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학부생 3400명 양성'.. '서울대/과기원도 탄력받나'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고려대가 우선채용이 보장되는 ‘반도체공학과’를 2021학년 신설해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것으로 보인다. 고대는 최근 SK하이닉스와 함께 30명 안팎의 규모로 반도체 특화 계약학과를 운영한다고 교육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학처 관계자는 "현재 나온 2021전형계획에는 아직 변동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전형계획이 확정된 이후에도 구조조정에 따른 학과 개편과 정원조정을 할 수 있는 만큼 내년에 신입생을 모집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최근 최상위대학을 중심으로 신설 논의가 활발한 '반도체 계약학과'는 산업체/국가기관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설계된 학과다. 학비 전액장학금이 지급되고 각종 혜택과 함께 졸업 후에는 취업까지 보장된다. 연세대에 이어 고대도 계약학과 신설을 확정하면서 서울대나 과기원 등 다른 대학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분야 인재양성을 위한 범정부적 대책도 나오면서 계약학과 신설은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부 등 9개정부부처는 30일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성장정체로 메모리에 비해 취약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학부생 3400명을 포함해 전문인력 1만7000명 육성한다. 이를 위해 연세대와 고려대에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해 정원외로 80명을 모집할 계획까지 밝혔다. 정부는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의 수와 모집규모도 단계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실제로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전자 등은 서울대를 비롯한 과기원에 반도체 관련 학부과정 신설을 타진해왔다. 계약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에겐 등록금 지원과 졸업후 채용우대 등이 제공된다. 학부생이 이수할 경우 대학에서 전문성이 인증되는 전공트랙 등 교육적 지원도 마련한다.

고려대가 우선채용이 보장되는 ‘반도체공학과’를 2021년 신설한다. 고대는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특화 계약학과를 운영한다고 교육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최상위대학을 중심으로 신설 논의가 활발한 '계약학과'는 산업체/국가기관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설계된 학과다. /사진=고려대 제공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신설.. ‘삼성전자100%채용 계약학과’>
연세대는 ‘삼성전자100%채용’ 조건형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신설을 가장 먼저 확정했다. 내년인 2021학년부터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25일 연대 입학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교육부에 삼성전자 계약학과 설치신고를 완료한 상황으로 학년정원 50명 규모로 2021학년 학과를 신설하고 신입생 모집을 진행할 계획으로 확인됐다. 다른 대학들보다 다소 늦게 논의가 시작됐음에도 가장 먼저 설립을 확정지어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와 연대의 빠른 행보로 인해 서울대나 과기원의 계약학과 설립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받는다.

연세대가 계약학과 신설을 확정하면서 2021학년부터는 삼성전자 계약학과의 모집규모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올해까지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계약학과를 운영 중인 곳이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가 유일했으나 연대가 2021신설을 확정지으면서 서울대/과기원 등이 합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성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는 수시/정시를 통해 7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여기에 연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신설인원 50명과 고대를 포함해 추후 다른 대학들의 모집인원이 더해지면 규모는 100~200명으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학석사 연계 검토’ 서울대.. SK하이닉스 합류 ‘규모 확대’>
정부 주도의 반도체학과 신설 추진은 서울대로부터 비롯됐었다.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삼성전자와 지난달 ‘100%채용연계 반도체학과’를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를 신설할 경우 정부와 삼성전자가 해당 학부생 50~100명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에도 100% 삼성전자 채용을 보장한다는 계획도 알려졌다. 특히 서울대는 교내에 세워진 지하2층 지상10층 규모의 삼성전자서울대연구소가 있는 만큼 계약학과 신설의 유력후보로 꼽혔다. 

이후 SK하이닉스까지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모집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인재양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학과 신설 규모가 한층 커질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현재 공대 내의 학과신설과 커리큘럼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다. 학석사 연계과정 등을 도입해 학생들이 범정부 차원에서 집중육성하려는 비메모리 분야 고급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서울대가 채용을 전제로 한 계약학과를 세우기 위해선 학부장 회의는 물론 경우에 따라 이사회 결의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협의가 신중하게 진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현재 반도체 산업의 인력확보가 시급하고 정부의 의지도 강한 만큼 빠른 시일 내 결론이 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번 계학학과 신설의 모티브라고 할 수 있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를 2006년부터 운영해왔다. SK하이닉스도 현재 한양대 나노반도체공학과와 취업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두 기업 모두 서울대와 의견 조율을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며 “반도체 관련 학부과정 신설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수석보좌관회의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인재 육성책'을 언급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뒤를 이어 범정부적 대책까지 발표된 만큼 서울대 역시 적극적으로 반도체학과 신설에 가세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과기원 가능성 거론.. KAIST GIST대학 UNIST 포스텍 ‘유력’>
과기원은 과기부 산하기관이라 학과신설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신설이 논의되고 있는 과기원은 4대 과기원인 KAIST GIST DGIST UNIST 가운데 DGIST를 제외한 KAIST와 GIST UNIST 등으로 보인다.

KAIST는 무학과로 선발하지만, 1학년 말에 학과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신설이 가능한 환경이다. GIST는 GIST대학 학부과정으로 학과별 선발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계약학과 신설이 가능하다. UNIST 역시 과기원임에도 경영학과를 선발할 만큼 학부과정 신설에 유연한 환경이 구축돼 있다.

DGIST는 학부과정을 아예 무학과단일학부로 운영하고 있어 반도체 관련 학부과정 설립이 어렵다. 다만 학부과정이 아닌 대학원과정으로의 확대운영이 된다면 가능성도 있다. 포스텍처럼 학부과정에 별도의 트랙으로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를 만들 수도 있다. DGIST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4대총장으로 현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국양 이사장을 선출했다. DGIST가 화답한다면 아예 가능성이 없어 보이진 않는다.

과기원 외에 대표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도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신설을 점쳐볼 수 있다. 2018학년 입시부터 무학과 선발을 실시하고 있지만, 창의IT인재전형을 통해 선발인원 총 320명가령 중 20명가량을 창의IT융합공학과로 별도 학부선발하고 있다. 반도체관련 학과의 신설과 전형운영도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원조‘ 반도체 계약학과.. 성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성대의 반도체시스템공학부는 대표적인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모기업인 삼성전자가 채용을 전제조건으로 필요경비의 50% 이상을 부담하는 계약을 대학과 체결했다. 국내에 계약학과 개념은 2003년 처음 도입됐다.

성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2006년 계약학과 체결을 했다. 성대와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분야 전문인력, 반도체산업 리더 육성을 위해 협약해 운영을 시작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에 100% 채용되는 계약학과로는 유일했다. 삼성전자 입사혜택을 활용해 상위권 학생들의 입학을 유도해왔다. 산업체 수요를 반영해 이론/실습 교육이 조화된 트랙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삼성전자 소속 전문연구인력들이 전공수업에 참여하며, 삼성전자에서의 현장실습도 의무화돼있다.

2020학년 전형계획 기준, 수시 학종40명 논술12명에 정시 가군18명으로 총 70명을 선발한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