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선발인원이 많은 모집단위일수록 합격의 문은 넓어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많은 지원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으며 경쟁률 및 경쟁자들의 수준에 따라 나의 합격가능성은 낮아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집단위의 크기와 합격선은 정확히 어떤 공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고민을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로 드러내보자. 한의대 중 명실상부 최고의 한의대로 평가받는 K대학 한의예과가 정시에서 20명을 선발하고, 같은 군에서 하위권 한의대로 평가받는 Q대학 한의예과가 3명을 선발하는 상황이 있다. 그리고 Z학생이 K대 한의예과에 합격할 확신이 없어 Q대학에 지원하고 합격했는데, 실제로는 K대학 한의예과에 입학할 수 있었던 성적이었다고 가정하자. 또 Z학생과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이 여러 명 있어, K대 한의예과에 합격이 가능한 학생이었음에도 Q대 한의예과에 불합격한 학생들이 존재한다고 상상해보자. 이듬해 입시 기관들에서 발표하는 ‘입시 결과’에서 Q대 한의예과는 K대 한의예과와 같은 선상이거나 더 위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시 기관들이 추정하는 ‘지원 적정점수’에서 Q대 한의예과는 여전히 K대 한의예과보다 낮은 곳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적인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통상적인 선호도나 평가가 아니다. 바로 ‘모집단위의 규모’ 때문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의 도움으로 모집인원에 따른 정시변수를 알아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변수 발생 가능성 높은 소수 모집단위, 안정적인 대형 모집단위>
대부분의 대학들은 농·어촌 전형이나 기회균등 전형 등 소수만 선발하는 특별전형의 입시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입시 기관들도 그 모집 단위들의 입시 결과를 추정하거나 발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표본의 신뢰성과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모집인원이 1명인 모집단위는 그 모집단위에 합격할 시 등록하겠다는 학생 중 1등의 성적이 곧 합격선이자 최종 커트라인이다. 그리고 ‘해당 모집단위에 합격할 시 등록하겠다는 학생 중 1등의 성적’은 매년 다르다. 이는 모집단위의 일반적인 선호도나 특성 등이 반영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나타난다.

전년도 서강대에서 수시 미등록으로 인해 정시에서 모집하게 된 소수 모집단위는 AT&T(1명), 국제한국학(3명)이었다. AT&T는 작년 서강대 중 합격 점수가 가장 높은 모집 단위였고, 국제한국학은 가장 낮은 모집 단위였다. 

이화여대는 작년부터 인문계열 전체 통합모집을 시도했는데, 수시로 전원 선발하는 사범계열 일부에서 수시 미등록 인원이 발생하여 정시로 선발했다. 사실 이화여대가 인문 전 계열 통합모집이라는 강수를 띄운 것은 모집단위별 합격선의 차이 때문이었다. 전통적으로 사범계열 등은 선호도가 높아 안정적인 경쟁률과 합격선을 보이는 데 반해, 일반 인문계열 학과 일부에서 매해 유례없이 낮은 합격선 등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소수 이월된 사범계열 모든 모집단위는 이화여대 인문통합 모집단위보다 합격 점수가 낮았고, 소위 ‘펑크’라고 불릴 정도로 유례없이 낮은 합격점수를 보인 모집단위도 있었다.

즉, 소수 모집단위는 원서 접수의 심리적인 요소에 큰 영향을 받으며 여러 가지 변수에 노출되어 있어 이례적인 입시 결과를 동반한다. 이는 비단 수시 이월 모집단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10명 이하의 다수의 모집단위를 구성하고 있는 대학들은 모두 이러한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설명했듯 2017학년도까지의 이화여대가 그랬고, 언어/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학과를 가진 한국외대 역시 그런 경향의 대학 중 하나이다. 이렇게 학과모집으로 소수 모집단위가 형성된 대학들은 전체 모집단위의 입시 결과를 나열해보았을 때 그 폭이 종으로 넓어지는 형태를 보인다. 예를 들어 서강대의 경우 전통적으로 특정 구간에 전체 모집단위가 조밀하게 모인 형태를 보이는데, 2018학년도의 경우 최상단보다도 높은 곳에 AT&T가, 최하단보다도 낮은 곳에 국제한국학이 배치되면서 그 스펙트럼이 커졌다. 학과모집을 하는 대학들은 이러한 현상이 매년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 모두 이러한 학과모집 대학이며 동일한 변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구간의 학생들이 모집단위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이 지원자층이 상향도전 지원으로 고려해봄직한 한양대도 학과모집 대학 중 하나이다. 이때 경쟁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서강대/성균관대와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서강대/성균관대는 성균관대의 일부 모집단위를 제외하고 모두 학부나 단과대학을 함께 모집하는 소위 ‘광역 모집단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대형 모집 단위들의 경우 매해 합격 점수가 비교적 안정적이며, 이례적인 입시 결과를 보인다 해도 그것이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 있다. 하지만 학과모집의 경우 이러한 ‘일반적인’ 틀 안에서 상상할 수 없는 입시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전년도의 경우 성균관대 영상학부가 인문계열보다 합격점수가 높았으며, 경희대에서 가장 높은 합격점수를 보인 모집단위는 ‘최상위학과’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운 국어국문학과였다. 

