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동아대 제주대 ‘경합’.. 약사회 약교협 ‘반기’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교육부가 약대 신설을 확정지었다. 내년 1월에 2곳 내외의 약대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비수도권의 대학에서만 신청을 받는다. 정부는 연구개발(R&D) 인력의 수요가 늘어나 약사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산업 약사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대학을 신설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그렇지만 약대 신설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대한약사회와 한국약학교육협의회(이하 약교협)의 생각은 다르다. 이미 부작용이 확인된 2+4년제 대학의 신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26일 ‘2020학년 약학대학 정원 배정 기본계획’ 공문을 비수도권 대학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약대 신설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2020학년 보건/의료 분야 정원 배정에서 약사를 60명을 늘려달라는 요청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제약과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 인력 수요가 증가해 약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복지부의 의견을 수용해 약대 신설을 신청한 대학들의 산업 약사의 양성 교육 여건도 평가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약사회와 약교협 등 관련단체들은 통합6년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우선으로 해야 함에도 정부가 무리하게 약대 신설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가 약대 신설을 확정지었다. 내년 1월에 2곳 내외의 약대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연구개발(R&D) 인력의 수요가 늘어나 약사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약사회와 한국약학교육협의회은 이미 부작용이 확인된 2+4년제 대학의 신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중앙대 제공

<지방 약대 2곳 내외 신설.. 약사회 약교협 반발>
‘2020학년 약학대학 정원 배정 기본계획’에 따르면 신규 약대 정원은 비수도권 대학으로 한정해 배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서울 경기 인천 외의 지역에 본교와 분교 모두 약대가 없는 대학들은 신청이 가능하다. 지방대의 경쟁력 강화와 약대 정원의 지역별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약대 총 정원 1693명 가운데 50%가 수도권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복지부 부대의견도 받아들여 제약연구나 임상약학 등의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인력양성을 위한 특화 교육과정 운영해야 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약대가 없지만 새로 유치하기를 원하는 대학들로부터 신설희망계획서를 접수 받는다. 산업 약사나 임상 약사 등 특화된 수요에 맞춘 인력양성을 위한 대학의 교육여건과 특성화 전략뿐 아니라 향후 발전계획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내년 1월 중 최종적으로 2개대학 내외를 선정할 예정이다. 신설 약대 역시 기존의 약대들과 마찬가지로 2022학년부터 통합6년제(이하 6년제)로 운영할 수 있다. 다만 2+4년제에서 6년제로 전환하면서도 대학설립운영규정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부와 교육부가 약대 증원을 시사했을 때부터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던 약사회와 약교협의 저항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성명서와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지속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6년제 도입을 앞둔 시점에 무리하게 현재 부작용이 크다고 평가되는 2+4년제로 운영되는 약대를 늘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약교협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무분별한 약사인력의 증원보다는 교육현장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 약학교육 본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의 약대 신설 방침에 정치권이 얽힌 특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특정 대학이 약대 신설을 위해 정치권에 전방위 로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며 “이미 특정 지역 2개 대학의 약대 신설을 결정해 놓고 요식행위로 타 대학의 신청을 받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R&D인력 수급을 위해 약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2011학년부터 지속적으로 약대 정원이 증가한 것에 반해 졸업생들의 R&D 분야 취업률은 감소했다는 주장이다.  

<지방대 약대 유치 경쟁 시작.. 전북대 동아대 ‘경합’>
약사회와 약교협이 일부 약대 교수들과도 함께 행동에 나설 예정이라고까지 밝힌 상황이지만 약대 신설을 원하는 대학들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비수도권 지역의 약대 신설 방침을 밝히면서 기존에 약대 유치를 추진해왔던 지방의 대학들이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전북대와 동아대가 약대 유치를 위해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교육부의 선정기준에 맞춰 대학의 역량을 특화시킨 점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제주대 역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약대 신설을 위한 공조체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모이고 있다.

