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면접비중 지적 모호' '정시확대상황의 사정관규모 지적 애매'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이하 기여대학사업)에서 고려대가 결국 탈락했다. 교육부가 7일 발표한 ‘2019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 중간평가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여대학사업 지원대학 67개교를 대상으로 중간평가를 실시한 결과 고대를 비롯한 10개대가 지원중단대학으로 결정됐다.

고대의 경우 학생부교과전형(학교추천Ⅰ)에서 면접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 채용사정관 규모가 당초 약속보다 적었다는 점이 반영됐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됐던 정시확대 여부는 내년 사업부터 반영할 방침으로 이번 중간평가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고대가 정시30%확대 대신, 예외조항을 이용해 교과30% 확대를 택한 것을 두고 ‘교과전형을 30% 이상 모집하고 있는 대학은 자율로 한다’는 문구가 지방대에만 해당된 사항이라는 설명을 내놓으며 고대를 기여대학사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의신청의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상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긴 어려운 상황에서 관건은 고대의 추가선정 여부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난 사업에서도 2017년 중간평가에서 탈락했던 고대와 연대가 추가선정을 통해 지원을 받게 된 전례가 있는 만큼 추가선정여부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7일 발표한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 중간평가 결과에 따르면 고려대를 비롯한 10개 대학이 계속지원대학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들 대학은 6월 중 진행하는 추가선정평가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대 등 10개교 지원중단.. 이유는?>
기여대학사업은 고교교육 내실화 및 학생/학부모의 대입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대학 자율인 대입전형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사업 선정을 통해 입학사정관 등 평가전문인력 인건비, 대입전형 운영비, 고교대학 연계프로그램 운영비, 대입전형 개선 연구비 등을 지원한다.

올해는 2018~2019사업의 2차연도로, 중간평가와 추가선정평가를 통해 지원대학을 결정하는 해다. 중간평가는 2018년 사업 실적, 2019년 사업계획 위주로 평가하되 대입전형 개선 유도라는 사업 목적에 따라 2020 2021 대입전형시행계획 등도 평가했다. 평가 대상학교는 2018년 사업에 선정된 67개교다. 지원유형은 대입전형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유형Ⅰ(62교 내외)과 지방 중/소형 대학의 여건/역량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유형Ⅱ(6개교 내외)로 구분된다. 지방 중소형 대학은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역 소재 대학 중 2021 모집인원이 2000명 이하인 대학을 뜻한다. 

중간평가를 통해 계속지원대학에 선정된 대학은 △수도권1(13개교) 건국대 경기대 경희대 국민대 단국대 동국대 명지대 서울대 숭실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수도권2(11개교) 가톨릭대 강남대 광운대 대진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세종대 아주대 안양대 인천대 △지방1(13개교)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계명대 공주대 대구대 동아대 동의대 부경대 원광대 전남대 조선대 충남대 △지방2(10개교) 부산가톨릭대 선문대 순천향대 안동대 전주대 충북대 한국교통대 한남대 한림대 한밭대 △특수목적대(5개교) 경인교대 광주교대 금오공대 부산교대 진주교대 △지방중소형(5개교) 강릉원주대 건국대(글로컬) 군산대 대구한의대 청주교대의 57개교다. 

계속지원대학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곳은 고려대 부산대 서울과기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순천대 우석대 전북대 한국교원대 한동대의 10개교다. 지원중단대학을 제외한 계속지원대학은 채용사정관 수 등을 고려해 최소지원금을 우선 배분하고, 추가선정평가 이후 최종지원금을 확정한다. 

가장 관심이 쏠렸던 고대의 감점사유로는 학생부교과전형(학교추천Ⅰ)에서 면접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추천Ⅰ은 1단계에서 교과100%로 3배수 내외를 통과시킨 뒤 1단계성적50%와 면접50%를 합산해 수능최저 적용 후 합격자를 가리는 전형이다. 기여대학사업 지표 중 ‘학교교육 중심 전형 운영’ 항목에서는 ‘학생부교과전형의 교과 반영방법/교과목, 실질 영향력’ 등을 평가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느 정도까지가 적정한 비율이라는 것은 잘라서 말할 수 없다. 같은 그룹 내에서 비교평가한 결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과를 제외한 나머지 전형요소의 비율 기준을 따로 명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과를 제외한 면접, 서류평가 등의 다른 요소의 특정비율 규정이 있지 않는 한, ‘과도하다’는 기준에 대한 모호함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채용사정관 규모가 당초 약속보다 적었던 점도 감점요인이 됐다. 고대의 경우 절대적인 사정관 규모 자체는 현재의 학종시대를 이끌어 온 서울대를 제외하면 비견할 만한 대학이 없는 수준이지만 처음 약속한 인원만큼 확보하지 못한 점이 실적평가 차원에서 부정평가를 받았다. 

