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권하고 교육특구 키우는 정시 포퓰리즘'..'고교정상화 역행을 지원하다니'

[베리타스알파=김경] 정부가 작년 8월 2022대입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정시수능30%'의 전형구조를 권유, 30% 맞췄는지 여부를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이하 기여대학사업)에 연계하겠다고 못박아 현장비난이 거세다. 기여대학사업을 통해 고교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명목아래 수시확대 정시축소를 권장해온 그간의 행보에서 갑자기 180도 돌변해 정시확대로 후진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수능30%로의 확대가 정량평가인 수능을 강조한 탓에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교육적 우려 외에도, 정부가 사업비를 빌미로 대학에 압력을 넣은 꼴이라는 데서 현장에서는 '폭력적'으로까지 느낀다. 정부는 '권고'라 표현하지만 수능30%를 맞추지 않으면 정부의 기여대학사업에서 제외해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어,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장은 굴욕감과 무기력함에 휩싸여 있다.

교육부는 내년 기여대학사업에 정시30%이상으로 확대했는지 여부를 지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사업비를 빌미로 대학을 압박하겠다는 행태는 폭력적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불편하지만, 무엇보다 기여대학사업의 초기 명칭인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사업'에서 알 수 있듯 수시학종 확대가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발상을 교육부 스스로 뒤집은 결과, 즉 학원가에 편승한 교육특구 중심의 정시수능 확대가 공교육에 기여한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는 데서 현장은 정권에 따라 교육이 좌지우지되는 현실에 무력감과 배신감이 팽배하다. 현 정부의 대선공약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세워지기도 전에 수 차례의 공론화를 통한 여론 다독이기에 불과한, 결국 이쪽 여론 저쪽 여론을 모두 반영해 학종도 아니고 수능도 아니며, 정책입안을 포퓰리즘에 편승하고 책임을 공론화에 떠넘긴 자기모순 자가당착의 결과라는 비판이 일 수밖에 없다.

여론에 휩쓸린 교육정책을 고집하는 교육부 행보에 비난이 거세다. 특히 그간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을 통해 수시학종확대를 권장해온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꿔 정시확대를 사업빌미로 강제하고 나선 데 대한 현장 반발이 크다. 반발은 수능이 공교육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현장 의문에서 출발한다. 사진은 지난해 4월27일 여린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 회의 개최 모습. /사진=교육부 제공

<기여대학사업의 출발, '고교교육 살리는' 학종확대>
기여대학사업은 2007년 도입한 입학사정관지원사업이 전신이다. 2014년 현재의 모습으로 본격화했다. 2014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확대를 강조하며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으로 출발했고, 2017년 '정상화'를 뺀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으로 명칭을 바꿔 현재에 이른다.

기여대학사업은 입학처가 수주하는 주요 정부사업이다. 정부의 사인에 맞춰 전형을 설계할수록 많은 사업비를 받았고, 충분한 사업비는 학종을 확대하고 전형을 충실하게 운영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이번 '정시30%' 압박에 이르기 전만 해도 정부는 사업계획의 평가지표 등을 통해 학생부위주전형으로 분류되는 학종, 학생부교과전형과 정원내 고른기회전형을 확대하고, 논술/특기자전형을 축소할 것을 권장했다. 전년도 정상화사업의 성과로 ▲학생부위주전형의 선발비율 확대 ▲(어학)특기자전형 선발인원 축소 ▲논술고사 선발인원 축소 ▲적성고사 선발인원 축소 등이 제시된 것도 정상화사업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업비는 학종운영과 관련한 인건비 등 학종 지원비 중심이다. 2014년에 총 610억 예산이었고, 2015년 510억, 2016년 459억, 2017년 544억, 2018년 559억4000만원 규모다. 2014년 65개교, 2015년 60개교, 2016년 60개교, 2017년 62개교, 2018년 68개교가 사업비를 받았다.

사업비 수주현황은 교육부의 '학종확대 수능축소'의 사인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사업 첫해인 2014년 중앙대 한양대(서울) 각 30억, 서울대 20억의 파격 지원을 받았다. 세 대학의 입시설계는 수시비중 70%가량, 수능최저 폐지, 전형 간소화 등의 특징이었다. 2015년엔 서울대 25억, 국민대 19억, 건국대 17억, 경희대 15억 등이다. 역시 수시확대와 학종운영이 돋보이는 대학들이다. 2016년엔 서울대 20억, 경희대 19억5000만, 고려대(서울) 16억6300만 등이다. 고려대가 2018학년에 수시80%가량으로 확대를 선언하며 수혜 톱3에 들었던 특징이다. 2017년엔 고려대가 22억7230만으로 최고액을 수혜했고 서울대 20억6800만, 경희대 19억2800만 등이다. 역시 수시확대와 학종운영에 방점을 찍었다. 가장 최근인 2018년엔 서울대 20억6600만, 고려대 15억6200만 등이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2019학년 정원내 기준 각 78.5% 84%를 수시로 선발했다. 지금껏 교육부가 기여대학사업 선정으로 준 사인이 학종확대 수능축소에 방점이 찍혀있던 결과다.

