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수시와 대비되는 정시의 가장 큰 특징은, ‘가/나/다’로 명시되는 세 개의 군이 존재하며 모든 수험생은 각 군에서 한 곳의 모집단위에만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모집단위의 배치에는 각 대학들의 다소 전략적인 고민이 반영되어 있다. 지원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도 각 대학이 어떤 의도로 이 모집단위를 이 군에 배치했는지, 모집단위 배치에 따른 수험생들의 지원 패턴과 흐름은 어떤지를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군 배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정시의 중요한 요소인 ‘추가합격’의 범위와 정도를 결정한다는 데에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의 도움으로 모집군별에 따른 정시지원전략을 짜 본다.

<군 배치와 추가합격의 관계>
주요 6개 대학 지원을 검토하는 인문계열 상위권의 전통적인 군 배치는 다음과 같다.

이하 표=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제공

수능에서 만점을 받지 않는 한, 가군 서울대를 지원하는 학생은 나군에 연세대 또는 고려대 중 한 곳에 지원하게 된다. 나군 연세대와 고려대는 지속적으로 같은 군에서 지원자를 공유해 온 전통의 경쟁대학으로 표현할 수 있다. 나군에서 이 두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 중 가군 서울대를 지원할 수 없는 학생들은 가군에 서강대를 지원한다. 여기까지가 전통적이고 통상적인 군 배치이다.

[표1]의 그룹(1)의 학생들 중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수만큼,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추가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상황은 추가합격이 ‘어떤 모집단위’에서 일어나느냐 하는 것이다. 서울대 합격이 거의 확실시 되는 학생이, 나군 연세대/고려대의 어떤 학과에 지원했을 것인가? 따라서 연세대/고려대의 상위 학과일수록 서울대 합격생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가합격의 비율이 높다. 추가합격 비율이 높은 경우 합격자들의 평균 점수와 상관없이 최종합격자의 점수는 타 학과보다 낮을 수도 있게 된다. 이는 꼭 그룹(1)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룹(2)에서도, 가군의 상위 학과일수록 추가합격의 비율은 높게 형성된다.

<각 대학의 전략적 군 배치와 합격점수>
몇 년 전부터 성균관대/한양대는 선호도가 높은 일부 학과들을 가군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나군 연세대/고려대 지원자들의 가군 선택지는 서강대가 유일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 두 대학이 선호도가 높은 학과들을 가군에 배치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룹(2)로 표현된 나군 연/고대 – 가군 서강대를 지원하는 우수한 자원을 유입하기 위해서이다. 성균관대/한양대가 서강대와 경쟁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학과를 육성하고 동일한 군에 배치하면서, 연/고대 지원자들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경향을 살펴보면 나군 연/고대 지원자는 가군에서 선호 대학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기보다 세 개 대학의 수능 영역 반영비율상의 유·불리에 따라 지원 대학을 정하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나군에 남아있는 성균관대/한양대 일부 학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군에 서울대를 쓰고 나군에 성균관대/한양대를 쓴다는 것은 가군 서울대가 매우 도전적 지원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즉, 나군에 성균관대/한양대를 쓰는 학생들은 가군에도 동일한 대학군에 지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모집단위의 특성과 선호도를 볼 때 가군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성균관대/한양대의 나군 모집단위는 가군 모집단위와 그 성격이 다르며, 합격선이 낮게 형성되게 된다. 그래서 군 배치를 고려하지 않은 전체 입결을 놓고 볼 때 서강대는 모집단위별 합격선의 분포가 조밀하지만, 성균관대/한양대는 넓게 분포하게 된다.

즉, 각 모집단위의 지원 가능 점수 또는 합격점수는 각 모집단위의 특성에 더해 ‘군 배치’라는 요소에 주요한 영향을 받는다. 추가합격 인원과 비율은 그 모집단위 자체의 특성보다는 모집단위의 위치에 대한 구조적인 특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는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모집단위이지만, 충원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해당 모집단위에 합격한 학생 중 더 상위 대학에 합격할만한 점수를 가진 학생은 3명밖에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대로 행정학과는 그 선호도나 입시적 위치는 경제금융학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합격자 중 200%가 상위대학에 합격이 가능한 성적이었다.

