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서울대 입학본부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김성규 서울대 입학본부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은 학종본산으로서 실질적으로 고교교육 정상화를 선도해온 서울대의 입학본부장에 적임자로 보인다. 올해 2월 입학본부장에 부임, 입시계에선 ‘신인’이지만 큰 부담과 고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서울대 2021전형계획의 결정과 2022정시운영의 제시로 입시체제가 제각각인 향후 3년간 ‘대혼란’의 상황에서 서울대 학종이 이끌고 온 현장의 기대와 정부정책의 현실을 아우른 묘수를 끌어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압박의 상황에서도 학종을 통해 쌓아온 서울대 입시의 공공성과 책무성이라는 핵심을 꿰뚫는 시각이 정교하다.

2020수시요강 2021전형계획 2022변경사항을 발표한 4월30일 서울대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2022 전형별 모집인원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정시30%로 확대하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은 “서울대 입학전형 기조를 유지한다”고 돌려 밝힌다. 정부의 바람대로 서울대가 정시비율을 30%로 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70%에 해당하는 수시학종이 지닌 위상, 즉 고교교육을 정상화해온 학종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고려대처럼 정시30% 대신 교과30%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선 “수강인원 규모에 따라 등급별 인원이 달라진다”며 “등급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학생이 지닌 성취 수준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 가능성을 부인했다.

서울대가 3년간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 비율을 동일하게 23.8%(정원내 기준, 정시 포함)로 유지한다는 사실 역시 의미심장하다. 지균은 고교별 2명의 추천을 받아 진행함으로써 서울 강북이나 지방 일반고 출신의 합격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형이다. ‘일반고 루트’로까지 불린다. 지균 비율을 유지함과 동시에 수능최저를 완화하고 2021학년에 의예 경제 정치외교의 지균 모집인원까지 확대하는 서울대의 행보에선 세간의 정시돌풍을 느끼기 어렵다. 오히려 학종과 지균이 강조된 상황이다.

‘문이과통합’을 내세운 2015개정교육과정 아래 새로운 형태의 입시에 맞닥뜨릴 현 고1의 2022입시에 대해선 수학과 과학에 선택과목을 지정함으로써 “자연계열 모집단위의 학문연속성”을 지켜내고, 1점이 아쉬운 정시에서 2022학년 최대 2점의 교과이수 가산점을 도입하면서 고교교육이 자칫 쉬운 과목들만 운영할 우려를 씻어냈다. 단 2점에 불과하지만 김 본부장을 통해 서울대가 주는 메시지는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는 2015개정교육과정 아래 학교교육을 최대한 학생선택에 기회를 부여하고 학생이 조금이라도 도전적인 자세로 학업을 수행하도록 응원하겠다, 즉 고교교육 정상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김 본부장은 입학 이후 교육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선발한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대목은 정원내 수시 지균과 일반, 정시 일반 외에도 정원외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까지 포함한 교육 전반의 세밀한 지원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서울대 입학본부장

- 서울대 입시철학은

“서울대는 국가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공공성과 책무성이 조화된 입학전형 방식을 기획해 왔고, 공교육에 기반한 인재 선발을 추구해 왔다.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 등 입학과 관계가 깊은 분들과 되도록 많은 입학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입학 전형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변화를 최소화하여 기존의 틀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 서울대 입학 전형의 특징이다.

교육의 현재와 미래는 우리사회 공동체의 미래와도 직결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사회적으로 대입 자체에 관심이 많은 배경이다.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다만 다양한 방법으로 선발한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할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서울대 인재 육성의 전반적인 문제를 포함해 서울대의 중장기 입시 정책에 대해서 앞으로 서울대 교육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 2022학년에 정시30% 될까

“서울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중심으로 입학전형을 진행해왔다. 입학전형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사회적 공론화 결과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학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일선 학교와 수험생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각 모집 단위의 인원이 확정되는 6월 초 2022학년 전형별 인원을 발표할 예정이다.

