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6.2%상승..'표집 2년차' 학업성취도평가 '스스로 한계 인정'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2018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고교 모두 수학과 영어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의 경우 중학생은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늘었고, 고등학생은 소폭 하락했다. ‘표집 2년차’인 이번 조사결과는 전체 학생의 3%에 해당하는 표본을 토대로 모집단에 대한 추정치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개인별 학력에 대한 진단과 피드백이 불가능한 표집방식 평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교에서도 학력저하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혁신학교 확대 등 그동안 추진해온 교육정책과 무관하다는 교육당국의 안일한 인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고2 국어를 제외한 평가영역에서 전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했다. 특히 중학생과 고등학생 모두 수학과 영어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감소하고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늘면서 학업성취도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어의 경우 중3은 수학과 영어와 마찬가지로 학업성취도가 떨어졌다고 볼 수 있었지만 고2의 경우 전년에 비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줄고 보통학력 이상의 비율은 늘어난 변화를 보였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전반적으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어난 결과에 대해 “평가대상인 중3과 고2 학생들이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 등 토론중심 교육이나 프로젝트 학습을 하면서 지필고사로 진행되는 학업성취도 평가의 경향과 달라진 점이 있어 미달 비율이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학업성취도평가는 교육과정 내용을 충실히 학습했는지 매년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파악하는 시험이다. 평가결과는 교과별 성취수준을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로 구분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수준 파악을 통해 기초학력 향상 지원 근거자료 확보하고 학교의 교육성과도 점검해 국가 수준 교육정책의 수립과 개선을 위해 활용한다는 목적이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체 중3과 고2 학생의 88만7582명 가운데 약 3% 규모의 표집학급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집인원은 총 473개학교의 2만6255명이었다. 시/도별 평가 결과 산출과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정보 공시는 제외되며, 평가 결과는 표본을 통해 얻어진 모집단에 대한 추정치이므로 표준오차가 함께 제시된다.

2018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고교 모두 수학과 영어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에서도 학력저하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혁신학교 확대 등 그동안 추진해온 교육정책과 무관하다는 교육당국의 안일한 인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2 수학/영어 기초학력 미달 ‘심화’.. ‘지난 10년 사이 최고수준’>
평가결과에 따르면 고등학생은 수학과 영어의 학업성취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줄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두 과목 모두 지난 10년 가운데 가장 높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국어의 경우 반대의 경향이 나타났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은 감소하고 보통학력 이상 학생의 비율은 증가해 학업성취도가 전년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2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수학이 9.9%에서 10.4%, 영어가 4.1%에서 6.2%로 상승했다. 수학과 영어 모두 지난 10년 가운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수학은 지난 3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영어는 2016학년 5.1%에서 2017학년 4.1%로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 다시 상승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수학의 경우 75.8%에서 70.4%, 영어는 81.5%에서 80.4%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국어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5%에서 3.4%로 줄고,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75.1%에서 81.6%로 늘었다.

