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혼란 가중시킨 ‘교육청의 독단과 엇박자'.. ‘고입도 사전예고제 도입해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전국 42개자사고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곳의 재지정평가를 앞두고 평가기준이 강화되면서 빚어진 혼란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수요자들에게 가중 되고 있다는 비판이 확대되고 있다. 교육청들이 일방적으로 기준점수를 높이면서 자사고들의 재지정 여부가 불투명해졌고 입시를 준비해야하는 수요자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은 동시실시의 위헌여부를 묻는 헌재의 판결을 기다려야하는 동시에 당장 진학할 학교의 재지정 가능성까지 많은 변수들을 따지면서 입시를 준비해야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게다가 교육청마다 평가기준이 달라지면서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민사고 쏠림'현상까지 거론되면서 엇박자의 폐해가 우려를 키우고 있다. 평가대상인 자사고들도 지난해와 올해 학교운영의 큰 변화가 없음에도 보다 일방적으로 상향한 기준으로 평가를 준비해야하는 형평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다. 자사고들은 대부분 기존에 진행됐던 평가기준을 통해 올해 재지정평가를 대비해오고 있었다는 점에서 급작스럽게 상향된 기준에 맞춰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교육청마다 평가기준이 엇박자를 빚고 있는 점도 수요자 입장에선 당혹스럽다. 명확한 근거 없이 다른 교육청들보다도 재지정 기준점을 더 높이면서 형평성 문제를 촉발했던 전북교육청은 상산고의 시정요구 역시 사실상 거부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반면 강원교육청은 자사고들의 문제제기를 수용해 올해 재지정평가에서 평가기준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진학할 학교를 선택해야 하는 수요자들의 입장에선 재지정이 상대적으로 확실해진 자사고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고입을 앞두고 학교를 선택해야 하는 수요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입 동시실시의 향방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고들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변수도 예측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당장 고입을 대비하기도 바쁜 시점에 정책의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정작 자신이 유리한 학교로 진학이 어려운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는 교육당국의 접근 자체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의 의미가 단순히 학교유형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고교 입시의 틀을 바꾸는 문제인 만큼 학교에 대한 평가만으로 입시의 틀을 일방적으로 바꾸기 보다 수요자의 충격을 완화하고 학교도 준비할 시간여유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대입에서 특기자전형을 축소하도록 고교정상화기여사업으로 유도하고 순차적으로 외고 과고의 전형까지 바뀌는 과정을 통해 외고 과고 전성시대가 자연스럽게 마무리된 선례가 대표적이다. 입시정책에서 상위의 대입을 중심으로 방향을 사전예고 함으로써 수요자들과 학교가 충분히 대비하는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답을 정해놓고 폐지를 밀어붙이는 방식, 그것도 교육청마다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민선교육감이 몰고온 폐해라고 밖에 볼수 없다. 전혀 학교와 수요자들 배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감들이 고입정책을 주도하면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교육감들이 정부의 정책에 반발하거나 힘을 실으면서 엇박자가 확대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교육감들은 재지정평가를 자사고 폐지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혼란으로 인한 수요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입에서도 ‘사전예고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직선교육감의 폐해는 충분히 차고 넘친다. 선거법 위반의 범죄인을 양산한 데다 교육인이 아닌 정치인들의 무대로 인식될 만큼 치열한 진영싸움으로 수요자들을 피해자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공교육의 안전성을 높이고 수요자들 피해를 최소화할 안전장치 즉 사전예고제 등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교육정책 자체가 수요자들이 외면받는 최악의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국 42개자사고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곳의 재지정평가를 앞두고 평가기준이 강화되면서 가중되는 혼란으로 수요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혼란으로 인한 수요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입에서도 ‘사전예고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재지정 기준점수 강화.. ‘학교선택 앞둔 수요자 혼란’>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평가기준 강화로 수요자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고입을 앞둔 수요자들이 진학할 고교를 선택해야 되는 상황임에도 학교유형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사고교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중동고 오세목 교장은 이 같은 상황을 ‘반교육적’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오 교장은 서울지역 자사고들이 자체적으로 예비평가를 실시해본 결과 모든 학교들이 일방적으로 상승한 기준점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지역 광역자사고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고입을 준비하면서도 언제든지 자사고들이 일반고로 전활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가를 받게 될 자사고 관계자들도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기준점수 상향과 평가기준 강화를 납득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도 자사고들이 교육당국의 평가방침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이뤄졌던 재지정평가 결과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기준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평가기준 강화를 미리 예고하는 기본적이 절차도 없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오 교장은 애초에 평가의 근거가 되는 법령부터 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에 따라 평가결과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교육부장관 동의를 거쳐 교육감이 자사고에 대한 지정취소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렇지만 지정 목적의 달성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평가의 정당성에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사고들은 대부분 이전의 평가결과를 토대로 올해 재지정평가를 대비해왔다. 지난 평가에서 통과한 사실을 교육당국이 자사고 지정목적과 부합하다고 인정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교육청들이 기준점수를 올리고 평가지표의 배점을 변경하면서 자사고들이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채 재지정평가를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재지정평가를 받는 자사고들은 기존 평가에 비추어 지난 5년간의 학교운영 평가를 준비해왔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평가 변경과 기준 강화로 자사고를 무더기 지정취소 한다면 이로 인한 갈등과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평가기준 높일 계획이었다면 평가를 받는 자사고들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건학이념과 지정목적에 맞게 학교의 운영을 먼저 개선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사고의 한 관계자는 “이전 평가에서 통과한 결과를 통해 지금까지의 운영방안이 크게 어긋나지 않다고 판단해 학교 운영의 방향을 정해왔는데 지금 와서 기준점수와 평가지표를 변경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당국이 계획이 있었다면 5년전에 미리 말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할청이 이전부터 매년 중간에 학교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면서 “막판에 몰아서 재지정평가의 평가기준을 일방적으로 강화한 점은 자사고 폐지를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수요자들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다.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자사고 폐지를 초래할 수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수요자들과 현장의 학교들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고입뿐 아니라 대입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단순히 학교유형만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대입의 시작이 사실상 고교유형의 선택에서 시작되는 만큼 이를 고려하지 않고 교육청들이 초래한 변화가 빚어올 혼란을 교육당국이 제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요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동안 교육정책이 수요자들과 학교현장의 예측범위 내에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교육전문가는 "특기자전형의 축소되는 대입의 방향에 맞춰 본래 전국모집이던 과고와 외고가 광역단위 모집으로 축소된 경우가 그 사례로 꼽혀왔다. 장기간에 걸쳐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면서 대입을 준비하던 수요자들이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왔기 때문이다"며 "동시에 국제고 외고 자사고 등의 입시에서 자기주도학습전형의 도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당국은 2011학년 입시부터 외고 국제고 입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적용했고 자사고와 농어촌자율학교에는 2015년까지 차츰 확대해나갔다. 결과적으로 학교와 수요자들은 이와 같은 정책의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실제로 선발효과가 약화된 외고나 국제고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우수한 실적이 유지된 배경이다"고 말했다.   

