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절반이상 상경계열로

[베리타스알파 = 이우희기자] 선택할 수 있어 괴롭다고 했다. ‘자유전공’이란 의예과와 수의예과, 사범계열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1년의 전공 선택 유예기간을 갖는다고해서 선택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연기될 뿐이다. 각종 부작용의 출발점이다. 아무 고민 없이 그저 정해진 커리큘럼만 이수하면 되는 되는 다른 학부생들과와 달리 자유전공 학부생들은 대부분의 수강과목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심지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나만의 전공 설계도 가능하다. 하지만 자유전공학부생들은 2학년을 앞두고 자신의 관심와 사회의 기대 사이에서 전공 선택을 고민하다 결국 절반이 넘는 학생이 상경계열로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자유전공학부 졸업생 배출을 계기로 주요 상위권 대학 자유전공학부의 명암을 짚어 봤다.

▲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재학생의 절반이 상경계열 전공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였지만 독특한 '자기설계전공'들은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실험에 대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사진은 서울대 사회과학대 전경./사진=베리타스알파DB

‘자유’ 버리고 '사회의 기대' 따르는 학생들
서울대가 세계적인 학문 트렌드인 학문간 융합을 내세우며 지난 2009년 출범한 자유전공학부 재학생 절반 이상이 경영학 등 상경계열 전공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서울대가 최근 5년간 자유전공학부생들의 전공 선택 현황을 집계한 결과 자유전공학부 재적생 637명 가운데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은 334명으로 전체 학생의 52.4%에 달했다.

단일 학과별로는  경제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이 가장 많은 184명에 달했다. 이어 경영대 경영학과 147명, 정치외교학부 외교전공 59명 순이었다. 대학별로는 사회대를 선택한 학생이 379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연대(163명) 경영대 경영학부(147명) 인문대(55명) 공과대(47명) 농생대(6명) 미술대(9명) 생활대(5명) 음악대(2명) 순이었다.

서경호 자유전공학부장은 다만 “대다수 학생들이 복수 전공을 신청하고 있어 통계 수치만큼 상경계 쏠림 현상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복수전공을 포함한 전공 선택 건수로 계산하면 경제∙경영학 선택 비율은 851건 가운데 334건(39.2%)으로 쏠림 현상이 덜하다는 것. 최근 5년간 자유전공학부 전공선택 현황 ‘누계 수치’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전체 851명 자유전공학부생은 가운데 경제학부(187명)와 경영대(147명) 전공에 집중된 비율은 다소 낮게 나타났다. 상경계열에 이어 사회대 정치외교학(80명) 심리학(42명) 언론정보학(21명) 사회학(12명)을 선택한 학생들이 많았다. 자연계열의 경우 생명과학부(53명) 수리과학(49명) 통계학(33명) 컴퓨터공학부(20명) 화학(10명) 등이 인기가 높았지만 인문계열에 비해 쏠림 현상은 훨씬 덜했다.

