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기본기 다져야’

[베리타스알파=유수지 기자] 올해도 아로리에 공개된 면접후기의 공통된 의견은 ‘기본기’에 모아졌다. 꾸준하고 깊이있는 평소의 학습 습관 자체가 그대로 면접준비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일반전형 면접은 정답이 아닌 답변과정에서 드러나는 사고의 깊이를 평가하는 만큼, 평소 주요 교과개념을 바탕으로 쌓은 ‘자신만의 생각’이 평가의 관건이 된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학종 합격생들이 벼락치기와 사교육 활용에 회의적인 것도 동일한 맥락에 있다. 주입식/문제풀이식 학습보다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관련 개념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응용 연습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특히 면접우수자들은 모두 아로리를 통해 서울대 입시를 준비했다. 면접후기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확인하고, 기출문제 3~4년치를 풀이하면서 대비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면접후기가 교과서에서 다루는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고 말하기 연습을 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 실천했다는 후기다.

서울대 수시는 일반전형과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으로 구분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100%다. 이번에 면접후기를 전달한 ‘면접우수자’들이 치른 일반전형의 경우는 단계별 전형을 실시한다. 1단계 서류평가로 일정인원을 통과시킨 뒤 2단계에서 면접/구술고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의대/치대/수의대를 제외하고 모집단위별 공동 출제 문항을 활용한다. 의학계열의 경우는 적성/인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다중미니면접 형식으로 진행한다.

지균은 서류평가와 면접 결과를 일괄/종합적으로 고려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지균 면접은 제시문 없이 제출서류를 토대로 서류내용과 기본적인 학업 소양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사범대학의 경우 교직적성/인성면접을 포함한다. 지원자 1명을 대상으로 복수 면접위원이 10분 내외로 실시한다.

서울대는 올해 7년째 웹진 ‘아로리’를 통해, 합격자 서류, 면접 후기, 면접및구술고사 기출문제 등 입시 핵심 정보를 담고 있다. 서울대 지원자는 물론 고교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관계자 역시 반드시 참고해야 할 자료임은 물론이다. 사진은 서울대 법학도서관 내부. /사진=서울대 제공

<면접준비.. ‘기본개념 점검’부터 ‘말하기 연습’까지>
면접우수자들은 “벼락치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면접우수자들은 모두 1단계 합격자 발표 후 일주일의 기간 동안 기출문제와 주요 교과개념을 점검하고 단지 ‘생각’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학원을 등록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몇 가지 새로운 개념을 무작정 외우기보다,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을 혼자 충분히 복습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주위에서 사교육을 추천하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에 실제로 수강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시간낭비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한 면접우수자는 “제시문 자체가 정답을 고르는 것도 아니고 논리적으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결국 평상시에 얼마나 생각하는 힘을 키우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반전형 면접은 교수와의 대화과정에서 학생이 가진 이해력의 수준과 사고의 확장력이 드러나는 만큼 벼락치기나 주입식 교육으로는 준비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면접 내용에 대한 준비는 평소 자연스러운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이뤄지지만,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말하기 연습’은 따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말하는 상황에 자주 노출되지 못했던 경우,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면접우수자들은 학교 선생님 또는 학우들과 말하기 연습을 이어갔다. 교육과정 내에서 깊은 생각이 필요한 문제를 만들어 친구들과 토론 학습을 해보는 경험, 이론이나 관심 주제에 대해 질문을 만들어 과제를 해결해보고 발표하는 활동 등의 경험 등은 각 교과목에 대한 지식의 폭을 넓히면서도 말하는 연습을 도와준다고 조언했다. ‘자신만의 생각’을 말로 정리하는 연습이기 때문에 ‘면접 강의’ 같은 사교육에는 의지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대 면접은 일방적으로 수험생 혼자 답변을 진행하는 형식이 아닌, 교수와 대화하는 쌍방향의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발표’ 스킬에 대한 준비는 필요 없다. 기본개념을 통해 나름의 풀이과정을 차분히 전달하려는 연습으로 충분하다.

<제시문 쉬운 기조 유지.. 과탐Ⅱ 큰 도움된다>
제시문은 여전히 쉬운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평했다. 몇몇 학생들은 예상보다 훨씬 쉬워서, 면접준비실에서 문제풀이에 급급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조금 더 좋은 풀이를 진행할까를 고민했다는 후기다. 다만 제시문의 낮은 난이도가 답변을 전달하는 과정 자체를 쉽게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면접관이 반론을 제시할 경우, 자신의 논리를 잃고 반론에 설득되는 경우가 있다. 반박을 위해 자신의 논리를 보완할 수 있는 순간적인 사고의 확장과 깊이 있는 개념이해가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정답이 아니어도 자기 나름의 논리를 세워 답변을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정답 맞히기에 집중하는 면접은 아니어서, 문제를 풀지 못하거나 오답을 낸 수험생이 합격하는 사례도 상당한 편이다.

한 면접우수자는 “면접 중에 면접관님의 반박에 멈칫할 때도 있었다. 순간 내가 여기서 물러나면 좋지 않은 결과는 물론이고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존재가 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끝까지 논리를 굽히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며 “면접을 마치고 나올 때 별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까 봐 걱정했는데 오늘 이 자리가 면접을 잘본 학생만 모이는 자리라고 하니 제가 그때 굽히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후기를 전했다.

자연계열 학생들은 과탐Ⅱ를 잘 공부해둔 학생이라면 더 수월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과탐Ⅱ를 통해 배우는 내용들은 과학 전반에서 서로 연관성이 높은 개념들이 많아, 다양한 과학적 현상을 이해하고 풀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다. 한 면접우수자는 “과학 과목을 Ⅱ까지 충실하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물론 고등학교 때는 과학 교과 전반을 모두 공부해야 해서 조금 힘이 든다는 생각도 했다”며 “결국 면접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공부하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면접 대비는 물론이고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도 정말 필요한 것이란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인문계열 학생들은 ‘평소 실력’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한 면접우수자는 “뭘 준비하면 도움이 되는지 명확한 것은 없다”며 “중요한 것은 평상시에 시간을 내어 골똘히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생각이란 꼭 책을 읽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그게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무엇 하나라도 내가 관심 있는 것들에 대해 시간을 내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담한 면접실.. 대화하듯 차근히 풀이 진행>
면접은 교수연구실에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편안한 분위기에 아담한 공간이기 때문에 면접도 대화하듯 진행됐다는 후기다. 굳이 큰 목소리로 말할 필요도, 억지로 바른 자세를 잡거나 매 순간 시선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는 설명이다. 한 면접우수자는 “고등학교에서도 선생님께 질문하러 교무실에 가면 책상에 앉아 함께 종이에 문제 풀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순간과 면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나하나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비슷하고 종이에 적어가며 하나씩 과정을 검토하는 것도 비슷하고 심지어 중간에 막히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비슷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서울대 특유의 면접 분위기로 인해, 준비시간 동안 답변을 완성하지 못했던 경우에도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는 학생들이 상당하다. 서울대 일반전형은 15분 내외의 면접 시간 전에 모집단위에 따라 최소 30분에서 최대 45분 내외 답변 준비시간을 가진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준비시간 동안 제시문과 면접문항을 읽고 답변을 100%로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처 풀이를 진행하지 못했던 경우에도 면접관과 대화과정에서 적절한 답변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에 지레 모든 걸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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