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환경 변화 취약하고 접근성 낮아'..'초보인 수요자 눈높이와 거리'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올해 정시모집 점수산출 서비스를 개선했음에도 여전히 대입정보포털 ‘어디가’는 여전히 초보인 수요자 눈높이에서는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들이 제공하는 입결의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정시 전형의 변수를 판단할 정보도 부족해 ‘대입잣대’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트가 개설된 지 3년째가 되어가지만 입결에만 의존하는 대입자료로는 이용자들이 정확한 분석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낮은 접근성으로 인해 사교육기관에 비해 서비스의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처럼 불수능인 상황에서 초보인 학생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과연 사교육컨설팅으로 가지 않을 만큼의 대입잣대로서 경쟁력을 갖추었는지 의구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지난달 14일부터 ‘어디가’는 ‘대학별 점수산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점수산출 서비스는 전국의 210개대학의 전년 입결 자료를 토대로 수험생들의 수능 성적을 환산한 결과를 비교해주는 서비스다. 모집단위의 비교가 어려워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교육계의 비판을 수용해 작년과 달리 올해부터는 한 번에 20개까지의 모집단위를 이용자가 동시에 볼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디가’를 수요자 중심 서비스로 개발했다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평가가 많다. 사이트의 자료만으로는 대입 ‘초보’인 수요자들이 사교육컨설팅을 배제할 만큼 전략을 세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년동안 예산을 들여 진행한 어디가는 도대체 왜 이수준에 머물고 말았을까. 

여전히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의 수요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들이 제공하는 입결의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정시 전형의 변수를 판단할 정보도 부족해 ‘대입잣대’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어디가’ 홈페이지 캡처

<‘잣대’가 없는 ‘어디가’.. ‘초보’ 수요자 눈높이 외면>
처음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수요자 입장에서 판단할 잣대가 되지 못하는 점이 ‘어디가’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어디가’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개설되기 이전부터 있었다. 대학서열화에 대한 찬반 논란이 컸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이를 의식해 대학서열화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결국 서열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학이 제공하는 입결의 기준을 복수로 하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수요자의 눈높이가 아닌 공급자의 논리라는 비판에도 3년째 그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대입의 변수가 될 수 있는 표준점수 등을 판단할 기준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결국 수요자들을 사교육컨설팅으로 내모는 현실을 자초한 셈이다. 

현재 대학은 ‘어디가’ 사이트에 최종등록자의 평균점수, 70% Cut(최종등록자 중 70%에 해당하는 점수), 80% Cut, 90% Cut, 100% Cut 등 5개기준 가운데 한 가지 방식으로 입결을 공개하고 있다. 점수의 공개 형태 역시 대학마다 기준이 다르다. 대학들이 환산점수 백분위 등급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결국 등급 백분위 변환점수 중에서 또다시 평균 70% Cut, 80% Cut, 90% Cut, 100% Cut으로 나뉘는 셈이다. 대학간 비교가 불가능한 구조다. 표준점수 반영대학이 입결은 백분위로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 지원 가능한 합격선을 가늠하기 어렵다.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생색내기용 정보제공이라는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수요자들의 눈높이에서 지원 시 고려해야할 변수들을 정시 점수산출 서비스와 함께 종합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사이트의 자료만으로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표준점수에 대한 기준을 정시 지원이 처음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백분위 적용 대학의 경우 작년 입결을 참고해 올해 합격선을 가늠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표준점수는 시험의 난도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예측과 달라질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사탐이 쉽게 출제된 경향이 있어 표준점수 반영 대학에서 중요성이 낮아졌다. ‘어디가’의 서비스만으로는 이와 같은 대입 경향을 판단할 기준을 세울 수 없어 이용자들이 잘못된 지원전략을 수립할 우려가 제기된다.