<문제발단, 교육부의 '정시30%확대' 입김.. 포스텍 즉각 반기>
문제는 2020전형계획 발표를 코앞에 둔 작년 3월, 당시 교육부차관이 상위대학 총장실에 직접 '정시확대'를 권한 데서 출발한다. 그간 수시확대 정시축소의 기조를 유지해왔던 정부가 돌연 입장을 바꿔 상위대학 각 총장실에 정시확대를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교육부차관이 서울대 고려대 등 상위대학에 방문 또는 전화통화로 수시확대를 적정선에서 멈춰야 한다며 정시확대를 주문했다. 4월말에 발표할 2020전형계획을 마무리하고 있던 터라 막판에 대학들은 정부의 압박을 받아들여 2020전형계획에 일정부분 정시확대를 반영했다. 서울대만이 현장혼란을 우려해 기존 78.5%를 고수했을 뿐 대다수 상위대학이 이를 받아들였다. 대입개편안을 발표한 여름 이전인 이미 작년 봄부터 정부주도의 정시확대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정시확대는 교육부 표현의 '권고'에 그치지 않는다. 협박에 다름없다. 정시30% 구조를 기여대학사업에 연계하겠다는 발표 때문이다. 교육부는 작년 3월 차관의 총장과의 통화 이후 8월17일 2022대입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정시30% 구조를 못박았다. '공론화 결과 및 권고안'대로 정시비중 30%이상 확대를 권고했고, 재정지원과 연계해 기여대학지원사업으로 정시확대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간의 행보와 180도 바뀐 정시확대 방침이다.

교육부의 협박에 첫 반기를 든 대학은 포스텍이다. 포스텍은 정시수능전형을 실시하지 않고 입학생 전원을 수시학종으로 선발해왔다. 수시학종 선발은 정부가 권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우수학생 선발에 필수불가결한 전형으로 각광받아왔다. 현장에서 문제시된 정량지표, 즉 지역마다 다른 내신등급과 사교육비를 얼마나 쏟아부어(교육특구) 반복학습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재수생)로 승부가 결정나는 수능보다는 학생부와 자소서 추천서 등 서류전형과 대면 질의응답을 통한 면접전형을 통해 지원자를 면밀히 파악, 고교내 교육을 통해 보여준 성장가능성과 잠재력에 초점을 맞춰 선발하는 게 4차산업혁명시대의 인재선발의 도구로 각광받은 것이다. 포스텍은 정부발표 직후 총장이 나서 정시선발 없이 현행 수시학종선발100% 유지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당시 어이없게도 기여대학사업에서 단 한 푼의 사업비를 수주하지 못한 포스텍이고 보면, 사업비를 빌미로 현장을 흔드는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사업비 없이도 대학 자체적으로 '최선'이라 여기며 유지해온 학종발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학종.. 대학과 고교 현장 '극찬'>
학종은 그간 대학과 고교 현장에서 극찬을 받아왔다. 특히 학종확대의 포문을 연 서울대의 입시설계는 '교육부보다 이성적'이라는 현장평가를 받아왔다. 정권, 특히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는 입시운영으로 고교현장을 되살린 대표적 대학이라는 평가다. 80%가까운 수시 전체를 학종으로 운영하는 점이 서울대를 향한 찬사의 근거다.

서울대가 현 학종을 정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건 2013학년이라 볼 수 있다. 2012학년까지 '특기자전형'으로 있던 것을 '일반전형'으로 바꾸면서 전형방식의 변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면접 없이 서류단계에서 합격시키는 '우선선발'을 실시, 특목/영재 출신에 문호가 넓었고 베일에 가린 '면접및구술고사'가 일반고 출신이 얼씬하기 힘들다는 평을 듣던 서울대입시는 2013학년을 기점으로 현 모습을 갖춰왔다. '일반전형'이 되면서 구술고사는 교과과정 안으로 들어왔다. '풀어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평이었던 2010~2012학년에 비해 2013학년 구술고사는 선행 없이 교과 개념을 집중한 출제로 고교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서울대수시에 붙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 2013학년엔 논술고사를 전면폐지하고 의대에 다중미니면접을 도입, 당시로선 매우 긴 시간인 60분간 면접을 실시한 획기적 변화다. 웹진 '아로리'도 2013학년을 기점으로 나왔다. 베일에 가렸던 서울대입시를 교육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기출과 합격생수기 모범고교사례 등을 풍성하게 실었다. 입시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한 것도 2013학년이 기점이다.