2009년 입학한 157명의 학생 중 한 번도 휴학을 하지 않은 24명 가운데 16명이 로스쿨과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풀어야할 과제다. 융합과 다양성을 표방한 학부 설립 취지와 어긋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자유전공학부가 인기있는 학과에 들어가기 위한 우회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관계자는 “2009년에 입학한 이번 졸업생들은 전문대학원 진학 의지를 갖고 입학한 경우가 많다”며 “졸업생이 늘어나면 특정 학과나 특정 진로로의 편중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쏠림의 원인은 취업과 부모간섭
인기학과 편중은 서울대 측이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학문'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학부 개설 취지와는 다소 다른 결과.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입학 후 2학기 동안 기초 학문 수업을 들은 뒤, 기존 전공이나 직접 교과 과정을 정하는 '학생설계전공' 중 1~2개를 신청할 수 있다. 복수전공, 부(附)전공, 1전공 심화과정 등 여러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학생 자율성을 강조하는 독창적인 학생 설계 전공의 길마저 열어 뒀지만 많은 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한 상경계열에 몰린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상경계열 쏠림현상에 대해 한 서울대생은 "인문학 등 배가 고플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사양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 서울대 교수는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취직 등 돈벌이에 유리한 학문이나 사회적인 지명도가 높은 전문대학원을 우선 선택하고 있다"며 "다양한 전공을 살리자는 본래 취지가 무색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자녀의 전공선택에 입김을 넣는 부모의 지나친 간섭도 상경계열 전공 쏠림의 한 원인이다. 자유전공학부 관계자는 "자체 면담 결과 학생들의 70% 정도가 부모의 바람대로 전공을 선택하고 있었다"며 "상경계 쏠림 현상은 부모들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대 관계자는 “상경계열에 대한 쏠림 현상이 전공 신청을 받는 동안 계속돼 왔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전공 선택 기간인 5월과 11월에는 자녀가 상경계열을 선택하기를 원하는 부모들이 학교를 찾아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학생선택전공 40명 희망 보여줘
하지만 서울대의 교육실험인 자유전공학부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가장 큰 특징인 ‘학생설계전공’을 활용한 학생이 5년간 40명이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학생설계전공은 학생 스스로 여러 학과의 수업들을 조합한 후 학교의 허가를 받아 독창적인 전공을 만드는 과정으로 두 개 이상의 전공을 융합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교과과정을 만드는 ‘나만의 전공’이다. 서울대는 학생설계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에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학생자율연구’ 수업 논문을 세계 유수 저널에 게재한 학부생이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011학번 이경연(19)양은 '학생자율연구' 수업에서 쓴 논문을 SCI(과학논문색인) 등재 뇌과학 분야 세계 유수 저널인 'International Journal of Imaging Systems and Technology'에 투고해 최종 게재 허가를 받았다. 논문 주제는 '움직임 상상 기반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인식 성능 향상을 위한 특징 추출 기술 연구'. 이양이 수강한 수업은 학부생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해 지도교수의 도움을 받아 자율적으로 연구를 계획∙수행하는 교양 강의다. 학부생이 세계적인 과학저널에 논문을 싣는 쾌거를 이룬 바탕에는 학생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중심에 둔 수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 양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년 동안 고생을 많이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주도적으로 수행한 연구 성과가 국제 학술지에서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소수지만 융합학문의 취지를 잘 살린 ‘나만의 전공’은 희망을 보여준다. 단 1명이 선택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학생설계전공에는 국제식량농업개발학 국제환경학 문화서사학 문화콘텐츠마케팅학 범사회학 생물공학 시각문화학 예술경영 운동생리학 음악미학 인권학 인문소통학 인지생물심리학 환경과학기술학 등이 있었다.

