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포트폴리오] 서울대 우선선발 지리학과 홍순호

어려서부터 지리에 관심이 많았던 홍순호(20)군은 지도를 보거나, 세계 각국의 국기를 보고 나라이름을 외우곤 했다. 이따금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만의 도시와 지도를 그리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엔 매년 지리올림피아드에 도전했고, 해가 갈수록 좋은 성과를 냈다. 홍군은 지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 지원했고, 면접 없이 서류만으로 우선선발되었다.

‘지리 바라기’의 지리 인생

▲ 홍순호군은 “지리는 비인기 과목이기도 하고 지리과엔 점수에 맞춰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나는 앞으로도 지리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음을 강하게 어필했다”고 말했다./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베리타스알파 = 유주영 기자] 홍순호군을 서울대 우선선발로 이끈 결정적 견인차는 지리에의 꾸준한 관심이다. 홍군은 “어린 시절부터 지도를 보는 것 자체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기소개서에 지리 얘기만을 잔뜩 쓸 순 없었다고. “서울대는 정시에서도 다른 학교보다 다양한 과목의 점수를 반영한다. 내게는 이 부분이 ‘모든 과목을 포괄적으로 잘하는 인재를 뽑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지리 얘기만 줄줄이 쓰는 것보다 전략적으로 다가갈 필요성을 느꼈다. “1번 질문에는 전공 관심도, 2번은 학업 우수성, 3번은 나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게끔 작성하려고 했다. 4번은 장단점과 더불어 단점을 극복하게 된 이야기를 썼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도서를 쓰는 5번의 경우에도 지리에 관련한 책만 쓰지 않고, 조금은 다른 분야의 책 또한 기재했다.”

‘지원동기와 진로계획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가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를 기술’하는 1번 항목에선 지리에 대한 관심을 강하게 드러내려고 했다. 특히 고교 재학 중 지리올림피아드에 참가해 1학년 때에는 지역예선 탈락의 고배를 맛봤지만 2학년 때에는 전국대회 동상, 3학년 때에는 지역대회 대상과 전국대회 은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히 공부해 점진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 점을 강조했다. 지리의 다양한 분야 중 특히 도시 지리학에 관심이 많다는 부분을 꼽으며 도시계획가가 되고 싶은 꿈을 이야기했다.

고교 시절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 내용을 기술’하는 2번 문항에는 학업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텝스 성적을 100점 가까이 올리기 위해 발표와 토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한 부분을 썼다. 또한 JLPT도 방학마다 혼자 공부하면서 N4로 시작해 N2에 합격한 이야기를 했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 3개’는 지리 과목 학술동아리 ‘지오누리’ 활동과 ‘컴패션’번역 봉사활동, 교내 영어연극경연대회를 적어냈다. “대일외고에는 학술동아리와 일반동아리가 있는데 학술동아리에서는 지리를 선택했다. 지리가 인기과목은 아니라 인원은 3명 정도로 적었다. 책을 읽고 자료를 조사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해 선생님께 첨삭을 받는 등의 활동을 했다. 봉사활동은 후원자와 후원 받는 아이들의 편지를 번역하는 일을 했다. 고교시절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기도 하다. 영어연극경연대회는 대회를 준비하며 힘든 일도 있었지만 결국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는 자신감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었던 계기였다.”
선택문항에서는 자신의 장단점 쓰기를 선택했다. 장점으로는 집중력이 강해 등급이 낮았던 언어영역의 등급을 1등급까지 올린 이야기를 썼다. 단점으로는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자신감이 부족했던 이야기를 쓰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예들을 곁들였다.

자신에게 영향을 준 책으로는 ‘지리, 세상을 날다’(전국지리교사모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를 꼽았다. 홍군은 “지리에 관련한 책만 고르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음을 어필하고 싶어 각 분야의 책을 한 권씩 골랐다”고 말했다.

