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작전' 완화 역할.. '막판경쟁률' 비공개 시간 조율 필요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매년 정시 원서접수 막판에 '깜깜이 지원'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일부에서는 대학들이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눈치작전'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지나친 해석이다. 눈치작전으로 지원자들의 경쟁이 과열되면 대학의 입장에서도 우수한 자원을 선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원서접수 막바지에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오히려 수험생들의 경쟁과열을 완화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한다. 경쟁률이 마지막까지 공개된다면 합격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운 수험생들이 마감 직전까지도 눈치작전을 벌이면서 접수를 놓칠 가능성까지 생기면서 더욱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오랜시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경쟁과열이 우려되는 만큼 대학들이 경쟁률 비공개 방침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지원자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매년 정시 지원 막판에 '깜깜이 지원'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일부에서는 대학들이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눈치작전'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지나친 해석이다. 대학들은 원서접수 막바지에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오히려 수험생들의 경쟁과열을 완화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한다. /사진=한양대 제공

<상위17개대 ‘막판경쟁률 비공개’.. 단대 인하대 홍대 '수요자 친화' 노력>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은 원서접수 진행과정에서 일정한 시간을 미리 공고해두고 그에 맞춰 지원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마감전날에도 특정 시간대 이후로는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일부 대학들은 실시간에 가깝게 경쟁률을 공개하면서 수요자 배려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대학들의 노력이 자칫 지원자들의 경쟁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학들은 대부분 원서접수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마감직전’ 경쟁률 발표시점이 되면 지원현황 공개를 중단해 원서접수가 종료될 때까지 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상위17개대학들은 전반적으로 유사한 방식으로 지원현황을 공개하고 있었다. 13개대학은 마감전날인 2일 오후4시부터 6시까지 일정시간을 정해두고 경쟁률을 공고했다. 고려대는 4시, 건대 경희대 서강대 시립대 성대 숙대 연대 이대 중대 외대 한대는 5시, 동대는 6시에 마감전날 경쟁률을 공개했다. 원서접수 일정이 다른 대학들보다 빨랐던 서울대는 지난달 30일 오후3시 마감전날 경쟁률을 공고했다. 반면 단국대 인하대 홍익대는 달랐다. 단대는 5분단위로 실시간에 가깝게 경쟁률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인하대는 1시간단위, 홍익대도 3시간단위로 계속해 지원현황을 공개했다. 단국대 한 관계자는 "수험생들에게 경쟁률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수요자 배려 차원에서 5분단위로 경쟁률을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마감당일에는 상위17개대 모두 특정시간 이후로는 더 이상 경쟁률은 공개하지 않는 추세였다. 특히 중대는 오전10시 직전 경쟁률을 발표하고 마감시간인 오후6시까지 8시간동안 경쟁률을 발표하지 않았다. 상위17개대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막판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았던 셈이다. 1시간단위로 경쟁률을 공개하던 인하대도 오후1시 직전경쟁률을 발표한 후 6시 마감될 때까지 5시간동안 지원자들이 경쟁률을 알 수 없었다. 경희대 단대 외대는 4시간, 고대 동대 서강대 서울대 성대 숙대 연대 한대 홍대는 3시간, 건대 시립대 이대는 2시간동안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불가피한 ‘깜깜이 지원’.. ‘실시간 공개’ 경쟁률 과열 우려>
매년 원서접수의 막판에는 수많은 지원자들이 '깜깜이 지원'을 감행해야 한다. 대학들이 경쟁률을 비공개하는 시점에서도 지원할 모집단위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도 대학들의 직전경쟁률 발표 시점부터 원서마감시간 사이에 절반에 가까운 지원자들이 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원자 10만5422명 가운데 4만1187명이 마감직전 경쟁률 발표 이후 원서접수를 하면서 39.1%의 비율이었다. 지난해 43%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40%에 육박하는 수험생들이 막판까지도 지원할 모집단위를 고민하는 셈이다.

원서접수의 막판에 다다르면 지원자들의 '눈치작전'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성적을 확보하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 경쟁률에 따른 변수를 통해 상향지원을 노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학들이 경쟁률을 비공개하기 직전까지 미달됐던 모집단위들의 경쟁률이 치솟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로 올해 연대는 마감직전 경쟁률 공개 당시 교육학부와 국어국문학과가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막판에 ‘소나기 지원’이 이어지면서 두 모집단위가 각각 최종경쟁률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지원자들의 성향으로 인해 대학들은 섣불리 마감 직전까지도 경쟁률을 계속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막판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지원'이 수험생들의 경쟁과열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경쟁률을 실시간 공개할 경우 지원자들의 과열양상이 빚어져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특정시간에만 공개해온 방침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 원서접수 막판의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라며 "실시간으로 경쟁률을 접수마감 때까지 공개할 경우 마지막 순간까지도 지원자들이 눈치작전을 벌이면서 경쟁률에 따라 지원자들이 쏠리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치게 오랜시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공개 시간이 2시간으로 가장 짧았던 이대(13%) 건대(22.6%) 시립대(24.8%)의 막판지원율이 상위17개대 가운데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공개 시간이 가장 길었던 중앙대는 전체 지원인원의 절반이 막판에 지원했다. 결국 적정한 수준으로 막판경쟁률 비공개 시간을 대학들이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실적으로 경쟁률을 실시간 공개하는 것이 대학 입장에선 어려운 만큼 공개 방식이나 비공개시기를 동일하게 하는 접근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처럼 대학마다 경쟁률을 공개하는 시점뿐 아니라 마감시간마저 제각각이라면 지원자들에게 다소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효과 낮은 ‘눈치작전’.. 마감직전 미달 모집단위 '지원 유의'>
올해도 많은 수험생들이 접수마감까지 지원을 고민하는 눈치작전이 벌어졌다. 수능성적에 따라 합격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경쟁률이 중요한 변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경쟁률이 높으면 그만큼 성적이 높은 지원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합격선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고, 경쟁률이 낮으면 그 반대 양상으로 합격선이 내려앉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모집단위의 경쟁률이 예년보다 크게 높아지는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원래 지원하려던 곳에 접수하는 것이 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수험생들의 눈치작전이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부 모집단위에서는 효과가 있었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모집단위에서 눈치작전이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눈치작전의 근거인 경쟁률과 합격선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지원자가 늘어나면 합격선이 올라간다는 것은 일부만 맞는 얘기다. 막판 지원을 결정하는 경우는 대부분 점수가 모자란 ‘허수 지원자’에 속하는데 이런 인원들이 아무리 늘어난다 한들 합격선은 요지부동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무턱대고 경쟁률이 낮은 모집단위를 좇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막판에 지원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를 피하는 것이 합격가능성을 높이는 정시 지원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경쟁률이 낮은 모집단위만 살피는 어설픈 눈치작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비슷한 성적의 다른 지원자들도 마찬가지로 경쟁률만 놓고 눈치작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 시점에는 다수의 수험생들이 같은 모집단위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대로 마감직전 미달을 기록하거나 경쟁률이 낮은 모집단위를 피하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급상승하는 변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