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성적문제도 고민이겠지만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은 수면부족입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다녀와서 숙제를 하다 보면 12시를 훌쩍 넘기게 됩니다. 시험 때면 새벽 3시 너머까지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늦게 자도 7시 전에는 일어나야 합니다. 학교엔 가야 하니까요.

“잠을 너무 많이 자요. 공부할 건 많은데 잠자느라고 할 일을 제대로 못합니다.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버텨주면 좋겠는데…” “하루에 7시간 이상을 자요. 남들은 4시간 밖에 안자고 공부를 한다고 하던데, 방법이 없을까요?” 어머니들이 진료실에 들어와 하는 말씀들이지요. 어머니가 나가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든, 안 하든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눈치가 보여 일찍 잠자리에 들기 힘들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잠자는 시간에 대해서는 부모님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항상 상충이 됩니다. 제가 만났던 대학교수님은 중학생이라면 하루에 최소한 8시간은 자야 된다고 하시더군요. 성인들도 7시간은 자는 게 정상이고 성장기에는 수면이 더 필요하므로 8시간의 수면은 기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저는 최소한 6시간은 재우라고 하는데도 부모님들이 인정하지 않으시는데 8시간을 재우라고 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비판하는 부모님들이 많을걸요”라고 수면학자인 그 교수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정색을 하고 대답을 하시더군요. 학문적으로 검증된 내용인데 어쩔 수 있느냐는 응답이었습니다.

10여 년 전에 <대한민국 0.1%>라는 책을 쓰면서 서울대 법대, 의대, 경희대 한의대 등에 입학한 최상위권 학생들의 수면시간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습니다. 82%의 학생들이 하루 6시간 이상 잠을 잤더군요. 서울대 법대가 있던 때에 법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학생이 하루 7시간씩 잤다고 대답할 때는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1등이 하루에 7시간씩 잤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것”이라고 의문을 표시했더니 그 학생이 정색을 하고 말하더군요. “저는 7시간 이하로 자면 집중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멍한 머리로 1시간 더 하는 것보단 맑은 머리로 공부를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게 아닌가요.” 할 말이 없었지요. 그리고 잠자는 시간은 크게 줄일 필요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수험생 입장에서 충분하게 잘 수는 없지만 6시간 전후의 수면은 꼭 필요하다고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반대의 예를 들어 볼까요. 제가 만난 학생들 중에 하루 4시간 정도를 자는 중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대단한 의지를 가진 학생들이지요. 놀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그 학생들은 전교권 학생들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반에서 10등정도 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항상 수면부족에 시달리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반에서 10등이라니 놀랍더군요. 항상 머릿속이 멍한 상태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란 결론이었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다른 친구들보다 잠을 덜 자지는 않습니다. 딴 짓을 하는 시간이 적을 뿐입니다. 잠자는 시간이 비슷해도 공부시간이 많습니다. 공부시간이 많으니 성적이 올라가는 겁니다.
제가 하는 말이 믿지 못하는 부모님들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잠자는 시간을 줄이라고 자녀를 압박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어영부영 지내는 시간을 줄여 공부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지도하시길 바랍니다.
잠을 지나치게 줄이면 학습효율이 떨어집니다. 성장기의 학생들은 키도 덜 자라게 됩니다. 다음은 학부모님과 학생들이 참고할 <수면시간 관리법>입니다.

1. 개인차가 있다.
수면학자들은 사람마다 수면의 패턴이 다르다고 합니다. 나폴레옹과 같이 하루 4시간만 자도 되는 단면형 인간과 처칠과 같이 9시간 이상을 자야 하는 장면형 인간도 아주 드물게 있습니다. 자녀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하는지 파악해 두어야 합니다. 무작정 수면시간을 줄이기보다는 맑은 머리로 학습의 효율이 유지될 수 있는 최소의 수면시간이 몇 시간인지 알아 두어야 합니다.

2. 규칙적인 수면이 효율적이다.
사람에겐 생체리듬이 있습니다. 이틀 연속 같은 시간에 낮잠을 자면 다음 날 그 시간에 졸리게 마련입니다. 생체리듬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수면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생체리듬이 교란됩니다. 잠을 자기 위해 체온을 떨어뜨리고 두뇌 회전을 느리게 만들었는데 잠을 자지 않고, 몸은 잘 준비가 덜 되었는데 잠자리에 들면 수면의 효율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가능하면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게 만들어야 합니다. 피로회복과 관련된 호르몬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간은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입니다. 12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3. 기본 체력과 수면시간에는 연관성이 있다.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가장 놀라는 점이 바로 외국인들의 수면시간입니다. 시험 때가 되면 콜라와 커피를 마시면서 며칠이고 밤샘 공부를 하는 외국인들을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라게 된답니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그들이 체력이 좋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운동을 해서 다져 놓은 체력이 위력을 발휘하는 겁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공부시간을 늘리려면 평소에 운동을 통해 체력을 보강시켜 놓아야 합니다.

4. 시험기간에는 체력보강에 더 신경을 쓴다.
수면시간이 더 부족해지는 시험기간에는 부모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보름 정도의 시험 준비 기간이라면 잘 먹는 방법도 통할 수 있습니다. 단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잘 먹는 방식으로 공부시간을 늘리면 체중증가라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한뜸 한의원 황치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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