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학교 문 닫고 싶은 심경”..내년 3월이전 결론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첫 '동시실시'로 치러지는 2019고입이 진행되는 와중에 고입동시실시를 둘러싼 위헌논쟁이 치열하다. 14일 열린 헌법소원 공개변론에 참석한 자사고 이사장과 지망생 등은 고입 동시실시와 자사고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가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학교 선택권을 침해하고,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부측 변호인은 “기존에 자사고가 누려오던 특혜를 제거한 것에 불과하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헌재는 이날 변론내용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할 방침이다. 공개변론 이후 3개월 이내 결론을 내려야 하는 절차에 따라 내년 3월 이전에 고입 동시실시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날 오후 대심판정에서 민족사관학원 등 자사고 학교법인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파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변론은 2월 전국단위 자사고 이사장과 학생 학부모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따른 것이다. 민사고 상산고 현대청운고 등 1세대 전국단위 자사고 학교법인 이사장과 자사고 지망 학생, 학부모는 고입 동시실시 등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시행령 제80조1항에 명시한 전기선발 자사고 제외한 부분과 제81조5항에서 자사고 일반고의 이중지원을 금지한 조항의 위헌소지를 지적했다. 개정안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과 학생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고입 동시실시를 둘러싼 위헌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공개변론 이후 3개월 이내 결론을 내려야 하는 절차에 따라 내년 3월 이전에 고입 동시실시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자사고 측 “교육부 개정이유 허구, 사학 운영 자유 침해”>
자사고 측은 교육부가 자사고 선발시기를 후기로 바꾼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자사고 측 변호를 맡은 김용균 변호사는 “정부는 시행령 개정 이유로 ‘동등하고 공정한 입학전형 운영’ ‘우수학생 선점 및 고교서열화 완화’ ‘고교 입시경쟁 완화’ 등을 들었는데 다분히 허구적”이라며 “자사고에 우선 학생선발권을 보장해주는 것은 설립취지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다. 자사고만 후기로 옮기는 것은 오히려 공정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고입 동시실시로 인한 자사고 지원자의 불이익이 자사고 기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하는 학생들은 선호도가 낮아 정원 미달된 일반고에 추가배정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지원 기피나 포기가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며 “대규모 정원미달과 운영난으로 결국 자사고를 궤멸/고사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개정안이 평등권과 사학 운영의 자유, 학교선택권을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자사고 측 대리인은 “사학운영의 자유에 있어 ‘학생선발권’은 핵심인데 이를 침해해 실질적으로 사학운영의 자유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자사고 지원을 포기하게 해 학교선택권을 실질적 구체적으로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자사고 우선선발 합리적 근거 없어">
반면 교육부는 자사고 측의 주장에 대해 고교서열화를 완화하기 위해 기존에 자사고에 주어진 특혜를 정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육부 측 대리인은 “학생을 우선선발할 수 있는 특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다”며 “자사고 측은 여전히 특혜를 고집하며 이를 바로 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학생선발 시기가 달라질 뿐 학생선발권이나 학교선택권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사고의 설립취지가 변질돼 우선선발권을 계속 부여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를 대리하는 박성철 변호사는 “자사고의 건학 이념이던 다양성, 특성화 교육이 퇴색됐다”며 “자사고가 우선선발권을 토대로 우수 학생을 선점해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을 꾸리고 고교서열화와 불평등을 심화해 교육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상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라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재판관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교육부를 향해 “학교의 설립/운영권은 헌법상의 기본권인데 그간 이를 근거 없이 제한하다가 자사고에 한해 철회한 것뿐이지, 그것이 특혜라고 볼 수 있냐”며 “헌법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조 재판관은 “자사고가 대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입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고, 거기에 좋은 시설 등이 뒷받침된 결과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했다.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학교 문 닫고 싶은 심정”>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은 이날 변론에서 고입 동시실시로 “자사고가 궤멸될 것”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호소했다. 조 재판관이 “지금처럼 전기에 학생을 선발하지 못하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지원이 금지될 때 자사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무엇이냐”고 물은 데 대한 대답이다. 홍 이사장은 이날 청구인 당사자로 법정에 섰다. 

