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탐방] 육군사관학교

전액 국비지원 … 4년 간 1인당 약 2억원 혜택
군 장성의 80%가 육사출신 … 軍 최정예 엘리트

육군사관학교를 단순한 ‘야전 지휘관 양성학교’로 보는 시각은 크나큰 오해다. 절대다수는 군 지휘관이 되지만 군의 사회적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육사 출신의 군과 사회에서의 역할 및 진로도 점차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야전 지휘관뿐 아니라 국방연구소(KIDA)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연구원은 물론 군사협력과 국제외교에 기여하는 국방·국제외교전문가, 군 내 의사인 군의관이나 법관의 꿈을 살린 법무관으로 활약하는 길도 열려있다. 졸업 후 5년 차에 단 한 번 전역 기회도 주어진다. 실제로 조기 전역을 선택해 국내 유수 대기업에서 활약하는 육사출신도 상당하다. 육사가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교육 시스템에 더해 독보적인 리더십·인성교육 시스템까지 갖춘 덕에 육사 출신은 군 내에서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도 환영 받고 있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의식도 육사생도들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다.

▲ 군 최정예 장교를 육성하는 육군사관학교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야전군 지휘관 뿐 아니라 군의관 법무관 국제협상전문가 국방연구원 등 다양한 전문가를 배출한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졸업 후 다양한 진로

[베리타스알파 = 이우희 기자] 육사가 다른 사관학교에 비해 좋은 점은 졸업 후 진로가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문양호 대령(평가관리실장)은 “일반적으로 육사를 졸업하면 소위로 임관해 야전 지휘관을 거쳐 ‘별’을 달기 위해 경쟁을 하는 길이 전부인 것으로 알지만 큰 오해”라고 말했다. 육군은 국내 안보 환경상 ‘국가방위의 중심군’이고 규모가 가장 크다. 거기다 군은 사회의 다양한 기능을 내포하고 있어 육사 출신은 다른 사관학교 출신에 비해 군 관련 다양한 전문분야로의 진출 기회가 많다.

기본적으로 육사를 졸업하면 전투전문가(야전 지휘관, 부대 참모 등)뿐 아니라 군의관 법무관 교수 등 특수분야 전문가가 되는 길이 열려있다. 그 밖에 국제협상 군사협력 군사외교를 담당하는 국제전문가로 성장할 수도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나 한국국방연구원 등의 연구원이 되는 길도 매력적인 진로다.

육사는 각 분야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에 필요한 각종 위탁교육을 전액 국비로 지원한다. 문 대령은 “정기적으로 국내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에 위탁교육을 보내 군법무관과 군의관을 양성하는데 모두 국비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 필요에 따라 국내외 학위과정과 대학원 진학도 지원한다.

지휘관으로서도 탄탄대로가 펼쳐진다. 육사를 졸업하면 기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60% 정도가 대령을 달고 10% 정도가 장군이 된다. 문 대령은 “육군에 한해 임관하는 초급장교 가운데 육사출신의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소수정예인 셈”이라고 말했다. ROTC나 3사관학교, 학사장교, 간부사관 출신에 비해 소규모인데다 육군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출신이라는 이점이 더해져 진급률이 높은 편이다. 현재 군 장성의 약 80%가 육사 출신이다.

육사 생도들은 국가의 혜택에 따라 10년 간 복무 의무를 진다. 다만, 임관 5년 차에 딱 한 차례 전역기회를 준다. 이때 대략 10% 정도가 조기전역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출신은 다른 대학에서 배울 수 없는 조직생활 규율준수 통솔력 등을 배운 인재다 보니 대기업 입사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실제 2011년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서 육사 출신 3명이 승진명단에 포함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육사 출신은 삼성 등 대기업에 상당한 인맥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학비 전액 국비지원

육사 생도들은 의식주는 물론 각종 생활비와 학비, 품위유지비(월 32~47만원)가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생도 한 명 당 입교부터 졸업까지 4년 평균 2억여 원의 국비가 지원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직접적인 지원금 외에 개인별로 노트북과 스마트패드, 테니스 라켓, 전공·교양 서적, 책가방 등 학용품 일체가 지원된다. 그 밖에 생활에 필요한 각종 개인 장구 및 보급품 100여 종과 목욕 이발 등 각종 편의시설 무료 이용, 철도 항공 등 대중교통요금 할인혜택도 주어진다.