서울대입시는 정권교체에 흔들리지 않고 또는 한 발 앞서 꾸준히 진화해왔다. '일반고 살리기' 깃발을 들고 정치권이 '자사고 폐지' '수능EBS연계' 등으로 헛물을 켜고 있는 사이, 서울대는 꾸준히 지균비율을 유지시켜왔다. 정치권이 '사교육 영향'을 두고 이기지 못할 싸움을 걸고 있는 사이 서울대는 '교과내 출제'가 본격 적용된 2015입시 이전에 이미 교과내 출제로 공교육 살리기에 앞장섰다. 입학사정관제는 2007학년부터 시작했지만, 현재의 학종이 본격자리잡은 2015학년(교과내출제 훈령이 적용된 2014학년은 교육부가 학종에 대한 정의와 설명에 나서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 탓에 오해로 점철) 이전인 2013학년부터 서울대는 현 학종의 모습을 갖춰냈다. 학종오해가 난무하는 틈을 탄 정권다툼에 아랑곳않고 학종비중을 전체의 80%가까이 지켜내왔다. 서울대입시를 사교육 없이도 알 수 있도록 웹진을 발간하고 전형안내책자를 발행하며 입학본부장이 직접 도서지역을 방문, 상징적으로나마 현장이 서울대입시에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서울대 입학본부 자체적인 설명회와 간담회 상담도 꾸준히 이어왔다. 서울대가 2013이후 매년 공개한 구체적인 입시결과는 일반고도 지방도 서울대합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확인시켰다.

고교교육에 방점을 찍은 학종확대의 선봉에 서온 서울대는 2014년 첫 기여대학사업에서 30억원의 가장 많은 사업비를 수주했다. 이듬해 25억원, 이후 20억원으로 사업비가 줄긴 했지만, 사업비 수주액 1,2위를 고수해올 정도다. 정부 역시 서울대의 노력을 인정한 셈이다. 교육부가 현재의 '고교교육 기여대학'사업 전신인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사업을 개시한 것도 2014학년이다. 고교교육에 기여할 전형으로 학종이 우선시됐고, 수능과 논술 특기자가 뒷전으로 밀렸다. 논술 특기자와 함께 지금은 정부가 확대를 밀어붙이는 수능이 당시엔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시책으로 상위권대학 중심 학종확대가 본격 이뤄진 게 2015학년인 점에서, 서울대의 2013학년 입시개혁 의미가 깊다. 서울대가 앞장선 데 이어 고려대도 흐름을 같이 타면서 고대 학종비중(정원내기준, 사이버국방포함)은 2016학년 10.7%에서 2017학년 14.2%, 2018학년에 논술폐지 교과축소를 통해 무려 61.6%까지 확대했다. 교과 특기자를 포함, 수시비중이 84%라는 2018고대 전형구조는 수시비중70%대까지 올라온 상위권대학 중 단연 돋보이며 서울대와 '투톱'으로 공교육정상화를 리드하는 대표대학으로 자리한다. 상위권대학의 '학종중심' 입시가 고교에 활력을 주는 메시지인 건 당연하다.

상위대학의 학종확대와 운영 노력은 교육현장을 변화시켰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고려대 등 상위대학들이 직접 나서 '공교육만으로 합격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파시킨 3~4년간 고교현장은 "기막히게 변화하고 있다" "혁신하고 있다"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2013학년의 결과 이후 불과 3년의 시간 동안 고교현장은 큰 변화를 일궜다. 이전엔 기출풀이방법전수에 급급하고,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고교교육은 대입에 필요 없다며 검정고시 보겠다 자퇴하는 학생들이 나오는 등 무너져갔지만, 학종 이후 학교를 바로 세우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뿐 아니라 상위대학 중심으로 학종확대가 일고 보니, 고교현장 역시 굳이 서울대를 바라보지 않더라도 학종이 원하는 인재상으로 교육하기 위해 교육과정의 변화가 일어났고 학생들은 더이상 수능교재와 학원숙제로 일관해왔던 수업시간을 온전히 고교교육 내 수업시간으로 소화하면서 대입전형을 통해 최초로 학교가 정상화되는 계기를 맞아들였다. 현 고2부터 적용되고 있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와도 맞아떨어진다. 대학가에 정보공유를 위한 고교연계프로그램이 활성화한 것도 정부가 기여대학사업을 통해 학종확대를 유도한 시기와 궤를 같이한다.