홍 이사장은 자사고가 전기학교라는 특혜를 이용해 우수 학생을 선점하고, 입시 사교육을 심화한다는 교육부의 주장에 반박했다. 홍 이사장은 “자사고는 면접에서 교과지식을 물을 수 없다. 서울은 아예 추첨으로 뽑고 이외 지역은 중학교 내신성적을 반영하지만 어떤 학교는 97%가 A등급이기 때문에 변별력이 없다”며 “학교장에게 선발권을 줬다고, 입시경쟁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공개변론 마지막 진술에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홍 이사장은 좋은 학교를 만들어 훌륭한 인재를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고교생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수학의 정석’의 수익금을 모아 상산고를 세웠기 때문이다. 홍 이사장은 스스로를 “등록금과 책값, 하숙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흙수저’였다”며 “쓰라린 고학의 산물이 ‘수학의 정석’이고, 그 수익금으로 1981년 상산고를 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전기학교 선발이라는 정부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쏟아온 열정이 너무나 억울해 헌재 문을 두드리게 됐다. 좋은 학교를 만들고 훌륭한 인재를 키우겠다는 꿈과 자부심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을 바라보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냉혹한 국제경쟁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는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국가교육의 장래가 너무나 걱정된다”며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입 동시실시, 자사고 지원자에 불이익 강요>
지난해말 교육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후기모집을 전환하는 내용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고 사교육비를 완화한다는 목적으로 2019고입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일반고와 동시에 전형을 진행하도록 했다. 지난해까지 8~11월경 전기모집을 실시했던 자사고 등을 12월 일반고와 동일한 후기모집으로 바뀌었다. 

교육부는 고입 동시실시와 함께 일반고와의 이중지원도 금지했다. 후기모집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반고 중 1곳만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전기모집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지원했다 불합격하더라도 지원하지 않은 학생과 동일하게 후기 일반고 모집에 지원할 수 있었다. 자사고 등에 지원했다가 탈락할 경우 미달된 일반고에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선호도가 낮거나 거주지에서 먼 일반고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고입재수’ 논란을 낳았다. 

자사고 등 지원자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교육부는 고입재수의 우려를 막기 위해 자사고 등에 지원하는 수험생은 ‘불합격시 교육감이 임의로 일반고에 배정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지원서와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 계속해서 정원미달인 자사고 등의 추가모집에 지원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어느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불이익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강제배정 동의서를 작성할 경우 생각지도 못했던 일반고에 배정될 수 있고,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면 상황에 따라 ‘고입재수’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헌재, 이중지원 가처분신청 인용>
이달초부터 시작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원서접수는 일반고와 동시에 진행 중이다. 모집은 같은 시기에 하지만 6월 헌재의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이중지원은 허용됐다. 헌재가 자사고 일반고의 고입 동시실시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은 기각한 반면, 이중지원 금지조항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인용했기 때문이다.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더라도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는 경우 지원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고, 불합격 시 인근 일반고에 진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헌재 재판관은 “2019학년 고교 입학전형이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라고 설명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교육부는 자사고를 포함해 외고 국제고의 이중지원 금지방침을 철회했다. 자사고 등에 지원하는 학생도 2개이상의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도록 각 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서울청을 비롯한 각 지방 교육청은 이중지원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변경된 2019학년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7월 수정 공고했다. 서울청의 변경된 계획에 따르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중 1곳을 지원하고, 2단계 거주지 일반학교군 소속 일반고 2곳에도 지원이 가능하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지원하지 않은 학생들은 1단계 단일학교군(서울전역)에서 2개교, 2단계 거주지 일반학교군 소속 2개교 등 최대 4개교를 선택해 지원할 수 있는 차이다.

<서울행정법원, 고입 동시실시 취소소송 ‘기각’>
반면 서울행정법원은 ‘고입 동시실시’에 대해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10월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학교법인 22곳이 서울교육감을 상대로 낸 ‘2019학년 서울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학교법인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기본계획의 핵심의 자사고의 전기 선발권을 박탈하고, 일반고와 중복지원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일반고와의 이중지원은 6월 헌재 가처분신청 인용과 이에 따른 교육부 방침으로, 행정법원의 판결 이전에 결론이 났다. 

서울자사고연합은 자사고가 학생을 직접 선발하기 때문에 전기 선발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학생을 추첨배정하는 일반고와 달리 자사고는 2단계 내지 3단계의 입학전형을 운영하기 위한 기간이 필요하다. 오세목(중동고 교장)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장은 “자사고 모집시기와 이중지원 허용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며 “이중지원을 허용하더라도 자사고와 일반고 입시를 같은 시기에 진행할 경우 일반고 배정일정 때문에 자사고 입학전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입 진행중 위헌다툼.. 수요자는 어디로>
전문가들은 고입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위헌다툼이 이어지는 상황 자체를 꼬집었다. 지난해말 고입 동시실시 방침이 공개된 이후 원서접수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입정책이 무수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중지원 금지방침에 지역별로 일반고 배정방법이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더해졌다. 6월 헌재판결로 이중지원이 다시 허용되면서 혼란을 낳았다. 고입도 대입과 마찬가지로 ‘사전예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배경이다.

사전예고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부조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행 대입은 3년 전부터 입학전형을 예고하는데, 정부는 출범 이후 교육분야에서 대입 사전예고 시기를 앞당겨 사전예고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입은 입시를 1년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변화를 단행, 정책기조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고입 동시실시는 대입사전예고제 강화에 정면으로 맞서는 정책”이라며 “선의의 피해자를 위한 구제도 없이 1년만에 선발권 폐지를 밀어붙이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가. 대입수요자는 수요자이고 고입수요자는 수요자가 아니라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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