지속적으로 약대 유치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 전북대는 정부가 이전에 2020학년부터 약대 정원을 증원한다고 밝혔을 때부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복지부의 요청으로 산업/제약/임상 연구에 특화된 연구중심대학을 교육부가 추진하는 만큼 산업 약사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약대 신설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북대는 2015년부터 ‘신약개발연구소’를 운영하며 천연 농산물 기반형 신약개발 분야로 특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남호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전북대는 약대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약대 유치 추진단’을 구성해 다른 대학들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며 악대 신설을 준비했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와 전북대병원 임상센터 등 지역의 연구소와도 연계를 강화해 약대 유치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전북대는 바이오산업의 기술개발에서부터 경영과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산업에 맞춘 전문성 교육을 병행하는 6년제로 약대 신설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약대 유치를 위해 전북대 제주대와 협약을 맺었던 동아대 역시 본격적으로 약대 신설에 나섰다. 동아대는 먼저 의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산업 약사 양성을 강조하는 전북대와는 다르게 병원의 의약품을 처방하고 감염관리 환자 안전조치가 가능한 병원 약사 양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간호대와 동아대병원 임상시험연구센터와의 연계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연구중심대학을 추진하는 교육부의 방침과 발맞춰 R&D전문 약사 인력을 키울 수 있는 인프라가 준비됐다는 점도 알릴 예정이다. 부산과 경남의 약대 정원이 지역 인구 대비 적다는 점도 강조해 약대 유치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800만명에 이르는 부산/울산/경남의 인구에 비해 지역의 약대인 부산대70명 경성대50명 경상대 30명 인제대30명의 모집정원을 합하면 18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설 약대의 학제는.. ‘6년제’ 우세, ‘2+4년제’ 가능성도>
전북대와 동아대 등 약대의 신설에 적극적인 대학들은 학제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 현행 2+4년제와 앞으로 도입될 6년제 중에서 선발방식을 대학이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올해 발표한 ‘약대 학제개편 방안’에 따르면 2022학년부터 약대는 6년제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신설 약대 역시 당장은 2+4년제로 대학을 운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6년제 전환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전북대 제주대 동아대 등 약대 신설에 적극적인 3개대학은 이미 ‘약대 유치를 위한 공동 합의서’를 통해 예과2년 본과4년의 통합6년제 도입을 합의하기도 했다. 신설 약대들도 6년제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대목이다. 

6년제가 도입됨에 따라 대학들은 기존 2+4년제와 6년제 중 자유롭게 학제를 선택할 수 있다. 약학계열 전반에서 6년제에 대한 지지가 강한 만큼 약대 신설을 노리는 대학들도 6년제 학제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현재의 전국 35개 약대들도 교육부의 의견조사에서 전부 6년제로 전환하겠다고 응답했다. 결국 2+4년제가 장기적으론 완전히 모습을 감출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한 교육전문가는 “2022학년 약대들은 대부분 6년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고졸 신입생을 선발하더라도 우수자원들을 확보할 수 있는데 지원자 풀도 많지 않을 2+4년제를 굳이 고를 약대는 없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학설립운영규정의 4대요건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약대가 6년제 선택하기 위해서는 △교원 △교지 △교사 △수익용기본재산의 4대요건을 충족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4대요건은 대학계열마다 교원 1인당 학생 수, 학생 1인당 교사/교지 면적 등의 적정 수준을 명시한 규정이다. 자연과학계열로 분류되는 약대는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20명을 넘을 수 없는 등의 요건이 있다. 4대요건 충족이 조건인 만큼 대학들의 비용부담으로 6년제 전환이 지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약교협 관계자도 “많은 대학들이 통합 6년제로 전환해야 하지만 교육 4대요건을 충족해야만 하는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막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입시 측면에서 일부 약대들은 2+4년제를 택할 수도 있다. 특히 교육부가 비수도권으로 신설 약대들을 한정하면서 지방 약대들의 경쟁률의 변화가 예측된다. 고졸 신입생 선발에 자신감이 없는 약대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한 대입 전문가는 “현재 약대에 대한 인기를 볼 때 고졸 신입생 선발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약대 내부적으로는 확연히 선호도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6년제 대신 2+4년제를 일정기간 유지하면서 ‘눈치’를 보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약대 입시는.. ‘학생 이탈현상’과 ‘사교육 유발’ 지적>
현재의 약대 입시는 2009년 도입된 2+4 제도다. 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다른 학부나 학과로 입학해 최소 2년간 기초/교양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PEET(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응시가 필수다. 대학별 입학전형을 거쳐 합격하면 4년의 전공 교육과정을 거친 후 약사시험에 합격하면 면허를 취득하게 된다. 학사편입학 체제를 운영하는 탓에 화학 생물학 수학 등 자연계열 학생들의 이탈현상이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수도권 대학의 화학계열 생명과학계열 학생들도 약대 입시를 노려 마찬가지의 이탈문제가 제기된다.  

PEET 시험과목은 일반화학추론 유기화학추론 물리추론 생물추론 등 4과목으로 나뉜다. 시험 난도는 이과계열 입시 가운데 의전원 입학시험인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5급 기술고시, 변리사 시험 다음으로 어렵다는 게 일반적이다. 화학 생물 물리 등 대학에서 관련 선수과목을 충실히 들었더라도 시험 특성 상 독학으로 고득점을 받긴 힘들다. 

이로 인해 사교육에 의지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2014년 약교협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약대 학생의 53%가 6개월 이상 PEET전문학원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1년 이상 사설 강좌를 수강했다고 답한 학생도 25%를 차지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강의의 경우 1년 통합 수강권은 약 260만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사설 학원에선 한 달 수강료가 약 200만원(회원가입비 포함)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EET가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매년 이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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