을 강조해오며 대한민국의 대표대학으로 자리해온 한국외대는 이제 사회적 흐름에 앞서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융합형 글로벌 지역 전문가, 사회 수요 맞춤형 인문 기반 창의융합 인재와 세계와 소통하는 주체적 리더를 양성해 다변화한 사회의 수요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최근 수시 대 정시 비율이 사회적 이슈다. 상위대학에 2022학년부터 정시30% 이상을 여론에 의해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외대 사정은 어떤지

“사회적 이슈가 된 2022학년 정시비율은 한국외대의 경우 이미 전형별 적절한 비율로 모집해온 상황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외대는 지속적으로 고교현장 중심의 교육을 추구해 왔다. 따라서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교육부나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정시비율 및 학생부 위주 전형의 비율을 충족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올해 실시하는 2020학년 입시에서 수시모집 64%, 정시모집 36%의 비율로 입학생을 선발한다. 이미 지난해 4월 예고한 전형계획에 의해서다. 수시모집 중에서는 학생부교과와 학생부종합 등 학생부 위주 전형의 비율이 75%에 달한다. 이는 그 동안 한국외대가 추구해 온 ‘고교현장의 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기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한국외대의 상징처럼 존재해 온 외국어특기자 전형의 모집인원이 많이 줄었고, 2021학년에는 모든 특기자 전형을 폐지하기로 했다.”

- 2022학년 수능 선택과목에 일부 상위대학이 이미 자연계열 선택과목을 지정했다. 자연계열 수학에 미적분과 기하, 탐구에 과탐 2과목 식이다. 한국외대 역시 글로벌캠퍼스에 자연계열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자연계열 선택과목 향후 계획은

“한국외대는 2022학년 전형계획(안)을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현재 계획상으로는 자연계열 수능 선택과목을 별도 지정하지 않고 일부 과목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외대 자연계열이 대부분 IT관련 학과나 융복합 학과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인문학적 소양도 많이 요구된다는 점 때문이다.”

- 수험생에 전하실 말씀

“한국외대는 더 이상 외국어 중심의 특수 대학이 아니다. 45개 글로벌 국가들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법, 공학 등에 강점을 둔 대형 종합대학이다. 어문학과 사회과학 중심의 학과로 편제된 서울캠퍼스와 통번역학과 이공계 중심의 학과로 편제된 글로벌캠퍼스에서는 글로벌 지역 경제를 주도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국내 또는 해외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 국제기구 등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4년 후 기업이 선택하는 대학, 한국외대에 지원을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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