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혼란 수요자 피해 가중시켜' ..'반발 의식한 눈치작전'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상산고의 재지정평가 결과 공개시기가 20일로 연기됐다. 최근 전북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본래 11일에서 12일 정도로 알려졌던 재지정평가 결과에 대한 브리핑이 미뤄졌다. 교육감의 최종승인에 앞서 진행되는 ‘전북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심의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로부터 다른 교육청들과 발표시기를 맞춰달라는 요청도 일정이 지연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가장 이른 발표시점으로 교육계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을 받지 못할 경우 이어질 반발과 충돌을 우려해 교육청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시각이다.

전북교육청은 그동안 발 빠르게 재지정평가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12월 재지정 기준점수를 전국에서 가장 높은 80점으로 높인 평가기준을 공개한 후 올해 3월부터 평가를 실시했다. 상산고는 지속적으로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왔지만 평가를 거부하진 않았다. 그에 따라 재지정평가는 절차대로 평가방법/평가지표 설명회 이후 서면평가, 현장평가, 온라인 학교만족도 설문조사까지 마쳤다.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통과했는지 여부도 이미 나온 상황이다. 당초 5월말 안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에서 늦춰졌음에도 전국의 교육청 가운데 공개시기가 가장 빨랐던 배경이다.

상산고의 재지정평가 결과 공개시기가 20일로 연기됐다. 최근 전북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본래 11일에서 12일 정도로 알려졌던 재지정평가 결과에 대한 브리핑이 미뤄졌다. 전북교육감의 최종승인에 앞서 진행되는 ‘전북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심의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청 관계자에 의하면 일정 지연은 운영위윈회 소집 등의 행정절차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지정평가결과를 교육감이 최종승인하기 위해선 운영위윈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결국 운영위윈회 심의 자체가 늦춰지면서 결과발표도 미뤄진 것이다. 12일경으로 발표시기가 알려졌을 때도 심의과정에서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평가결과의 공개시점을 다른 교육청들과 조율해달라는 교육부의 요청도 발표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도 있다.

그렇지만 돌연 브리핑 시기를 열흘 가량 늦춘 결정이 현장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청의 일방적인 평가기준 상향에 대해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는 물론 정치권까지 반대의견을 내왔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1인시위와 서명운동 들을 계속 이어왔다. 지난달 29일엔 상산고의 학생과 학부모 등 6명이일 청와대로 찾아가 공정한 평가를 요구하는 396통의 자필편지도 전달했다. 재지정평가 결과 상산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엔 행정소송도 빚어질 전망이다. 상산고 관계자는 “전북교육청이 합리성과 적법성이 결여된 평가지표와 기준으로 재지정평가를 강행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에 대해 법적구제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재지정평가에 대한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태도변화도 주목된다. 김 교육감은 그동안 재지정평가의 기준점을 일방적으로 80점까지 상향하며 현장의 반발을 불러왔음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교육감은 평가위원회의 결론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감 혼자서 판단할 경우 편향될 수 있기 때문에 평가위원회를 거친다는 설명이다. 최근까지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보였던 모습과는 대조된다. 일각에서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에 따른 논란을 피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결과적으로 평가결과 공개시기의 지연 역시 일종의 ‘눈치작전’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북교육청이 또다시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면서 수요자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재지정평가 결과의 공개시점이 늦춰질수록 고입 수요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상산고가 재지정평가를 통과할 경우엔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탈락한다면 상황은 다르다. 교육당국이 일반고 전환을 추진할 경우 상산고가 행정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소송이 계속 이어진다면 모집요강이 제 때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 입시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수험생들이 합격했더라도 추후에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 교육감은 전국단위 자사고로서 많은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산고의 위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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