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서울대 수시 의예과 박주현

수학(상)도 안 보고 수학명문 상산고에 ‘요행’으로 들어간 박주현(20)군은 지독한 노력으로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쌓으며 꾸준한 성적향상을 이뤄냈다. 2학년 때까지 ‘수시는 괴짜들만 가는 전형’이라고 생각했던 박군은 뒤늦게 수시 준비에 돌입, 당당히 서울대 의예과에 입성할 수 있었다. 수시로 방향을 튼 이후에는 성적 상승 그래프를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교내·외 경시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논·구술에 대비해 학원에 다닌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다양한 활동을 압축적으로 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효율에 있다. “무섭게 공부하고, 무섭게 쉬어라.” 박군의 조언이다.

영어특기자의 좌절

▲ 상산고 출신으로 서울대 의예과에 수시모집으로 합격한 박주현군은 수능준비에도 부족한 고3 시간의 절반을 수시준비에 할애했다. 한정된 시간을 남보다 압축적으로 쓸 수 있었던 비결은 효율이다./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베리타스알파 = 이우희 기자] 서울대 의예과 13학번 박주현군은 고교진학 당시 수학 잘하는 상산고에 영어특기자로 입학한 특이한 케이스다. ‘수학의 정석’의 저자 홍성대 이사장이 설립한 상산고는 수학교육 경쟁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학교. 수학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영어특기자는 설 자리가 없었다. 박군은 “수학선행이 전혀 안 돼 있었다. 수학(상)도 안 보고 상산고에 들어갔으니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셈이다”라고 말했다. 박군이 입학한 이듬해 상산고는 영어특기자전형을 폐지했다. 박군은 “솔직히 영어특기자전형이 없었다면 전국단위 자사고인 상산고엔 들어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박군은 전주 아중중 전교 10등 권으로 가장 좋았던 성적이 전교 3등이다.

우려했던 일은 터졌다. 박군은 상산고 첫 시험에서 좌절감을 느꼈다. 1등급을 받은 과목은 기술가정 단 한 과목뿐이었다. “석차는 짐작으로만 알 수 있는데 아마 전교 50등 전후였던 것 같다. 당시 상산고 장학금 기준이 전교 50~60등 선이었는데 반액 장학금을 턱걸이로 탔다. 반에서 4명이 장학금을 받았고 내가 네 번째였다.” 박군의 성적표에는 1학년1학기를 통틀어 석차등급이 나오는 12개 과목 가운데 1등급 1과목, 2등급 2과목, 3등급 3과목, 4등급 2과목, 5등급 1과목으로 기록되었다. 수학은 4등급이었다.

경쟁심과 죄책감

오기가 발동했다. 박군은 경쟁심에 불타는 스타일이다. 일부러라도 경쟁자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경쟁에 불타면 자기 능력의 300~400퍼센트 발휘한다는 점을 알았다. 경쟁상대를 만들어 우선 그 친구를 넘어서기 위해 애썼다. 돌아보면 성적으로 하는 경쟁이라기보다 ‘공부 시간 경쟁’에 가까웠다. 박군은 “1학년 땐 2~4명 정도가 성적이 비슷해 경쟁자로 여겼다. 성적이 계속 올라 3학년 땐 확실한 단 한 명의 경쟁자가 있었다”며 “어찌됐건 가장 중요한 건 경쟁자를 만드는 것이다. 그냥 그건 해보면 왜 그런지 알 것이다. 저 아이보다 문제집 한 권, 시험문제 한 문제라도 더 푸는 악독함으로 버텨내야 한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점은 자사고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쟁은 박군을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였는데 엄청나게 공부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부한다. 그 친구의 알람을 듣고 나도 따라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지고 싶지 않았다.”

죄책감도 적절히 활용하면 자신을 채찍질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박군은 “공부가 안 될 땐 도서관에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때우지 말고 쉬라”고 조언했다. 박군은 일부러 바쁜 중에도 주말 축구에 참가하려고 애썼다. “축구를 할 때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도서관에 왔는데 경쟁상대가 도서관 앉아 있다면?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든다. 공부효율 300%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박군은 “경쟁심과 죄책감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라며 “그걸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감각해지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어떤 아이들은 고3인데 ‘편하게’ 놀고도 공부할 생각을 안 하는 경우가 있다. 무감각해진 것이다. 위험하다.”