<정부입김 먹히나.. 2020전형 수능확대>
문제는 2022대입개편안에서 '수능30%'를 못박은 정부지침이다. 정부의 정시30% 발표 직후 결정된 2020전형계획은 현재 정부의 바람대로 어느 정도 정시확대로 돌아선 상황이라 문제다. 포스텍이 정시선발을 외면, 수시학종100%선발을 고수하고 서울대가 당장의 2020은 현행대로 78.5%의 학종비중은 유지한 반면, 고려대는 정원내 기준 수시비중을 2019학년 84%(사이버국방 포함)에서 2020학년(전형계획) 82.5%로, 서강대는 79.8%에서 70%, 성균관대는 79.1%에서 66.6%, 이화여대는 77.1%에서 74.2%, 중앙대는 73.6%에서 72.9%로 소폭이나마 낮추고 대신 정시비중을 늘렸다. 정부가 2022학년에 못박은 만큼 이 상태라면 해마다 정시비중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대학들은 기여대학사업을 건 정부의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포스텍이 소수정예교육으로 규모가 적은 편이라 정부지원 없이도 전형운영이 충실할 수 있는 반면, 서울대조차도 정부지원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상위대학 중심의 정시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을 입증한다. 서울대는 매년 20억~30억원의 기여대학사업 수주비를 통해 성실한 전형운영을 해왔다. 이마저도 매년 일정의 교비를 보태야 운영이 될 만큼 학종선발 과정은 만만치 않다. 수능처럼 점수대로 잘라 선발하면 그만이지만, 고교현장을 이해하고 서류를 검토하고 몇 차례의 과정을 통해 해당학과 교수들과의 교류 이후 최종선발을 하는 학종은 인건비 운영비가 수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든다. 정부가 2014년 본격 기여대학사업을 실시하며 학종확대만 하면 비용을 지원해줄 것처럼 떠들썩하다가 2022대입개편, 공론화를 통해 수능에도 학종에도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되돌린 정시30% 방침은 그간 정부를 믿고 학종을 확대해온 대학들에 뒷통수친 것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당장 서울대조차도 기여대학사업 수주를 근거로 2022학년의 전형구조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1전형계획을 발표하는 4월말, 서울대는 2022학년의 대략적인 구조를 밝힐 예정이다. 가능성은 학종을 축소하는 대신 학생부교과전형을 신설하는 것이다. 정부가 2022대입개편 관련 문서 마지막 부분에 '수능위주전형 비율 30% 이상 대학에 사업 참여 자격 조건 부여, 다만 수시 학생부교과전형 30% 이상 대학은 자율'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수능30%를 받아들일 수 없는 서울대 입장에서 정시확대보다는 정량평가이긴 하지만 수능보다는 나은 수시 교과전형을 신설함으로써 학종이 축소되긴 하지만 교육현장에 공교육 강화의 사인을 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지균과 일반 중 어떤 전형을 교과로 옮길지가 숙제다.

<현장반발 '수능확대는 공교육황폐화'>
정부가 기여대학사업을 빌미로 대학을 흔들고 있는 수능30%확대는 포퓰리즘에 기인한 결과라는 데서도 문제가 크다. 정책결정을 여론에 떠넘긴 공론화의 결과다. 여론에 민감했던 정부가 '국가교육위원회' 대선공약을 이루지도 못한 상황에서 비전문가로 구성된 공론화장에서의 결과를 정책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수 차례의 공론화 과정에서 수시 학종은 일반고에 불리한 전형으로 오인됐다. 베리타스알파가 확인한 대입개편 숙의자료집에는 특히 수시전체를 학종으로 선발하는 서울대의 합격고교유형이 왜곡되어 올라 있었다. 자사고가 대폭 확대된 시기를 고려하지 않거나 선발인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아 학종 확대가 일반고 합격자 축소를 야기한 것처럼 서술했다. 학종 이전 교육특구 또는 자사/특목에 유리했던 입학사정관전형이 실시되었던 시기까지 통계에 포함했으며, 학종과 입학사정관전형의 구분조차 되지 않은 자료가 숙의 자료집에 실려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했다. 이 사실은 서울대 입학본부가 여러 차례 항의했으나 묵살됐고, 학종이 일반고에 불리한 전형이라고 사실과 다른 여론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수능은 형성된 여론과 달리 일반고보다는 특목/자사고, 서민보다는 교육특구 부자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다. 베리타스알파가 입수한 2007~2018학년 서울지역 고교의 서울대 등록자 현황을 살펴보면 정시가 확대될 수록 전체 등록자 중 교육특구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다. 정시비중이 절반을 넘겼던 2007학년의 경우 교육특구 출신이 등록자의 42.3%를 차지했다. 수시비중이 82.6%로 대폭 늘어난 2014학년에 교육특구 출신은 39.5%로 줄었다가 수시비중이 78.5%로 줄어든 2018학년에 교육특구 출신은 42.2%로 다시 늘었다. 정시비중이 늘어날수록 교육특구 출신이 많아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고려대 연세대에도 같은 맥락으로 나타났다. 베리타스알파가 입수한 2016~2018학년 고려대 연세대의 등록자 현황을 살펴보면, 수능이 재학생보다는 재수생을 비롯한 N수생에 유리한 전형이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정시 입학생 중 N수생 비중은 연대의 경우 2016학년 50%에서 2017학년 55.1%, 2018학년 58.3%로 꾸준히 상승해 60%에 육박했다. 2016학년 50.8%에서 2017학년 53.1%로 소폭 상승했다가 2018학년 64.4%로 뛰어올랐다. 고대가 정시비중을 대폭 줄인 2018학년은 반복학습이 유리한 수능 특성상 상위권 N수생 비중이 그만큼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재수는 부모의 경제력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정시 등록생 중 재수생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재수생 양산현상이 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시수능30%가 불러올 미래다.