우수생도에게는 우방국 10여 개 사관학교와의 위탁교육이나 교환방문 기회도 제공된다. 현재 육사는 미 육사 ‘웨스트포인트’는 물론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일본 프랑스 터키 태국 호주 등 10여 개 국가와 사관생도 위탁교육 및 교환방문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웨스트포인트는 단순한 사관학교를 넘어 세계 명문대 순위 1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명문대학’으로 이름 높다. 국가별 파견 기간은 독일 2년(1명), 미국 4년(3명), 스페인 3년(1명), 일본 2년(1명), 프랑스 3년(1명), 터키 4년(1명) 등이다. 육사는 앞으로 파견대상 국가를 이집트 태국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해외 문화탐방 기회도 부여된다. 현재 4학년은 미국과 유럽지역에 3~5명 단위 팀별 자율 배낭여행을, 3학년은 일본과 동남아 탐방 및 사관학교를 방문을 통한 군사외교 활동을, 2학년은 중국 고대사지역과 항일유적지, 백두산 등정을 실시하고 있다.

방학엔 군사훈련

육사는 특수목적 대학으로 기본적으로 일반대학과 동일한 커리큘럼을 편성하고 있다. 문 대령은 “육사는 일반대학과 비슷한 1~2학기 16주 편성에 이수학점도 149학점 수준이다. 차이라면 생도들은 장교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학생’이지만 여름방학기간에는 6~7주 간 하기 군사훈련을 받는 정도다. 군사훈련 때문에 방학기간은 여름 4주, 겨울 3주로 짧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육사에는 총 14개의 전공과목이 있으며, 생도들은 1학년2학기가 되면 전공을 선택한다. 전공을 선택한 뒤 2학년 땐 전공기초과목, 3학년 땐 전공필수 과목을 수강하게 된다. 졸업을 위해 취득해야 하는 학점은 군사학과정 37학점과 군사훈련 24학점, 훈육 20학점을 포함해 총 197학점이다.

문 대령은 “육사는 교수대 생도 비율이 약 5대 1로 교반 당 15명 내외를 편성하는 소수 교반 편성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적을 땐 5~7명으로도 교반이 편성될 정도다. 때문에 학습자와 교수자 간 상호작용이 활발히 일어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대학 일부 전공수업의 경우 강의 당 학생수가 100명을 넘나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쾌적한 학습환경이다. 문 대령은 “강의당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자기주도학습 토론수업 등이 활발하며 군사학 강의 일부는 생도들에게 지급된 태블릿PC를 활용한 수업을 실시한다. 첨단 IT기술을 강의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대학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육사는 교수역량도 뛰어나다. 세계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80여 명의 교수를 비롯 170여 명의 우수 교수진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까지 교수 정원의 40%를 우수 민간교수로 충원, 강의의 질과 연구역량을 강화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2012년부터 미 육사 웨스트포인트와 교환교수제도 시행하고 있다.
내년 완공 예정으로 659억원을 들여 짓는 종합교육관은 이러닝시스템, 첨단 실험실을 갖추고 있어 육사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육사는 2015년까지 종합체력단련장, 실내체육관, 육사종합훈련장을 순차적으로 완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환경을 갖춘 사관학교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까다롭고 공정한 육사 입시

육사 일반전형은 총 1000점 만점에 필기시험(50점) 1박2일 합숙평가(150) 학교생활기록부(100) 수능성적(700)을 합산해 고득점 순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사관학교 필기시험은 수학이 어렵고, 신체검사가 까다로워 지원자의 상당수가 신검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박2일 합숙에서 실시하는 면접도 집단토론과 구술면접, 자기소개서면접 등으로 세분화돼 까다로운 편이다. 배점이 가장 큰 수능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육사입시의 중점 사항에 대해 문 대령은 “기본적으로 학업성적이 우수해야 한다. 여기다 장차 장교로 성장하는 데 기초가 되는 인성과 리더십, 올바른 가치관, 강인한 체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어떤 한 분야에서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으면 합격하기 어렵다. 하지만 특정한 분야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다른 여러 분야에서 우수한 역량을 가졌다면 합격할 수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1차시험 고득점자이면서 최상위 수능성적(문과 540점 이상 4명, 이과 525점 이상 4명)을 갖췄지만 면접에서 불합격한 사례가 있었다. 신체검사에서 불합격한 학생 가운데엔 언수외 만점자도 있었다. 모두 전반적으로 뛰어났지만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교에게 요구되는 적성과 리더십을 평가하는 면접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으면 성적이 다소 낮더라도 합격 가능성이 충분하다.”