한 일간지에 소개된 나혜선씨도 ‘학생설계전공’을 활용해 서울대에 없던 맞춤형 전공을 만들어냈다. 나씨는 전공 취득을 위해 졸업 때까지 농경제사회학부, 인류학과, 지리학과, 경제학부, 외교학과의 개설 과목을 수강하겠다는 계획서를 학교에 제출해 2학년 때 국제개발협력학이라는 전공으로 인정받았다. 졸업 후 한국개발연구원의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국제협력 관련 대학원으로 진학할 계획을 세운 나씨는 “특정 학부 학과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모든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던 것이 진로 설정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생들이 선택하는 학과 수도 갈수록 다양화 되고 있다. 자율전공학부 개설 첫해에는 학부생들이 선택한 학과 수가 17개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36개로 늘었다. 자유전공학부 관계자는 “2009년 신입생이 전공을 택한 2010년 상경계열 선택이 55.4%에 육박했지만 매년 수치가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29.6%로 주는 등 학생들의 선택이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긍정 평가했다. 그는 다만 “하지만 사회 분위기를 비롯해 학부모가 선호하는 전공이 있어 학생들이 아직까지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우수한 학생일수록 학문적 관심범위가 넓다는 점도 자유전공학부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스스로 전공을 설계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한 학생은 “기존 학과로 진학했으면 끝까지 공부에 대한 흥미가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러 지식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데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화학과 생물학에 마음이 기울어 화학생물공학부 진학을 생각했지만 생물학과 수학 수업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전공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현대청운고를 나와 올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신입생이 되는 강구헌(19) 군도 “구체적인 진로 선택은 잠시 미뤄두고 일단 자유전공학부에서 일단 다양한 과목을 접하고 여러가지 활동에 도전할 생각”이라며 “진로 선택에도 통섭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대·약대 남는 정원으로 급조돼
자유전공학부는 2009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학부에서 법대가 폐지되면서 법대정원을 활용해 만들어진 신생 학부로 전국 20여개 대학이 설치하고 있다. 자연계의 경우 약대가 약학전문대학원으로 바뀌면서 약대 인원이 남아 생긴 전공이라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경우 모두 원래 남은 인원을 각 학과로 배분하려 했으나, 학과 간 마찰로 여의치 않아 자유전공학부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히 인문계의 경우 법대 후속이라는 인식이 강해 도입 초기에는 대학별 자유전공학부마다 로스쿨 진학과 고시를 대비하는 학생들이 몰렸다. 도입 5년차가 지나는 동안 고시운영 중심 학부 운영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반발과 언론의 비판을 거치며 대학별 자유전공학부는 한차례 진통을 겪었다. 전남대는 지난해 10월 자율전공학부의 폐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초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진출을 목표로 개설됐지만 2015년 전국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의 의과대학 체제로 전환을 앞두고 신입생이 감소하는 등 학부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었다. 처음부터 다양한 학문 경험을 통해 전공 선택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로 자유전공학부를 도입한 대학들도 취지와 달리 학생들의 특정 학과 편중 현상이 심해 고민이 깊기는 마찬가지다.

학교별로 자유전공학부 성격 달라
일반적으로 수험생들은 진로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 자유전공학부를 고려한다. 전공을 미리 정하지 않고 학부 입학 후 1~2년간 전공탐색을 거쳐 전공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1년간 전공선택 유예기회를 갖게 된다. 자유전공학부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최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다양한 대학에 개설되어 있어 선택의 폭도 넓은 편이라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자유전공학부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학교마다 지원계열, 전공 선택범위는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신입생을 모집할 때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고 모집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인문사회계열(문과) 학생만 선발한다. 서울대는 사범대•의대•약대 등 국가고시자격증이 필요한 전공을 제외한 모든 전공 중에서 자신의 전공을 고를 수 있다. 반면 연세대와 고려대의 자유전공학부는 ‘사범대, 교육학과를 제외한 인문사회계열 내 전공’으로 전공선택 범위를 제한한다. 학교별 자유전공학부의 특징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주요 대학별 자유전공학부의 특징
학교명 계열 2013 경쟁률
(모집군)
2013 합격선
(모집군)
특징
건국대 인문/자연 인문 4.25(나)
자연
3.80
(나)
인문
22.80
(다)
자연
14.60(다)
인문 520(나)
자연
500
(나)
인문
524
(다)
자연
506(다)
로스쿨, CPA, 의학전문대학원 준비에 특화.
고려대 인문 3.78(가) 544(가) 대표적인 '예비 로스쿨'. 법학관에 학부 있고 로스쿨 교수진 전원이 자유전공학부 지도교수. 법학행정학을 필수 이수과목으로 지정.
서울대 인문/자연 인문 4.41(나)
자연
4.40(나)
인문 545(나)
자연
527(나)
가장 독자적인 자유전공학부. 계열 구분해 선발하지만 수업은 계열에 따른 제약을 두지 않고 학문 간 융합을 꾀함. 자율을 극대화한 ‘주제 탐구 세미나’와 ‘학생 설계 전공' 프로그램 운영.
성균관대 인문 4.20(가)
8.33(나)
539(가)
541(나)
로스쿨 및 행정고시 대비 특화. 학부생만 듣는 교양과목 A학점 비율 높이는 등 측면지원. 
연세대 인문 6.29(가) 544(가) 독립학부가 아니며 다른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거치는 예비 과정 성격. 전공선택시 인원 및 성적제한. 다양한 학문과 전공을 융합할 수 있는 개방적창의적 사고력 지향.
이화여대 인문/자연 인문 5.80(가)
자연
2.83(가)
인문 536(가)
자연
524(가)
문∙이과를 넘나드는 `통섭` 트렌드 반영해 2007년 출범. 영미권 명문대 학제를 벤치마킹, 전공학문 서열화 없는 자유로운 학문 지향.
중앙대 인문 4.33(가)
4.15(나)
533(가)
534(나)
로스쿨 준비하는 정책학사, 행시 준비하는 행정학사 가운데 선택. 고시 및 공무원 대비 시험 특화.
한국외대 인문 4.15(나) 525(나) 로스쿨 입시와 고시준비에 초점.
한양대 인문 4.00(가)
5.25(나)
538(가)
539(나)
행정학경제학 등 행정고시관련 과목 대다수. 고시대비 성격 강함.
*합격선=서울진학지도협의회 배치표
*대학명=가나다순