고교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확인된 상황에도 교육당국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현장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문제로 인식조차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박 차관은 브리핑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의 상승은 혁신학교 확대 등 기존의 교육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유학기제나 토론 중심 수업을 원인으로 제시한 박 차관의 설명은 중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문제와 관련해서는 맞을 수 있다. 그렇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며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고2 학생들의 수학과 영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었다. 표집방식으로 전환한 후에도 고2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 10년 사이 최고수준이다. 이전에 전수평가를 실시할 때에도 혁신고교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의 경우 여러 지역의 혁신학교들에서 학력저하가 지속적으로 심화되는 경향도 있었다. 현재의 상황을 혁신학교 확대해온 정책기조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3 국수영 기초미달 ‘증가’.. 수학 상승폭 ‘최고’>
중학생의 경우 모든 교과에서 학업성취도가 떨어졌다. 중3의 국어 수학 영어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중3 학생들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의 상승폭이 지난해 평가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2017년 7.1%에서 지난해 11.1%로 4%p가 오르며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영어는 3.2%에서 5.3%, 국어는 2.6%에서 4.4%로 각각 늘어난 변화가 있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영어 72.6%에서 65.8%, 수학 67.6%에서 62.3%, 국어 84.9%에서 81.3%로 모두 감소했다. 모든 과목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늘고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줄면서 학업성취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당국은 중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상승한 부분에 대해서도 현장의 인식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박 차관은 현재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를 통해 토론중심 수업이 이뤄지면서 객관적 지식 위주의 검사인 학업성취도 평가와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교육의 경향이 달라지고 있는 점을 반영해 기초학력의 개념을 다시 규정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해결할 대안을 기대했지만 교육부는 전혀 다른 인식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어난 결과가 자신들이 시행한 평가가 제대로 측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표집조사로 인해 학생들에게 적절한 학습지원이 가능한지도 의심되는 상황에서 기존에 발표한 대책만 되풀이하면서 현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어/영어 ‘성별격차 뚜렷’.. ‘기초학력 미달 비율 남학생 높아’>
성별로 살펴보면 고등학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교과영역에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높았다. 특히 국어와 영어에서의 성별 차이가 뚜렷했다. 중학교의 남학생과 여학생의 보통학력 이상 성별 비율 차이는 국어 11.8%p, 영어 11.2%p로 각각 나타났다. 국어에선 남자 75.6%와 여자 87.4%, 영어는 남자 60.4%와 여자 71.6%가 각각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었다. 

고2 학생들도 국어와 영어의 성별 격차가 컸다. 국어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남자 75.9%, 여자 87.5%로 11.6%p 차이가 났다. 영어도 남자 75.4%, 여자 85.6%로 10.2%p의 격차였다. 국어의 경우 지난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남자 67.9%, 여자 82.9%로 15%p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올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영어는 지난해보다 성별에 따른 차이가 늘었다. 지난해 영어는 남자 77.2%, 여자 86%가 보통학력 이상으로 나타나 8.8%p의 격차를 보였다. 

수학의 경우 국어와 영어만큼 성별차가 크진 않았다. 고2가 남자 71.2%, 여자 69.5%로 1.7%p의 격차였다. 2017년에는 남자 74.3%, 여자 77.4%로 여학생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높았으나 지난해는 남학생이 더 높았다. 중3은 남자 62.1%, 여자 62.5%로 0.4%p의 격차에 불과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중고교 모두에서 여학생보다 남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았다. 중3의 성별 격차는 영어 5.6%p(남자 8.8%, 여자 3.3%), 국어 3.6%p(남자 5.2%, 여자 1.6%), 수학 2.7%p(남자 11.7%, 여자 9%) 순이었다. 고2의 경우 국어 4.3%p(남자 6.5%, 여자 2.2%), 영어 3.9%p(남자 7.2%, 여자 3.3%), 수학 3%p(남자 12.5%, 여자 9.5%) 순의 격차였다.

<중3 수학 지역규모 격차 심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비슷>
지역별규모별 학업성취수준은 전반적으로 대도시가 읍면지역에 비해 수학과 영어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국어의 경우 중/고등학생 모두 지역규모에 따른 눈에 띄는 격차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중학생의 수학에서 지역별 학업성취도 격차가 가장 두드러졌다. 중3 학생의 지역규모별 수학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대도시 66.8%, 읍면55.7%로 11.1%p의 격차였다. 영어도 대도시 70.1%, 읍면 60.4%로 9.7%p의 격차를 보였다. 국어는 대도시가 82.4%, 읍면이 79.6%로 보통학력 이상 비율의 지역간 격차가 2.8%p에 그쳤다. 

