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균 정시 검토"..장기플랜 교육위 설치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오세정 신임 서울대 총장이 학종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오 총장은 12일 서울대 행정관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SKY캐슬‘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상당한 불신이 있다고 느꼈다”며 “예측 가능하도록 학종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중요하다”며 “학생의 잠재성을 보겠다고 뽑는 것인데 정형화된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으니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근거가 있든 없든 상당한 불신이 있으니 투명성을 높여야만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장임기와 관계 없는 6년 임기의 교육위를 설치하겠다고도 밝혔다. “인재상과 교육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정부의 교육위원회와 비슷한 것을 만들 것”이라며 “총장 임기와 관계 없이 6년 정도의 장기 플랜과 입학 정책을 세울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학종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학종 투명성 높여야”.. 가능한 방안은?>
교육계에서는 학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평가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두된다. 학종이 일명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는 가장 큰 원인이 평가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대입정책포럼에서는 학종 채점사례와 평가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한 학생은 “대학 입학처에 공개된 학종 서류평가 기준은 매우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평가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공개되지 않아 학생들은 평가기준을 알기 어렵다”며 “공개되지 않은 심사과정 때문에 왜 뽑혔는지,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이라고 불리듯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채점사례 공개에 대해 “현재 대학들이 발표하고 있는 이례적인 합격자의 정보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 합격사례도 공개하면 현재 학종에 대해 불만과 의구심을 품는 것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종은 애초에 정량평가가 불가능한 전형이지만 학교별, 학과별로 어떤 영역에 초점을 맞춰 선발했다는 가이드라인과 구체화된 사례가 제시된다면 혼선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해고 박재현 교사는 “대학이 적극적으로 평가 결과를 설명해줘야 한다”며 “설명해주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서류평가점수라도 알려줘 학교 측에서 지원자들을 통해 점수 차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합불예측이 어렵다는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봤다. 조진태 교사는 “예년의 경험으로 예측하기에는 너무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물론 사례 공개에 따른 획일화의 우려도 남아있다. 또다른 포럼에서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적극적인 합격 사례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했지만 획일화된 기록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은 “학종 평가요소/항목의 정의를 구체화하고, 학생부 항목 등 평가자료가 평가요소와 어떻게 연계적으로 활용되는지에 대한 평가항목의 해설, 활용의 시례 등을 상세화해 대외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울대 전형 지형 변화 가능성.. 급진적 변화는 어려울 전망>
오세정 총장은 지균 전형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오 총장은 “지균의 경우 일반 국민 요구와 반대된다고 생각하고, 지역 발전에 과연 유일한 방법일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정시와 지균 등에 대해 고민을 해볼 것이며 입시 제도는 급격하게 바뀌면 부담이 되는 만큼 장기적인 계획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균의 대안이 될만한 구체적인 밑그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매년 언론과 정치권에서 ‘지균 때리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전형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지역균형’이라는 명칭 때문에, 수도권 학생들을 배제하고 지역 내 학생을 선발하는 ‘지역인재’의 성격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균은 고교별 2명의 추천을 받아 선발하는 전형으로 오히려 지역간 균형보다는 ‘고교유형’간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별로 일정 인원을 배정하는 지역인재와는 차이가 있는 만큼 전형명칭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오 총장의 언급은 서울대 지형변화를 예고하는 발언이지만 급격한 변화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인 만큼, 차후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조율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입에서는 수요자들이 입시를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3년 예고제’로 운영하고 있다. 각 대학은 대교협이 발표한 기본사항에 근거해 모집인원과 선발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이하 전형계획)을 입학 1년10개월 전까지 공개해야 하는 만큼 당장의 큰 변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 총장은 그 외 서울대 내부 현안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시흥캠 문제로 학교 점거 농성을 벌인 학생들에 대한 소송 문제에 대해서는 한 걸음 물러섰다. 오 총장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하며 일을 풀어가겠다”며 “하지만 학교의 모든 일이라는 게 내가 하자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과정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는 시흥캠 유치 반대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무효라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한 상황이다. 오 총장은 “학내에서는 어쨋건 학생들이 폭력을 사용한 것은 잘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 만큼, 학내 의견을 수렴해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윤리 부정 의혹의 경우 “같은 연구 부정이라도 서울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요구 수준은 더 높다”며 “발 빠르게 조치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윤리를 위반한 분들이 대학을 이끌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학 주요 보직자를 임명할 때 연구처 등을 통해 검증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오세정 총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1975년)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박사학위(1982년)를 받았으며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재직(1984~2016년)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학장(2004~2008년),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장(2004~2008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2011년), 기초과학연구원 원장(2011~2014년), 한국과학기술단체연합회 부회장(2011~2014년), 국회의원(2016~2018년)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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