융합학문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리고 있는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하는 대학으로는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를 꼽을 수 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가장 독자적인 자유전공학부로 평가받는다. 모집은 인문•자연 계열로 구분해 선발하지만 수업은 계열에 따른 제약을 두지 않아 학문 간 통합과 융합을 꾀한다. 당초 학부 출범 직전 서울대는 무계열 선발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했지만 현행 고교 교육 상황과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계열별 선발방식을 받아들인 바 있다. ‘주제 탐구 세미나’와 ‘학생 설계 전공’은 가장 큰 특징이다. 주제 탐구 세미나는 인문∙자연계를 아우르는 큰 주제를 설정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을 형성하기 위한 것. 전공이 다른 교수들이 팀을 이뤄 강의를 진행하고 토론하는 수업이다. 학생 설계 전공은 학생이 공부하고 싶은 영역을 전공으로 정하고, 어떻게 공부할지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면 학교에서 검토후 허가하는 ‘나만의 전공’이다. 지금까지 학생 설계 전공으로 허가받은 전공은 국제환경학 문화서사학 문화콘텐츠마케팅학 예술경영 운동생리학 인권학 인문소통학 인지생물심리학 등 40여개에 이른다.

▲연세대 자유전공은 독립된 학부가 아니며 다른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거치는 예비 과정 성격이 강하다. 즉 2학년이 되면 각자 다른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제1전공에 확실히 전념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2학년 이후 자유전공에 대한 소속감이 없어지고, 해당 전공 학과에서도 보이지 않게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 소속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고려대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도 교수를 맡는데 비해 연세대는 전공이 다양한 지도 교수가 있다. 인기전공 편중 현상을 막기 위해 학과 선택에 지원 제한 규정을 뒀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연세대 입학처는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반면, 한 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 인원을 입학 정원의 3분의 1로 제한을 둔다”고 말했다. 경영대등 인기학과 진학을 위한 징검다리로 자유전공 과정을 활용하려는 학생에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학부생들은 1학년 때 교양과목을 이수하고 전공 신청 요건을 충족하는 2학년부터 교육학부를 제외한 인문사회 계열 모든 전공 가운데 희망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학교측은 ‘다양한 학문과 전공을 융합할 수 있는 개방적∙창의적 사고력과 건전한 공동체적 윤리∙도덕 가치관을 갖춘 인재 양성 목표’를 밝히고 있다.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는 2009년 로스쿨의 출범으로 인한 잉여 정원을 채우기 위해 급조된 다른 학교의 자유전공학부와 달리 학문간 ‘통섭’을 주 목적으로 2007년 만들어졌다. 2년 뒤 본격적으로 출범한 이화여대 스크랜튼대학은 모두 6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생은 특정 전공 영역 없이 전공으로 입학해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뒤 자신의 주전공을 정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통합적 문화연구` `과학과 생명` 등 문∙이과를 넘나드는 `통섭`이라는 학문 트렌드를 반영한 과정이 많다. 물론 로스쿨과 행정고시 준비 성격의 과정도 일부 있다. 스크랜튼대학 관계자는 "영미권 명문대 학제를 벤치마킹해 고등학교 때 문∙이과 구분에서 벗어난 교육을 하자는 게 우리 학부 목표"라며 "전공과 학문의 서열화 없이 학생들이 배우고자 하는 공부를 자유롭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세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의 자유전공학부는 융합보다는 ‘예비 로스쿨’ 내지 ‘국가고시 대비반’ 성격이 매우 강하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가 대표적으로 예비 로스쿨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실제로 학부도 법학관에 있고 로스쿨 교수진 전원이 자유전공학부 지도교수이며, 법학과 행정학이 필수 이수과목이다. 고대는 ‘공적 영역의 리더를 양성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공직으로 진출하거나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2009년 출범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직 진출이나 로스쿨 진학이 목표임을 명시했듯, 올해 졸업생 10명 가운데 절반가량은 로스쿨에 진학했다. 학생들은 연계 전공인 ‘공공거버넌스와 리더십’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민법 헌법 형법 등 법학 과목과 기타 법학, 경제학, 행정학 과목 이수가 필수다. 고려대는 전공을 선택한 뒤에도 자유전공학부 소속이 그대로 남는다.