기여대학 사업이 학종 확대를 유도할 때는 사정관 확보 실적이 유의미한 평가지표였지만 내년 사업부터는 정시 확대와의 연계로 급선회한 상황에서 현 상황과 모순된 지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지침대로라면 올해까지 사정관을 늘렸다가 내년부터 수시가 축소되는 상황에서는 사정관이 ‘과잉 상태’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당장 내년부터 정시확대 여부를 사업선정 지표에 반영하기로 한 상황에서 고대는 현재와 같은 사정관 규모를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방향성이 ‘수시 확대’에서 ‘정시 확대’로 급변하다보니 학종 확대를 위해 사정관 숫자를 대폭 늘린 대학들만 고민이 깊어졌다”고 분석했다. 

<고대 연대 추가선정 여부 ‘촉각’>
추가선정평가를 통해 고대 성대 등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상위대학이 다시 선정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추가선정평가의 경우 지원중단대학을 포함해 신규 신청대학과 함께 경쟁공모를 신청해 2년차 추가지원 대학을 10개교 내외 선정할 방침이다. 단 중간평가 결과 일정점수(70점) 이하인 경우 사업에 지원할 수 없다. 고대는 2017년 평가에서도 중간평가에서 한차례 탈락했다가 추가선정을 통해 선정대학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8년 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던 연대의 재진입 여부도 관심이다. 연대는 2016년과 2017년 2년연속 교육과정을 위반한 대학별고사를 출제해 모집정지 처분을 받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사업에서 탈락했다. 교육부가 축소를 권장하고 있는 특기자와 논술전형을 입시 중심축으로 운영해왔다는 점도 교육계에서 꾸준히 지적돼온 사안이다. 

한편 지난해 대학별로 발표한 2020전형계획에서 연대가 수시 전체 전형에 수능최저를 폐지하고 4월 발표한 2021전형계획에서는 논술/특기자를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하는 교육부 지침에 적극 호응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반전의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실시한 2018 교육과정 위반판정에서는 위반대학으로 꼽히지 않았다. 

중간평가에서 탈락한 대학이 추가선정평가를 통해 재선정되는 경우 사업비 배분 방식에도 촉각이 쏠린다. 올해 사업계획에서는 중간평가 탈락 후 추가선정평가를 통해 재진입한 대학은 추가선정평가 순위가 아닌 중간평가의 순위를 적용해 사업비를 배정하기로 했다. 중간평가의 동일 평가그룹 중 최하위 계속지원대학보다 낮은 순위로 적용되는 셈이다.

이같은 변화는 2017년의 경우 기존 지원금을 기반으로 사업을 합리적으로 수행해 중간평가에서 탈락한 대학보다, 중간평가에서 탈락했다가 추가선정평가를 통해 재선정된 대학이 더 많은 지원금을 받게 된 경우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당시 최초 중간평가 대상은 59개였고, 이 중 9개교가 탈락했으나 6개교가 사업에 추가선정되기도 했다. 

문제는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2017년 11월 ‘대학재정지원사업 집행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추가선정평가 과정에서 사업비 배분기준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중간평가 탈락 후 재선정된 6개교가 추가선정평가를 신청하면서 제출한 ‘2018~2019학년 대입전형 운영계획’이 중간평가 당시 제출한 내용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중간평가에서 탈락한 대학의 경우, 사업비를 감액 조정하는 등 계속지원 대학과 차별을 두는 등 중간평가 결과를 반영해 사업비를 배분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추가선정평가.. 학종 공정성 강화 관련 지표 추가>
추가선정평가는 2022대입개편에 따른 학종 공정성 강화 관련 네 가지 과제를 추가 반영한다. 지난해 8월 실시한 2022대입개편의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제고 방안’은 자소서의 대필/허위 작성이 확인된 경우 의무적으로 탈락/입학취소하도록 한 내용 등이다. 학종의 대학별 평가기준을 공개하도록 하고, 대입정보포털을 통해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여러 명의 서로 다른 입학사정관이 평가하도록 한 다수 입학사정관 평가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법제와, 입시 부정/비리 등에 대한 엄정 제재, 대학별 공정성 관련 위원회에 외부위원 위촉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와 연계해 이번 기여대학사업 추가선정지표에서 △자소서 대필/허위작성 확인 시 의무적 탈락/입학취소 조치 △평가기준 공개 확대 △다수 입학사정관 평가 의무화 △공정성 관련 위원회에 외부위원 참여의 세부평가지표가 추가됐다. △대입전형운영 공정성 강화 배점이 12점에서 14점으로 △학생부위주전형의 공정성 및 운영 내실화 배점이 17점에서 22점으로 확대됐다. 