정부의 정시수능30% 방침에 반발하는 건 우선 그간 수시확대를 꾸준히 실행해온 대학들이다. 수시확대를 장려해 온 기여대학사업이 도리어 정시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쓰이게 되면서 사업 방향성이 정반대로 뒤집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기여대학사업으로 지원받는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인건비로 대부분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목적과 모순되는 운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대학관계자는 "학종을 확대하라고 해서 꾸준히 확대해왔더니, 이제 도리어 정시를 늘리라니 말이 되나. 학종확대를 위해 사정관 숫자를 대폭 늘린 대학들은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학종확대에 소극적이었던 대학이 오히려 긍정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교육계의 반발도 잇따른다. 좋은교사운동본부는 대입개편방안이 발표된 직후 "문제풀이식 수업과 점수로 한줄 세우는 정시확대가 어떤 부분에서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있는지 밝히라"며 "기여대학사업 지원대학을 선정하기 위한 평가지표로 전형방법 간소화, 대입전형 사전예고, 학교교육 중심의 전형 운영, 고른기회 입학전형 확대 노력, 대학별고사의 적절한 운영 등이 활용됐다. 즉 이 사업은 고교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이 입시로 인해 왜곡/파행되는 것을 막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예산이다. 고교교육 왜곡에 영향을 미치는 입시요인을 줄이고 정상적인 고교생활에 중점을 둔 입시전형을 늘리는 대학에 지원하던 예산이다. 정시가 어떤 부분에서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지 밝히지 못하면 기여대학사업 예산을 활용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산하 대입제도개선연구단 역시 "정시 수능위주 전형 30%를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과 연계하는 것은 수능시험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근거로 수능시험을 강화하는 것이 고교교육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2021대입이 교육과정과 일치하지 않는 수능시험으로 인해 학교 현장이 황폐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2022대입까지 정시확대 기조로 바뀌게 된다면 고교 수업은 교육과정과 수능준비 사이에서 갈등하는 구조로 변한다"며 "고교 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돼 교육적 자율성이 훼손되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여론에 휩쓸린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선 공약 당시부터 우려되어 온 사안이다. 당시 대선 공약으로 '교육개혁에 대한 범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선에 그쳤다. 타 후보들이 '초정권적 국가교육위 설립'을 논할 당시 문재인 대통령만 '초정권적'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공약만이 '초정권'보다는 여론에 집중된 '범사회적 합의'에 방점이 찍혔고, 당시 보좌관들의 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문제는 범사회적 합의가 아닌 전문가들에 의한 합의로 정책을 결정하는 게 맞다. 물론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기구여야 한다. 공약대로 '범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국가교육위라 할지라도 엄연한 공약인데, 정권 3년차인 지금도 국가교육위를 세우지도 못한 채 비전문가로 구성된 공론화로 결정된, 즉 국가교육의 미래보다는 당장 내 자녀의 입시만 바라보는 학부모 또는 학종확대 때문에 겨우 움츠러들었던 사교육계의 각자 이익에만 급급한 목소리까지 반영해 결정된 공론장의 수능확대안을 실제 정책으로 밀어붙인 건 분명한 잘못이다. 지금이라도 실제 교육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기울고 실제 데이터를 근거로 한 이성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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