 <교육청마다 다른 ‘평가기준’.. ‘학교선택 왜곡’ 우려>
전북교육청은 올해 재지정 평가를 시행하는 다른 시/도교육청 보다 기준점수가 10점 높다. 다른 교육청들도 이전보다 기준점을 10점 올린 70점이 지정취소 커트라인이지만 전북교육청은 80점까지 높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강원교육청의 경우 자사고들에게 불리하다고 여겨지는 사회통합 관련 지표들을 수정해 평가기준이 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시/도교육청마다 평가기준이 달라지면서 형평성 논란과 함께 수요자들의 입장에서도 복잡한 변수가 생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전국단위 자사고들이 소재한 각 지역 교육청의 성향에 따라 다른 재지정평가를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올해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실시하는 시/도교육청 10곳 모두 기준점이 오른 상황이다. 특히 전북은 모든 평가항목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야 가능한 80점으로 기준점수가 가장 높아졌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70점은 전북 일반계 고교도 받을 수 있는 평이한 수준”이라며 다른 교육청보다 기준점을 10점 올린 것을 정당화했다. 실제로 그동안 김 교육감은 자사고들은 충분히 80점 이상 받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상산고의 시정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배경에도 김 교육감의 강한 의지가 관철됐다는 평가다.

반대로 강원교육청의 경우 평가기준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들이 크게 반발하는 평가항목 가운데 하나인 사회통합전형 대상자와 관련된 부분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표준안에 따르면 재지정평가에서 ▲선발노력(4점)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8점) ▲1인당 재정지원 현황(2점) 등 총 14점이 사회통합 대상자와 관련된 지표로 배점된다. 그렇지만 강원교육청은 사회통합 대상자의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과 ‘1인당 재정지원’ 지표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통합 관련 평가지표 가운데 ‘대상자 선발 노력’만 남은 셈이다. 다른 교육청들이 선발노력을 정량평가 하지만 강원교육청은 정성평가한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이처럼 지역마다 평가기준이 달라질 조짐이 보이면서 수요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전국단위 자사고들도 평가기준 변경에 따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고교가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만큼 지역에 따른 변수가 전략적으로 자신의 진로와 수험성향에 맞춰 자사고 지원을 시도해볼 만한 학생들의 학교선택 자체를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전북의 자사고만 기준점수가 80점으로 높아 순전히 학교가 있는 위치에 따라 재지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강원교육청은 평가기준이 완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강원 소재 민사고의 경우 다른 자사고들보다 사정이 다소 나아진 셈이다. 명확한 기준 없이 평가지표가 계속 달라진다면 여러 지역에 있는 전국단위 자사고를 지원하려는 수요자들이 학교 자체의 특색이나 경쟁력에 더해 재지정평가의 평가항목들까지 확인해야 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말했다.