그래서 서강대/성균관대를 1순위로 생각하는 학생들과 한양대를 1순위로 생각하는 학생들의 모집단위 선정에 대한 고민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물론 그 전에 점수구조에 대한 유·불리를 통해 지원 대학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점수에 따라서도 유·불리를 쉽게 가릴 수 없다면 대학이 아니라 각각의 모집 단위들을 놓고 변수들을 검토해 보는 작업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모집단위 크기에 따른 합격선 변화의 기본 원리>
앞서 언급한 현상들은 최상위대학과 학과에서도 여지없이 일어난다. 앞서 예로 들었듯, 인문계열을 소수 모집하는 일부 의학계열 학과들에서도 발생하며, 학과모집인 연세대/고려대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대형 모집단위가 안정적인 합격 점수를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그 모집단위가 ‘적정’이라고 판단하고 지원한 학생들이 ‘정규분포’의 형태로 모여있는 것이 첫 번째다. 특정 모집단위의 적정 점수가 84~88점이라고 할 때, 88점이나 84점인 학생보다는 그 중간값인 86점 정도의 학생이 가장 많이 분포하게 된다. 두 번째는 그 모집단위를 ‘상향/도전’이라고 판단한 학생들의 지원 가능점수 하단에 쌓여있기 때문이다. 대형 모집단위 중 일부는 그 특성에 따라 전체 정원의 1배수 이상이 추가합격하기도 하며, 많은 경우 2~3배수까지 합격하기도 한다. 이를 기대하고 점수가 약간 부족한 학생들이 대거 지원하면서, 합격 점수가 더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안전장치를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소수 모집단위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 우선 지원자들의 분포를 확인할 수가 없다. 이미 모집정원 이상의 학생이 원서접수를 했는데, 그들이 ‘적정’ 지원자인지 ‘도전’ 지원자인지 또는 다른 군에 도전하기 위한 ‘안정’ 지원자인지 판단이 되지 않을뿐더러, 그 비율도 매년 달라 판단할 수가 없다. ‘안정’ 지원자가 많았는데 그들이 타 군 도전에 실패했다면, 그 모집단위는 올해 합격점수가 높게 형성될 것이다.

두 번째는 ‘상향도전’으로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꺼리는 모집단위로서 점수가 ‘약간’ 모자라는 학생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점수가 약간 모자란다는 것은 예년보다 추가합격이 약간 명만 더 돌면 합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이 경우 매해 일정 수준의 추가합격이 보장된 대형 모집단위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소수 모집단위는 추가 합격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소수 모집단위에 도전하는 학생들은 점수가 ‘많이’ 모자라는 학생들인 경우가 많고, 그 중간 점수의 지원자가 비어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소수 모집단위의 합격자들은 합격자 간 점수의 차이가 비교적 크게 나타난다. 합격자 간 점수 편차의 크기는 명시적인 평균 합격점수의 하락은 물론 합격 ‘컷 점수’의 하락을 동반한다. 소수 모집단위의 추가 합격 1명, 2명이 발생하는 것이 곧 이례적인 합격 점수 하락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이유다. 

<‘펑크’의 가능성, 예측은 불가능한 것일까?>
사실 이러한 부분은 원서 접수 기간 동안의 심리적인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올해 어떤 모집단위가 이런 이상(異常) 입시 결과를 보일지 현 시점에서 예측할 수는 없다.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기꾼이거나 점쟁이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모의지원과 함께 원서를 접수하는 단계가 되면, 이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주에 들어온다. ‘표본의 흐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입시 기관들이 ‘모의지원’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모의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면 내가 지원한 모집단위들의 ‘표본’과 그 표본의 분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표본들이 타 군 합격 시에도 이 모집단위에 남는지 또는 남지 않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 칸 더 상위의 모집단위 표본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내가 지원한 모집단위의) 상위 표본들이 지원한 다른 군 모집단위에서의 추가합격 발생 여부는 해당 모집단위의 표본들이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위권일수록 이런 상위 표본 분석의 가짓수는 적어진다. 그렇기에 오히려 최상위권에서 이런 분석이 더 손쉬운 경향도 적지 않다.

표본이 사라지는 경우가 잦다면, 그 표본은 이 군에서 다른 모집단위도 검토 중인 표본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점수가 지나치게 모자라거나 남는 표본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결국 핵심은 전체 지원자 중 ‘나’의 순위가 몇 위인지, 자신의 순번까지 모집정원이 남아있을 것인지에 있는 것이다. 이는 글로 쓰인 것처럼 아주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결국 나의 점수와 내가 지원한 모집단위, 나의 경쟁자와 나의 순위를 검토하는 게 중요하다. 똑같이 10명을 뽑는 두 개의 모집단위에서 나는 40등이지만 상위 30명이 타 군에 등록할 표본으로 보이는 A모집단위와, 11등이지만 아무도 나가지 않을 B모집단위가 있다면 과감히 A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40등’이라는 모의지원 등수에 겁먹어 B를 선택한 결과는 당연히 불합격될 것이며, B의 ‘11등’에 지나친 안도감을 느끼고 타 군에 무작정 상향지원을 한 결과는 모든 군의 불합격으로 귀결될 것이다. 

수시 미등록 인원이 발표되어 정시 모집인원이 최종 확정된 이후부터 실제 원서 접수 직전까지의 핵심은 이 ‘모의지원’의 흐름을 분석하는 것에 거의 전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입시 기관이 이 모의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모든 수험생이 동일한 입시기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모의지원의 흐름과 표본을 분석하고자 한다면 다양한 입시 기관의 모의지원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종합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정시 지원 포트폴리오 단계에서 점수 구조나 수능의 난도 등 전체 입시의 향방을 가르는 거시적인 변수들을 나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실제 지원 단계에서는 그것을 더 좁혀 들어가 미시적인 분석에 집중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너무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 정시는 3개의 군이 있으므로 군별로 이런 작업을 다 하면 좋겠지만, 3개의 군을 모두 이처럼 아슬아슬하게 배치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한 개의 군에서는 예측하지 못하는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합격이 가능한 상태에서, 내가 도전하고자 하는 군에서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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