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균 23.8% 유지, 일반고에 문호 ‘활짝’.. 고교교육정상화 기대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서울대의 경쟁력은 입시설계에서 입증된다. 최상위 대학으로서 교육부보다 더 이성적인 전형설계와 정보공개로 고교교육 정상화에 가장 충실한 방향으로 학생부종합(학종)을 업그레이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 입시가 탁월한 지점은 교육부의 압박으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확대할 수는 없지만 유지하는 가운데 오히려 질적 향상의 길을 모색한다는 데 있다.

서울대는 수시를 학종100% 정시를 수능100%(체교과 제외, 체교과는 실기20% 포함)로 입시를 운영한다. 수시비율을 꾸준히 80%가량 유지하면서 학종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가 매우 적고 고교생활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학종으로 80%가량 선발을 유지하고 있는 서울대 덕분에 고교현장은 전국적으로 학종을 겨냥한 수시체제를 빠르게 확대해왔다. 유형학습에 치중하고 사교육에 기댄 정시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내활동과 이를 통한 지적 경험, 성장 가능성에 방점을 둔 ‘정상화한’ 교육이 전국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대의 ‘학종 사랑’이 일반고를 겨냥해 왔음은 매년 고교합격실적에서 입증됐다. 특히 서울대 수시 합격자의 출신고교가 매년 확대되어 왔다. 학종을 도입한 2014학년 791개교 이후 최근 3년간 2017학년 800개교, 2018학년 831개교, 2019학년 849개교다. 2019학년 849개교는 학종 도입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서울대 수시를 통해 2019학년 기준, 최근 3년간 합격생이 없던 3개 군(경북 의성군, 전남 구례군, 충남 태안군)에서 합격자가 배출됐고, 최근 3년간 합격생이 없던 일반고는 2016학년 66개교에서 2018학년 90개교, 2018학년 91개교, 2019학년 95개교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말그대로 서울대 입시가 일군 고교교육 정상화의 증거들이다. 서울대는 교육부가 각 대학의 입학업무에 지원하는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기여대학사업) 최상위 지원을 따내며 교육현장에 학종의 롤모델로 자리했다. 이후 고려대가 논술을 과감히 폐지하고 정시를 축소, 학종80%가량 선발로 돌아서며 서울대의 ‘학종중심 입시구도’에 합류했고, 상위대학을 중심으로 학종비율이 크게 올랐다. 서울대가 전국 고교의 교육방향과 수준을 상향시킨 것은 물론 상위대학의 입시변화까지 선도하면서 교육과 입시를 선순환시킨 주역이었다.

때문에 지난해 정부의 돌연한 ‘2022학년 정시30%’ 방침이 교육계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상황에서 서울대의 선택은 초미의 관심사로 자리해왔다. 서울대가 4월30일 일찌감치 2021전형계획과 2022변동사항까지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서울대는 정부의 공론화 결과를 존중하면서도 학종 활성화를 통해 고교교육의 정상화까지 기하며 2015개정교육과정의 학생선택 최우선의 취지까지 살린 묘안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을 80%에 육박하도록 설계하면서 전국 고교의 교육방향과 수준을 상향시킨 것은 물론 상위대학의 입시변화까지 선도, 교육과 입시를 선순환시킨 주역이다. /사진=서울대 제공

<2022 정시30% 확대 가능성 속 2021 지균비율 유지>
기여대학사업이라는 재정지원을 빌미로 한 교육부의 압박에 서울대도 결국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교육부 ‘압박’대로 현재 20%가량에 머물러 있는 정시를 2022학년부터 30%로 확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립대법인의 입장을 감안하면 서울대 역시 2022학년 정시비율을 30%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2018학년부터 2020학년까지 수시78.5% 정시21.5%로 유지했지만, 내년 치를 2021학년에 수시76.8% 정시23.2%로 정시가 조금 늘어난 것도 2022학년의 ‘충격’을 대비한 측면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대의 2021전형계획을 면밀히 살펴보면 서울대가 수시 학종중심의 전형설계, 특히 지방 일반고를 배려한 전형설계를 통해 여론에 휩쓸리고 있는 교육부보다 훨씬 이성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직접적인 근거는 서울대가 2021학년에도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의 비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치른 2019학년 기준, 정원내 전체 모집인원(치의학대학원 학석사 통합과정 45명 포함) 3182명 중 756명(23.8%)을 선발한 지균은 올해 치를 2020학년에도 23.8%(3179명 중 756명), 내년에 치를 2021학년에도 23.8%(3178명 중 756명)를 유지한다. 정부의 정시확대 요구에 자칫 대폭 축소될 염려가 있었던 지균 유지사실 자체가 고교현장에 전하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서울대 입시는 일반고 중심 수시체제다. 80%에 육박하는 수시비중, 특히 20%를 넘긴 지균비중이 서울대의 ‘일반고 사랑’을 입증한다. 서울대 입시는 정원내 기준 수시 지균과 일반전형, 정시 일반전형으로 3개 축이다. 수시 지균과 일반은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한 학종선발이다. 지균과 일반은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 적용여부와 면접 방식의 차이도 있지만, 지원자격에서부터 지균은 고교당 2명 추천, 일반은 자유지원으로 갈린다. 정시일반은 수능선발이다. 결국 서울대입시는 ‘수시=학종’ ‘정시=수능’이다.

