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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망신과 반발로 멈춘 표적감사'..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유보거취 다음 이사회로..'과학계 반발 감안 휴전상태'
  • 권수진 기자
  • 승인 2018.12.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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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과학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던 과학기술부의 표적감사논란은 KAIST 정기이사회가 신성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요청을 유보함으로 일단 휴전상태로 접어들었다. 14일 열린 KAIST 정기이사회에서는 신성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을 차기 이사회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KAIST 이사회 9명 가운데 정부 측 인사를 제외한 6명이 유보 결정에 동의했다. 감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직무정지를 결정하기는 섣부르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차기 이사회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황으로, 신 총장의 거취는 추후 재논의될 예정이다.

과기부의 표적감사논란은 과학계 전반으로 반발과 파문을 확대했다. KAIST 이사회에 앞서 과학계에서는 직무정지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성명에 600여 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신 총장을 국가연구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KAIST이사회에 신 총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표적감사라는 의혹이 짙은 데다, 절차적인 상식선마저 넘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DGIST와 협약한 당사자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는 의혹에 대한 반박서한을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KAIST이사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NBNL은 "두 기관의 협력은 미국 법령을 준수하고 미국에너지부(DOE)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며 "한국에서 문제가 된 임 모 박사의 인건비는 내부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지급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감사내용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과기정통부가 무리한 '표적감사'를 실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도 이번 사태에 보도를 내보내면서 표적감사사태는 국제적 망신을 샀다. 전 세계 과학연구 동향을 보도하는 네이처가 한 나라의 과학계 스캔들을 다룬 것은 이례적이다. 

신총장의 표적감사논란은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를 소위 ‘물갈이’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선이 팽배하다. 감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먼저 검찰에 고발하고 직무정지 요청을 하는 것은 적법한 절차가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과학계 관계자는 “과학기술을 연구해야 할 연구소, 대학들이 정치적 논리에 이어 이렇게 황폐화되어도 좋은지 참으로 처절한 심정”이라며 “손상혁 DGIST총장 사임과정에서도 상상을 초월할 압박이 있었고, 이제는 KAIST로 표적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철 KAIST 총장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직무정지 요청에 대해 KAIST 이사회가 결정을 유보했다. 아직 감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횡에서 결정하기에는 섣부르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DGIST 제공

<신 총장 거취 결정 유보.. ‘직무정지’ 신중해야 한다는 과학계 우려 반영>
신성철 KAIST 총장의 거취는 다음 KAIST 이사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14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과기정토우의 ‘직무정지’ 요청에 대해 유보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KAIST 관계자는 “KAIST 총장 직무정지 건은 매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감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과학계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사회가 끝난 후 신 총장은 “본의 아니게 KAIST와 과학기술계의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겸허하고 신중한 마음으로 대학을 경영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사안은 검찰 수사 단계가 남아있는 상태다. 수사 결과에 따라 직무정지 요청에 대해서도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KAIST이사회에 앞서 과학계에서는 과기정통부의 직무정지 요청에 대해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 KAIST 물리학과 교수진이 7일 신성철 KAIST 총장 관련 '과기부의 부당한 처사'를 주제로 과기인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11일까지 600여 명의 과학기술인이 성명에 동의한 상태다.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인으로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제공동연구에 대한 무지, 그로 인한 오판과 경솔한 업무처리로 존경받는 과학기술계 대선배와 동료 및 후배 연구자들이 여지없이 매도되는 현실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불거진 논란은 신성철 KAIST총장이 DGIST 재직 시 진행한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와의 협약 과정에서 이중계약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12년 당시 맺은 협약은 LBNL는 연구 장비를, DGIST는 연구비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장비 사용료를 비롯한 연구비 200만 달러가 중복으로 보내졌다는 의혹이다. 

