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포트폴리오] 서울대 우선선발 자유전공학부(인문) 성용민

성용민(19)군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진학을 결정한 건 당연했다. 새로운 학문을 개척하고픈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성군의 관심분야는 심리학과 천문학. 둘 중 하나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고, 고민 끝에 ‘천문심리학’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진학이 길이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의예과와 수의예과, 사범계열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심지어 ‘나만의 전공 설계’도 가능하다. ‘천문심리학’을 염두에 둔 성군처럼 새로운 학문을 개척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적합한 환경인 셈. 대신 전형은 까다롭다. 학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문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기초소양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자율성, 창의성 등을 면밀하게 평가한다. 성군이 면접 없이 서류만으로 자유전공학부(인문) 우선선발 합격을 이뤄냈다는 사실은 입학사정관으로부터 ‘대면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학문개척의 의지와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 볼 수 있다.

내신 다음에 활동

▲ 2013 서울대 일반전형 우선선발 합격을 거둔 성용민군은 자유전공학부 진학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융합을 뼈대로 두고 자신만의 캐릭터로 승부하라”고 말했다. 성군은 평소 문사철 관련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활동기록물을 남긴 덕에 캐릭터에 대한 근거를 비교적 수월하게 제시할 수 있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베리타스알파 = 김유하 기자] 올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새내기가 된 성용민군은 수시 일반전형 우선선발 합격생이다. 서울대 우선선발은 서류심사만으로 면접 없이 합격시키는 제도. 성군이 특히 관심이 높은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비결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내신성적에 있다. 성군은 안산동산고 출신이다. 안산동산고는 올해 31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며 합격자 수에서 광역단위 자사고 전국 1위에 오른 명문이다. 성군은 공부 잘하는 학교로 전국에 이름난 안산동산고에서 고교 3년 간 평균 2등급 초반의 내신과 문과 4등 수준의 전교 수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전공과 관련한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활동은 고스란히 자기소개서에 녹아 들었다. 성군의 활동목록엔 흔히 알고 있는 경시대회 수상실적이나 어학 공인인증 점수는 없다. 대신 자유전공학부의 비전인 ‘인류 공동체에 기여하는 실천적 인재 양성’의 취지와 들어맞는 교내활동 위주로 이어왔고, 활동 이후 반드시 글로 정리해 기록물을 쌓아온 특징이 있다. ‘수요집회’ 현장과 ‘나눔의 집’을 방문한 후 느낀 점을 기록한 것도 증빙서류가 되었다. 학교 철학수업의 내용을 더욱 발전시켜 개인적으로 써 놓은 기록물도 마찬가지다. 보충수업을 통해 접한 영상물을 보고 쓴 글들 역시 희망진로를 확실히 한 계기로 작용했고, 기록물로도 유효했다. 한국사시험 1급 인증은 역사와 철학에 기반한 성군의 자기개발능력을 인정하는 데 근거가 될 만하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자신의 학문적 성향을 자유전공학부와 연계성을 찾는 데 주력했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둔 과정, 심리학과 천문학을 융합하고자 노력한 과정, 국영수 등 도구과목 교과학습에만 얽매이지 않고 학문적 교양을 쌓은 과정 등을 아울러 자신만의 캐릭터를 내세웠다.

자기소개서 증빙서류는 최대 10개까지 제시할 수 있었지만, 성군은 7개로만 구성했다. 양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성군은 “서울대 입시를 준비한 친구들이라면 상당 수 자료가 넘치는 수준일 게 분명하기에 무엇인가 새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다만 인위적으로 꾸며내는 것 자체가 의심을 일으킬 수 있기에 당시까지 쌓은 자료로만 승부를 보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국영수보다는 문사철

자기소개서 첫 문항인 ‘지원자 선발 이유’에는 심리학과 천문학에 기반해 ‘천문심리학’을 개척하려는 진로계획을 자유전공학부 진학 의지와 엮었다. 성군은 “대학 전공으로 개설돼 있지 않은 ‘천문심리학’을 자유전공학부 학생설계전공을 활용해 연구·탐구하려는 열망을 전달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심리학에 대한 관심으로 글을 시작해 천문학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으며, 천문심리학을 연구하려는 계획을 제시했다. 심리학과 천문학은 과거에 점성술로 묶였는데, 어떤 과정에서 학문의 분화가 이뤄졌고 갈라진 두 학문이 미래에는 어떻게 교류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싶다고 썼다. 사례도 들었다. 우주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상심리를 연구하여 미래에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인류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책 3권도 천문학·심리학을 고려해 기재했다. 우주의 광활함을 다룬 ‘오리진(도널드 골드스미스)’과 분석심리학의 대가 카를 융의 자서전 ‘기억, 꿈, 사상(카를 구스타프 융)’으로 관심분야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의 경우 책을 통한 깨달음을 꿈과 엮었다. “문과에서 천문학을 공부하는 게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계발에 매진한 조나단의 모습에서 꿈을 간직하는 용기를 얻은 과정을 썼다.”

‘역경 극복 노력’에선 심리학에 관심을 둔 배경이 드러났다. 성군은 고교 입학 후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데 힘에 부쳤고 괴로운 상황을 벗어나고자 무감정을 자처한 적이 있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한 뒤엔 시집을 읽으며 감정을 다스렸고 심리학으로 마음이 병든 사람을 도우려는 꿈을 키웠다. “카를 융의 자서전을 읽다가 감정에 의해 조절되지 않는 지성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려는 사람들이 신경증을 앓는다는 내용을 접했는데, 마치 내 증상에 대한 진단처럼 느껴졌다. 무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을 만나고 느끼려 했다. 점차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태도를 버렸고, 친구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고 조언해주면서 심리학에 대한 열망을 찾았다. 그 과정을 역경 극복 노력으로 제시했다.”

다양한 경험도 중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융합인재가 갖춰야 할 자질을 기르는 데 매진한 과정도 중요하다. ‘지적 호기심에 기반한 학업능력 향상 노력’ 문항에선 철학을 공부한 경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의 창조’에 대해 플라톤의 초월주의와 루크레티우스의 내재주의적 관점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등 하나의 주제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을 정리한 자신만의 학문탐구법을 서술한 것. 수학공부법도 제시해 천문학을 공부할 준비를 해왔다는 점도 피력했다.

‘의미 있는 활동 3개’로는 한국사에 대한 관심을 이끈 ‘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활동’, 재능을 기부하면서 봉사의 의미를 깨달은‘푸른교사(안산동산고 교육기부 프로그램으로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을 지도함)’, 전자정부에 대한 지식을 쌓은 ‘한국행정학회 학술회의 참가’를 들었다.

성군이 특히 애착을 둔 활동은 ‘VANK 활동’.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통해 한국사 전반에 대한 관심을 키워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군은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고, 위안부 역사박물관을 참관했으며, 2·3학년 당시 한 번씩 수요집회에 참여했다”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두면서 역사는 늘 우리 곁에서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과거를 올바르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국사를 공부한 배경을 서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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