일반고 입장에서 서울대 합격을 위해선 정시보다 수시가 유리하다. 수능만점에 근접하지 않다면 서울대 정시는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대 정시에 교육특구일반고 자사고 출신 합격이 많은 배경이다. 반면 수시는 일반고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100%에 가까운 유형암기학습보다는 지식의 깊이와 확장을 고교활동을 통해 얼마나 가능성 있게 해왔는지가 수시합격을 가르는 평가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일반고도 충분히 대응가능한 수준이다. 수시 일반전형 역시 일반고 지원자들도 충분히 합격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특히 지균은 고교당 2명 추천으로 범위를 좁힌 덕에, 일반고 출신의 주요 ‘서울대 루트’로 통한다. 일반고 입장에서 봤을 땐 수시지균(학종)>수시일반(학종)>정시일반(수능) 순으로 서울대 도전을 두드릴 수 있다. 결국 서울대의 지균비율 유지는 교육부의 압박으로 정시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학종선발을 강조하며 쌓아온 고교교육정상화의 취지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서울대 입학본부의 의지발현으로 읽힌다.

<2021 지균, ‘일부 모집단위 인원 확대’ ‘수능최저 완화’.. ‘일반고 기회’>
여기에 지균은 일부 모집단위의 선발인원을 오히려 확대함으로써 학종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 고교교육현장을 응원한다. 지균은 2021학년 세부 모집인원 사항에 변동이 있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에 관심도가 높은 의예과 경제학부 정치외교학부는 2021학년에 지균 선발인원이 증가한다. 의예과는 2020학년 30명에서 2021학년 37명으로 7명이나 늘어난다. 경제학부는 35명에서 40명으로 5명 늘어난다. 정치외교학부는 17명에서 21명으로 4명 늘어난다. 정부의 정시확대 압력과는 별개의 루트에서 서울대가 최대한 할 수 있는 수시 지균 일부 학과의 모집인원을 오히려 늘림으로써 일반고와 지방권에 더 많은 기회를 열어놓은 것이다.

게다가 2021학년 지균 수능최저는 탐구충족 인정기준에서 기존 ‘2과목 모두 2등급 이내’가 ‘2과목 등급합 4이내’로 변경된다. 서로 다른 분야의 Ⅰ+Ⅱ 또는 Ⅱ+Ⅱ조합으로 응시해야 한다는 점은 그대로이지만, 2과목 모두 2등급에서 2과목 합 4이내로의 변경은 ‘부담 완화’ 행보다. 1과목에서 3등급을 받을지라도 나머지 1과목에서 1등급을 받으면 수능최저를 충족시킨다는 데서, 수험생과 고교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그간 서울대가 지균에서 수능최저 미충족 인원을 정시로 이월해온 환경이 정상적 선발에 가까워진다는 데 의미가 깊다.

최상위 대학 서울대마저도 수시이월인원은 매년 200명가량이다. 2019학년 217명, 2018학년 175명, 2017학년 234명, 2016학년 154명 등이다. 수시6회지원의 구조에 특히 이과 모집단위 합격자 상당수가 타 대학 의대로 등록을 결정하는 데서 서울대 수시 선발인원에 결원이 생기기도 하고 서울대가 지균에 건 수능최저가 매년 들썩이는 수능 난이도에 따라 미충족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결원이 생기기도 한다. 애초 예정했던 수시 선발인원이 수시이월인원을 통해 정시로 옮겨가면서 설계에 왜곡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대의 2021 지균 수능최저 완화는 전형별 모집단위별로 최초합격자와 최종등록인원에 보이는 편차를 크게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2022 수능위주전형 ‘교과이수가산점’, 학문 연속성, 과감한 도전 응원 >
서울대가 입학 전형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그동안 전형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아온 데서도 알 수 있지만 수요자를 위한 선제적인 전형안내에서도 돋보였다. 2021전형계획만 발표해도 될 것을 2022변경사항까지 함께 예고했다. 서울대는 초미의 관심사인 2022변경사항 발표 이전에도 큰 변화가 생기는 교육환경이 발생하면 이듬해 전형계획 발표시점에 이후 학년의 변경사항까지 발표해왔다.