<정시확대 반영 내년부터>
고대의 탈락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반응이다. 정시확대 여부는 내년부터 반영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고대의 탈락이 이미 예견됐었단 분석이다. 최근 고대가 2021전형계획에서 교과를 30%수준으로 확대한 것을 두고 교육부 당국자가 직접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고대를 기여대학사업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교육부 송근현 대입정책과장은 '2022대입개편' 방안 발표에 포함됐던 정시30%확대의 예외조항, 즉 ‘(수능위주전형 30%이상 확대에서)교과전형을 30% 이상 모집하고 있는 대학은 자율’로 한다는 문구가 ‘지방대’에만 해당된 사항이란 설명을 내놓았다. 돌연 수도권대학은 어떤 예외없이 ‘정시확대’만 가능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교육부의 ‘협박’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32개 교육단체와 시민단체가 모인 ‘학교교육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이하 교육혁신연대)는 2일 교육부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당간섭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육혁신연대는 교육부 당국자의 발언을 두고 2022대입개편 공론화 결정마저도 무시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2022대입개편 공론화 결정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내년부터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부 핵심인사의 발언은 작년 대입개편 공론화 결정도 무시한 것이다. 또한 ‘대학 정시 수능위주 전형 비율이 30%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권고하되, 교과30%이상 대학은 자율로 한다’는 작년의 대입개편 공론화 결정도 무시하고,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 측에 정시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라고 위협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혁신연대는 고대 입학전형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섭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대학의 자율성 측면에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대학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신입생 선발방법을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는데도, 교육부 핵심인사가 ‘고려대에게 재정지원 연계를 중단하겠다’는 위협을 하면서 수능위주전형을 30%이상 확대하라고 한 것은 실정법을 교육부가 어기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당간섭을 중지하고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며, 미래교육에 대비하는 일에 더 힘을 쏟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고대 탈락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그간 고대가 2018학년 논술 폐지를 확정짓고 학종 중심의 큰 폭의 수시확대에 나설 만큼 논술/특기자 축소와 학종 확대에 적극 호응해온 대학이기 때문이다. 기존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대학 중 하나였던 데서, 한순간에 ‘위배 대학’으로 낙인찍힌 셈이 됐다.

<기여대학사업 ‘공교육 내실화’ 취지.. 정시확대 연계 우려>
교육계에서는 정시확대를 기여대학사업과 연계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여대학사업은 고교교육 정상화 목표에 따라 학종 중심으로 수시확대를 장려해온 대표적 사업이다. 수능 성적 중심의 대입제도로 인해 지식암기 위주인 고교교육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창의적/융합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꾸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교육부가 이전에 제시했던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학생부를 활용한 전형의 비율, 학생부를 평가하기 위한 인력의 안정성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실상 ‘학종’을 얼마나 많이 운영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한 지표다. 실제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수능위주전형을 축소하고 학종 비율을 늘리면서 고교교육정상화에 기여한 측면이 컸다고 평가받아왔다.

지난해 8월 2022대입개편 직후 좋은교사운동본부는 “문제풀이식 수업과 점수로 한줄 세우는 정시확대가 어떤 부분에서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있는지 밝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똑같은 이름의 재정지원사업으로 수시를 늘렸다가, 다시 정시를 늘리는데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부정과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정시가 어떤 부분에서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지 밝히지 못하면 기여대학사업 예산을 활용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기여대학사업 예산은 취지에 맞게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한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교육 정상화는 교육과정 목적에 맞게 다양한 수업이 진행되고 수업을 통해 일어난 배움과 성장이 평가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좋은교사본부는 “기여대학사업 지원대학을 선정하기 위한 평가지표로 전형방법 간소화, 대입전형 사전예고, 학교교육 중심의 전형 운영, 고른기회 입학전형 확대 노력, 대학별고사의 적절한 운영 등이 활용됐다. 즉 이 사업은 고교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이 입시로 인해 왜곡/파행되는 것을 막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예산이다. 고교교육 왜곡에 영향을 미치는 입시요인을 줄이고 정상적인 고교생활에 중점을 둔 입시전형을 늘리는 대학에 지원하던 예산”이라고 말했다. 

수시확대를 장려해 온 기여대학사업이 도리어 정시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쓰이게 되면서 사업 방향성이 정반대로 뒤집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기여대학사업으로 지원받는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인건비로 대부분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목적과 모순되는 운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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