증빙서류 중 눈에 띄는 것은 제주도 지질 탐사 보고서다. 홍군은 “전국지구과학교사 연합회에서 진행한 탐사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갈 수 있었고, 나를 제외한 모든 학생이 이과생이었지만 재미있게 다녀온 경험이다. 탐사 활동한 것을 보고서로 쓴 뒤 증빙서류로 제출했다.”

활동도 내신이 받쳐줘야 빛나

홍군은 수능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언수외 만점을 일궈낸 것. 내신은 2.4~2.6등급으로 대일외고에서 전교 7등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다. 성적 유지의 비결은 바로 ‘틀린 문제 다시 보기’ 전략.

언어는 점수를 많이 올린 과목이다. “언어영역은 쭉 3등급을 받았다. 사실 10월 모의고사 때에도 2등급을 받을 정도로 자신 없는 과목이었다. 고2 때부터 기출문제집과 일반 문제집을 풀었다. 틀린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시 체크해가며 공부했다. 기출문제집은 3권 정도 풀었다. 문학의 경우 EBS에 나온 시 등을 노트 한 권에 다 정리해놨었다. 외고 학생들이 생각보다 언어영역을 어려워한다. 외국어는 잘하지만 언어능력은 일반계고와 비슷비슷해 등급 따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출제자가 원하는 방향을 보려고 노력했고, 틀린 문제들은 근거들을 찾아가며 풀었다.”

수리는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문제집에서 틀린 것들도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문제는 쉽지만 양이 많은 ‘쎈’으로 공부하고, 나중에는 ‘수학의 정석’을 두 번 정도 봤다. 오답노트를 만들다 보면 실수를 해서 틀렸을 수도 있고, 진짜 몰라서 틀렸을 수도 있는 경우들이 나왔다. 진짜 모르는 문제는 해답지를 훑어보고, 푸는 방법을 알겠으면 해답지를 덮은 뒤 다시 푸는 식으로 공부했다. 다시 풀어봐서 맞은 건 넘어가고 또 틀리는 건 한 번 더 공부했다. 계속 반복적으로 공부하니 문제 유형을 알 수 있었다.”

외국어의 경우 중학교 때까지는 청담어학원과 토피아 등을 다녔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학원에 다녔던 것은 도움이 많이 됐다. 영어로 말을 계속 하게끔 하니까 말이다. 학원의 당근과 채찍시스템, 가령 상점제도 등에 성취감을 느껴 열심히 했다. 이 때 어휘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중학교 이후부터는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중학생 이상부터는 학원의 도움이 굳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특히 홍군은 고교에 입학한 뒤엔 학원 없이 학교의 수업 시스템에 따라 공부하며 자기주도학습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자기주도학습은 ‘남학생들 스타일’대로 했다. “남학생들 대부분이 비슷한데 무계획적이다. 여학생들처럼 시간단위로 쪼개 공부하는 건 잘 안 된다. 하루에 공부할 양을 대략적으로 정한 뒤 공부했다. 특히 1학년 때부터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했다. 하루 4시간 정도를 했는데 덕분에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 들 수 있었다.”

대일외고의 방과후수업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홍군은 “교감선생님께서도 텝스 강의를 개설하실 정도로 학교 선생님들 모두 열성적이셨다”며 “덕분에 자기주도적으로 수업을 선택하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군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사회탐구의 공부방법의 핵심은 단권화다. “국사와 한국지리, 세계지리를 선택했다. 지리과목의 경우 워낙 관심이 많아 베이스가 있어서 따로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국사의 경우 다 암기다. 시대별로도 워낙 다르고 고려랑 조선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왕마다 업적이나 시대상이 다른데 국사 교과서에는 이게 여기저기에 다 퍼져 있다. 큰 종이 한 장에 왕과 시대별로 내용들을 쭉 정리했다. 수능 한 달 전에는 그 종이만 코팅해서 들고 다니며 공부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대 교정에서 만난 홍군은 무척 들뜬 모습이었다. “아직 지리분야의 심화과목을 들을 수는 없어 아쉽지만 다양한 교양 과목을 공부하고 있고, 동기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며 행복해했다. 소망처럼 도시계획자로 성장한 모습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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