덧붙이자면, 학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서울대 학종이 고교현장의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에도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한다. 앞으로 학종과 관련한 여러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학종의 진정한 취지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서울대가 제공하는 각종 입학전형 안내 책자에도 명시가 돼 있는 내용인데, 서울대가 선발하는 대상은 ‘학교’가 아니라 ‘학생’이다. 고교유형 등의 교육적 여건은 여건일 뿐이다. 여건 속에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우수한 학업 역량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이 서울대의 전형이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대학이 요구하는 것은 학생이 지닌 실질적 역량이지 그 학생에게 주어진 환경적인 조건이 아니라는 점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

- 정부가 2022학년 전형비율을 정시30%가 안 되면 교과30%로 맞추라고 수능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 모두 열어뒀다가, 막판에 교과30%는 지방대학에만 국한된다고 말을 바꿨다. 처음 정부의 계획이 나왔을 때 서울대가 수능30%보다는 교과30%를 선택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고려대가 현재(5월3일 기준) 수능30%보다는 교과30%방침이고, 정부계획 발표 익일 포스텍은 정시0%로 확정했다. 서울대도 교과30%로 설정할 가능성이 있나

“‘교과 성취도(내신)’는 수강인원 규모에 따라 등급별 인원이 달라진다. 적은 수의 학생이 듣는 과목은 필연적으로 1등급을 성취할 수 있는 학생 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각 학교는 학생 수가 모두 다르며 대도시가 아닌 지역의 경우 한 학년 학생이 15명인 곳도 있다. ‘교과 성취도’ 중 등급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학생이 지닌 실질적인 성취 수준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교과 성취도’를 거둔 학생의 등급이 낮게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로 학생 수가 적은 규모의 읍면 단위 소재 학교나 도서벽지 학교가 그렇다. 뿐만 아니라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의 선택권이 이전보다 늘어나게 되므로 선택한 학생 수가 적은 과목이 필연적으로 많이 개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등급만이 아니라 수강인원, 평균, 표준편차는 물론 학생이 이수한 과목의 내용까지 모두 꼼꼼하게 검토해야 학생이 성취한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 등급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왜곡이 없어야 공정하게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 2022정시에 교과이수 가산점 반영이 최대 2점으로 신설됐는데, 수험생은 이를 어떤 사인으로 받아야 할까

“교과이수 유형의 충족 여부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한 것은 학생부교과전형의 내신 서열화와는 차이가 있다. 교과이수 가산점 부여 방식은 학생이 진로와 적성을 고려해 교과목 이수를 설계하도록 한다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도 살리면서, 수능전형을 보완하기 위한 전형요소다. 고교교육의 내실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서울대의 입학 기조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에는 학생들이 조금 더 도전적인 방식으로 교과목을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 있다.”

- 2022입시에서 자연계열 수학과 과학에 선택과목을 지정, 문이과통합 의도를 퇴색시켰다는 비난도 있다. 입장은

“‘문이과통합’이라는 표현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경계를 없앤다는 취지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모집단위에서 정한 수능 응시 과목은 학생이 지닌 교과 역량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고교교육의 충실한 이수가 자연스럽게 대학 진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입학 전형에서 고교와 대학이 연계되도록 설계했다고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다.”

- 2021 지균 수능최저 탐구가 기존 2개과목 모두 2등급에서 2개과목 등급합 4이내로 완화된다. 배경은

“학생입장에서 볼 때 탐구의 경우 두 과목을 2등급 받은 학생과 한 과목은 1등급을 받고 한 과목은 3등급을 받은 학생들을 모두 함께 평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변경했다. 지난 5년 동안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한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어 사실상 30% 정도를 정시로 선발하고 있었는데, 이는 ‘예측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사항이라는 의견을 수용한 측면도 있다. 수능 난이도에 따른 변수를 최소화해 학생의 대입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려는 목적도 있다.”

- 수시 일반전형의 면접및구술고사를 사교육 없이 공교육으로만 준비할 수 있을까

“수시 일반전형의 면접및구술고사의 준비가 어렵다는 견해가 과거에는 있었다. 다만 최근 학내외의 평가를 들어보면 서울대 제시문활용면접은 비교적 평이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제시문 등은 고교교육과정과 연계되어 있는 것이므로 고교교육과정을 충실히 소화한 학생이라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면접이 교과지식을 토대로 단순히 정답을 찾아내도록 유도하는 방식은 아니다. 제시문과 함께 주어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학생의 사고력과 논리성 창의성 등을 확인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혹시 학생 입장에서 조금 더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은 경우라면 웹진 ‘아로리’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면접및구술고사 준비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일반고 출신 학생들 중 제시문활용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학생이 직접 자신의 면접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수험생에 전하고 싶은 말씀

“서울대 입학을 생각하는 학생만이 아니라 고등학교 학생들 전반을 대상으로 진로 선택과 관련한 말씀을 드린다. 대학 입시는 자신의 인생 경로 중 일부다. 자신이 진짜로 잘 하는 일,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자신을 바라보기 바란다. 20년 후에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잠시 꿈을 꿔 보시기 바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면 좋겠다. 주변에서 권유하는 진로가 있겠지만 여러분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인생은 자기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고등학생이라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과 판단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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