▲성균관대 2011년 자유전공학부 간판을 `글로벌리더학부`로 바꿔달면서 로스쿨 대비 및 공공시험 대비 성격을 분명히 했다. 당초 공공사회 연구과정(행정고시 특화)ㆍ사회규범 연구과정(로스쿨 특화)ㆍ인간문화 연구과정으로 구성됐으나 글로벌리더학부로 재편된 뒤엔 인간문화 연구과정이 사라졌다. 글로벌리더학부 학생들만 듣는 교양수업의 상대평가 기준을 수강생의 50%(일반교양의 경우 30%)가 A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대폭 완화하는 등 학부생들의 로스쿨 진학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리더학부 관계자는 "입학 성적이 상위 1%인 학생들끼리 경쟁하다 보니 비율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고려했다"며 "모든 과목이 아닌 일부 교양과목만 기준을 달리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역시 자유전공학부의 상당수 학생이 휴학하거나 그만두자 로스쿨 진학에 초점을 맞춘 정책학사와 행정고시를 목표로 하는 행정학사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공공인재학부로 전환했다. 고시 등 공무원시험에 특화한 학부를 운영키로 한 것이다.

▲한양대도 정책과학대학으로 간판을 달아 자유전공학부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행정학, 경제학 등 행정고시와 관련 있는 과목이 대부분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기존 법대에서 사법시험 합격자가 배출되다가 법대가 사라지면서 대학들의 인재 창출 통로가 좁아졌다"며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 고시 과목 위주로 운영되는 데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도 로스쿨 입시와 고시 준비에 도움되는 정치외교학∙행정학 과목들을 전공과목으로 편성해 놓고 있다. 외대 관계자는 “고시반에 강제적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전공학부 학생 가운데 고시 준비를 계획하고 입학한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자율전공학부도 공공인재양성과정(행정학 법학), 글로벌리더양성과정(경영 경제 어학), 글로벌과학인재양성과정(이공계) 등 3개의 한정된 커리큘럼으로 운영한다. 로스쿨ㆍ회계사시험(CPA) 혹은 의학전문대학원 준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대학별 자유전공학부 경쟁률 및 합격선
자유전공학부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합격선도 높고 경쟁률도 학교별 평균 경쟁률 내외로 결코 만만치 않다. 2013학년 정시 지원에서 자유전공학부 경쟁률은 서울대 4.41대 1(인문)과 4.40대 1(자연), 연세대 6.29대 1, 고려대 3.78대 1이었다. 평균 경쟁률(연세대 4.97대 1, 서울대 4.76대 1, 고려대 3.94대 1)과 비교했을 때 높거나 약간 낮은 정도다.

