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충원 미달' 운영난 원인.. 자사고 폐지 정책도 영향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전북 광역단위 자사고인 군산중앙고가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을 이유로 일반고로 전환을 결정했다. 5일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군산중앙고는 다음주에 예정된 이사회의 동의를 거쳐 전북교육청에 자사고 지정취소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7월말까진 전환을 확정해 내년 신입생부터 일반고로 모집할 계획이다. 자사고를 반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 수를 채우지 못해 학교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악화가 겹치면서 군산중앙고는 최근 2년간 원서접수에서도 미달을 빚었다. 내년에 받아야 하는 재지정평가 등 자사고를 압박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른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군산중앙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전국 광역단위 자사고는 30개체제까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대구의 광역자사고인 경일여고가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찰이 끊이지 않았던 가운데 서울의 대성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면서 광역자사고는 현재 32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21개교, 비서울 11개교 등이다. 군산중앙고와 경일여고가 일반고로 된다면 비서울 광역자사고는 9개로 줄어든다. 올해와 내년에 실시되는 재지정평가도 변수다. 대부분의 자사고들이 평가대상인 가운데 기준이 강화되면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최근 발표된 자사고 종합감사결과 일부 학교들이 여러 건의 주의/경고 지적을 받았다. 모두 재지정평가에서 감점될 수 있는 요소인 만큼 향후 광역자사고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전북 광역단위 자사고인 군산중앙고가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을 이유로 일반고로 전환을 결정했다. 최종적으로 7월말까진 전환을 확정해 내년 신입생부터 일반고로 모집할 계획이다. 자사고를 반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 수를 채우지 못해 학교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진=군산중앙고 제공

<‘일반고 전환 결정’ 군산중앙고.. ‘학생 충원 미달로 재정악화’>
군산중앙고는 지난달 31일 열렸던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서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 당시 학운위에 참석했던 학부모위원 교사위원 지역위원 등 13명도 대체로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중앙고는 학운위를 열기 이전부터 학부모들을 여러 차례 설득하며 동의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학운위를 통과한 만큼 이달 중순 이사회에서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면 곧바로 전북교육청에 자사고 지정취소를 신청할 방침이다. 교육청의 청문을 거쳐 교육부 동의까지 모든 절차는 7월말 이전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내년 신입생부터 일반고로 모집하기 위해선 2020학년 고등학교 입학전형계획에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 충원 미달로 재정이 악화되면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 학교의 설명이다. 박진무 군산중앙고 교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충원율 미달 등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른 결정이었다. 특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의 영향이 컸다. 그동안 두 기업 임직원의 자녀들이 170여 명 이상 입학했었기 때문이다. 광역모집으로 모집법위가 좁은 군산중앙고의 입장에선 그 만한 인원을 새로 선발할 방법이 없다. 결국 학생 수가 부족해 재정도 어려워졌다. 내년에 더 악화될 것이다. 수차례 상황에 대해 설명했음에도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끝내 동의를 받진 못했지만 일반고 전환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군산중앙고는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년과 동일하게 280명을 모집했지만 지원한 인원은 174명이다. 두 해 전인 2017학년에는 291명이 지원해 일반전형에서 1대1을 넘겼지만 2년연속 일반과 사회통합에서 모두 미달을 겪고 있다. 전형별로는 일반 0.75대1(모집224명/지원167명), 사회통합 0.13대1(모집56명/지원7명)로 나타났다. 

군산중앙고는 전북 군산에 위치한 자사고다. 2010년 광역단위 자사고로 지정됐고, 2014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동안 서울대 등록실적이 다소 아쉬운 편이었지만 수시 위주의 성과가 돋보인다. 군산중앙고는 2018학년 대입에서 서울대 등록자를 수시로만 1명 냈다. 2017대입에서는 서울대 등록실적이 없었지만 2016대입에서는 4명이 서울대에 등록했다. 당시 전주 한일고와 함께 전북지역 등록실적 공동3위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진학자를 포함해 4명 모두 수시로 합격하면서 수시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전북만 80점’ 재지정평가.. ‘자사고 부담 가중’>
내년 재지정평가를 앞두고 군산중앙고의 일반고 전환 결정이 나온 시점이 주목된다. 같은 지역 자사고인 상산고의 재지정평가 결과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올해 전북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재지정 기준점을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상향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교육청은 기준점 변경 없이 재지정평가를 강행했다.

군산중앙고가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게 된 복합적인 요인 가운데서도 재지정평가 등 교육정책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박 교장은 “전적으로 재지정평가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학생만 충분히 모집할 수 있었다면 군산중앙고도 자사고를 유지해 내년 재지정평가를 준비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학생 충원이 안 되는 현재의 상황에선 온전히 평가받긴 어렵다고 본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사회통합 관련 지표에서도 일반과 사회통합 모두 미달을 빚고 있는 군산중앙고는 불리하다. 현재의 평가지표로는 거의 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을 수 받게 없기 때문이다. 학교차원에서 노력을 해왔음에도 학생충원 자체가 되지 않는 데도 전혀 고려되지 않아 불합리하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재지정평가의 기준이 80점으로 상향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교선택 시 일반고 전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만큼 자사고를 유지한다면 내년 학생충원에 불리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북 소재 다른 자사고들에게도 교육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재 재지정평가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 상산고와 내년에 평가를 받아야 하는 남성고 모두 사실상 모든 평가지표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야 재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통합 관련 지표 등이 학교의 교육여건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상산고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평가지표로는 80점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북교육청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평가 기준점을 80점으로 상향한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려는 수요자들의 피해를 방치한 채 재지정평가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교육청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위기의 광역자사고.. ‘충원 미달 지속, 재지정평가 압박’> 
대구의 광역단위 자사고인 경일여고도 군산중앙고보다 앞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경일여고를 운영하는 협성교육재단은 일반고 전환을 결정하고 학운위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을 모두 마친 상황이다. 이후 정식 이사회 승인을 얻게 되면 대구교육청에 자사고 지정취소 신청을 할 계획이다. 경일여고 역시 신입생 충원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원서접수 결과 최근 2년 연속으로 미달을 빚었다. 2018학년에 절반이 약간 넘는 0.5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0.34대1까지 추락했다. 

학생들의 지원 기피는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경일여고에 지원자 수가 급감한 배경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일반고보다 내신이 불리한 환경에서 원서접수 미달도 이어졌기 때문이다”며 “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미 수요자들은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특히 대구는 대표적인 교육특구인 수성구가 있는 만큼 자사고 지원 대신 교육특구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자사고 진학의 불안감을 키운 교육정책이 학생들을 교육특구로 향하게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 군산중앙고와 경일여고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현재 32개교인 전국 광역단위 자사고는 30개체제로 축소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12일 상산고를 필두로 공개되는 재지정평가 결과에 따라 일부 자사고들의 지정취소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공개된 서울교육청의 종합감사 결과 평가대상인 자사고들의 절반 가까이가 감점 대상으로 파악되면서 실제로 광역자사고의 수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된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