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조사로 전환해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교육부의 ‘기초학력 내실화 방안’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5일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가 발표한 기초학력 지원 대책을 정면 비판했다. 학생들의 학습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초학력을 진단하는 것에 더해 구체적인 지원계획까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교육부가 밝힌 진단평가의 확대 방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오르는 현상에 대한 교육부의 고육책은 단순암기나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기초학력 저하’라는 교육적, 사회적 문제를 면피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교육부 관료들의 발상에서 나온 무의미한 정책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교육부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늘어난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도 이전과 크게 다른 부분이 없는 정책들을 지원방안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진단평가를 통해 학생들 전반의 학력에 대한 자료를 구축하려는 교육부의 계획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개별 학교단위로 다른 평가가 실시되는 셈인 만큼 학업수준 격차에 대한 유의미한 자료를 모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진행됐던 브리핑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늘어난 배경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던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혁신학교 확대 등 현 정부의 책임이 될 수 있는 부분은 강하게 반박하면서 교육당국의 객관성이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애초에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도록 표집방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조사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고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의 ‘기초학력 내실화 방안’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5일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가 발표한 기초학력 지원 대책을 정면 비판했다. 학생들의 학습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전교조도 비판 가세..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
전교조 충남지부는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기초학력 내실화 방안’을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로 규정했다. 학생들의 학업결손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진단평가만을 기준으로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구체적인 평가의 내용이나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점도 비판했다.

이미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증가한 상황임에도 학생들을 위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이 전교조가 주요하게 비판하는 대목이다. 박백범 차관은 기초학력 지원방안 브리핑에서 '진단-보정 시스템'을 강조했다. 시/도교육청이 시행하는 진단평가를 초1에서 고1 학생들까지 확대 적용해 진단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기초학력 문제가 단순히 학생들의 학업성과가 낮다는 점을 발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생의 결손을 메울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대체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경제적 격차에 따른 정서적 문화적 학습적 결손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단순히 진단보정시스템을 정비하거나 선도학교 지정, 프로그램 연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지역이나 학교에 속한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다양한 지원시스템이 동시에 마련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기초학력 개념과 판정기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브리핑 당시 박 차관은 여러 차례 기초학력의 개념을 다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 내용을 토대로 한 구체적인 대안까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전교조 충남지부가 기초학력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하려는 교육부의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실질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이유다. 초중등 교과에서는 수많은 성취기준 가운데 진단평가만을 확대하는 방안으로는 정확한 학생들의 학력현황 파악 자체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교육부가 ‘진단평가를 통해 기초학력 추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는 ’탁상행정식 사고‘라고 평했다.

교육당국이 학업성취도 평가를 개선하겠다는 밝힌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평가영역이나 방법에 대한 내용적이 부분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OECD가 주관하는 PISA는 기존부터 강조해온 읽기와 수학영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평가영역을 도입하고 있다. 자주적이며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에 발맞춘 변화다. PISA 2003에선 문제해결력, PISA 2012에는 컴퓨터기반 문제해결력, PISA 2015는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각각 포함시켰다. PISA 2018에서도 글로벌 역량을 추가하면서 핵심역량에 기반을 둔 다양한 영역의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교육부의 평가영역과 방법에 대한 낡은 인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탕’과 ’자충수’뿐인 대책.. ‘기존 정책의 객관적 진단부터’>
상당수 교육전문가들도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했던 이전의 정책들과 달라진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진단평가를 확대해 학생들의 학력 현황에 대한 자료를 구축한다는 계획 역시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박 차관이 브리핑에서 보였던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방어적 태도도 지나치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 정권이 출범한 2017년부터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비율이 늘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 선행돼야 개선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내놓은 방안의 실효성을 의심한다. 교육부는 올해 ▲기초학력 진단/지원 및 평가체제 개편 ▲학교 안/밖 기초학력 안전망 내실화 ▲평등한 출발선 보장을 위한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 ▲국가-시/도교육청-학교의 책무성 강화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추진될 기초학력보장 선도/시범학교 확대, 보충학습 보조인력 배치, 학습종합클리닉센터 등의 과제들은 기존의 정책을 강화한 계획에 불과했다. 초등 저학년에 지원을 집중한다는 방침도 현장의 기대와 다소 어긋난다는 평가다. 현장에선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늘어난 중고교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현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없이 기존의 대책을 ‘재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다.
 