고등학생의 지역규모별 비율차이도 상당했다. 수학은 대도시 73.4%, 읍면 64.4%로 9%p의 격차가 있었고, 영어도 대도시 83.6%. 읍면 74.2%로 나타나 9.4%p의 격차가 있었다. 국어의 경우 대도시가 82.6%, 읍면이 78.8%로 지역간 보통학력 이상 비율 차이는 3.8%p였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모든 교과에서 지역에 따른 큰 차이가 없었다. 전반적으로 비슷했지만 고교에서 지역간 격차가 약간 더 컸다. 특히 고2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의 지역별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9.4%, 읍면 12.5%로 3.1%의 격차였다. 그렇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수학 다음으로 영어 1.3%p(대도시 5.5%, 읍면 6.6%), 국어 0.8%p(대도시 4%, 읍면 3.2%) 순이었다. 중3은 수학 2.4%p(대도시 10/3%, 읍면 12.7%), 국어 01.%p(대도시 4.4%, 읍면 4.3%), 영어 0.1%p(대도시 5.3%, 읍면 5.2%)의 격차였다.

<고교 진학하면서 모든 교과 ‘자신감 하락’>
2017년 수학에 대해서만 조사했던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 설문은 지난해 국어와 영어까지 확대했다. PISA와 TIMSS 등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이 인지적 영역에서는 높은 성취를 보였음에도 흥미/자신감 등 정의적 영역에서는 낮은 성취를 보인 데 따라 지난해부터 설문을 실시했다. 정의적 특성은 학습의욕 가치 흥미 자신감 등을 의미한다. 

고등학생들이 중학생에 비해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에서의 자신감 격차가 가장 컸다. 중학생의 38.9%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고 응답했지만 고등학생의 경우 23.9%에 불과했다. 영어도 자신감이 높다는 응답을 한 중학생은 40.6%였지만 고등학생은 28.1%였다. 국어는 중학생의 39.8%, 고등학생의 32.1%가 자신감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수학은 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 등 모든 정의적 특성 지표에서 중학생에 비해 고등학생의 ‘높음’ 응답비율이 낮았다.  

학업성취도 평가 시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한 학생들의 학교생활 행복도는 비교적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의 61.3%, 고등학생의 58.9%가 학교생활의 행복도가 높다고 응답했다. 특히 중고교 모든 교과에서 보통학력 이상인 학생들이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에 비해 학교생활 행복도 높은 특징이 있었다. 성별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학력 파악 어려운 ‘3% 표본’>
2017년부터 전수평가 시행 9년 만에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표집방식 적용을 시작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국정기획위 간담회에서 일제고사 전수평가를 표집평가로 대체할 것을 제안한 데 따른 결과다. 협의회는 평가 결과 공개에 따른 시도별 학교 간 등수 경쟁과 시험에 대비한 교육과정 파행 운영 등으로 본래 취지에 벗어났다는 점을 근거로 지적했었다. 

교육부는 앞으로도 표집방식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외부의 상황이 변해도 표집평가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집으로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평가가 계속 진행되기 위해선 정권이 달라지더라도 바뀌지 않는 연속적인 정책 수립이 가능한 기구로서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교육부가 좋은 표집평가 방법을 만든다면 정권이나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교육계에서는 표집조사로 인한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불과 3% 학생만으로 조사된 결과를 전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일부만 파악 가능한 표집평가로는 학력 진단과 평가 피드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수평가 폐지로 단위학교의 학력 파악이 어려워지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래 목적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결손을 보충하고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이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평가가 지나친 경쟁을 유발한다는 교육당국의 논리가 비약이라는 지적도 있다. 평가결과 산출도 구체적 점수 공개방식이 아닌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 등 4단계 구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학교알리미 공시는 우수학력 비율을 보통학력 이상에 흡수해 3단계 비율로 나타낸다. 결과의 분포가 넓은 만큼 학생들의 경쟁의식을 유도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학업성취도평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파악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편이다. 학력 파악보다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결국 평가결과에 민감한 주체는 학생이 아닌 셈이다. 오히려 기초학력 미달 비중이 높은 단위학교나 교육청에게 개선방향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교육의 질 저하와 수월성교육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성적과 점수 중심의 평가로 인한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는 측면이 있으나 경쟁이 배제되면 평균학력 수준이 낮아지고 교육 현장의 활력이 저하돼 사교육을 오히려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학부모는 “전국 모든 학생들이 같은 문제로 시험을 봐 본인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일제고사를 폐지하면 아이와 학교 수준은 어디서 파악하냐"며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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