합격선은 대부분 대학의 자유전공학부가 모집계열 안에서 가장 센 학과로 손꼽혔다. 서울진학지도협의회가 앞선 학생들의 실질점수를 토대로 산출한 2013학년 정시 배치표에 따르면 대학별로 자율전공학부는 최상위 학과에 속했다. 일반적으로 인문계열 모집단위에서 자연계열보다 점수대가 높았다.

학교별 합격선은 최상위권 대학은 535~547, 중상위권 대학은 525~530점 대에서 형성됐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나군)는 인문 545점, 자연 527점으로 형성됐다. 인문계에선 가장 높은 경영대학(547) 사회과학계열(546)에 이은 3번째를 차지했다. 자연계열에선 물리천문학부(527)와 컴퓨터공학부(526)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자연계열 최상위 학과인 의예과는 544점, 최하위 학과인 간호학과는 518점이었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 인문(가군)은 544점으로 최상위 경영학과(547)와 3점 차이였다. 응용통계(544)와 같고 심리학과(543)보다는 높았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인문(가군)은 544점으로 경영대학(546) 정경대학(545)에 이은 3위였다. ▲이화여대 스크랜트학부(가군)는 인문∙자연 모두 커트라인 1위였다. 인문의 경우 스크랜튼학부(536)는 2위초등교육과(533)보다 3점 높았고, 자연은 스크랜튼학부(524)가 수학교육과(515)보다 9점이나 높았다.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인문(나군)은 541점으로 글로벌경영(543) 글로벌경제(541)에 이어 3번째로 셌다. 성균관대 ‘글로벌’ 계열 학과는 서로 인문계 커트라인 수위를 두고 다툴 정도로 인기다. ▲한양대 정책학과(나군)도 539점으로 파이낸스경영학과(540)에 이어 인문계 커트라인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가군 역시 538점으로 치열했다. ▲중앙대 공공인재학부는 나군(534) 가군(533)이었다. 나군의 경우 경영학부글로벌금융(536)에 이은 2위였고 가군은 인문계 전체 1위였다. ▲한국외대 자유전공학부 인문(나군)는 다른 학교에 비해 학교내 커트라인 순위가 낮은 편이었다.나군모집 자유전공학부(525)는 아랍어과(525)와 같고 일본학부(524)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건국대 자율전공학부는 다군 모집 인문계열이 524점으로 가장 높았다. 같은 다군 모집에서 경영정보(526) 기술경영(525) 상경대학(525) 다음이었다. 다군모집 자연계열 자율전공학부는 506점, 나군 인문계열은 520점이었다.

상위권을 중심으로 자유전공학부의 인기가 여전한 이유로는 전공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이 손꼽힌다. 일반적으로 자유전공학부는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데 의대나 약대, 사범대, 예체능 계열을 제외하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고, 많은 학생들이 인기 학과에 지원한다. 특히 상경 계열을 선호한다. 서울대가 2011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9년 학부가 신설된 이후 학생들의 의사를 우선해 전공을 배정한 결과, 경제와 경영이 46%에 달했다. 특정 인기 학과로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일부 대학은 예전과 달리 인원 제한을 두기도 한다.

취업에 유리한 인기 학과에 지원하기 위해 이른바 징검다리 삼아 자유전공학부에 지원하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필수 지정 과목이 맣고 학교별로 인원이나 성적 등 전공선택 제한 조건을 마련해 두기 때문이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다니는 한 학생은 “필수∙교양 이수 과목이 많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과목도 이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연 계열을 선택하고 싶어도 토론 수업이나 제2외국어를 들어야 하고, 인문 계열을 전공하려 해도 수학 과학 등을 네 과목씩 들어야 한다. 가고 싶은 학과에 배치표상 점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유전공학부에 지원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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