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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클리닉] 엔트로피와 냉증
  • 황치혁 편집위원
  • 승인 2019.02.11 08:25
  • 호수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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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 ‘엔트로피(entropy) 증가의 법칙’이 있다. 우주의 모든 열에너지를 설명하는 ‘열역학 법칙’ 중에 제2법칙이다. 이 법칙의 가장 중요한 단어인 엔트로피가 뭘까. 엔트로피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엔트로피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전환된 질량이나 에너지’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을 ‘무질서도 증가의 법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무질서도란 표현으로 설명하면 자칫 오해의 여지가 생긴다. 무질서란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돼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우주 안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최고의 법칙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 열은 방출되지만 다시 뭉쳐지지 않는 것, 태어난 생명은 모두 죽는 것 등이 자연에서 나타나는 자발적인 혹은 자연적인 과정이다.

황치혁 원장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으로 잘 설명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 보면 출생시부터 아동기까지는 양(陽)의 기운이 강한 시기이다. 양기가 세면 많이 움직이게 되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쉬지 않고 많이 움직이는 게 정상이다. 병이 나도 고열이 나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가 많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년기는 음(陰)의 기운이 강한 시기이다. 움직임도 느려지고, 피로회복력이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몸이 차진다. 노인들은 폐렴인데도 열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몸의 기능이 떨어진다.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흩어지고 고갈된 탓이다.

의학과는 좀 먼 물리학의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동원한 이유는 우리 몸의 냉증 때문이다. 우주의 에너지가 흩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에너지가 떨어지면서 우리 몸은 차가워진다.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당연한 증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심한 냉증이다. 자기 나이의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심하게 몸이 찬 것은 고쳐야 한다.

10대 학생의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다면 단순한 냉증에서 그치지 않는다. 틀림없이 에너지원을 받아들이는 소화기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몸이 차지면 신체의 기능도 저하가 되므로 기능저하로 인한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빈혈, 어지러움증, 생리통,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의 냉증은 반드시 원인이 있다. 근본 이유를 잘 파악해 치료해야 한다.

30대 중반의 여자 환자가 “뼛속까지 시리고 뭘 할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한 느낌”이라며 내원한 적이 있었다. 진료를 해보니 체력이 약한 사람이 두 아이를 키우고, 직장생활을 하며 과로가 오래 쌓여 나온 증상이었다. 골밀도도 70대 할머니들의 평균보다 훨씬 떨어질 정도로 온 몸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심각하게 진행된 냉증은 치료할 수 있다. 휴가를 낸 뒤에 한의학으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치료 즉 침 뜸 약을 총동원해서 한 달여 치료하니 시린 증상은 거의 사라졌고, 비오는 날이면 여기저기 쑤시던 증상도 없어졌다. 마이너스 2.9이던 골밀도가 한 달 만에 마이너스 1.4 정도로 올라갔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한증도 초기라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과로를 줄인 상태에서 한두 달 보약을 복용해도 잡히기도 한다. 손발이 약간 시린 경우라면 스스로 관리를 잘 해도 나을 수 있다. 가장 우선되는 것은 쉬면서 몸을 차게 만드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몸이 차다면서 찬 물을 많이 마시고 냉면, 메밀과 같은 찬 음식을 많이 먹으면 몸이 따뜻해질 수 없다. 냉증이 있다면 당연히 찬 음식은 피해야 한다. 커피보다는 생강차나 인삼차 계피차 등 몸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자기 전에도 족욕이나 반신욕을 통해 몸을 덥혀야 한다. 족욕이나 반신욕도 지나치면 마이너스다. 뜨겁지 않은 따뜻한 물로 오랫동안 30분 정도 하는 것이 좋다.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땀은 우리 몸을 식히는 작용을 하므로 30여 분간 땀이 나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온도로 몸을 덥히는 것이 좋다. 하기도 편하고 혈액을 통해 뱃속까지 덥힐 수 있는 족욕이 반신욕보다 더 좋다.

족욕도 하기 힘들다면 차선책으로 핫팩을 이용할 수도 있다. 전자레인지로 4분 이내로 덥힌 한 팩을 배꼽 아래에 놓으면 된다. 처음에는 뜨거우므로 배 위에 수건을 한 장 놓고 핫팩을 놓았다가 온도가 떨어지면 수건을 빼는 식으로 이용하면 된다.

잠자리에서의 체온유지도 중요하다. 체온은 새벽녘이 가장 낮아진다. 가뜩이나 체온이 낮아지는데 냉증이 가중되면 아침 기상시의 컨디션이 아주 좋지 않게 된다. 발이 차다면 당연히 수면 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잠옷도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 잠들기 전에 춥다고 느끼면 두꺼운 잠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두꺼운 잠옷과 이불을 선택해서 땀이 날 정도가 되면 마이너스다. 더우면 이불을 덥지 않게 자게 되고, 지나치게 온도가 높아지면 땀이 날 수 있다. 땀이 나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냉증은 젊은 사람보다는 40대 이후의 분들에게 더 잘 나타난다. 에너지를 만드는 기능이나 혈액순환 등이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냉증은 또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잘 나타난다. 한의학에서 보면 남자는 양의 기운이 더 강하고 여자는 음의 기운이 더 세게 때문이다. 여성들은 40대가 넘어가면 더 체온유지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나이가 들며 천천히 몸이 차가워지는 것은 막기 어렵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자기의 나이보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냉증은 고쳐야 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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