성명서에서는 연구협약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거대실험장치를 보유한 국제적 연구소의 시설은 비용을 낸다고 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탁월한 연구주제를 선별해 시설사용시간을 대여한다. 이들 연구소는 우수한 연구계획서를 제출해 통과한 연구자들에게는 일주일 정도 무료로 시설을 사용하는 기회를 주기도 하는데, 이 정도 시간으로는 최첨단 연구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DGIST는 고가의 장비를 보유한 LBNL과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연구자들이 시설 총 가동시간의 50%를 사용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대가로 DGIST는 시설운영비의 13%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지불해 투자효율이 매우 높은 연구계약이었다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국제공동연구에 대한 설명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성급히 판단해 열정적으로 연구에 임한 연구자들과 이들을 지원한 리더에게 오명과 좌절을 안기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우려했다. 

<성급한 직무정지 조치.. ‘답정너’ 감사 의혹>
과학기술인들은 불분명한 의혹과 성급한 판단으로 직무정지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성명서에서 “과기부는 언론보도 사흘 뒤 곧바로 검찰에 신 총장과 DGIST연구자들을 고발하고 추가 감사인력을 KAIST에 파견했으며, 이틀 후 이사회에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과기부가 결론을 정해놓고 제대로 된 조사와 본인의 소명 없이 서둘러 밀어붙이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신 총장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성명서를 통해 “6년 전 신생 설립대학으로 인지도가 미미했던 DGIST가 LBNL과의 국제공동연구 협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신 총장의 국제적 네트워크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신 총장은 동료 교수들의 신망과 존경에 힘입어 KAIST 교수협의회가 추천하는 총장후보 1순위로 세 번이나 당선됐으며, 평생 연구와 관련하여 어떤 잡음도 없었다. 이렇게 학문과 양심에 자긍심이 높은 과학자를 배임이나 횡령이 있을 것으로 유죄 추정하여 평생 쌓아온 업적과 명성을 단숨에 무너뜨린다면 누가 과학계에서 헌신할 수 있겠는가”라며 “불분명한 의혹과 성급한 판단으로 국제적 지명도와 국가적 기여도가 큰 과학계 리더에게 KAIST 개교 이래 최초의 직무정지 총장이라는 굴레를 씌운다면,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성명서에 참여한 과학기술인들은 네 가지 사항을 촉구했다. ▲과기부가 신성철 KAIST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요청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할 것 ▲국회가 과학기술계와 과학기술인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개입을 감시하고 견제할 것 ▲과학기술계가 정권마다 반복되는 편가르기와 줄세우기를 거부하고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잘못된 관행의 개선에 앞장설 것 ▲KAIST 이사회가 자랑스런 대학의 역사와 전통에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과기부의 총장직무 정지 요구를 단호히 거부할 것 등이다. 

10일에는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연)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KAIST 총장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기관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줄사퇴하는 모습은 개선돼야 할 적폐였다. 지난 정권에서는 과학기술계 블랙리스트까지 작성돼 과학기술계를 경악시켰고, 이에 대해 과실연은 지난해 성명서를 통해 진상조사와 관련자들의 처벌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과학기술계에 정치권력의 개입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풍토를 침해하고 방해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KAIST총장에 대한 검찰 고발을 철회하고 정당하고 당사자 소명이 포함된 감사를 다시 진행 ▲적법한 절차에 따른 감사 결과와 이에 대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 총장의 직무는 지속 ▲자율적인 연구와 교육 풍토를 저해하는 정치권력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DGIST와 연구협약을 체결한 LBNL은 서한을 통해 과기정통부가 제기한 의혹을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DGIST와의 계약은 연방법에 따라 적절히 이뤄졌고, 제기된 의혹처럼 DGIST가 송금한 자금이 신성철 총장의 제자인 임 박사에게 부당하게 흘러가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기관이 직접 옹호하고 나서면서 과기정통부가 무리한 감사를 실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파문은 국제학술지 보도를 통해 국제망신에 이르기까지 했다. 학술지 네이처는 ‘한국 과학자들이 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혐의를 받는 대학 총장에 대한 (정부) 처분에 항의하다’라는 기사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이번 수사를 전 정부에서 임명한 신 총장을 제거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보고 있다”며 “이들은 신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려는 요청이 충분한 증거 없이 이뤄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성철 총장, 의혹 적극 반박>
이보다 앞서 신성철 총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신 총장은 본인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그간 양심에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며 적극 해명했다. LBNL에 대한 현금지원은, 일부 장비에 대한 독자적인 사용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제자를 편법 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신 총장은 “교수가 관련학과에 추천하면 논의를 거쳐 전공책임교수가 최종결정한 뒤 행정절차를 밟아 임용하는 것”이라며 “LBNL과 공동연구가 진행되면서 양 기관간 교량 역할을 할 인사가 필요하다고 봤고 자연스럽게 임 박사가 거론된 것”이라고 말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임명했고, 관련 채용 서류도 완벽히 구비했다”며 “총장으로 직접 개입했거나 경제적 이익을 주도록 관여한 사실도 결코 없다”고 말했다.  