현 고3이 치르는 2020학년과 고2가 치르는 2021학년, 고1이 치르는 2022학년은 교육과정과 대입이 따로 노는 상황이다. 2020학년은 2009개정교육과정 아래 있지만, 2021학년부터는 2015개정교육과정 아래 교육이 짜여 있다. 2015개정교육과정은 문이과통합과 교과선택권을 천명하며 내용에 큰 변화가 있다. 2021학년 입시를 치를 고2는 새로운 교육과정 아래 있지만 입시는 이전 형태로 치르는 최악의 실험대에 서 있다. 2022학년 입시를 치를 고1은 새로운 교육과정 아래 새로운 형태의 입시를 치르는 역시 실험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2020학년 입시를 치를 고3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재수의 기회를 얻으려 해도 입시형태는 동일하지만 교육과정 자체가 다르다. 고2 역시 교육과정은 동일하지만 입시형태가 달라져 재수에 어려움을 겪는다.

수능체제는 2020학년의 경우 2019학년과 동일하지만, 2021학년에는 수학 가형에서 기하와벡터가 제외되고 수학 나형에 지수함수 삼각함수 등을 포함한다. 2022학년에는 국어 수학 과목이 ‘공통+선택’ 구조로 개편되고, 수학 선택과목에 기하가 포함되며 사회/과학 탐구과목에 문이과 구분이 폐지되고 제2외국어/한문도 절대평가를 실시한다. EBS연계비율은 50%로 떨어진다.

수시 학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학생부의 기재사항에도 변화가 있다. 당장 2020학년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특기사항 분량이 기존 3000자에서 1700자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분량이 1000자에서 500자로 크게 줄어 학종에서 학생부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2022학년부터는 수상 경력을 학기당 1개, 자율동아리를 학년당 1개로 제한하고 방과후학교 활동사항의 기재를 금지한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는 3개년 대입에서 초점은 2022수능의 자연계열 선택과목에 맞춰져 있다. 특히 수학과 과학탐구의 선택은 자연계열에서 지

지정하지 않는다면 ‘사탐 보고 의대 간다’ 식의 대혼란이 일어난다. 대입은 어찌 해결할지 몰라도 입학 이후 학문연속성에 있어 큰 낭패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흐트러진 입시체제에서 서울대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려 한다. 서울대의 예고는 ‘학문의 연속성’과 ‘과감한 학습 도전’로 압축할 수 있다. 서울대는 우선 자연계열 수학과 탐구에 선택과목을 지정했다. 서울대 자연계열에 응시하려면 수학에서 미적분/기하 중 택1하고 탐구는 과탐2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과학과목 응시 기준은 서로 다른 분야의 Ⅰ+Ⅱ 또는 Ⅱ+Ⅱ다. 대학 입학 후 전공학습을 위해 닦아야 할 기본 토대는 닦고 오라는 얘기다. 특히 대학의 학문 연속성에선 중요하지만 현장에선 기피과목인 과탐Ⅱ에 대해 응원의 메시지를 지속하고 있다. 2022수능 전형방법의 변화도 고교교육 정상화에 대한 응원을 예고한다. 기존 수능100%에 출결/봉사/교과이수기준을 감점 자료로 활용하던 데서 교과이수 가산점을 추가했다. 교과성취도 및 이수단위는 반영하지 않지만 교과이수 유형의 충족 여부에 따라 수능 성적에 최대 2점을 부여한다. 가산점을 부여하는 과목을 살펴보면, 수능에 국한된 정시에서도 고교교육 활성화를 위한 서울대의 깊은 고민의 결과임이 드러난다. 가산점 유형은 1점 가산하는 유형Ⅰ과 2점 가산하는 유형Ⅱ로 구분한다. 각 유형에서 2개이상 충족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데, 유형Ⅰ과 Ⅱ의 조건에 차이가 난다. 과학과 사회에 선택과목 개수와 수준을 상향한 것이다. 단 1점이 당락을 가르는 서울대 정시에서 서울대가 제시한 교과이수 가산점 부여 방식이 2021학년까지는 80%가량, 2022학년엔 적어도 70%안팎으로 유지될 학종은 물론 불가피하게 늘어날 정시에서도 충실한 고교활동을 요구하며 고교교육 정상화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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