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프리츠커 건축상, 프랑스 예술ㆍ문화 훈장, JIA 일본 건축 대상 수상 등,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건축가이자 독보적인 건축 철학을 선보이는 실천가로서 명성 높은 반 시게루의 결정적 저작, '행동하는 종이 건축'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행동하는 종이 건축'은 1998년부터 2016년에 이르는, 지난 20여 년 동안 반 시게루가 몸소 전개한 건축 역정을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일종의 자서전이다. 

반 시게루의 고유한 건축 철학은 그의 이색적인 이력만 보더라도 분명해진다. 럭비 선수를 선망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건축가를 지망하게 된 저자는 과감하게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 전위적인 서던캘리포니아 건축 대학과 전통적인 분위기의 쿠퍼 유니언 대학을 두루 경험한다. 그 후 유명 건축가의 도제로 들어가는 대신, 전시회장 기획자로 경력을 시작하는 등 굉장히 파격적인 선택을 이어 간다. 처음부터 ‘전형적인 건축가’의 길에서 벗어나, 건축가의 참된 사명과 사회적 역할을 끊임없이 자문하였던 반 시게루는, 마침내 모두를 위한 건축, 이를테면 일반 대중을 넘어서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건축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연약하지만 변화무쌍하고, 가격과 제조 면에서 제한이 없으며 친환경적인 소재, 즉 ‘종이’를 맞닥뜨리게 된다. 재난 및 재해 상황과 같은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하며, 어느 누구보다 안전한 보금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안락한 터전을 즉시, 오래도록 제공할 수 있는 건축을 실현해 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반 시게루는 혁신적인 소재 및 공법을 창안해 냈고(혁신을 위한 혁신이 아닌, 인도주의적 실천을 위한 혁신), 이것은 그의 ‘종이 건축’과‘건축 철학’, ‘독창성’의 근간이 되었다.

'행동하는 종이 건축'은 반 시게루가 자신의 꿈과 이상을 성취해 가는 과정을 과장 없이 보여 주는 동시에, 21세기 건축의 진정한 의미와 진로를 명확히 제시한다. 그도 물론 국가나 국제적인 규모의 기업이 발주하는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했고, 이른바 ‘기념비적인 건축’ 자체를 외면하지는 않았다. 다만 반 시게루는 ‘행동가’로서의 자기를 분명히 자각했고, 이를 위해 유엔 난민 기구의 컨설턴트로 활약하였으며 NGO VAN(자원봉사 건축가 기구)을 설립하고, 르완다, 캄보디아, 북한 등 ‘건축가’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곳이라면 어디든 거침없이 발길을 놓았다. 바야흐로 인도주의적 실천을 통해 반 시게루가 체득한 ‘자원봉사는 곧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라는 깨달음은, 비단 건축가뿐 아니라 매 순간 연대와 공생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을 전한다. (지은이 반 시게루, 13800원)

<책 속으로>
나는 지금까지, 단순히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것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세계로 좀 더 진출해서 장차 국제 공헌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원봉사나 NGO(비정부 조직), 건축, 유엔 활동에 흥미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개 건축가로서 끊임없이 도전해 온 내 모습에서 어떤 힌트를 얻을 수있을지도 모른다.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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