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포트폴리오] 서울대 우선선발 자유전공학부(인문) 강구헌

‘통섭’은 강구헌(20)군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인문) 진학의 당위성을 찾아준 핵심어다. 인재가 몰리는 전국단위 자사고 현대청운고에서 서울대에 진학할만한 성적을 관리해나갔지만, 구체적으로 학부와 전공을 선택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폭넓은 관심사가 문제였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론’에 관심이 기울기도 했고, 경제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현안과 현상의 편익과 비용을 따져보고도 싶었다. 심리학으로 사람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를 정치와 연계해 특정 정책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을 예측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도 찾아보는 등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경계를 넘나든 학문을 향한 열망이 자유전공학부로의 진학 의지를 높인 것. 2013학년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 지원, 열정과 성과를 인정 받아 면접 없이 서류로만 합격하면서 미래를 개척하는 길에 당당히 올라섰다.

자신만의 미래 설계하고파

▲ 강구헌군은 “경영대학에 지원하기에는 성적이 아슬아슬해 비교적 진입이 쉬운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해 차후 경영전공으로 옮겨가려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선책으로 생각하면 합격이 어렵고, 합격하더라도 행복한 학부생활을 보낼 수 없다. 자유전공학부에 꼭 진학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찾으라”고 조언했다./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베리타스알파 = 김유하 기자] 강구헌군은 현대청운고 진학 당시부터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진학을 마음에 품었지만, 애초엔 선택의 이유가 막연했다. 막연한 진학동기가 구체성을 띤 시점은 서울대 대학탐방을 다녀온 2학년1학기 5월 무렵. 강군은 서울대 탐방을 가기 직전 불현듯 1학년 때 교사의 대학탐방과 관련한 조언이 떠올랐다. “가고 싶은 학과 교수에게 전자메일을 보내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진학에 대한 의지를 살리라”는 얘기였다. 자유전공학부장에게 메일을 보냈다. 직접 만나서 학과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내용을 담았다. 답장이 왔다. 조교수를 연결해줄 테니 만나보라고.

강군은 “사실 입시상담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관련 질문부터 물어봤다”고 털어놓았다. “입학전형 준비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해주기엔 입장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신 자유전공학부의 특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면서 듣고 싶은 강의를 경계 없이 들을 수 있다는 점, 2학년부터 특정 전공을 선택하거나 학생설계전공을 활용해 관심과 목표에 따라 새로운 전공을 만들어서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솔깃했다.” 자유전공학부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자유전공학부의 다양한 학문을 접하면서 새로운 적성을 찾아보고 학생설계전공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찾고 싶어졌다. 목표가 생기자 학습의지가 솟았다. 이전까지는 학생의 의무로서 공부를 했다면, 이후에는 나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서울대 자소서의 핵심은 ‘통섭’

강군은 서울대 자기소개서에 ‘통섭’이라는 핵심어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교과와 비교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름의 성취를 얻은 과정을 아울러 도전정신을 보여주려 했다. 특히 ‘서울대가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를 적는 난에는 궁극적으로는 정치인을 꿈꾸는데, 정치를 하려면 다양한 학문에 능하고 각기 다른 생각이나 성향을 지닌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기에 통섭에 능해야 한다며 진학 의지를 내세웠다.

‘학업능력 향상 노력’에는 경제 한 분야에 대한 학습법으로 승부를 걸었다. 강군은 “보통 수능 주요과목 공부법을 나열하곤 하는데, 차별화를 두려 했다”며 “인간의 행동을 바탕으로 경제를 이해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고교 1학년부터 경제공부를 꾸준히 해오면서 고3 진급을 앞둔 겨울에 ‘전국 고교생 경제한마당’에서 동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제시하여 학문적 우수성을 드러냈다.

‘의미 있는 활동’으로는 우선 ‘밴드부 활동’을 들었다. 강군은 교내 밴드부 ‘델’의 전자기타리스트로 ‘청운가’라는 학교 응원가를 만든 바 있었다. 작성항목에는 ‘70% 법칙’으로 자기계발을 이끈 활동으로 내세웠다. “밴드경연대회에서 입상을 실패했는데, 멤버 모두 연습 때 70%도 발휘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70% 법칙’을 생각해낸 배경이다. 연습에서부터 월등한 실력을 갖춰야 했다. 무엇을 하던 실전의 변수에도 탁월한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깨달은 점을 적어냈다.”

이어 교육기부 형태인 ‘꿈쟁이 배움터 활동’을 제시했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인근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지도를 하거나 같이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환원하는 일의 중요성을 체득한 과정을 썼다. 마지막으로는 ‘경제 PTP(Peer Tutoring Program, 특정 교과를 잘하는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학습법을 전수)활동’을 제시했다. 경제분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지도하면서 실력을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거둔 과정을 서술했다.

‘영향을 준 책’으로는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이형진)’를 가장 먼저 내세웠다. 강군은 “입시를 목적으로 두거나 자존심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해온 공부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해준 책”이라며 “당장의 시험에 급급해 하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알차게 가꾸고자 매일매일 수업에 집중하는 지은이의 모습에서 공부가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 등도 제시해 고전을 탐독하며 독서역량을 강화한 노력도 담았다.

증빙서류로는 경제 실력을 증명하는 ‘전국 고교생 경제한마당 수상실적’ 가르치는 기쁨을 알려준 ‘PTP 활동자료’ 친구들과 주제토론을 하며 넓은 시야를 갖춘 ‘T&L(Teaching & Learning, 조를 이뤄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교사 역할을 하며 수업을 준비하고 가르침) 활동자료’ 음악 소질과 관련한 ‘응원가 악보’와 ‘밴드부 활동 일지’ 학습 전반의 반성과 성찰을 이끈 ‘학습일기 자료’를 제시했다.

자소서 작성에 대해 강군은 “고교 3년 간 해왔던 활동을 빠짐 없이 적어보면서 하나의 주제를 잡으라”고 전했다. ‘해당 지원자는 이런 학생’이라는 인상을 입학사정관에게 오롯이 전달하는 데 주력하라는 얘기다. “특히 미사여구를 남발하지 않았으면 한다. 멋지긴 한데 감흥이 없는 글로 보여질 가능성이 크다. 솔직하게 진심을 담는 게 중요하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줄 수 있어야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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