가파른 성적 상승곡선

성적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1학년 때 4~6등급 과목이 8개나 됐지만 2학년 땐 5개로 줄었고 3학년 땐 3개로 줄었다. 3학년2학기 땐 4등급 이하가 하나도 없었다. 모의고사는 446점을 찍었다. 텝스성적까지 올랐다. 영어특기자 입학 당시 947점으로 이미 높았지만 3년 만에 969점으로 뛰었다. 상산고 최고 점수였다.
비결은 ‘무섭게 공부하고 무섭게 쉰다’는 원칙에 있다. 박군은 효율을 중요시했다. 공부할 땐 무섭게 집중했지만 적절한 휴식도 필수였다. 평일에는 기숙사에서 새벽6시에 일어나 공부를 시작했다. 취침시간은 자정. 학교 자습실에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왔다. 대신 주말에는 충분히 쉬었다. 가족들과 외식도 하고 친구들과 축구도 했다. 그렇다고 하루 온종일 논 건 아니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시 도서관에 돌아와 공부했다.

잠도 충분히 잤다. 주중에는 기본 여섯 시간에 낮잠과 저녁잠으로 한두시간을 벌충했다. 잠을 잘 자려고 커피도 안 마셨다. 박군은 “다른 친구들은 시험시간에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데 효율을 해친다. 잠을 자야 하는데 안 자는 것에 불과하다. 평소에 미리미리 시험에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군은 이어 “고3 때 특히 잠이 중요한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잠을 푹 자면 두 시간에 할 공부를 한 시간에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시’에 바친 고3

박군은 서울대 수시전형에 고3 인생의 절반을 할애했다. 박군은 “고3 이후엔 다른 아이들보다 수시 대비에 서너 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자부한다. 성균관대 경시, 한국수학인증시험(KMC), 연세대 경시 등 교외대회 참가는 학원을 다니며 논·구술에도 철저히 대비했다. 고급수학, 고급화학 등 전공적합성 대비와 자기소개서 작성은 오로지 혼자 힘으로 끝마쳤다. 추천서도 이리저리 부탁했다. 내신도 일부러 상승곡선을 그리기 위해 3학년 땐 몇몇 과목에 집중했다.”

박군은 2학년 때까진 수시가 뭔지도 몰랐다. 그저 ‘괴짜들 전형’이라고 여겼다. 그런 박군을 서울대 의예과 수시로 이끈 결정적 인물은 두 교사와 한 선배. “담임선생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3년 동안 가르쳐주신 곽진영 선생님께선 ‘서울대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고 장담하던 제게 넘을 수 없는 벽은 없다는 걸 깨닫게 해주신 멘토다. ‘상산고-서울대 의대’ 코스를 밟은 류현태 선배의 자소서와 증빙자료를 참고해 수시에 대비하는 고3 청사진을 세울 수 있었다.”

가장 무게를 둔 것은 역시 교내상. 상산고의 수학·과학 경시대회는 수준이 높고 상을 적게 주기로 유명하다. 박군은 수학경시 최우수상(2학년), 과학경시 우수상(2학년), 영어경시 장려상(1학년, 2학년)을 수상했다. 박군은 ‘그랜드슬램(수학 과학 영어 동시수상)’을 달성한 유일한 2학년생이었다. 박군은 “고3 때까지 ‘물화생지’가 뭔지도 몰랐었는데 과학 경시에서 우수상을 탔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내신은 다소 낮아도 수시 대비를 병행한 박군은 서울대 의예과 입성에 성공한 반면, 내신 1.2등급으로 상산고의 전설적 1등이라고 불리던 절친한 친구이자 경쟁자는 연세대 의예과에 진학했다.

서울대 의예과는 그야말로 전국 최정상 수재들이 모이는 곳. 자신 있을까. “수석에 도전해볼 작정이다. 실력 있는 의사보다 세계적인 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세계를 휘젓는 세계적인 의사가 되고 싶다. USMLE(미국 의사 국가고시)에 도전할 예정이다. 고3 4월에 나를 이끌어준 구절이 있다. ‘노력이 천재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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