<DGIST도 표적감사 의혹.. 손상혁 총장 사임>
과학계 길들이기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 정부 출범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사퇴한  정부출연연구기관/과기원 기관장이 1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권마다 이뤄지는 ‘전 정권 지우기’차원을 넘어서 과도하다는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8월에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대한 감사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기도 했다. 표적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의혹에 더해 총장 거취를 연계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손상혁 DGIST총장은 임기가 2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지난달 21일 사의를 밝히고 30일 사임했다.

DGIST감사 당시 DGIST뿐 아니라 전 과기원이 반발하고 나섰다. KAIST교수협의회와 GIST교수평의회 UNIST교수협의회는 8월 ‘과기부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감사에 대한 과학기술원 교수평의회 의장 및 교수협의회 회장의 입장문’을 내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기부 감사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교수평의회와 교수협의회는 대학 비보직 교수들이 중심이 돼 학내외 현안에 대해 교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다. 

KAIST교수협의회 등은 “무릇 감사는 내부에서 밝혀내지 못한 비리를 밝혀내고, 만일 잘못이 발견되는 경우 적법한 절차에 의해 관련된 인사를 징계해 추후 동일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당연한 원칙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대한 감사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실과 허구를 가리는 작업으로의 감사 과정이 아니라, 감사의 이름으로 한 기관을 정부의 입맛에 맞도록 조종하려 하는 감사는 피 감사기관과 그 구성원에 대한 심대한 상처를 입히게 된다”며 “현 정부의 슬로건처럼, 감사의 과정이 공정해 결과 역시 정의롭기를 소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DGIST 감사는 연구비 부당 집행 의혹과 정규직 전환 과정 특혜 등에 대한 DGIST 내부 민원에 따라 진행됐다. 일반적인 감사 방식과는 달리 내부 제보나 말만을 근거로 감사가 진행되면서 학내 구성원의 반발은 컸다. DGIST 관계자는 “과기부가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손 총장 거취 문제와 연결하는 등 통상적인 감사 절차와는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감사 방식으로 인해 연구와 학교 행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가 내부 감사를 받은 학내 관계자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표적 감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DGIST교수협의회는 8월16일 ‘과기정통부의 부당 감사에 대한 DGIST 교수협의회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협의회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14일 오후 감사관과의 면담을 요청해 원내에 퍼져 있는 감사에 대한 무성한 소문들의 진위를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며 “감사의 사유와 주된 쟁점은 무엇인지, 감사 과정에서 총장 사임과 관련된 압박이 있었는지, 감사 내용에 함구령을 내리고 비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며 “그러나 교협 대표들은 감사관으로부터 사임 압박을 한 적이 없었다는 단언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는 대학본부 관계자와 관련 행정원들의 진술과 상반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감사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결과와 무관하게 감사관이 이미 특정 목적과 결론을 가지고 임한 것이 아닌가하는 합리적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감사는 연속된 2차례 민원에 따른 것으로 총장사퇴 등 특정목적의 감사가 아니다”라며 “감사과정에서 과기정통부 감사관은 총장에게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과기원은 일반대학과 달리 과기정통부의 감독/관리를 받고 있다. 정부 부처를 향해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것이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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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진 기자  ksj@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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