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020년 자유학년제 전면도입.. ‘사교육 성행 우려’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내년부터 서울 중학생은 국영수사과 주요 교과군 가운데 최소 1과목은 객관식 시험을 보지 않을 전망이다. 객관식 선다형 시험 대신 수행평가나 서술/논술형 문항만으로 평가한다. 중학교는 물론 고교에서도 논/서술형 시험과 수행평가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학교는 내후년까지 자유학년제를 전면 도입한다. 서울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기 수업/평가 혁신방안’을 12일 발표했다. 

서울 초중고 전반에서 논/서술형 평가비율이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자유학년제 전면도입으로 학력저하, 사교육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유학년제의 경우 현재도 학원가를 중심으로 학부모를 겨냥한 '불안'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을 확대하고 교육격차를 늘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기되기도 했다. 학교마다 자유학년제를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다른 상황에서 성급한 확대 시행이 학교간 교육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부터 서울 중학생은 국영수사과 주요 교과군 가운데 최소 1과목은 객관식 시험을 보지 않을 전망이다. 객관식 선다형 시험 대신 수행평가나 서술/논술형 문항만으로 평가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중학교.. 선다형 시험 폐지, 자유학년제 2020학년 전면 확대>
중학교는 과정중심평가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내년부터는 국영수사과 주요 교과군 가운데 학기당 1과목 이상 선다형 시험을 폐지한다. 수행평가나 서/논술형 문항만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사회는 역사와 도덕, 과학은 기술가정 정보과목을 포함한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기술가정 정보 등의 과목을 중심으로 선다형 시험 폐지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교육청은 과정중심평가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내년부터는 중고교에서 논/서술형 시험과 수행평가 비중을 50%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각 학교에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의 20%이상을 논/서술형으로 출제하고 논/서술형 평가가 적용된 수행평가를 실시하라고 권장할 계획이다. 정답만 써내는 ‘단답형 논/서술형 문항’을 내지 않도록 지도와 점검을 병행할 예정이다.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는 2020학년까지 전 학교에 도입한다. 현재는 237개교에서 자유학년제, 149개교에서 자유학기제, 28개교에서 자유학기-일반학기 연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1학년 교과시간과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해 지필시험 없이 진로탐색활동을 실시하는 제도다. 과정중심평가만 실시한다. 

진로 중심 교육과정 운영과 참여형 협력수업을 위한 교원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1대1 수업코칭 △수업/평가 나눔 교사단 △실습형/참여형으로 진행되는 ‘나도 수업/평가 전문가’ 연수를 운영할 예정이다. 교사들이 수업평가와 생활지도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내년까지 중고교 99곳에 △수업나눔카페를 구축하고 향후 확대를 지원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진로 맞춤형 교육과정을 확대 운영하고, 교육과정과 연계한 협력종합예술활동을 고등학교까지 확대 운영하는 등 협력적 인성과 감성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학년제, 전면확대 ‘기대보단 우려’>
중학교 자유학년제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교육청의 계획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자유학년제 운영역량이 학교마다 다른 상황에서 성급히 확대할 경우 교육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교육 성행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자유학년제는 자유학기제 두 학기로 확대한 것이다. 중학교 한 학기 또는 한 학년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교과수업 대신 체험활동 비중을 늘린 제도를 말한다. 2013년부터 2015년가지 시범 운영을 거쳐 2016년 이후 전면 실시되고 있다.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개별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지만 대체로 오전에는 교과수업을 실시하고 오후에는 다양한 자유학기 활동(진로탐색/예술체육/동아리/주제선택)을 운영한다. 중간/기말고사 등 지필고사를 실시하지 않고 과정중심평가를 도입해 고입 내신에 반영되지 않는다. 도입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시행 전부터 자유학기제로 인한 학력 저하와 사교육 유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 자유학기제가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을 지적한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3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소식지 ‘KDI 정책포럼’ 269호에 실린 ‘자유학기제가 사교육 투자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는 자유학년제로 인한 교과수업 단축이 사교육 접근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윤수 연구위원은 “학생의 진로탐색과 비인지적 발달을 목표로 하는 자유학기제가 자칫 사교육을 통해 소득별 교육격차를 확대하는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정책 접근을 주문했다. 선행학습 수요가 뚜렷한 상황에서 공교육 서비스가 줄어들 경우 이로 인한 피해는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 6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 투자는 유의하게 증가한 반면, 월 600만원 미만 중/저소득층 가구의 사교육 투자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통계청에서 실시한 ‘사교육비조사’에서 수집된 중학생 17만8213명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자유학기제를 전면 실시한 경우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실시하지 않았을 때보다 15.2%p 증가했으며, 사교육비 연간 지출액 역시 실시하지 않았을 때 비해 179만원이 늘어났다. 

<고교, 학생맞춤형 선택 교육과정.. 학점제 기반 마련>
고교에서는 학생맞춤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내년부터 특성화고를 제외한 모든 서울 고교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취지다.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일반고 190곳과 자율고 40곳을 지원하고, 소인수 과목 개설을 위한 우수 강사 인력풀도 제공한다. 

학교마다 수업 수요가 다르고 소규모 수업을 개설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권역별로 52개교에서 거점형 선택 교육과정 운영할 예정이다. 46개교에서는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을 실시하는 학교도 4개교를 지정할 계획이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 등 교육과정의 다양한 변화에 맞춰 학교 특성을 반영한 개성 있는 교육 공간을 구성하기 위한 협업공간인 꿈담학습카페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40개교를 선정해 학교당 3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예술활동을 통한 감성·협력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정 연계 협력종합예술활동도 확대한다. 

<초등학교, ‘팀 프로젝트 수업’ 도입>
초등학교에서는 내년 1학기부터 초3~6학년을 대상으로 협력적 창의지성/감성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협력적 프로젝트 활동’와 ‘학생 참여 선택활동’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수업방법을 혁신하겠다는 복안이다. ‘협력적 프로젝트 활동’은 여러 명의 학생들이 팀을 이뤄 협력적으로 조사하고 탐구해 과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말한다. ‘학생 참여 선택활동’은 학생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학습내용과 방법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교사를 대상으로 자문단과 현장지원단을 운영하고, 역량 강화를 위해 △꿈실 포럼과 워크숌 △‘꿈실’ 전문학습공동체 등을 운영한다. 교육청은 수업 활성화를 위해 혁신학교 이외에 3~6학년 1500학급 내외를 선정해 150만원 이내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공모신청은 학년 단위, 팀(주제) 단위, 개별(학급) 단위로 할 수 있으며, 선정된 후에는 교실혁신을 위한 자료구입비, 체험학습비, 도서구입비 등에 운영비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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