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건강에 문제가 별 문제가 없다.”

살면서 한두 번은 들어 본 말이다. 의사가 아니라 아마도 나이 드신 분들이 하신 말일 것이다. 건강진단의 중요한 포인트인데, 오래 사신 분들은 위의 세 가지가 건강의 중요한 지표임을 체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항상 우리 몸에서 이루어지는 작용인데 우리의 의지로 움직일 수 없다.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밥맛이 없어 음식섭취가 줄어드는 사람도 있다. 소화에 문제가 있어서 먹는 양이 적어지는 분들도 있다. 반면 과식이 문제인 경우도 많다. 내가 쓰는 에너지 보다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먹는다. 음식을 소화 흡수하는 과정이나 식욕의 조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배변에 문제가 있는 케이스도 많다. 대변이 무르고, 자주 보는 분들도 있지만 변비로 고생하는 분들이 더 많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변이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다. 한 시간에 몇 번이고 화장실에 가고, 잘 때도 3~4회씩 소변 때문에 일어나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진다.

잠들기가 힘들거나 잠자다 자주 깨는 등의 수면문제도 건강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적절히 먹고, 소화시킨 후 잘 배변하고, 푹 잘 수 있어야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문제가 생겨도 우리의 의지로 해결하기 어렵다.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위장아~~ 좀 움직여라”라고 지령을 내려도 위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불면에 시달리는 분들이 “이제부터 잔다”라고 생각한다고 잠이 올 리가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신경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등의 사고활동이나, 사지를 움직이는 운동들은 대뇌를 사용하는 것이지만 우리 몸 속의 오장육부를 움직이는 것은 자율신경계이다.

자율신경계가 먹는 양을 정하고, 소화활동을 하며, 배변하는 것을 조절한다. 수면도 물론 자율신경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의 생명활동의 대부분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지를 파악하는 좋은 방법으로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세 가지를 살펴보면 된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있다면 자율신경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즉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먹거나 배변하고 자는 데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잠이 오질 않는다면 당연히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병을 방치하면 큰 병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만약에 스스로 고치고 싶다면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한의학은 물론이고 현대과학도 생체의 리듬을 규칙적으로 만들면 건강은 물론이고 일의 효율도 높아진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시간에 계속 낮잠을 자면 그 시간만 되면 졸음이 쏟아지고, 식사시간이 되면 소화기의 기능이 활성화되며, 왜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리듬이 형성되는가를 밝힌 논문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해 주는 연구들은 너무나 많이 나와 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리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음악에서도 리듬이 중요하지만 건강을 유지하려면 리듬을 타야 한다. 인체는 스위치를 누르면 언제나 똑같이 작동하는 기계가 아니다. 여러 악기의 음이 조화를 이루듯 각 장기들이 서로 협응하고, 리듬을 유지해야 건강이 확보될 수 있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급격하게 변하고, 식사시간이 들쭉날쭉 해지면 생체의 리듬이 흔들린다. 생체리듬이 깨지면 건강은 당연히 나빠지게 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하루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소화기도 식사시간 전에 미리 소화액을 분비해 음식물이 들어올 것에 대비한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면 소화기에 무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식습관이 불규칙해지면 자율신경계가 혼란에 빠진다. 위장에선 소화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음식이 들어오지 않는다. 반면에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음식이 들어오는 일이 반복된다. 이렇게 아무 때나 음식이 들어오는 일이 계속되면 결국 자율신경의 리듬이 교란된다. 들어올 때에 적절히 반응하는 체제로 바뀌고 결국 소화기능은 저하되게 된다.

규칙적인 생활을 이야기하면 어떤 생활이 가장 이상적이냐는 질문이 나온다. 정답은 “자연의 리듬에 따르라”는 것이다. 한의학은 양생법을 중시한다. 병이 나지 않게 미리 막고, 천수를 누리게 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변화에 맞춘 생활을 하는 것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는 “여름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겨울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씌어 있다. 계절별로 잠자는 시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해가 뜨면 양기가 충만해져 활동하는데 알맞고, 해가 떨어지면 음기가 강해져 몸의 움직임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계절별 수면리듬의 변화는 전깃불이란 문명의 혜택을 받기 전엔 너무 자연스런 것이었다. 해지고 두세 시간 정도 있으면 자고, 먼동이 틀 때 즈음에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런 생활리듬이었다.

하루의 리듬을 결정하는 것도 수면시간, 구체적으로 말하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다. 인간은 해가 떨어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생활을 해왔다. 어두운 밤에 돌아다니면 맹수의 먹이가 되기 십상이었고 사고의 위험도 높으니 밤은 잠자는 시간이었다. 인간의 DNA에 프로그램 된 수면패턴은 당연히 올빼미형이 아닌 ‘주간형’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주간형 리듬이 건강유지에 유리하다.

불규칙적인 식습관은 소화불량으로 귀결된다. 식사시간을 일정하게 만들어 소화기의 리듬을 찾아주면 소화기 질환을 호전시킬 수 있다. 화장실을 가는 것도 중요한 건강의 리듬이다. 아침의 쾌변을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건강은 차이가 난다.

한의학에서 여성의 건강을 측정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월경을 보는 이유도 다름 아닌 리듬 때문이다. 생리주기가 바뀌거나 생리를 거른다면 분명히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도 된다.
/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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