<'형평성 논란' 전북만 기준점 80점.. ‘교육감직선제 폐해 지적’>
평가를 받는 학교들 사이의 형평성 논란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전북이 기준점수를 80점으로 높이면서 곧바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됐다. 재지정평가 결과 상산고가 70점대를 받으면 탈락하지만 다른 지역의 자사고는 같은 점수를 받더라도 재지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산고 관계자는 "전북교육청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평가기준점을 80점으로 상향한 것은 자사고 평가의 목적, 타시/도의 평가기준점, 여타 학교평가 관련 기준이나 상식에 비추어 볼때 편파적이고 형평성에 맞지 않다. 기준점을 80점까지 높인 근거로 일부 일반고 비교평가를 내세우는 것은 타당성도 합리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독단적인 교육감의 결정은 현장의 갈등을 빚고 있다. 상산고는 교육당국에 시정을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에 제출한 시정요구서에는 평가 기준점 상향의 문제점, 관계 법령에 반하는 평가항목 제외, 자사고 학교운영자율권 침해 지표 재검토 요청, 상식과 합리성에 따른 보완 의견 등을 포함됐다. 재지정 평가를 받게 될 상산고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평가지표로는 80점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교총의 한 관계자도 “현 정부와 일부 시/도교육감들이 일방적으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키려고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전북교육청의 경우 재평가 기준점을 80점까지 대폭 올렸다”며 “자사고 정책은 시/도교육감에 의해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되며, ‘고교체제’라는 거시적 관점을 갖고 국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이를 도외시하고 교육청에 따라 재지정 평가기준과 방법을 달리하는 것은 교육법정주의와 정책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전했다.

일부 교육청 재량지표를 통해 자사고에게 낮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교육청은 재량지표로 ‘1인당 학부모 부담 교육비’를 4점 만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사고가 ‘매우우수’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이 500만원 이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면 1100만원 이상일 경우 ‘매우미흡’이다. 경기교육연구원이 진행한 ‘고교체제 개편을 위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연구에 따르면 경기의 전국단위 자사고인 외대부고의 연간 학부모 부담 경비는 1287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2015년 재지정 평가에서도 외대부고는 1인당 학부모 부담 교육비 지표에서 ‘매우미흡’ 평가를 받았다. 정부 지원금 대신 재단과 학부모 교육비로 운영되는 자사고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처럼 교육감들의 성향이 정책을 좌우하는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함께 교육감직선제의 당위성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치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중립성은 정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에 따라 침해 당해 왔다. 게다가 지난 정권 동안 일부 민선 교육감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교육 정책이 지역마다 엇갈리고 수요자와 갈등을 빚으며 교육정책에 대한 피로감을 쌓아왔다”면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대한 요구는 결국 정치인에 의한 포퓰리즘 차원의 하달식 정책 집행보다는 수요자와 국가미래를 중심으로 교육이 중립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여론이었던 셈이다”고 말했다.

<협의 없는 ‘일방적 추진’.. 재지정평가 악용 경계>
자사고 관계자들은 재지정평가의 기준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평가를 받는 학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자사고 폐지를 위한 수단으로 재지정평가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진보성향 교육감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재지정 평가를 통한 자사고 폐지를 언급해왔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가 ‘자사고 폐지’인 만큼 교육감들이 재지정 평가를 계기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애초에 평가기준에 대한 협의과정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자사고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오세목 자사고교장협의회장은 “재지정평가를 받는 자사고들의 감사주기가 교육청의 여건에 따라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학교들마다 다른 일시에 진행된 감사 자료를 토대로 일괄적으로 재지정평가가 이뤄지게 된다. 이와 같은 세부적인 문제들이 상당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평가를 받는 자사고들과 충분한 조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민사고의 한 관계자도 “기준을 변경하기 전에 평가를 받는 자사고와 미리 협의가 있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며 “전혀 논의하지 않다가 평가를 앞두고 갑자기 기준을 강화한 것을 불합리하다. 재지정평가와 관련된 문제점에 대한 공식적 의견서를 교육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관련 기관들이 협의에 대한 의지 자체도 없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사고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이 이를 외면한 채 강화된 기준으로 재지정평가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과 21일에 이미 교육부와 전북교육청에 시정요구서를 제출했던 상산고도 14일 다시 한 번 시정을 촉구했다. 시정요구서를 제출한 지 4주가 넘게 지났음에도 어떠한 공문과 의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산고의 한 관계자는 "그간 상산고는 자사고 평가가 애초의 평가목적에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법적 사회적 논란이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유념해 발송한 공문을 공개하지 않고 기다려왔다. 그렇지만 이런 선의와 기다림에 대해 당국은 무관심과 일방통행으로 일관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여전히 협의보다는 일방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탈락 목표치’ 먼저 제시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최근 여러 차례 재지정평가의 결과에 따라 일반고 전환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2017년에도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성과평가를 통해 도내 외고 자사고를 모두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성과평가 악용 논란이 있었다. 이 교육감의 발언이 탈락을 공언한 뒤 요식행위마냥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혔기 때문이다. 평가결과 운영성과가 미흡한 경우에 한해서만 지정취소를 하도록 돼있는 법 규정을 무시하는 ‘월권행위’라는 비판이 있었다. 다수의 자사고 관계자들이 올해 진행될 재지정평가의 기준 강화가 자사고를 폐지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도 이 같은 교육감들의 행동이 누적된 경험이 이유라는 설명이다. 

