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열풍 넘어서나'..백분위 0.13%안팎 '고대의대 수준'

[베리타스알파=유수지 기자] 올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정시 합격선이 주요 의대 수준으로 추산되면서 정보산업 관련학과의 선호도 상승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한 입시커뮤니티는 지난달 29일 2019학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합격선을 백분위 기준 0.13~0.15%로 예측하는 분석자료를 공개했다. 자료 내 서울의대 합격선은 백분위 0.03%이내, 연대의대는 0.05~0.07%, 고대의대는 0.13%로 파악된 것과 비교하면 적어도 고대의대 수준의 합격선이 형성됐다는 추정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컴공과 출신들의 활약이 부각되는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미래가 보장된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여론이다. 

올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정시 합격선이 주요 의대 수준으로 추산되면서 정보산업 관련학과의 선호도 상승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한 입시커뮤니티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2019합격선을 백분위 기준 0.13~0.15%로 예측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2019합격선.. 고대 의대 수준>
입시커뮤니티 로미오&물량공급 입시콘서트(이하 로물콘)는 2019정시 분석 결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상위 표준점수 누적 백분위는 0.13~0.15%로 추정되며 자연계열 모집단위 중 의학/치의학과 다음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로물콘 입시팀 강동우 대표는 "2016대입에선 상위 1.20~1.30%대로 추정되던 합격선이 2017학년 0.55~0.60%, 2018학년 0.40~0.45%, 2019학년 0.13~0.15%까지 올라섰다”며 “네이버, 넥슨 등 국내 주요 IT기업 창업주들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출신인 것이 밝혀지면서 인기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 대성학원이 공개했던 서울대 배치표를 살펴봐도 컴퓨터공학부는 자연계열 톱5내 안착한 모습이다. 2019학년에는 의예 409.8점(서울대 환산점수 600점 만점 기준), 수리과학부 401.2점, 전기정보공학부 400.5점, 화학생물공학부 399.9점, 컴퓨터공학부 399.4점으로 예상합격점수가 형성됐다. 2018학년의 경우는 의예 394.2점, 화학생물공 387.9점, 전기정보공 387.5점, 수리과학 387.1점, 컴퓨터공 386.9점으로 예측된 바 있다. 대성학원은 아직 자연계열에서 의대 다음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화학생공과 전기전보공의 합격선을 컴퓨터공보다 높게 잡은 특징이다.

두 기관의 학과 합격선 순위에는 차이가 있지만, 컴퓨터공학부의 합격선 자체가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컴퓨터공학부의 새로운 부상으로 그동안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을 휩쓸어가던 의대열풍 현상이 극복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지점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는 반응과 함께 심화된 의대열풍을 잠재울 수 있는 공대 학과의 부상을 반기는 분위기”라며 “서울공대 대학원 미달사태는 물론, 서울대 입학포기와 과기원 자퇴생 증가 등과 같이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쏠림현상이 지속되면서 4차산업혁명의 인재기반 확보가 우려됐던 상황이다. 최근 의학계열 대비 부족했던 사회적 인정과 직업적/경제적 안정성 등이 보장되기 시작하자 최상위권 학생들의 진학 결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복수/부전공자 증가세.. 미흡한 학교운영 우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인기는 학교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복수/부전공자가 해마다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2009년 13명 선발에 불과했던 복수/부전공자 수치가 2018년 106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유전공학부에서 컴퓨터공학부를 선택한 학생수도 지난해 27명으로 집계된다. 컴퓨터공학부 입학정원 55명의 두 배가 넘는 인원이 해마다 학부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증가하는 학생수를 고려하지 못한 학사 운영으로 학교내 논란이 지속되는 상태로 파악된다. 강사/강의실 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돌연 타과학생들의 수강제한을 발표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위해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학교가 ‘수강제한’ 이라는 무성의한 조치를 공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여론이다.

지난달 16일 컴퓨터공학부는 타과학생들에게 2019학년 1학기 수강제한 6개 과목을 발표했다. 컴퓨터공학부 학생(입학정원 학년당 55명) 외 복수전공/부전공자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갑작스레 제한조치 강의의 수강이 불가해진 것이다. 수강제한 과목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원리와 실습 △시스템 프로그래밍 △자료 구조 △컴퓨터의 개념  △컴퓨터 프로그래밍 △프로그래밍 연습 및 실습 등이다. 이 중 소프트웨어 개발의 원리와 실습, 시스템 프로그래밍, 자료 구조,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4과목은 전공 필수 과목으로 확인된다.

