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점수 상향, 명확한 근거 없어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전북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힌 가운데 내년 대거 예정된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기존 60점에서 최근 교육부가 상향한 70점보다 10점 더 높은 80점으로 조정한 탓에 평가취지와 관련 없이 자사고를 고사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17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자사고 재지정 점수를 기존 70점에서 80점 이상으로 상향했다”며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보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70점은 전북 일반계 고교도 받을 수 있는 평이한 수준”이라며 재지정 점수를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전북에서는 내년 전국단위 자사고인 상산고가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수 70점은 이미 교육부에 의해 상향된 점수다. 지난해 실시한 재지정평가인 서울지역 외고 자사고 재지정평가의 기준점수는 60점이었다. 반면 최근 교육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 2기 평가기준 표준안’에서 기준선을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한 것으로 밝혀졌다. 세부적으로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제대로 했는지 평가하는 지표에서 기존 배점 50점을 60점으로 높인 것이다. 

전북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힌 가운데 내년 대거 예정된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충남교육청 제공

전북이 기준점수를 80점으로 높이면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전문가는 “전북에 있는 자사고는 80점, 다른 지역은 70점으로 평가한다면 지역마다 자사고 운영여부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80점으로 올린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데, 유사한 평가지표를 활용하면서 기준점수를 다르게 설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교육부가 아예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을 교육감에게 이양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지역간 형평성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유일한 평가대상이었던 충남삼성고는 달라진 기준점수 70점을 적용했다. 2014년 3월 개교한 충남삼성고는 운영 4년이 지난 올해 교육부가 제시한 새로운 평가지표를 활용해 평가를 받았다. 삼성고는 70점을 넘겨 내년부터 2024년 2월38일까지 자사고 지정이 유지된다. 2024년까지 삼성고의 자사고 운영이 확정됐기 때문에 자사고의 일괄적인 폐지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성과평가를 자사고 폐지정책의 수단으로 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2000년대 초반 자립형사립고 시절부터 운영 중인 전국단위 자사고는 물론 외고는 길게는 26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는 ‘외고 국제고 국제중 운영평가지표 개발연구(2014)’에서 “학교 선택제는 가장 적합한 학습환경을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고,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 향상과 교육 다양화로 연결되도록 한다”며 “선택받지 못한 학교는 자연스럽게 폐쇄되도록 하는 시장적 접근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 재지정 평가를 받는 자사고는 24곳이다. 전국단위 자사고 중에서는 광양제철고 김천고 민사고 북일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하나고 현대청운고 등 8곳, 광역단위 자사고는 경희고 계성고 동성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안산동산고 이대부고 이화여고 인천포스크고 중동고 중앙고 한가람고 한대부고 해운대고 등 16곳이 평가를 받는다. 2020년 54개교, 2022년 1개교의 평가가 계획됐다.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에 자사고 24곳에 대한 평가를 가급적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하도록 지시한 상태다. 당장 다음달부터 재지정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재지정평가는 일반적으로 3,4월에 시작해 8월경이면 결과가 나왔다. 평가시기를 3월로 앞당겨야 그 해 입시를 치를 중3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3에게 적용하는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은 매년 3월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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