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리더] 주석훈 인천하늘고 교감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과 진학지도협의회 등에서 활약
‘공교육계에도 내공 막강한 고수들 많아 … 사회적 인식전환 기대’

무협지에는 항상 절정의 고수가 등장한다. 그의 말과 행동, 무공수련 방법은 모든 이들의 표본이 된다. ‘교육무림’에도 고수들은 존재한다. 특히 대입판에서는 영역별로 최고의 강사들이 있다. 스타강사들이다. 물론 스타강사들은 그 자리에 서기까지 살벌한 경쟁을 뚫어낸 공력이 있다. 다만 ‘별’들의 얘기는 들을 기회가 많고 그래서 그들만의 얘기라기보단 누구나 아는 얘기가 되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무림의 숨은 고수로부턴 어떤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 주석훈 인천하늘고 교감은 대학입시계의 숨은 고수다. 20년 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입제도를 연구 분석해온 습관은 학교기숙사에서 기거하는 편이 오히려 편안할 정도로 삶 자체에 녹아있다. /사진=신승희 기자 blog.veritas-a.com/pablo
주석훈(49) 인천하늘고 교감은 숨은 무림의 고수다. 공교육계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한영외고에서 인천하늘고로 옮긴 주 교감은 오랜 기간 대학입시를 연구하고 지도해온 실력자다. 변화를 거듭하는 입시정책을 따라잡고 제한적인 대학별 입시 정보로 맞춘 퍼즐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진학노하우를 쌓아왔다. 복잡해 보이는 학교 학과 전형별 진학의 지형을 꿰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대중일반은 물론 수험생과 학부모에게조차 주 교감의 존재가 낯선 것은 사교육을 맹신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모른다. 사교육계의 스타강사들과는 달리 공교육계 고수들은 자신의 몸을 낮춘다는 사실도 한몫 한다. 주 교감은 자신의 정보력과 분석력은 “개인의 역량이라기보단 공교육 역량의 일부일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고수의 내공은 대입 수시 확대의 흐름을 맞아 오히려 전성기를 맞은 공교육의 반격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숨겨진 고수 ‘공교육계 대입전문가’
[베리타스알파 = 김경숙 기자] 주석훈(49) 인천하늘고 교감은 21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다. 92년 3월 한영고에서 출발해 2008년 3월부터 한영외고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했고, 2011년 10월에 인천하늘고 교감으로 부임했다. 인천하늘고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심혈을 기울여 세워낸 인천 최초의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전폭 지원을 기반으로 막강한 교사 라인업을 갖추면서 개교 첫해부터 눈길을 끌었다. 하늘고의 교사 라인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강석윤 교장은 전 포항제철고 교장으로 포철고의 교육역량을 끌어내 전국적 관심을 얻는 실적을 갖추게 한 교육계 전설적 인물이다. 하늘고의 교사들은 대부분 자율고와 특목고 등에서 옮겨온, 명문고 지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다. EBS와 강남구청인터넷수능방송 수능강사들도 막강 교사 라인업에 한몫 보탰다. 여기에 주 교감의 존재감은 하늘고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킨다. 주 교감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대학입시계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주 교감이 활동해온 진학지도 관련 모임만 대충 손꼽아도 다섯 군데다.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 지원단(이하 지원단)’ ‘서울시교육청 중등진학연구회’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연구회’ ‘서울진학지도협의회(이하 서진협)’ ‘서울시교육청 진로상담교사단’. 모두 선이 굵직하다. 지원단에서는 설립초기부터 활동해 운영팀장과 기획팀장을 역임했고, 서진협에선 자료분석이사를 지냈다. 중등진학연구회에선 연구교사를 거쳐 현재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진로상담교사 활동은 2년 정도 했다.

사교육 압도하는 공교육 내공

개인의 역량을 조명하는 ‘교육리더’ 코너에 초대했지만, 주 교감은 개인의 경쟁력보다는 공교육전체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우선 사교육계에 지나치게 기대는 대입 판세의 오류를 지적한다. 사교육계 못지 않은, 오히려 능가하는 공교육계 고수들이 내공을 드러내는 얘기다. 드러나 있지만 않을 뿐. “우리나라의 진로교육을 이끈 대표적인 인물로 휘문고 신동원 선생, 영동일고 진동섭 선생, 보인고 강병재 선생, 서울시교육청 최문수 장학사를 들 수 있다. 이 분들이 활동했던 시기에는 진학지도의 바로미터였던 ‘종이배치표’에 기대어 진학상담과 지도가 이뤄졌다. 사교육계에서 나온 종이배치표에 맞서 공교육계도 교사들의 역량을 보여주자며 의기투합이 이뤄졌다. 시도별로 형성된 ‘진협(진학지도협의회)’의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커뮤니티 형태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와 별개로 서울시교육청 중등진학연구회가 주축이 되어 2005년 지원단이 설립됐다. 중등진학연구회 역시 초기엔 커뮤니티로 형성되어 있다가 2005년에 서울시교육청 지원아래 ‘지원단’이라는 공조직으로 구성되었다. 진협과 지원단이 현재 공교육의 진학지도를 이끌어가는 양대축이다.”

지원단의 공력은 실로 막강하다. 최근 10년 동안 지원단을 중심으로 공교육계가 사교육계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판도가 바뀐 것은 지원단이 생긴 2005년으로 본다. 2008년 수능등급제 때는 사교육계도 못한 일을 교육청 지원단에서 해냈다. 바로 등급컷 예측이다. 2008 수능 땐 성적이 등급으로만 고지됐다. 등급만을 갖고 진학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할 때였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지원단과 함께 진학상담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활용했던 등급컷이 가장 정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겼다’는 타이틀이 언론에 등장해 파란을 일으켰다. 공교육이 사교육을 완벽히 압도했던 상징적 사건이었다.”