즉, 눈에 보이는 합격자들의 평균 점수는 큰 차이가 없다 할지라도 행정학과 지원자들은 [표1]의 그룹(2)에 속해있고, 경제금융학부 지원자들은 그룹(3)에 속해있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점수 구조상의 요소와 심리적인 요소도 작용한다. [표3]의 평균 백분위가 96 수준이라면 전 영역에서 1등급 구분 점수 내외를 받은 학생이라는 뜻인데, 이 정도 성적을 받은 학생이라면 연세대/고려대를 지원하고 싶게 마련이다. 이 학생이 나군에 연세대/고려대를 포기하고 한양대를 지원한다는 것은 반영비율 등의 문제로 나군에 연세대/고려대 합격이 불가능하다는 확신이 있거나, 모종의 이유로 보다 안정적인 지원을 추구하는 상황이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표1]의 그룹(2)부터는 다군 중앙대의 변수가 등장한다. 그룹(2), 또는 (3)에 속해있지만 가/나군 어디에도 합격하지 못해 다군에서 합격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수능이 어려운 경우 그룹(1)에서도 다군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기에 다군의 입시 결과는 대학의 선호도를 측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고, 마찬가지로 주력군으로 설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군별 모집인원 불균형과 주력군 설정>

앞서 설명하였듯이 합격선에 영향을 줄 추가합격은 각 모집단위의 군 배치에 영향을 받는다. 추가합격이란 기본적으로 하위 그룹의 합격자가 상위 그룹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다. 그리고 이는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각 대학의 추가합격 발표 일정도 이 순서를 따라간다. 쉽게 말해 서울대가 합격자 발표를 해야, 연세대/고려대에 추가합격자가 발생하고 추가합격 발표의 의미가 생긴다는 뜻이다.

[표1]에서 그룹(4)를 명시하지 않는 것은, 그 후부터는 다양한 학교들의 여러 모집단위가 각각의 군에 펼쳐져 있고, 같은 학교 내에서도 대학별 반영비율이 다른 경우가 있어 지원패턴이 상당히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구간이 더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자연계열은 의/치/한/수의예과 등의 변수도 있다.

그룹(4)의 지원자 중 한 명이 [표 5]와 같은 두 가지 패턴을 고려할만한 점수대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학과와 상관없이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 한 곳에 합격한다면 그 대학을 1순위로 등록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나군 모두 이 학교 군에 지원하기에는 부담이 있어, 합격이 확실한 안정지원을 토대로 도전해보고자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일 때, 이 학생은 그룹(4-1)의 조합으로 지원할 것인가 또는 (4-2)로 지원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과보다 대학을 우선하는 경우 당연히 (4-1)의 패턴으로 지원해야 한다. 첫 번째로는 나군의 성균관대/한양대 모집단위가 가군보다 합격선이 낮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4-1)의 가군 모집인원이 나군에 비해 훨씬 많아 예상 합격 가능점수를 동반한 심리적인 안정을 갖고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나군의 중앙대/서울시립대 지원자는 가군에 상향지원을 한 학생들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하향지원을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그룹(4-1)보다 추가합격 인원과 충원율이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정시 지원 시 군별 모집인원 점검은 필수>
앞의 예시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등록하는 대학은 동일하겠지만, 지원군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안정감이 생긴다. 이와 같이 실제 정시 지원 시에는 본인의 점수 그 자체의 경쟁력에 대한 점검과 더불어, 지원하려는 대학과 모집단위의 군 배치에 따른 구조적인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꼭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쟁자들이 타 군에는 어디에 지원하는지 통상적인 지원패턴을 꼭 확인해야 하며, 나아가 그해의 모의지원 결과도 꼼꼼하게 보아야 한다. 정시 지원의 성패는 결국 ‘등수’ 경쟁이다. 하지만 그 경쟁의 대상자는 모든 수험생이 아니라, 나와 동일한 모집단위를 지원하고 등록할 의사가 있는 수험생이다. 그리고 그 수험생이 내가 지원한 모집단위에서 끝까지 나와 경쟁할 가능성은, 그 수험생이 타 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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