‘초보’ 수요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 공개를 지속한다면 결국 사교육기관에만 득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논란이 됐던 ‘대학서열화’와 ‘실질적 정보 제공’이라는 논리와 논리 사이에서 ‘어디가’는 괴물이 됐다. 수요자들의 선택권 보장을 근거로 사이트 개설을 추진했음에도 서열화에 대한 우려로 3년째 수요자들이 제대로 알 수 없는 통계만 내놓고 있다”며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대입잣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자료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결과의 해석을 놓고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깜깜이’ 대입에서 판단기준을 찾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고 사교육기관의 컨설팅으로 갈수 밖에 없다. 예산을 붓고 정책을 추진했지만 결국 교육당국의 철학 부재로 수요자들에게는 실질적 도움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입결만으로 분석.. 입시 변수에 ‘무용지물’>
입결 이외의 자료들이 부실해 수요자들이 효과적으로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교육부는 애초 ‘어디가’를 통해 사교육기관의 배치표와 유사한 형태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 학력평가와 수능 등의 성적을 입력하면 전년 입시결과를 바탕으로 지원가능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예산을 빌미로 대학들에게 입시 관련 정보공개를 반강제적으로 강요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현행 대입제도에서는 입결만으로 합격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출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과거의 입시결과만으로 올해의 합격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매년 입시상황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부가 대학들에게 요구했던 입결의 합격선이 대외비로 통하는 ‘고급정보’인 것은 맞다. 대학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다음해 정시를 지원하는 수요자의 입장에선 입결이 참고잣대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영역별 반영비율과 모집인원/군의 작은 변화로도 합격가능성의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역별 반영비율이 변화하면 대학별 환산점수의 점수구조에서 지원자들의 유불리가 바뀔 수도 있다. 과목별로 성적편차가 있는 학생들은 대학의 전형방법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판단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대학이 모집요강에서 밝힌 수능 반영방법과 실제 전형에서 산출된 점수가 다른 경우도 있다.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줄은 영어영역도 ‘불의의 일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세대는 요강상 영어영역에서 1등급과 2등급을 받은 학생의 점수 차이는 5점이다. 지난해와 올해가 동일하다. 그렇지만 총점을 기준으로 산출한 실제 점수는 수능 반영비율이 확대되면서 1등급과 2등급의 차이가 7.5점에서 8.4점으로 벌어졌다. 일부 대학에서는 전형 총점으로 계산 시 1등급과 2등급의 격차가 요강의 등급 점수차 보다 2배 이상 큰 경우도 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 지원자와 그렇지 못한 지원자 사이의 정보격차가 합격가능성을 좌우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어디가’는 이용자들이 합격가능성을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한 입결 이외의 정보들을 쉽게 구하기 어렵다. 대학과 모집단위에 대한 개별적인 검색으로 전형방법의 변화 자체는 확인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변화양상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점수산출 서비스와도 별도로 검색해야 하는 만큼 편의성도 떨어진다. 한 교육전문가는 “단순히 입결만 가지고는 입시의 상황변화에 무용지물인 셈이다.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의 개선이 필요했다. 58억의 예산을 들였다면 사교육의 불안마케팅을 잠재울 만큼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낮은 접근성.. ‘비효율성’ 지적>
수요자들의 접근성 측면에서도 여전히 비효율적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맞춤형 대입정보를 제공하는 사교육기관과는 달리 ‘어디가’는 수요자들이 필요한 내용을 직접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이트에도 학교내 진학상담, 전화상담, 온라인 대입상담을 통해 진학설계를 구체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추가 상담 없이는 지원전략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수험생이 ‘스스로’ 정보취득을 함으로써 대입지원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한다는 ‘어디가’의 본래 취지와도 멀어졌다는 평가다.

‘어디가’에서 대학별 입결을 확인하는 방법은 2가지다. 통합검색한 학과정보에서 전년도 입시결과와 학생의 점수를 확인하는 방법과 성적분석에서 수험생 자신의 수능/학생부 성적을 기입한 후 대학별성적분석을 통해 지원 관심이 있는 모집단위의 입결과 점수를 비교 확인하는 방법이다. 전자의 경우 대학을 일일이 검색해 내 점수와 맞는 대학이 어디인지를 계속 찾아야 한다. 비교검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올해 시스템이 개선되면서 한 번에 20개 모집단위까지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대학마다 기준이 다른 만큼 일괄적인 비교는 어렵다. 어떤 방식을 활용해도 수요자가 직접 정보를 찾고 정리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사교육기관의 입시정보 제공 서비스는 대개 성적과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면 점수에 맞는 지원가능 대학을 검색할 수 있는 방식이다. 수험생의 점수보다 높은 경우 ‘상향’, 비슷한 경우 ‘적정’, 낮은 경우 ‘하향’ 등 분류해 즉각적으로 합격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 동시에 수험생의 성적에 맞춰 다른 대학들의 유사한 계열 모집단위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해 보다 효과적인 정시 지원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교육기관의 분석된 자료를 수요자들이 받아볼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수요자들은 분석된 결과를 토대로 곧바로 지원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다. 

교육부는 ‘어디가’가 “자신의 성적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지원할 대학(학과/모집단위)을 찾아가는 방식” 작동한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3년째 사교육기관에 비해 턱없이 비효율적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교육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편리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수요자들이 궁금한 정보는 ‘수많은 대학 중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은 어디인지’, ‘점수를 어느 정도 올려야 안정권에 들 수 있을지’ 등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해서 운영된다면 결국 사교육 정보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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