수시전형 대세의 흐름도 지원단의 저력을 부각시켰다. 사교육계가 시장경쟁에 따라 상호 정보공유가 불가능한 데 반해 공교육계는 지원단을 중심으로 정보공유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학력고사 시절에나 학원발 ‘종이배치표’가 절대적 근거로 자리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학교 학과 전형별로 천차만별인 입시데이터를 사설기관이 가질 수 없는 상태. 반면 학교는 대학의 입학처와 교류하며 전국연합 형태의 지원단 체제가 더욱 정교한 데이터를 가질 수 있게 했다. “각 학교들이 이기심을 버렸다. 개별학교의 자료를 모아 실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리 학교사회가 폐쇄적이지 않다. 이런 흐름을 이끈 것이 바로 지원단이다.”

지원단을 통해 전국에 흩어져있던 진학상담지도 역량도 한데 모여 힘을 뿜었다. 대교협에 상담교사단이 있긴 했지만 자료수집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다. 진학지원단이 생기고 공교육의 경쟁력과 신뢰도가 드러나는 신호탄이 터지면서 대교협에서도 최근 상담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 교감은 “공교육에 엄청난 연구역량과 센 내공을 가지신 분이 많다”며 “사교육의 진학지도를 공교육으로 옮겨보자는 발상이 상담콜센터의 운영까지 이어진 계기 역시 지원단”이라고 말한다.

공교육계를 향한 대학 관계자들의 자세도 달라졌다. 대학의 자료제공 여부를 떠나 교사들이 더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이제는 대학이 정보공개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들어선 것이다. “교사들의 커뮤니티가 강화되면서 사교육보다 선생들에게 신뢰성이 생겼고, 근거가 되는 데이터 면에서도 양적인 측면이나 질적인 측면이나 강화되었다. 상당한 인원의 분석 연구하는 교사들이 생겨났다. 연구인력 측면에선 사설기관이 공교육계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다소 투박해도 실질적 데이터 근거는 학교가 갖고 있다.”

사교육계를 압도하는 정보력과 분석력을 갖춘 지원단의 시작은 미미했다. 주 교감이 참여하기 시작했던 2005년 설립초기만 해도 구성인원이 20여 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100명 정도의 교사들이 속해 있다. 교사가 교사 대상으로 연수하는 모임이 가능해지고, 진학지도의 역량이 커져감에 따라 교육과정 개발역량도 발전했다. 교육과정연구회가 떠오른 배경이다. 주 교감은 “공교육계의 입시판도 분석능력이 사교육과 일대일로 겨뤄도 앞설 만큼 성장했다”며 “별도의 지원 없이도 자신의 돈으로 밤 새워 시간을 들여가며 연구하는 교사들의 경쟁력을 부각시켜주는 사회분위기와 행정적 뒷받침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학교에서 24시간 ‘삶 자체’

하늘고는 교사들은 물론 교장 교감도 밤 늦게까지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주 교감은 한술 더 뜬다. 학교기숙사에서 아예 살고 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20년을 학교에서 밤낮으로 살아왔다. 오히려 기숙사가 있으니 집에 안 가도 되어 편하다. 다른 선생들이 부담될까 봐 그게 걱정이지만”이라는 주 교감에게서 열정이 느껴진다.

학교에서 아예 기거하는 생활은 주 교감 자신에겐 자연스럽다. 지금은 전국적 관심을 모으는 신성 인천하늘고에, 직전엔 대표 명문 한영외고에 적을 뒀지만, 출발은 야간고였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포기한 학생들이 누군가로 인해 발전적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에서 교사로서의 신념이 굳어간 것이다. “교직생활 21년째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학교에 제일 일찍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는 생활을 거르지 않았다. 아마도 수위아저씨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냥 아이들과 있는 게 좋다. 고민도 들어주고, 공부도 더 시키고. 교직생활을 한영고 야간에서 시작해 96년까지 5년 동안 야간고 학생들과 마주했는데, 공부를 안 하려는 아이들을 저녁9시까지 남겨 혼내가면서 공부를 시켰다. 이 아이들 중엔 교육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교과부 교육청을 거치며 일하고 있는 아이도 있고, 서울예대로 진학해 전국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며 대기업에 스카우트된 아이도 있다. 보람을 느꼈다. 중고등 시절 한때 방황하던 아이들이 제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웠다. 교사로 발을 디뎠는데 나로 인해 아이들이 변화되고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가게 된다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고3 학생들을 맡으면서 대입 진학지도를 생각하게 됐다. 단순히 수업만 하는 게 아니라 대입진학에도 전문적 역량을 키워야 하겠다는 의지가 생겨 꼭두새벽이고 오밤중이고 따로 없이 입시제도와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분석했다.”

주 교감은 고교로 다시 찾아오는 졸업생이 많을수록 좋은 학교라고 생각한다. 졸업생들이 많이 찾아오고 기부금을 많이 내는 학교가 이상적인 학교다. “고교시절의 기억이 좋아야, 학교 덕에 성공했다는 인식이 있어야 다시 학교를 찾아온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학습지도 진학지도는 물론 인성지도까지도 폭넓게 아울러야 한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의 기억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모교라며 찾아오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학생을 사랑하고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학교에서의 생활이 일이 아닌 삶으로 자리잡은 주 교감. 공교육계 희망 한 줄기가 하늘 아래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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