교육부가 강조하는 진단평가 확대 방침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부가 설명하는 것처럼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어렵고, 일부 진보교육감들이 반발움직임을 보이면서 현장의 갈등까지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문제들이 제각각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관 등이 시험을 개발해 진행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별 학교별 학생별 학력수준을 나타내는 자료도 구축될 수 없다고 본다”며 “교육부는 진단평가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수립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학력미달이라는 사실만 파악 가능한 진단평가 자료로는 부족할 것이다. 보통학력 이상의 학생들에 대한 정보도 같이 파악할 수 있어야 종합적인 대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안일한 생각이 일부의 반발을 유발하며 현장의 갈등만 키운 꼴이다”고 설명했다.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증가한 배경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박 차관은 혁신학교 확대가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늘어난 이유는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자유학기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지만 학력저하를 의미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필고사 형식인 학업성취도 평가가 자유학기제의 토론식 수업 성과를 정확히 반영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늘어난 원인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음에도 혁신학교나 자유학기제가 학력저하를 유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셈이다.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자 시험방식을 탓하는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한 교육전문가는 “박백범 차관이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을 요약하면 결국 시험방식에 문제가 있어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교육당국의 필요에 의해 시행한 시험인데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며 “혁신학교와 자유학기제가 학력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교육부는 이전까지 자유학기제가 오히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인다고 주장했었다. 그럼에도 올해 성취도 평가 결과를 놓고 자유학기제 때문에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늘어났다고 인정했음에도 성취도 평가의 시험방식을 탓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혁신학교는 원인이 아니라는 근거도 불분명하다. 교육당국이 먼저 교육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후에 대책을 찾는 것이 순서다”고 주장했다.

<원인 규명 어려운 ‘3% 표집’.. ‘전수평가 실시해야’>
학업성취도 평가를 계속 표집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대한 우려도 높다. 현재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체 학생의 약 3% 규모의 표집학급 대상으로 실시된다. 지난해에도 전체 중3과 고2 학생 88만7582명 가운데 약 3%인 총 473개학교의 2만6255명이 표집인원이었다. 학생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진다고 보기 어려운 규모다.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에게 적절한 지원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표집방식을 유지한다면 제한된 정보만 접할 수 있는 진단평가와 정확한 실태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한 학업성취도 평가에 의존해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셈이다.

개별적인 학습지원을 위해 전수평가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표집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집으로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평가가 계속 진행되기 위해선 정권이 달라지더라도 바뀌지 않는 연속적인 정책 수립이 가능한 기구로서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교육부가 좋은 표집평가 방법을 만든다면 정권이나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교육계에선 표집조사가 유지된다면 학력저하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불과 3% 학생만으로 조사된 결과를 전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일부만 파악 가능한 표집평가로는 학생들의 학력진단과 평가 피드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수평가 폐지로 단위학교의 학력 파악이 어려워지는 만큼 기초학력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래 목적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결손을 보충하고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이기 때문이다.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어려운 표집방식으로는 효과적인 대책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표집방식으로는 학교현장의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의 정책판단을 위한 기본적인 자료부터 부족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비율이 증가했음에도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없어 대책을 마련해야 했던 올해의 경우가 반복되는 셈”이라며 “어떠한 형태로든지 교육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개별 학생들의 성취수준에 대한 정확한 자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개별적인 학습지원은 물론 장기적이 정책수립에도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수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정책의 효율성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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