한 서울대 학생은 “마지막 학기에 전공필수 과목 수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학교의 일방적 조치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라며 “대부분의 복수전공 학생들이 항의를 이어가자 제한조치 자체는 번복됐다. 복수/부전공자도 신청할 수 있으나 둘째날까지는 컴퓨터공학부 학생들의 신청이 우선적으로 진행되는 식이다. 수강인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이틀 동안이나 수강신청이 제한돼 필수과목을 제대로 신청할 가능성은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부 학부장은 “신청인원들을 최대한 수용해 왔지만, 강사/강의실 부족으로 양질의 수업제공이 어려워져 내려진 결정이었다”라며 “강사/강의실 배정이 학부정원 기준으로 이뤄져 공간과 예산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강의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내부에서도 입학 정원 자체를 확대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컴퓨터공학부의 소프트웨어 실습실은 컴퓨터가 비치된 소프트웨어 실습실과 회로제작을 진행할 수 있는 하드웨어 실습실 2곳으로 파악된다.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은 단 한 곳 뿐이다. 최근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에 대한 인기가 상승하는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학교 측의 현장 점검이 필요해보이는 지점이다. 

<여전한 이공계열의 위기.. 서울공대 입학포기 매년 100명 이상>
교육계에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의 인기상승을 반기는 이유는 의대열풍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이공계열의 위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공대 합격통지를 받고도 입학을 포기한 학생은 해마다 100명 이상으로 집계되는 상황. 통상 공대에서 입학포기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의치한 선호현상이 지목된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공대를 비롯한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등록포기가 다수 발생하는 것은 다른 대학에 동시에 합격한 학생들이 의대 치대 한의대 등 취업이 보장된 학과를 선택하기 때문”이라며 “취업난으로 인해 상위대학 학생들마저 졸업 후 진로에 불안감이 크다. 반면 의대 치대 한의대 등 면허가 주어지는 전문직은 취업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게 사실이다. 결국 사회적 인정과 경제적 안정성이 보장되는 의학계열 전문직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의대 입시가 최상위권 이공계 인재들을 휩쓸어가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를 준비하는 학생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의대 정원확대와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이공계 학생들의 이탈수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입학포기자가  매년 가장 많은 나오는 단과대는 공대이며 농생대 자연과학대 간호대 등도 입학포기 많이 발생하는 단과대로 꼽힌다. 2018대입 역시 공대가 1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농생대(67명) 자연과학대(39명) 사범대(29명) 간호대(27명) 치의학과(24명) 생활과학대(12명) 자유전공학부(11명) 인문대(7명) 수의대(9명) 사회과학대(8명) 경영대(2명) 음대(1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미대와 의대에서는 입학포기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농생대의 경우 농경제사회학부를 인문계열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자연계열 교차지원이 가능하다. 농경제사회학부를 제외한 나머지 모집단위는 자연계열이다. 2017학년에는 공대(130명) 농생대(52명) 간호대(48명) 자연과학대(40명) 순이었으며, 2016학년에는 공대(124명) 농생대(59명) 자연과학대(46명) 간호대(32명) 사범대(26명) 순으로 나타났다. 공대는 2015학년 133명, 2014학년 135명으로 지난해 대입을 제외하면 매년 120명 이상 등록을 포기했다.

반면 인문계열에서는 등록포기가 저조했다. 2018학년에는 경영대(2명) 인문대(7명) 사회과학대(8명) 순이었으며, 2017학년은 경영대(1명) 사회과학대(8명) 인문대(12명), 2016학년은 경영대(2명) 사회과학대(5명) 인문대(8명) 순으로 나타났다. 예체능계열은 중도포기가 전무했다. 미대는 2014학년부터 2018학년까지 입학포기가 한 명도 없었다. 음대는 2018학년 단 1명에 불과했다. 자연계열에서도 최상위 선호도인 의대에서도 지난 5년간 등록포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인문계열 입학포기가 저조한 이유는 인문계열에서는 ‘의치한’과 같은 모집단위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매년 서울대 의대 정시합격자의 절반을 배출할 정도로 고득점 수험생이 즐비한 대성학원의 이영덕 학력평가연구소장은 “자연계열은 의치한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문계열의 경우 서울대보다 선호도가 높은 대학이나 학과가 없는 만큼 이동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며 “상대적으로 서울대 내에서도 선호도가 낮은 인문대는 고려대나 연세대 경영과 같은 선호도 높은 학과, 고대 사이버국방 등 특성화학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과학대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공계 우수 인재의 이탈은 과학기술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과학기술력은 모든 산업 경쟁력의 기본이고, 국가 경쟁력의 시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기초학문분야의 연구가 활성화 돼야 국가 발전도 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공계 인재를 양산하기 위해 영재학교와 과고에 대한 교육투자를 실시하고, 대학에서 이공계 정원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재정지원 사업을 실시했지만 이런 정책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 전반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공계 인재들의 안정적인 사회 진출 기회를 확보해주는 등 보다 실질적이고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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