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는 이과, 경기고는 문과 강세 반영

[베리타스알파 = 이우희기자] 1974년 고교 평준화 이전 고교 판도를 주도했던 두 명문 경기고와 서울고가 CEO 배출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전반적으로 경기고의 우세속에 시가총액 기준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그룹 CEO 중에는 서울고 출신이 유독 많아 관심을 끌었다.

▲ 삼성그룹의 사장급 인사 가운데 서울고 출신이 가장 많아 화제다. 이공계열 진학에 명성을 떨친 서울고의 전통과 전문가∙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는 삼성그룹의 문화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여진다.사진은 서울고 정문. /사진=베리타스알파DB

기업 및 CEO의 경영평가전문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10대 그룹 93개 상장사 사장(직급기준) 189명의 출신고교와 출신지역(출신고의 소재지 기준)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따르면, 삼성그룹의 경우 서울고 출신이 장악한 반면 현대차와 SK, LG그룹은 경기고 출신 사장 들이 주류를 이뤘다.

삼성그룹내 서울고 출신 사장급 임원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22회, 서울대 무역)을 시작으로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20회, 서울대 전기), 김석 삼성증권 사장(24회, 서울대 법학) 김재권 삼성LED 사장(27회, 한국외대 무역),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23회, 연세대 기계) 변승완 삼성탈레스 대표(27회, KAIST) 우남성 삼성전자 사장(23회, 서울대 전기) 정유성 삼성석유화학 사장(27회, 한양대 산업) 등 가장 많았다. 반면 삼성그룹에서 경기고 출신은 물산의 김신 사장(서울대 경영)이 유일했다.

서울고 출신의 삼성 석권은 이른바 ‘내식구 감싸기’보다 전문가형 실무 인재를 선호하는 삼성의 문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서울고는 과거 서울대 공대를 휩쓸었던 대표적인 이공계 명문. 서울고 장천 교장은 “당시 경기고가 법대와 정치대학 등 인문계열에 강했던 반면 서울고는 서울대 공대를 석권하다시피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공계열 CEO가 드문 국내 기업 풍토 속에서 강호문 부회장, 김재권 사장, 박대영 사장, 변승완 대표, 우남성 사장, 정유성 사장 등이 자연계열 출신인 점이 눈에 띈다. 서울고 동문회 관계자는 "최지성 부회장만해도 공과 사가 분명한 분이라 특별히 서울고 출신이라고 해서 덕을 봤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내 서울고 인맥은 4회 졸업생인 임관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거슬러 올라간다. 김광호 전 삼성전자 부회장(10회),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11회), 김성규 전 삼성물산 고문(15회), 조승연 전 삼성썬더스 농구단장(15회) 등이 서울고를 나왔다. 현재 삼성 오너가에도 이건희 회장의 큰 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이 서울고 39회 출신이다. 임 부사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이다.

종합고 출신 사장도 있었다. 지대섭 삼성사회공헌위원은 유일하게 시 단위가 아닌 강원 고성군의 거진종합고를 나왔고, 삼성중공업의 김징완 상담역은 면단위 학교인 현풍고 출신으로 사장의 반열에 올랐다. 에스원의 윤진혁 사장도 부산공고출신으로 ‘개천에서 난 용’으로 꼽혔다. 하지만 3명이라는 숫자는 비(非) 명문고를 나와 10대 그룹 계열사 사장 명함을 달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현실의 벽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LG그룹은 이희국 LG기술협의회 의장 등 경기고 출신이 5명으로 주류를 이뤘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 최한영 현대자동차부회장, 김신배 SK 부회장을 포함해 경기고 출신이 각 4명씩이었다.

10대그룹 CEO 출신고교   10대그룹 CEO 출신고 소재지
순위 학교명 CEO수(명)   순위 출신고 소재지 CEO수(명)
1 경기고 17   1 서울 95
2 서울고 12   2 영남  56
3 경복고 11   3 충청 7
4 중앙고 11   4 경기 6
5 부산고 9   5 호남 6
6 용산고 8   6 외국 3
7 경남고 6   7 강원 2
8 경북고 5   8 기타  14
9 경북사대부고 5   합계 189
10 동래고 4   *출처=CEO스코어
11 서울사대부고 4        
12 신일고 4        
13 계성고 3        
14 대광고 3        
15 대구고 3        
16 대전고 3        
17 마산고 3        
18 보성고 3        
*출처=CEO스코어        

경기고와 서울고 두 맞수를 필두로 한 서울과 영남권 명문고 출신은 활약은 다른 고교를 압도했다. 10대 그룹 93개 상장사 사장 가운데 전체의 79.9%에 해당하는 151명이 서울이나 영남의 명문고교 출신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명문고인 경기고 경복고 서울고 용산고 중앙고등을 나온 10대 그룹 CEO는 전체의 50.3%가 넘는 95명에 달했다. 이어 영남지역 명문고로 손꼽히는 경남고 경북고 경북사대부고 동래고 부산고 등 출신은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56명의 사장을 배출했다. 서울과 영남에 이은 지역별 순위는 충청(7명) 경기 호남(이상 6명) 순이었으며 이들 지역 출신은 전체 CEO의 4%에도 못미쳤다.

호남지역의 경우 광주의 명문 광주고와 광주일고가 각 2명씩 사장을 배출하는데 그쳐, 법조∙언론∙문화예술계에 비해 재계에서의 비중이 적다는 세간의 평가가 입증됐다는 분석이다. 호남 출신 고교 졸업생 가운데 삼성은 1명, 현대자동차 3명, SK 2명에 그쳐 다른 분야보다 대기업 진출은 적었다.

고교별 순위 톱10은 경기고(17명) 서울고(12명) 경복고 중앙고(11명) 부산고(9명) 용산고(8명)경남고(6명) 경북고 경북사대부고(5명) 동래고 서울사대부고 신일고(4명) 순이었다. 대구고 계성고 대전고 마산고 대광고 보성고(이상 3명)는 공동 13위를 차지했다.

▲ 서울고 동문과 재학생들이 교내 6.25 참전기념비에 참배하는 장면./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고는 어떤 학교?
서울고등학교는 비평준화 시절 경기고와 함께 양대산맥을 이룬 전통의 명문. 50대의 국내 유력 인사 가운데 경기 아니면 서울고 출신이다. 1946년 서대문 옆 경희궁 터에서 시작한 역사도 역사이거니와 1974년 평준화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대가 서울고의 본교’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서울고는 평준화 이후 명성과 실적이 과거의 영광에 묻혔지만 강남구 개발과 함께 1980년 지금의 서초구로 터전을 옮긴 다음 ‘막강 동문’이라는 최대 우군을 뒷배로 부활을 준비해왔다. 지난 2012학년엔 중학생들이 원하는 고교를 지망할 수 있는 ‘서울시고교선택제’에서 서울지역 전체 고교 가운데 1지망 선호학교 3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공립일반고로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하는’ 다양한 교육 과정을 내세워 서울대의 수시중심 체제와 맞물려 상당한 실적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서울대 수시에서만 10명이 합격자를 배출해 파란을 일으켰다. 정시 합격자 3명을 더해 지난해 서울대 실적 13명으로 전국 모든 고교 가운데 35위를 차지했다.
경기고와 비교하자면 경기고는 서울대 법대와 정치대, 경영대에 강해 ‘엘리트형 인재’가 많은 반면 서울고는 서울대 공대에 강해 ‘전문가형 인재’가 많다고 회자된다. 이공계열 박사와 의사 중에는 서울고 출신이 많다. 서울고는 전교생의 30% 가량이 학도병으로 6.25에 참전한 호국정신으로도 이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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