 <‘일반고 롤모델’ 자사고 폐지.. ‘수월성 교육’ 외면하는 교육당국>
일방적으로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성화된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수요를 무시한 채 ‘평등성’의 가치만을 강조한 정책은 결국 교육 수요자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게 된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자사고와 외고가 그동안 교육 다양화와 특성화로 차별화된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오면서 사교육 수요를 분산해온 역할을 한 셈이다. 따라서 고입 동시실시가 유지되면서 자사고와 외고가 폐지된다면 그 수요는 공교육 범주가 아닌 사교육 영향권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획일적 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교육 수월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인 만큼 폐지는 섣부르다는 주장도 힘을 받는다. 한 교육전문가는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대부분 기숙사체제다. 주말마다 외출이 가능한 학교도 일부 있지만 주말외출도 자제시킬 만큼 사교육차단효과가 대단하다. 이들 학교가 없어질 경우 우수자원들의 대부분은 교육특구 학교에서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은 우수자원을 토대로 훨씬 강력한 실적을 만들면서 활성화할 전망이다. 물론 롤모델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특목자사고의 수시체제를 벤치마킹해온 일반고의 동력 역시 상당히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전의 정부들이 평준화 교육의 보완과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로부터 도입된 자사고를 현 정부가 지나치게 적대화하고 있다는 저적도 있다. 교총의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 육성을 위해 일본정부는 일반고의 특목고 전환을 추진하는 등 세계는 수월성 교육을 도모하는 추세다. 앞으로는 더욱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을 조화롭게 추구해나가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학교 다양화와 학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자사고는 설립 취지에 부합하게 운영되도록 하고 교육구성원들의 동의와 희망학교에 한해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평가지표를 강화한다 하더라도 이제까지 어렵지 않게 평가를 통과해온 외고 자사고가 재지정 탈락 대상이 된다면 학생 학부모가 납득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길게는 26년 이상 운영해온 외고나 2000년대 초반 자립형사립고 시절부터 운영해온 자사고를 한 번의 평가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외고 국제고 국제중 운영평가지표 개발 연구(2014)’에서 “학교 선택제는 가장 적합한 학습환경을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고,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 향상과 교육 다양화로 연결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선택받지 못한 학교는 자연스럽게 폐쇄되도록 하는 시장적 접근방법이 바람직하다고도 덧붙였다. 

<‘사전예고제’ 도입.. ‘수요자 피해 최소화 수단’>
‘고입 동시실시’의 위헌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시기에 교육감들이 먼저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강화하며 혼란을 유발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헌재가 교육정책에 있어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우선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왔음에도 이를 무시한 셈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고입을 앞둔 상황에서 정책변화로 입을 수 있는 학생들의 손해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6월 자사고와 일반고의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의 시행령의 효력정지를 일부 인용했었다. 그럼에도 교육청들이 섣부르게 재지정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입시가 시작되기 전부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헌재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대부분 고입에 있어 현 상황이 정책의 안정성 회복이 시급한 시기라고 진단한다. 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 혼란이 지속된 데다 전국 42개자사고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곳의 재지정평가가 올해 실시되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의 입장에서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사고들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평가기준 강화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도 커진 셈이다. 특히 올해 평가에선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전국단위 자사고들도 8개교가 포함된 상황이다. 평가결과로 인한 고입 혼란의 피해를 학생과 학부모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대목이다.

고입도 대입과 마찬가지로 ‘사전예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고입에서도 대입처럼 사전예고제를 통해 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의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대입의 사전예고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반면 고입에 있어서는 이를 방관하며 오히려 혼란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입시를 1년도 남겨 놓지 않았던 시기에 동시실시를 감행하면서 유발된 고입 혼란이 자사고 재지정평가의 기준 강화로 더욱 가중되고 있다. 사전예고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대입마저 혼란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고입수요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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