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포트폴리오] 서울대 우선선발 화학생물공학부 이태근

이태근(19)군의 삶은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와 동일한 공통분모를 가졌다. 수학·과학에 능한 대부분의 지원자들과 자신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을 ‘피아노치는 공학자’라 규명한 이군의 자소서와 증빙서류엔 스펙으로 흔히 생각해 봄직한 ‘올림피아드 수상실적’ 따윈 없다. 대부분 학교 내에서의 전공관련 활동으로 증빙서류목록이 채워졌다. 바이오엔지니어링을 연구하는 공학자를 꿈꾸는 이군은 전국적 명문 안산동산고에서 이과 1~2등을 유지한 학습능력도 지녔다. 바쁜 수험생활에도 주1회 레슨까지 받아가며 피아노연주를 이어가는 등 균형 잡힌 자기계발의 과정도 거쳐왔다. 억지로 꿰어 맞춘 힘겨운 수험생활이 아닌, 스스로 즐기며 학문과 예술활동을 이어온 이군은 학교 내에서 입증한 전공소양과 관련활동으로 구술 없이 서류만으로 서울대 우선선발 합격의 결실을 거뒀다.

‘피아노치는 공학자’로 차별화

▲ 2013 서울대 일반전형 우선선발 합격을 거둔 이태근군은 자소서 작성법에 대해 “진정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스스로 학교생활을 하며 나름의 뜻을 두고 해온 학습과 활동을 꾸밈없이 풀어내는 한편 자신만의 남다른 지점을 내세워 입학사정관을 설득해야 한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베리타스알파 = 김유하 기자] 이태근군은 서울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 고민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뚜렷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자소서에 학문과 예술에 능한 바이오엔지니어링 공학자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군은 “지원자 대부분이 이공계열 전공에 필요한 기본 실력을 갖추고 지원한다”며 “수학·과학 실력이 우수하다는 것만 내세우기보다는 균형 잡힌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차별화하려 했다”고 말했다.

1문단에는 과학분야 가운데 생물이 가장 적성에 맞고 응용과학에 뜻이 있어 화학생물공학부에 지원한 과정을 썼다. 2문단에서는 바이오엔지니어링 관련 공부를 하면서도 꾸준한 피아노연주 활동으로 조화로운 인재로 성장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3문단에서는 진리를 추구하며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인재를 양성하려는 서울대에 걸맞은 미래 인재로 거듭나려는 의지를 밝혔다.

활동 통해 성장한 과정 중시

‘가장 의미 있는 활동 3개’는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제시했다. 안산동산고 재학생이 지역 아동의 학습지도를 하는 ‘푸른교사’ 활동으로는 봉사정신을, 각 과학동아리의 특색을 살려 중학생을 대상으로 과학실험을 해보는 ‘여름방학 과학캠프’로는 전공적합성을, 예술적 정서를 기른 ‘피아노 교습’으로는 균형 잡힌 자기계발을 드러냈다.

각 활동을 통해 자신이 성장한 과정을 주로 다뤘다. ‘푸른교사’ 활동을 통해 공부는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점과 어린 학생을 가르치면서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을 깨우친 점을 서술했다. ‘과학캠프’를 통해서는 동아리 부원들과 실험을 준비하고 중학생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면서 지식 협동심 봉사정신을 배운 과정을 썼다.

‘피아노 교습’ 활동을 가장 공들여 작성했다. 같은 학부에 지원하는 학생들과 가장 남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활동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군은 “고1 당시 합창동아리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활동하면서 레슨을 받게 된 일을 계기로 주1회 개인교습을 받게 되었다”며 “어린 시절부터 취미로 해온 피아노 연주를 고교진학 후에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 있었고, 공부에만 묻히기 쉬운 학교생활 전반에도 활력소가 됐다”고 말했다.

전공적합성과 가치관 피력

가장 영향을 준 책으로 ‘개미제국의 발견(최재천 지음, 사이언스북스)’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앨봄, 세종서적)’을 들었다. 전공을 정하고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판단에서였다.

‘개미제국의 발견’은 진로에 대한 열정과 확신을 준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군은 “과학지식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개미연구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끊임 없는 연구태도가 인상 깊었다”며 “연구의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공학자라는 진로를 정한 과정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연금술사’는 꿈에 대한 열망과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알려준 책이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구절을 통해 꿈의 중요성을 느끼고, 당장 힘든 일도 후일에는 보다 나은 삶을 만드는 밑바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 과정을 아울렀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용서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이군은 “종종 과거에 잘못한 일이 생각나면 괴로워하는 등 스스로에게 엄격한데, 책을 읽으며 과도한 채찍질이 악영향을 준다는 점을 느껴 너그러운 자세를 갖추고자 노력해왔기에 그 경험을 솔직하게 담았다”고 전했다.

작성 방향에 대해 이군은 “독서감상문처럼 줄거리를 언급할 필요는 없다”며 “인상 깊은 장면이나 구절을 중심으로 서술하라”고 강조했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어떤 변화와 성장을 거두었는지 제시해야 보다 뚜렷하게 독서역량을 드러낼 수 있어서다.

도서 선택과 관련해서도 “인위적으로 맞출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사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워낙 널리 알려진 추천도서라 제외하려 했다. 다만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뻔한 책일 수 있어도, 스스로 여러 번 끼고 읽으며 감흥을 받고 마음가짐을 다스렸기에 과감하게 제시했다.”

증빙서류 10개 채울 이유 없어

서울대 자기소개서 증빙서류는 최대 10개 이내, 서류별 A4 사이즈 5쪽 이내로 분량을 제한해두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았지만, 자기소개서에서 기술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서류로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원자 대부분이 10개 모두 채우는 편이지만, 이군은 7개로만 구성했다. 억지로 가짓수 늘리기에 급급해 하지 않고, 실제 자기계발에 도움을 준 활동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데 무게를 실었다.
전공역량을 보여줄 서류로는 ▲건강의학연구반 동아리 연구 활동(2012년, 직접 작성) ▲건강의학연구반 동아리 실습 활동(2011년, 직접 작성)을 들었다. 우수한 학업성취도와 수학·과학 소양을 뒷받침할 서류로는 ▲전국 모의고사 전과목 1등급 성적표(2012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성균관대 수학 학력경시대회 장려상 상장(2011년, 성균관대학교) ▲학교 외부초청 생물강의 자료(2012년, 안산동산고)를 썼다. 조화로운 이공계 인재 성장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는 ▲피아노 활동 기록(2012년, 직접 작성)을 들었고, 안산동산고의 우수한 교육환경을 전달하는 ▲스쿨 프로파일(2012년, 안산동산고)까지 총 7개다.

이군은 “입학사정관은 몇 년간 꾸준히 서류를 읽어왔기에 진정성이 담긴 서류와 포장한 서류를 쉽게 구분할 수밖에 없다”며 “억지로 꾸며낼 필요가 없다. 활동 개수·규모·성과에 급급해 할 게 아니라, 자신의 결과물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꿈과 대학진학과 관련해 해온 노력을 솔직하게 담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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