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의 굳은 결심은 사라지고, 공부가 힘들어진다. 집중이 되지 않고 ‘멍’해지는 시간이 많아진다. 한 시간을 앉아 있어도 책장이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다. 많은 학생들이 겪는 슬럼프다.

6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끝나면 슬럼프에 빠지는 고3과 재수생들이 많아진다. 3월초 초롱초롱하던 눈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무기력한 모습이다. 6월에 슬럼프가 잘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수험생들의 일정을 살펴보면 그 이유가 나온다.

고3이라면 중간고사를 치르고 6월초까지 전력질주를 한다. 정시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도 내신을 완전히 포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3월초부터 4월 하순의 중간고사까지 열심히 한다. 공부를 등한시하던 반에서 20등 전후의 학생들까지도 학기 초에는 나름 공부를 하게 마련이다. 중간고사가 끝나도 고3은 쉴 수가 없다. 수능성적의 잣대가 되는 6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3개월 이상 긴장을 풀지 않고 100m달리기하듯 전력질주를 한 셈이니 지칠 수밖에 없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면 슬럼프가 찾아온다.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은 학생은 ‘해도 안 된다’라는 좌절감으로 더 깊은 골짜기에 떨어지기도 한다.

고3인 L양은 요즘 슬럼프의 늪에 빠져 있다. 최상위권을 유지하던 성적이 하락해 자존심이 상했는데도 불구하고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작 몸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는 만큼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성적이 원하는 만큼 오르지 않아서 괴롭습니다. 이 템포라면 원하던 대학은 이젠 포기하고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본 후 만났던 재수생 K군의 말이다. 마음만 불안해진다는 그는 “집중력도 떨어지고 공부시간도 줄었다”며 이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수험생들에게 찾아오는 악몽과 같은 슬럼프는 수험생활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수능이 5개월여 남은 시점. 마라톤에 비유하면 레이스의 중반이다. 반환점을 돌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숨은 가쁘기만 하다. ‘기권’이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한다. 피로하지 않은 듯 여전히 열심히 뛰는 경쟁자들을 보면, 부럽기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힘들더라도 한 걸음을 더 내딛어야 한다. 옆에서 뛰고 있는 친구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전교1등을 하는 학생들은 지쳐 있지 않을까. 불안감이 없을까. 그들도 힘들다. 수시지원을 하면서 마음 졸이기는 마찬가지이고, 수능에서 4점짜리 실수를 하면 원하는 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는 불안함도 있게 마련이다. 누구나 지루한 수험생활에 지쳐 있고 힘들어 한다. 어려운 고비를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 수험생활의 성패가 갈린다. 공부의 효율이 떨어지는 원인을 잘 찾아서 가능한 한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슬럼프가 찾아오는 원인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체력저하. 11월14일까지의 긴 레이스를 완주해야 하는데 학기 초부터 잠도 줄이고, 제대로 챙겨 먹지도 않으며 공부를 하니 체력이 바닥 난 것이다.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데 100m를 달리듯 무리를 한 셈이다. 쓸데없이 사라지는 자투리 시간을 공부시간으로 만들고 대신 잠자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하루 만에 바닥 난 체력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일주일 정도 잠자는 시간을 한 시간 이상 늘리고, 잘 먹으며 힘든 여름을 헤쳐 나가기 위한 체력을 다져야 한다.

체력관리는 수험생 본인이 하기 힘들다. 어머니가 필히 도와주어야 한다. 수면량을 늘리도록 권유하고, 영양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점심의 학교급식은 어쩔 수 없더라도 아침과 저녁 식사는 관리해야 한다. 특히 아침 식사가 문제이다. 피곤해서 겨우 일어난 학생이 아침밥을 맛있게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체력이 떨어지면 당연히 비위(脾胃)의 기능이 저하되어 밥맛이 없어진다. 늦잠을 자고 허겁지겁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적절한 영양과 칼로리를 공급할 수 있는 식단을 제공해 공부할 에너지원이 부족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학원스케줄과 학생종합기록부 등을 신경 쓰는 것만큼 아침식사 관리도 중요하다. 3월에 비해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면 보약이라도 먹어야 한다.

정신적인 피로도 슬럼프의 원인이다. 스트레스를 적절히 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공부만 한 것이 원인이다. 공부에서 오는 가장 큰 정신적인 피로는 단조로움 때문이다. 눈 뜨고 하는 일이라곤 공부뿐이다. 참고서와 문제집이 달라질 뿐 하는 일은 항상 똑같다.

일주일에 한 번 4~5시간은 공부를 완전히 잊고 마음 편히 놀며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것이 좋다. 공부로만 점철된, 지루하고 단조로운 생활에 머리가 지친 상황이다. 평가원 모의고사가 끝난 이 시점에서 하루쯤 공부를 완전히 잊고 열심히 노는 것도 방법이다. 그 후에 자기가 공부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학기 초의 공부의지를 되살려야 한다.

시간을 내서 선배들의 경험담을 듣고 그들의 조언을 받는 것도 슬럼프 극복에 도움이 된다. 지금 수험생들이 걷고 있는 그 길을 먼저 지나간 그들도 슬럼프를 겪어 보았을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어떻게 슬럼프를 회복했는지를 들으면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부모님의 말보다는 1~2년 선배의 조언이 더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다.

공부환경을 바꿔 생활리듬에 자극을 주어도 좋다. 다시 보아야 할 책과 버려야 할 책을 구분해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도 기분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자신감의 회복이다. 열심히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 글을 읽는 학생이라면 자신감을 되찾는 주문을 하나 만들어 보길 바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나는 할 수 있다” “서울대 가자”. 최상위권 학생들이 힘들 때 스스로에게 말했던 주문들이다.

여름의 더위가 눈앞에 다가온다. 슬럼프의 고비를 극복하고 무더위를 견디며 합격이란 달콤한 열매를 맛보길 기원한다.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

/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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