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채용 공고에 로스쿨생 발끈

[베리타스알파 = 이우희기자] 사상 처음 변호사를 7급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지자체의 공고가 났다. 부산시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의 7급 공무원 채용을 공고한 것. 부산시에 앞서 세종과 충북, 국가인권위원회, 조달청, 부산소방본부 등은 6급 채용공고를 냈었다.

▲ 부산시가 사상 처음으로 변호사를 7급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공고를 냈다. 취업난에 로스쿨 출신의 대우가 급락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학의 법학관./사진=베리타스알파 DB

로스쿨생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로스쿨 학위에 변호사 자격까지 갖췄는데 ‘7급 공무원’은 너무 낮다는 반응이다. 실제 채용공고가 난 후 5600여 명이 가입한 로스쿨생들의 인터넷 카페 ‘로이너스’ 게시판에는 연일 부산시를 성토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부산시 채용공고에 지원한 변호사의 ‘신상을 터는’ 일까지 벌어졌다. ‘신상털기’는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특정 개인정보를 파헤쳐 인터넷에 퍼뜨리는 행위다. ‘지원 변호사의 신상을 털자’고 주장한 한 게시물이 기폭제가 됐다. 비 상식적인 분위기는 부산시 채용 공고에 응했던 한 지원자가 일부 언론에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한 로스쿨생은 “채용공고 지원자의 명단을 공개하자는 주장은 정부기관과 지자체가 6급 채용공고를 냈을 때부터 있었다”며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예비법조인으로서 평정심을 잃고 공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반 취업준비생들은 물론 언론에선 로스쿨생들의 반응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일간지는 사설까지 내고 “한 해 2000만원 정도 드는 로스쿨의 고비용 구조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것이 로스쿨 출신이 취업의 눈높이를 낮추지 말아야 할 이유일 수는 없다”고 규정했다.

실제 로스쿨의 주가 하락은 세계적인 현상. 우리보다 5년 앞서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은 로스쿨 지원자 수가 출범 당시보다 4분의 1로 줄었다. 미국도 로스쿨 생들의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안에 ‘무료 로펌’을 설치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법조인 취업 환경은 더 척박하다. 한 해 2500여 명의 신참 변호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만족할 만한 일자리는 대형 로펌과 대기업 등에 한정 돼 있다. 결국 옛 주사에 해당하는 6급은 물론 7급 공무원 채용에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몰리는 현실이다. 지난해 인권위 6급 변호사 2명 채용에는 56명이 몰려 경쟁률 28대1을 기록했다. 6급 채용공고를 낸 세종시는 10대 1, 춘천시는 22대 1이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직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망설이는 분위기라 그렇지, 일단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면 경쟁률은 50대 1까지는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국가기관과 지자체의 변호사 채용 규모는 한 두 명에 불과하다.

대우가 괜찮은 일자리는 대부분 명문대학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의 차지가 된다는 점도 명문 학부를 졸업하지 못한 로스쿨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로스쿨 출신 사이에선 대형 로펌에 취직하려면 명문대 학벌이 필수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15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법무부가 임용한 로스쿨 출신 검사 42명 가운데 서울대(22명)와 연세대(9명), 고려대(5명) 학부를 나온 비율은 85.7%에 달했다. 사법고시 시대에 비해 로스쿨 도입으로 오히려 학벌주의가 심화 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배경이다.

부산시가 문을 연 ‘7급 변호사’ 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난에 직면한 일부 지방 로스쿨은 지자체와 졸업생 채용을 협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스쿨 학생들의 비난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7급 공무원의 경우 경쟁률이 383대 1에 달한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7급으로 들어오건 행정고시에 패스해 가지고 5급으로 들어오건 그건 자기의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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