필기시험 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이다. 수능처럼 계열별 A/B형으로 분류되며, B형이 더 어렵고 범위가 넓다. 문과는 국수영 BAB, 이과는 국수영 ABB형으로 시행한다. 시험 장소는 추후 공지하는 전국 9개 지정 시험장소에서 치른다. 통상 사관학교 필기시험에서 수학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문 대령은 올해 수학시험 난도에 대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의 경우 수능 최고난도 문제보다 어려운 문제가 두 문제 정도 출제됐다”고 말했다. 수학문제 시험을 다소 어렵게 내는 이유에 대해 육사 강정흥 교수는 “육사 1차시험은 우선 전국 상위 10%에 해당하는 인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사관학교에서 수학(修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평가하는 목적이므로 수능시험보다는 약간 어렵게 출제한다”고 밝혔다.

1박2일 간 진행되는 합숙면접은 신체검사와 체력검정, 개별면접으로 구성된다. 이때 신체검사는 해당 요건에 미달하면 불합격 처리된다. 신장과 체중을 재는 ‘일반검사’ 외에 11개 주요 신체검사를 모두 통과해야 다음 단계인 체력검정을 치를 수 있다. 신장의 경우 남자는 161cm이상~196cm미만, 여자 159cm이상~184cm미만 안에 들어야 한다. 2013학년 신입생도 평균신장은 남자 174.3cm, 여자 162.3cm였다.

체력검정 종목은 지난해 5개에서 올해 3개로 줄였다. 문 대령은 “최근 학교 현장의 체육시간 축소로 인한 체력약화를 고려해 올해는 1500m(여자 1200m) 달리기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만 실시한다”고 밝혔다. 체력검정은 합불을 결정하지 않고 등급에 따라 50점 이내에서 배점을 부여한다.

개별 면접은 집단토론(25점) 구술시험(20) 자소서면접(30) 신체·발성평가(20) 인성검사(합불판정) 종합판정(5) 순으로 숨가쁘게 진행된다. 집단토론의 주제는 여러 개 가운데 뽑아 조별로 각기 다르다. 지난해 나왔던 주제 가운데엔 선행학습에 관한 찬반토론이 있었다. 구술시험은 주로 국가관이나 안보관 등 올바른 가치관을 가졌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자소서면접은 자소서를 기반으로 한 질문을 주로 한다. 나머지는 크게 어려움이 없는 절차들이다.

지난해 경쟁률 18년 만에 최고

육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명 내외를 더 모집한다. 이는 지난 2012년부터 3년 간 해마다 정원을 10% 늘려나가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육사에 지원할 좋은 기회인 셈이다. 다만, 경쟁률은 여전히 치열하다. 육사는 지난해 경쟁률 22.07대 1(290명 모집 6403명 지원)을 기록해 경찰대(63.67대 1) 간호사관(38.28대 1) 해사(27.20대 1) 공사(25.66대 1)에 이어 군 특수목적대학 가운데 경쟁률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2012학년 경쟁률 21.90대 1과 비교하면 상승했을 뿐 아니라, 5공화국 시절인 지난 1985년 26.18대 1(355명 모집 9296명 지원)을 기록한 이후 최고 경쟁률이었다. 정원의 10% 이내로 선발하는 여생도의 경쟁률은 한층 더 치열하다. 지난해의 경우 남자 20.4대 1(262명 모집 5344명 지원), 여자 37.8대 1(28명 모집 1059명 지원)을 기록했다.

육사 지원자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재수·삼수생이 많다는 점이다. 2013학년도 재수·삼수생은 거의 절반(45.2%, 131명)에 육박한다. 이는 전년도 38.4%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재수생만의 비율은 38.3%(111명)로 역시 전년도 30.7%에서 크게 늘었다.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안 되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개중에는 대학을 다니다가 육사를 동경해 지원하는 인원도 여럿이다.

최종합격한 학생들은 1월말 육사에 입소해 5주 간 기초훈련을 받는다. 기초훈련 기간은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간으로 적성에 안 맞거나 다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자진 퇴소가 가능하게 했다. 73기 김미소 생도는 기초훈련기간에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합격소식을 들었지만 육사에 남았다. “아는 선배가 있어 서울대생들의 생활을 지켜본 적이 있는데 실망스러웠다. 대부분 고시에 찌들어 있었고 취업을 위한 스펙경쟁에 내몰려 학구적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내 능력과 재능을 국가와 국민이라는 좀더 숭고한 가치에 바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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